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총알 일발 장전!(1) >
인생 리셋 오 소위! 063화
9장 총알 일발 장전!(1)
1.
월요일 아침.
한국은행 주위로 기자들이 쫙 깔려 있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갔다.
“어? 저기 사람 들어간다.”
기자 한 명이 말했다.
“그런데 너무 태연한데.”
“아닌가?”
“아니겠지.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저렇게 태연할 리가 없지.”
“그런가?”
기자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카메라를 내렸다.
오상진은 마치 은행 업무를 보러 온 듯 번호표를 뽑았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딩동!
“다음 고객님!”
여자 은행원이 말했다. 그때 다가오는 오상진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 저분은······.’
여자 은행원은 오상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쪽지를 건넸던 기억이 생생해서였다.
“고객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여자 은행원이 웃으며 오상진을 맞았다.
오상진 역시 낯이 익은 여자 은행원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은행 업무 보러 오셨어요?”
“아, 네.”
“음, 잠시만요.”
여자 은행원이 대답을 한 후 앞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 후 뒤쪽에 있는 팀장에게 향했다.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더니 팀장이 오상진을 확인했다. 그리고 재빨리 오상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오상진 고객님 되시죠?”
“어? 안녕하세요. 팀장님.”
“앞으로 번거롭게 번호표 안 뽑으셔도 됩니다.”
“네?”
“오상진 고객님은 저희 한국은행 VIP 고객님이시라서요.”
“그렇습니까?”
“일단 자리를 옮기실까요?”
오상진은 팀장을 따라 이동했다. 팀장이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했다.
“다음에 오실 때는 2층으로 바로 올라오세요. 그럼 은행 업무는 알아서 다 처리해 드릴 겁니다. 이곳 VIP실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팀장이 VIP룸에 들어갔다.
“네.”
“들어가시죠.”
오상진이 VIP실에 들어갔다.
“차 드시겠습니까?”
“네. 커피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팀장이 인사를 한 후 나갔다. 오상진은 두 번째 오는 VIP실이었다. 잠시 둘러보고는 앞 소파에 앉았다.
몇 분 후 여자 은행원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그 뒤에 팀장이 다이어리를 들고 나타났다.
“잘 마시겠습니다.”
오상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어떤 업무를 도와드릴까요?”
팀장이 환한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품 안에서 로또 용지를 내밀었다.
팀장은 로또 용지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서, 설마······.”
오상진은 미소로 답을 주었다.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곧바로 확인을 해드리겠습니다.”
설마하니 오상진이 또다시 로또에 당첨될 거라 생각하지 못한 팀장이 다급히 태블릿을 들고 왔다.
“혹시 4회차 이월된 것은 아시죠?”
“네.”
“혹시 이번 회차도 1등이십니까?”
“그건 직접 확인해 보시죠.”
“아, 네에.”
팀장이 조심스럽게 번호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1등 당첨 번호였다.
“헉!”
팀장은 헛바람을 삼켰다. 1회차 때 1등 당첨자가 5회차 때 또 1등에 당첨되어 나타났다. 그것도 4회차 때 이월된 금액이 왔기에 현재 1등 당첨금은 어마어마했다.
“이거 위조는 아니겠죠?”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말이죠. 세상에 이런 행운을 가진 분이 또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니, 아마 평생 없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번호는 또 어떻게 맞추신 건가요?”
“그게······ 꿈에 할아버지께서 나오셨습니다.”
오상진이 멋쩍게 웃으며 둘러댔다.
“할아버지요? 고객님 할아버님께서 고객님을 엄청 좋아하셨나 봅니다. 혹시 묫자리를 좋은 곳에다가 하셨습니까?”
“하하하······.”
팀장은 이것저것 얘기를 했지만 오상진은 그저 웃음으로 무마했다.
“도대체 우리 조상님들은 뭘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에도 통 안 나타나고, 제사도 잘 지내드리는데······.”
팀장의 투덜거림에 오상진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러자 팀장은 자신이 주책이었다는 것을 알고 헛기침을 했다.
“어험! 죄송합니다. 제가 좀 말이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현재 오상진 고객님께서 1등에 당첨되셨습니다. 이에, 수령금액은 세금 공제하고······.”
팀장이 계산기로 두드려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약 55억가량 정도 됩니다.”
“네? 55억? 그렇게나 많습니까?”
“이번에 1, 2, 3회차 때 연속으로 당첨자가 나오고 4회차 때 이월이 되어서요. 갑자기 5회차 때 많은 사람이 로또 복권을 구매했습니다. 이번 회차에만 얼추 150억 원가량 팔린 것 같습니다.”
“많이도 팔렸네요.”
오상진은 내심 놀랐다. 당첨 번호는 똑같지만 확실히 과거 때와는 다른 추세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6회차 때 나눠 먹는 것이 나았으려나?’
기억하기로 6회차 때 한 명이 당첨금을 받아갔다. 만약 오상진이 6회차를 노렸다면 4회차와 5회차 때 이월된 당첨금을 두 명이서 나눠 먹게 되는 것이었다.
‘기억하기로는 혼자서 70억 원 정도 가져갔었지? 만약 이대로 쌓였다면 둘이 나눠도 지금보다 더 많이 가져갔을까?’
불현듯 아쉬움이 들었지만 오상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이걸로 만족해야지.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했어. 그리고 아직 로또 번호도 남아 있고.’
오상진은 깨끗하게 미련을 버렸다.
그때 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첨금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기존 통장에 넣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늘 저희 은행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
“이런 말씀 염치없는 줄 알지만 이왕 이렇게 오신 거 적금 하나 드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적금 말입니까?”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만 저도 고객님을 따로 응대할 핑계 거리가 필요해서요. 오시면서 기자들 보셨죠?”
“네. 오늘도 엄청 왔던데요?”
“눈치 빠른 기자들은 분명 고객님을 눈여겨봤을 겁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작이겠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다음번 로또 당첨금액을 찾을 때 도움을 받으려면 적금을 들어주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네, 뭐 그러시죠. 적금 하나 들게요.”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감사합니다. 곧바로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팀장은 기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부랴부랴 올라왔다.
“혹시 가족 적금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가족분이 직접 오시는 게 아니라면 가족관계 증명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럼 가서 떼어 와야 하나요?”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나중에 따로 팩스로 보내주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도 가능합니까?”
“아이고, 당연합니다. 그렇게 해드려야죠. 원래 VIP 고객님들은 은행에서 알아서 관리해 드립니다. 통장 하나 만든다고 번거롭게 시간 낭비하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오상진을 다른 VIP 고객과 동급으로 대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팀장은 연달아 로또 1등에 당첨된 오상진에게 돈복이 붙었다고 생각했다.
오상진도 팀장의 과한 배려가 싫지 않았다.
“그러면 가족들 이름으로 적금 만들겠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가족 이름으로 적금을 가개설한 후 당첨금을 수령해 밖으로 나왔다. 그때 오상진을 유심히 보던 기자 하나가 팀장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저 사람 누구입니까?”
“우리 지점 우수 고객님!”
“딱 봐도 어려 보이는데······, 무슨 일 한데요.”
“자영업 한다는 소리만 들었어요.”
“그런데 로또 1등 당첨자 아니죠?”
“에이, 무슨 로또 1등입니까. 그리고 저분 지난번에도 왔었어.”
“어!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온 것 같은데.”
그 말을 듣고 팀장이 움찔했다.
“최 기자 눈썰미도 좋네. 그때도 대출 상담으로 온 거야.”
“그래요? 그보다 이번에 1등 당첨자 안 왔어요? 당첨자 있다고 하던데.”
“안 왔어요.”
“설마 지난번처럼 뒤로 빼돌리신 것은 아니죠?”
“에헤이, 최 기자님, 우리가 장사 하루 이틀 합니까? 지난 2회차 때······ 알면서.”
“알죠. 그런데 유독 이번 주는 관심이 더 가지 않습니까. 저번 주가 이월되었고, 첫 이월금을 받아가는 당첨자인데 말이죠.”
“어허, 알았어. 나타나면 내가 귀띔해 줄게.”
“네, 알겠습니다.”
최 기자가 사라지고, 팀장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사이 오상진은 은행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2
로또 당첨금 수령 차 미리 휴가를 얻은 오상진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엄마!”
-무슨 일이니?
“저 지금 집에 가는 길인데 집에 계세요?”
-아니, 지금 병원. 물리치료 중이야. 그런데 집에는 왜?
“저 휴가 나왔거든요.”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일은요. 일 잘한다고 포상 휴가받았어요.”
-그럼 다행이고.
“제가 그리로 갈까요?”
-아니야, 오지 마. 엄마 물리치료 끝나고 최 씨 만나기로 했어.
“최 씨라면······ 전에 같이 일했던 그분요?”
-어, 그래. 만나서 저녁 먹고 들어갈 거니까 정진이하고 상희 저녁 좀 챙겨주렴.
“알겠어요. 그럼 잘 만나고 들어오세요.”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시간도 남는데 뭐하지?”
그때 오상진의 눈으로 번듯하게 솟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왔다.
“그래. 나온 김에 집이나 보자.”
택시에서 내린 오상진은 걸음을 돌려 집 근처 부동산을 찾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집 좀 알아보러 왔습니다.”
“아, 네에. 이쪽으로 앉으세요.”
중개업자가 자리를 안내했다. 박크스 한 병을 꺼내 가져왔다.
“따로 보고 오신 매물이라도 있으세요?”
“따로 본 건 없습니다.”
“그럼 어디 쪽을 보여드릴까요?”
“동강 고등학교 근처에 혹시 아파트 있을까요?”
“동강 고등학교 근처라······. 잠시만요.”
잠시 매물을 확인하던 중개업자가 서류를 내밀며 말했다.
“아, 급매로 하나 나온 것이 있긴 한데······. 혹시 전세? 아니면 월세요?”
“가급적이면 매매하려고 합니다.”
“그래요?”
중개업자가 슬슬 표정이 바뀌었다. 오상진이 젊어 보여서 끽해야 전세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집을 산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평수는 어떻게······. 아니, 방은 몇 개 정도 필요하십니까?”
“방은 3개 이상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3개 이상이요? 혹시 몇 가족이 사시는데요?”
“어머니하고 동생 둘이 살 건데 저도 가끔 집에 들를 거라서요.”
“그럼 최소 방 3개에 화장실은 두 개 있어야겠네요.”
“네.”
“평수는 대략 어느 정도 생각하십니까? 30평대?”
“그 이상도 상관없습니다. 가격만 맞는다면요.”
“대충 시세는 알아보고 오신 거죠?”
“네. 저 이 근처에 삽니다.”
“잠시만요.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요.”
중개업자는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리고 10여 분 후 5개의 매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 9장 총알 일발 장전!(1)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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