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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6화 (66/1,018)

< 9장 총알 일발 장전!(3) >

인생 리셋 오 소위! 065화

9장 총알 일발 장전!(3)

3.

오상진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부엌 쪽에서 오정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왔어?”

오정진은 답이 없자 현관으로 나왔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닌 오상진이 턱 하니 서 있었다.

“어? 형이 웬일이야?”

“정진이 넌 오늘 일찍 왔네.”

“오늘은 일찍 끝났어. 그런데 형은 어쩐 일이냐니까.”

“휴가.”

“또? 휴가를 이렇게 자주 나와.”

“시끄러워! 그보다 넌 왜 부엌에서 나와?”

“배고파서 라면이나 끓여 먹으려고 했지. 형도 먹을래?”

“공부하는 녀석이 무슨 라면이냐. 됐어, 밖에서 사 먹자.”

“우리끼리?”

“엄마는 아는 지인분 만난다고 했어. 그런데 상희는?”

오상진이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아직 안 왔는데.”

“이 녀석이······. 전화 한번 해봐.”

“응.”

오정진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상희가 전화를 받았다.

-왜?

“너 어디냐?”

-나? 지금 친구 만나는데, 왜?

“형 휴가 나왔어. 그래서 우리 밥 먹으러 나갈 건데.”

-큰 오빠 휴가 나왔어? 뭐 먹을 거야? 고기?

“고기 같은 소리 한다.”

-칫! 그럼 됐어. 나 맛없는 거 먹을 거면 그냥 여기 있을래.

“알았다. 늦게 들어오지 말고.”

-잔소리는······. 알았어.

오정진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그냥 우리끼리 먹어야겠는데.”

“왜?”

“친구랑 밥 먹는대.”

“그래? 그럼 나가자.”

밖으로 나온 오상진은 오정진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오정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집 앞에 중국집을 가리켰다.

“그냥 짜장면 먹자.”

“야, 무슨 짜장면이야. 넌 허구한 날 짜장면만 먹냐?”

오상진은 살짝 인상을 썼다. 관사 생활을 하다 보면 밥 먹으러 가기 귀찮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 주로 시켜먹는 게 바로 짜장면이었다. 당연히 집까지 와서 짜장면을 먹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오상진처럼 짜장면을 자주 먹는 건 아니었다.

“형만 그렇지. 우리 짜장면 잘 안 먹거든?”

오정진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제야 오상진은 어머니가 배달 음식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자식이 그냥 해본 말 가지고 성질이야? 가자, 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네.”

중국집으로 들어간 오상진은 짜장면과 짬뽕을 시켰다. 곁들어 탕수육 소 자도 하나 주문했다.

“학교는 어때?”

“만날 똑같지 다를 게 뭐 있어.”

“괴롭히는 친구는 없고?”

“없어.”

“몰래 괴롭힘당하는데 말 못 하거나 그러는 거 아니지?”

“형은 내가 그럴 성격으로 보여?”

“아니면 다행이고.”

오정진이 피식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오정진이 나무젓가락으로 짜장면을 비비면서 물었다.

“형.”

“응?”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너 혹시 괴롭힘당하냐?”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연애라도 해?”

“그보다 내가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해 줘.”

“뭐야? 갑자기 무게까지 잡고, 그래 물어봐.”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막 써? 혹시 이상한 일 하고 그러는 거 아니지?”

“이상한 일? 무슨 이상한 일?”

“그거 있잖아······. 막 비리 봐주고.”

오정진이 오상진의 눈치를 살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오상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인마, 형이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

“정말 아니야?”

“아니지, 그럼.”

“아니면 됐고. 난 혹시나 싶어서······.”

오정진이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모든 궁금증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정진이한테는 말하는 게 좋겠다.’

잠시 고심하던 오상진이 검지를 까닥였다.

“이리 가까이 와봐.”

“왜?”

“글쎄, 와보라니까.”

오정진은 살짝 겁먹은 얼굴로 가까이 갔다.

오상진은 잠시 주위를 확인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너만 알고 있어. 상희에게도 말하면 안 돼!”

“뭐, 뭔데?”

“형 사실 복권 당첨됐다.”

“뭐? 진짜?”

오정진이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오상진이 곧바로 검지로 입을 막았다.

“쉿! 목소리가 커.”

“미안, 그런데 진짜야?”

“그래. 1회 차 때 운 좋게 당첨이 됐어.”

“당첨금이 얼마인데?”

“엄청 많은 건 아냐. 그래도 너 대학 보내고, 우리 이사할 돈은 있어.”

“이야, 정말 그러면 다행이다. 난 형이 또 무슨 이상한 곳에서 돈 받는 줄 알았지.”

“이제 알았으니까, 쓸데없는 오해는 하지 마라.”

“알았어.”

“그런데 넌 왜 그런 이상한 생각을 했냐?”

“아니, 뉴스나 신문에서 보면 요새 군대 비리도 많고 그런 내용 나오잖아.”

“인마, 형은 그런 짓 안 해. 그리고 그런 일도 어느 정도 짬이 되는 사람이 하는 거지. 형 같은 사람은 하지도 못해. 소위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냐.”

“아, 그런 거였어?”

“그래, 인마. 아무튼 넌 이제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서 법대가!”

“그런데 갑자기 왜 법대 타령이야. 형 대신 가라고?”

“인마 동생이 판․검사면 좋잖아. 그럼 형도 어디 가서 자랑도 하고.”

“동생 자랑하려고 법대 가라고 하냐.”

“그래, 인마! 잘난 동생 뒀다고 자랑 좀 하자. 그게 뭐 어때서!”

오상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정진도 잘난 동생이라는 말이 싫지는 않았다.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오상진에게 자랑스러운 동생이 되고 싶었다.

“암튼 먹자. 면 불겠다.”

“응.”

오상진은 자장면을 거의 흡입하다시피 하는 오정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제야 오상진도 짬뽕 한 젓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후르르릅!

“어? 이 집 맛 괜찮네.”

“그렇지? 나도 친구들하고 몇 번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

“동네에 맛있는 중국집이 있다는 것도 복 받은 거지. 자주 시켜 먹어라.”

“형네 부대 근처 중국집은 어때?”

“궁금하면 놀러 와. 제대로 맛보여 줄 테니까.”

“왠지 맛없을 거 같은데?”

식사를 마친 후 오상진은 집이 아닌 반대편 길로 방향을 잡았다.

“형. 그쪽 아니야.”

“알아 인마. 나온 김에 장 좀 보자고.”

“장?”

“엄마 수술했잖아. 기력 좀 보충해 드리게 사골 재료라도 좀 사 가자.”

“형 사골도 끓일 줄 알아?”

“그냥 물 넣고 끓이면 되는 거 아니냐?”

“하하. 놔둬. 내가 엄마한테 물어봐서 끓일 테니까.”

“정 답답하면 엄마가 끓이시겠지.”

“하긴.”

“그럼 가자.”

“그럼 저쪽 정육점으로 가자.”

“마트 안 가고?”

“그래도 저 집 아주머니가 우리 잘 챙겨 주시거든.”

“그러자 그럼.”

오정진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얼마 걷지 않아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정육점에 도착했다.

대형 마트 내에 정육 코너가 들어서면서 일반 정육점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 정육점은 예전의 느낌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머, 정진이 왔어? 오늘도 삼겹살?”

오정진이 들어오자 주인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냉장고에서 삼겹살을 살폈다.

“어디 보자,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새로 들어온 고기가 있거든. 역시 학생은 운이 좋아.”

“아줌마. 오늘은 삼겹살 말고요. 사골 끊일 거거든요.”

“사골?”

“네. 형, 우족으로 사야 하는 거지?”

“아마도?”

“아줌마. 우족 주세요.”

“그런데 누구?”

주인아주머니는 슬그머니 삼겹살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정진 옆에 선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아, 저희 형이에요.”

“군인이라는 형? 이야, 형도 잘생겼네. 그래, 얼마나 줄까요?”

그때 오상진의 눈에 예쁘게 포장된 우족 세트가 들어왔다.

“저것도 우족이죠? 저건 얼마예요?”

“그건 선물용이라 좀 비싸요. 22만 원.”

“한 세트에 22만 원이요?”

“한우라서 그래요. 대신 냉장고에 그거 반값인 호주산이 있거든요. 그걸로 하시겠어요?”

주인아줌마가 넌지시 호주산 우족을 권했다. 예전 같았다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먹을 보양식에 돈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아뇨. 그냥 이거 두 세트 주세요.”

“네? 두 세트나요?”

“네.”

“선물하시게요?”

“아뇨,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해서요.”

“어이쿠야, 큰 아들이 효자네요. 어머니 보양시켜 드리려고요?”

“네.”

주인아줌마의 칭찬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른 고기들도 찬찬히 살폈다. 붉은빛이 감돌고 그 안에 마블링이 착착 감겨 있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 한우로 말이다.

“아주머니.”

“네.”

“여기 있는 소고기도 한우죠?”

“네에. 맞아요.”

“등심 두 근만 주세요..”

“이야, 큰 아드님이 화끈하시네요. 오늘 소고기 파티라도 해요?”

“네, 가족들이 고기를 좋아해서요.”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대패 삼겹살을 주겠다고 하자 오상진도 추가로 소고기를 한 근 더 주문했다. 그러자 오정진이 다가와 눈치를 줬다.

“형, 왜 이렇게 많이 사.”

“두고두고 먹으라고. 그리고 상희 고기 킬러잖아. 소고기라면 환장하는 거 알면서.”

“그렇긴 한데······.”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써도 안 죽어. 그리고 고기는 보이는 곳에 두지 말고 적당히 나눠서 잘 숨겨놔. 언제 상희 입으로 사라질지 모르니까.”

“그건 걱정 마. 나도 상희만큼 고기 좋아하잖아. 다른 건 몰라도 고기는 확실하게 사수할게.”

“그래.”

그렇게 오상진과 오정진은 양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때마침 신순애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아들 왔니?”

“오늘 늦으실 것 같더니 일찍 오셨네요.”

“그냥 밥만 먹고 왔어.”

신순애는 말을 하면서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니면 또 그 사장이 쫓아와서 괴롭혔어요?”

“아니야. 사장은 오지도 않았어.”

“그럼 왜 그러시는데요?”

“그냥. 최 씨가 많이 힘들어 해서.”

“그래요? 왜요?”

“그때 퇴원하는 날 사장이 다시 와서 일해달라고 했잖아.”

“그랬죠.”

“그 일 때문에 최 씨가 많이 시달리나 봐.”

“그걸 당하고만 있는 거예요?”

“어쩔 수 없잖아. 최 씨 나이에 새로 일할 곳 구하기도 마땅치 않으니까.”

“그것 말고 다른 말은 없었고요?”

“다른 말은 딱히 없었어.”

신순애는 살짝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최말숙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최 씨가 고생이 많아. 그래도 조금만 버텨봐.”

“네, 버텨야죠. 저도 갈 데도 없고, 돈 못 벌면 우리 자식새끼들 굶어 죽어요.”

한탄하는 최말숙을 신순애가 안쓰럽게 바라봤다. 신순애 역시 자식들 때문에 참고 버텼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버티는 것이 이기는 거야.”

“그보다 언니!”

“응?”

“조심해요.”

“내가? 왜?”

“요즘 들어 사장이 변호사와 계속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무슨 얘기인지 잘 들리진 않았지만 꽤나 심각해 보이던데요.”

“그러니?”

“네. 사실 오늘 언니를 보려고 했던 것도 이 얘기 때문이었어요. 물론 사과도 하고 싶었고요.”

“사과는 무슨. 우리 사이에.”

“사장 성격 언니도 잘 알죠? 그냥은 안 넘어갈 거 같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요.”

“그래. 알았어. 고마워.”

상념에 빠진 신순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자 오상진이 신순애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엄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응? 아니야. 아무것도.”

“그보다 저거 어떻게 해요?”

오상진이 부엌에 있는 우족을 보며 말했다.

< 9장 총알 일발 장전!(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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