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총알 일발 장전!(2) >
인생 리셋 오 소위! 064화
9장 총알 일발 장전!(2)
-자이오 파크.
-포스코트 아파트.
-참 좋은생각 아파트.
-아이두 파크 아파트.
-노블리스 아파트.
“근방에 사신다니까 위치는 대략 아시죠?”
“네.”
“일단 매매가부터 말씀드리자면 브랜드 아파트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보통 13억 선에서 거래되는데 옵션에 따라 15억까지 하는 곳도 있고요. 그 외 아파트는 11억에서 12억 정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나네요?”
“브랜드가 있으니까요. 팔 때는 이름값을 무시 못 하죠. 참고로 이 지역 아파트들은 계속 가격이 오르는 중입니다.”
“그래요?”
“일단 자이오부터 보실까요? 여기 평면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조가 아주 잘 빠졌습니다.”
중개업자는 일단 브랜드 아파트부터 들이밀었다.
“자, 이렇게 방 3개에 여기 화장실 두 개. 그리고 다용도실이 여기고, 확장형이라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오상진은 브랜드 아파트라고 혹하지 않았다. 딱히 평수가 큰 것도 아니고 구조가 눈에 띄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실거주 용도로 사는데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몇억씩 더 주는 건 낭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집을 좀 구경했으면 좋겠는데요.”
“어이쿠, 당연하죠. 그런데 혼자 오셨어요?”
“아, 예에.”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문 닫고 나오겠습니다.”
“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박은지.
“응? 은지 씨가 웬일이지?”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네, 은지 씨!”
-어멋, 내 이름 기억하고 계셨네요.
“하핫, 당연하죠.”
-그런데 왜 그날 이후로 한 번도 연락을 안 해요?
“아······. 죄송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오상진은 순간 난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날 이후 연락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괜찮아요. 상진 씨 부대 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어디예요?
“밖입니다. 오늘 휴가 냈습니다.”
-사실 휴가 나왔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화한 거고요. 혹시라도 다른 핑계 대시면 실망할 뻔했는데 일단 합격이에요~
“아하, 형수님에게 들으셨구나.”
-네, 그래서 말인데요. 밥 사 주세요. 전에 맛있는 거 사 주신다면서요.
“아, 그랬죠······.”
오상진이 말끝을 흐렸다. 박은지에게 신세를 갚긴 해야겠지만 부동산 문을 닫고 나오는 중개인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왜요? 혹시 여자 친구 만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뭔데요?
“네, 지금 이사를 생각 중이라 아파트 좀 알아보는 중이거든요.”
-그래요? 누구랑요?
“저 혼자 봅니다.”
-혼자요? 집은 본 적이 있어요?
“아뇨, 처음입니다.”
-어멋! 이 아저씨 대범하시네. 요새 집 잘못 보면 큰일 나요. 중개인들이 얼마나 덤터기를 치는데 그걸 혼자 보러 다녀요? 안 되겠네, 거기 어디에요? 내가 가서 같이 봐줄게요.
“예?”
-그렇지 않아도 저도 오늘 딱히 할 일이 없거든요. 제가 도와줄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에이, 여자가 말하는데 거절하고 그러면 안 돼요. 도와줄 때 받으세요.
“네에.”
-거기 주소나 찍어줘요.
“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후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그리고는 주소를 문자로 보내줬다.
“자, 이제 가시죠.”
“네.”
오상진은 중개업자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렇게 첫 번째 아파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중계인에게 들었던 것보다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좀 어둡네요.”
“불을 켜면 됩니다.”
불을 켜니 집 안이 환해졌다.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사 청소를 마쳤다는 말처럼 집 안이 깔끔했다.
그때 중개업자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여기가 부엌이고, 안방, 드레스룸입니다. 어떠십니까? 잘 빠졌죠?”
“네.”
“전에 신혼부부가 살았던 집인데. 참 깨끗하게 썼어요. 지은 지는 6년 정도 되었고요.”
“그렇군요.”
“네. 도배와 장판은 새로 하시면 될 것 같고, 굳이 리모델링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중개업자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정문을 통해 박은지가 나타났다.
“상진 씨!”
“어? 이분은?”
“어멋! 자기, 얘기 안 한 거예요?”
자기라는 말에 당황하려는 찰나, 박은지가 냉큼 다가와 오상진에게 팔짱을 껴왔다.
“같이 가자니까, 왜 이렇게 성급하게 가고 그래요.”
“아, 사모님이시구나.”
“네, 맞아요.”
오상진이 멋쩍게 웃다가 나직이 속삭였다.
“은지 씨 괜찮아요?”
“뭐가요?”
“저분이 우리 둘을 신혼부부로······.”
“에이, 원래 이렇게 다닐 때는 신혼부부라고 하고 그러는 거예요. 아니면 우리 둘을 뭐라고 할 건데요? 불륜이라고 해요? 아님 엔조이?”
“물론 그건 아니지만······ 괜찮으세요?”
“아, 뭐 어때요. 신혼부부로 봐주면 좋지. 그래야 저도 꼼꼼하게 따질 수 있고요.”
“그런가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집은 다 둘러봤어요?”
“네. 대충.”
“대충? 그냥 눈으로만 훑어본 건 아니죠?”
“그게······.”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박은지는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하고 불을 꺼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집이 왜 이렇게 어둡죠?”
“예?”
“집이 좀 어두워요.”
박은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거실 쪽 창문을 보더니 말했다.
“오호라, 햇빛이 잘 안 들어오네.”
중개업자가 움찔하며 말했다.
“네, 사모님. 구조상 빛이 좀 덜 들어오긴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들어오는 건 아니니까 크게 걱정하실 건 아닙니다. 그 외는 깨끗하고 좋아요.”
“여기가 얼마라고 했죠?”
“여기 시세가 13억 5천인데 제가 잘 얘기하면 5천 정도는 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 아무 말 없던 중개인은 박은지가 트집을 잡자 냉큼 5천만 원을 깎아 말했다.
오상진은 순간 어이가 없어서 중개업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중개업자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물은 잘 나와요?”
“그럼요.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입니다.”
“나 아는 언니 집도 신축인데 변기 물 내려가는 게 시원치 않던데요, 뭘. 한번 볼게요.”
박은지는 부엌으로 발을 움직였다. 싱크대는 물론이고 수납장까지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뭐 주방은 나쁘지 않네요.”
박은지의 발걸음이 다시 화장실로 움직였다.
그렇게 정말로 아내라도 되는 것처럼 오상진이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전부 살폈다.
“으음, 구조가 좀 애매한데······. 자긴 어때?”
“구조가 이상해?”
“채광이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꼭 이 집을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박은지가 곧바로 중개업자를 보았다.
“이 아파트 매물은 이게 다예요?”
“그, 그럴 리가요.”
“그럼 다른 곳도 보여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상진은 박은지와 함께 몇 군데를 더 돌아다녔다.
“이 집은 정말 좋습니다.”
중개업자가 틈만 나면 약을 치려 들었지만 박은지는 좀처럼 호응해 주지 않았다.
“사모님께서 상당히 꼼꼼하시네요.”
“한두 푼짜리 집도 아닌데 꼼꼼하게 봐야죠.”
“그래도 사모님처럼 젊으신 분 치고 이렇게 꼼꼼하신 분은 처음입니다.”
“너무 깐깐하다고 욕하시는 거 아니죠?”
“어이쿠, 그럴 리가요.”
“그런데 이 집. 좀 냄새나는 거 같은데요?”
어느 집을 가든 박은지는 그럴듯한 꼬투리를 잡았다. 그때마다 중개업자는 울상을 지으며 가격조정을 이야기했다.
“여기 주자창이 너무 좁다.”
“서울 아파트에 주차장이 여유로운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여기가 역세권이라고요? 역은 여기서 걸어서 20분이 넘는데요.”
“아이고 사모님 이 정도면 역세권이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서울은 다 역세권이겠네요.”
“여기가 리모델링한 곳이라고요? 너무 촌스럽다. 이런 리모델링은 어디서 한 것일까요?”
“주인 부부가 좀 나이가 있어서······.”
“어멋! 아까는 신혼부부라고 그러셨는데?”
“그, 그러니까 나이 많은 신혼부부······.”
중개업자는 땀을 뻘뻘 흘렸다.
“이런 곳 말고요. 리모델링 안 된 곳은 없어요?”
“있긴 한데 디자인이 좀······.”
“뭐 어때요? 우리가 고쳐서 쓰면 되죠. 그렇지 자기?”
“그럼 그 집도 한번 보시겠습니까?”
처음 오상진을 봤을 때 중개업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집을 대충 보는 편이니 비싸게 나온 매물을 팔아먹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박은지가 나타나면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은지 씨. 꼭 부동산 전문가 같아요.”
축 처진 중개인의 뒤를 따르며 오상진이 한마디 했다.
“부동산 업자들은 어떻게든 팔아서 수수료를 챙겨 먹으려고 그래요. 비쌀수록 수수료도 더 많이 가져가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말에 혹하면 안 돼요. 잘못 했다간 호구 소리 들어요.”
“그래요?”
“이렇게 꼬투리 잡아 깐깐하게 나가야 해요. 물론 우리가 살 의지가 있다는 건 확실히 알려주는 편이 좋아요. 그래야 어쩔 수 없이 숨겨 놓았던 매물을 꺼내놓으니까요.”
“아하, 그렇군요.”
“어때요? 저 데려오길 잘했죠?”
박은지가 환하게 웃었다. 오상진 역시 마주 웃어주었다.
“네.”
그렇게 다섯 아파트를 전부 돌고 나서 오상진이 말했다.
“사장님, 고생 많았습니다.”
“고생은요. 그보다 어떻게······ 맘에 드는 곳은 있어요?”
“동생들 학교 때문에 이 근처로 이사 와야 하니까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결정되시면 꼭 저한테 연락 주세요. 아셨죠?”
중계인이 건네준 명함을 받고 오상진과 박은지는 부동산을 나왔다.
점심 무렵부터 집을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참, 이곳 한 곳만 보지 말고 다른 부동산을 통해서 또 알아보세요. 매물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본 집을 다시 보라고요?”
“그래야 중개인들끼리도 경쟁이 붙죠. 그러다 보면 조금 더 싸게 구매할 수도 있고요.”
“그렇겠네요.”
“어쨌든 이제 어떻게 집을 보는지 아시겠죠?”
“네.”
“집은 발품을 팔면 팔수록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상진 씨는 어디가 좋았어요?”
“저는 두 번째 집이요.”
“그래요? 전 거기도 괜찮지만 4번째로 봤던 아파트가 나은 것 같은데······.”
오상진과 박은지는 자연스럽게 근처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막 주문을 하려던 찰나 박은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잠시만요.”
박은지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은지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어쩌죠? 지금 저 급히 들어가 봐야 하는데······.”
“어우, 식사도 못 해서 어떻게 합니까?”
“괜찮아요, 먹은 거로 해요.”
“아니에요. 다음번에 꼭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
“정말이죠? 그럼 꼭 연락 주세요~”
박은지가 손을 흔들며 후다닥 뛰어갔다. 그런 박은지를 보며 오상진은 참 멋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9장 총알 일발 장전!(2)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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