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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2화 (62/1,018)

<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7) >

인생 리셋 오 소위! 061화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7)

잠자코 듣고 있던 5중대장이 슬쩍 끼어들었다.

“······?”

“네. 저희끼리 이런 일 있을 때 종종 쓰는 방법인데 족구 한 판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족구? 뜬금없이?”

“네. 그럼 멱살 잡고 싸웁니까? 군인하면 체력 아닙니까. 깔끔하게 족구로 끝내는 거죠.”

“3중대장 족구 좀 하는가 보네.”

“제가 이기면 1소대장이 직접 와서 깍듯하게 사과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3중대 일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3중대장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도 여기서 밀리고 싶지 않았다.

“좋아, 받아들인다. 그런데 말이야. 3중대장 너도 나에게 사과를 해야 해.”

“네? 아니 무슨 일로 말입니까?”

“우리 톡 까놓고 말하자. 지난번 시가전 때 솔직히 우리 1중대 엿 먹이려고 병력들 끌고 온 거 맞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내 짬밥이 얼마인데. 딱 보면 알지. 선수끼리 그러지 말자.”

“······.”

3중대장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5중대장이 나섰다.

“1중대장님 그때 그 사건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넘어가? 넘어가긴 뭘 넘어가. 내가 그때 솔직히 일 키우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지. 막말로 그런 식으로 와버리면 안 당할 사람이 어디 있어? 그래서 난 그 일에 대해 3중대장의 제대로 된 사과를 원해. 어때?”

“네, 알겠습니다.”

3중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뒤로 선수 구성까지 끝내고 난 후 이야기가 끝났다.

“좋아, 그럼 성립이네. 이번 주말에 보자.”

“알겠습니다.”

5중대장이 3중대장을 데리고 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오상진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갑자기 족구라니, 왜 그러셨습니까?”

“안 그럼 두고두고 지랄할 거 아냐. 차라리 이런 식으로라도 마무리 짓는 게 좋아.”

“그럼 족구에는 중대장님이 나가는 겁니까?”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아니, 네가 나가야지.”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나 족구 못해. 완전 개발이야!”

“그런데 왜 승낙을 하셨습니까?”

“아까 말했잖아.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고, 오상진은 그냥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럼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합니까?”

“그것 역시 네가 해야지. 아무튼 간부 한 명에 병사 3명으로 하기로 했으니까. 잘 구성해 봐.”

“저쪽에서 받아들인 겁니까?”

“받아들이긴. 처음에 간부끼리 하자고 하는 거 내가 그렇게는 안 할 거라고 잘라 말했지. 아무튼 내가 일부러 병사로 돌렸으니까 한번 잘 짜봐!”

“역시 우리 형님이십니다.”

“그런데 우리 중대에 잘하는 애들 좀 있냐?”

“이제 천천히 알아봐야죠.”

그렇게 오상진은 경례를 한 후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돌아서는 오상진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족구라······.”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훗, 3중대장님. 종목을 잘못 고르셨습니다.”

오상진이 과거로 돌아오기 전 한 창 로또에 미쳐 살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일확천금의 단꿈에 빠져 있다 보니 군 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당연히 적당히 시간 보낼 거리가 필요했는데 그때 꽂힌 게 바로 족구였다.

당시에는 장교들이나 부사관들 사이에 소소한 내기 족구를 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그러다가 족구를 잘하는 병사들도 알게 되었다. 매번 인원을 맞출 수 없어 용병처럼 차출되던 녀석들을 말이다.

“우리 1중대에 엄청난 녀석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구나.”

오상진의 머릿속이 환해지며 그때 족구 잘했던 녀석들이 새록새록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4소대 수비 하나 기똥차게 잘하는 김우강 일병.

-3소대 안정감 있게 토스하는 손강민 상병.

-4소대 화려한 공격수 발등찍어차기의 달인인 강종인 상병.

2소대에도 괜찮은 선수가 둘 있지만 2소대장과 껄끄러운 관계를 생각했을 때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3소대야 여차하면 중대장님 찬스를 쓰면 될 테고. 그럼 일단 4소대부터 돌아볼까?”

오상진은 씨익 웃으며 4소대 내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한종태 대대장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곽부용 작전장교가 결재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

“대대장님 결재할 서류입니다.”

“그래.”

한종태 대대장이 결재서류를 확인하며 사인을 했다. 그러는 사이 곽부용 대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대장님 혹시 얘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얘기?”

“이번 주말에 1중대와 3중대하고 족구 시합을 한답니다.”

“족구 시합? 근데 뭐, 할 수도 있지.”

한종태 대대장은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곽부용 작전과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제 아침에 회의를 마치고 약간의 트러블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어?”

“네. 그래서 5중대장이 중재를 했는데 족구시합으로 풀자고 했다는 모양입니다.”

“그게 족구를 한다고 풀리나?”

“안 풀린다고 해도 계속 얼굴보고 지내야 하는 사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대외적으로라도 풀긴 풀어야죠.”

“뭐, 그렇게라도 풀라면 해야겠지. 그건 그렇고 솔직히 말해봐. 간부들끼리 내기했지?”

“그게 저······.”

곽부용 작전과정이 주춤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왜 이래, 나도 다 아는데. 얼마짜리야?”

“십만 원씩 걸었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을 하고는 눈치를 봤다. 한종태 대대장이 슬쩍 고민을 했다.

“으음, 십만 원이라······.”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그럼 내 앞으로 백만 원 걸어.”

“네? 백만 원은 너무······.”

곽부용 작전과장이 약간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에이, 백만 원 걸자. 내가 어디 돈 따려고 하나? 그냥 잃어주려고 하는 거지. 그걸로 간부들끼리 회식하고 그러면 좋잖아.”

한종태 대대장은 좋은 뜻에서 큰돈을 거는 것처럼 말했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는 걸 곽부용 작전과장이 모를 리 없었다.

‘그냥 잃어주겠다니. 그걸 어떻게 믿으라고······. 그보다 이렇게 되면 백만 원을 어떻게 채우지?’

곽부용 작전과장이 난감해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한종태 대대장이 불렀다.

“작전과장.”

“네.”

“정보 좀 줘봐. 누가 이길 것 같아?”

‘그럼 그렇지. 절대로 질 팀에 걸지 않지.’

곽부용 작전과장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종태 대대장이 재차 물었다.

“누가 족구 잘해? 정보 좀 달라니까.”

“아, 예에. 3중대장이 족구를 잘합니다.”

“아, 3중대장이? 1중대장은?”

“1중대장은 족구에 소질이 없습니다. 일명 개발이라고 하죠.”

“자식, 딱 보면 잘하게 생겼는데. 그럼 1중대는 누가 나와?”

“듣기로는 1소대장이 나온다고 합니다.”

“뭐? 1소대장이? 그럼 난 3중대에 걸어야겠네.”

“예?”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오상진 그놈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라? 그렇다고 오 소위가 이기라고 응원할 수도 없고······. 난감하네, 난감해. 쯧쯧.”

한종태 대대장이 능청스럽게 떠들어댔다.

때마침 3중대장이 보고차 대대장실에 들어왔다.

“충성.”

“오, 3중대장. 어서 와.”

한종태 대대장의 예상치 못한 환영에 3중대장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래, 무슨 일이야?”

“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봐.”

“지난번 외출에서 사고 친 저희 중대 두 병사 있지 않습니까. 저희 중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렸습니다. 징계 내용은 3달간 외박, 외출 금지에 외박 2회 박탈입니다. 이상입니다.”

“그래? 잘했네. 그건 그렇고 족구 시합한다면서?”

“네? 아, 예.”

“잘해, 꼭 이겨. 나 3중대장에게 걸었어.”

“저, 저에게 말입니까? 아, 알겠습니다.”

3중대장은 당황하며 급히 말했다. 그리고 대대장실을 나온 3중대장은 인상을 썼다.

“나에게 걸었다고? 그럼 무조건 이기라는 거잖아. X발. 이렇게 된 거 오늘부터 훈련이다.”

3중대장이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토요일 경기 당일이 되었다. 3중대장은 자신들이 뽑은 장병 셋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잘 들어라. 오늘 대대장님께서 지켜보신다.”

“네? 대대장님께서 말입니까?”

“그래. 우리에게 돈을 거셨다고 한다.”

“저, 저희들에게 말입니까? 그럼 저희들이 지면······.”

“그걸 내 입으로 꼭 말해야겠냐? 아무튼 우리가 절대 질 리가 없어. 나에게 공을 보내! 그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알았냐?”

“네!”

“네, 알겠습니다.”

한편, 오상진 팀도 모였다.

“저희 작전은 뭐니까?”

“우리 작전? 아주 간단해. 1세트는 예의상 준다. 그리고 2, 3세트를 내리 따내서 역전승한다. 어때? 쉽지?”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날 믿어. 그리고 3중대 이야기 들어보니까 3중대장 위주로 전술을 짰더라. 3중대장이 족구의 신이라고 하지만 혼자서 우리 넷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어? 그러니까 1세트 때 폭주하게 내버려 두자고.”

“결국 체력적으로 지칠 테니 후반에 그 틈을 이용하자는 말씀이시죠?”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1세트는 너그럽게 접대해 드리자. 그래야 우리가 이겨도 다른 말 안 나올 테니까.”

“그럼 저희는 그냥 연습한 대로 갑니까?”

“아니. 1세트 때는 내가 공격수로 나간다. 1세트는 줘도 되니까 상대의 공격 루트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자. 그리고 2세트부터는 원래 연습했던 대로 가고.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몇 번 말 했지만 분명 저쪽에서 날 집중적으로 공략할 거야. 그러니 우강이가 내 뒤에서 수비 커버를 확실하게 해 줘야 해.”

“네.”

“그리고 공격할 때는 나 빼고 너희 세 명이 다해. 난 주로 미끼가 될 테니까.”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우리의 목적은 승리다. 괜히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야. 다만 아주 가끔씩 내게도 공격할 기회를 줘. 그래야 미끼 노릇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아참, 게임하기 전에 이 말을 해 줬어야 하는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오늘 아침에 중대장님으로부터 결재가 떨어졌다. 너희들이 이기든 지든 외박증은 줄 거야.”

그 소리에 세 장병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단, 이기면 외박증과 외박 나갈 때 일 인당 30만 원의 보너스까지 챙겨줄게.”

“와? 정말입니까?”

“정말이다. 이 소대장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이거 전의가 활활 타오릅니다.”

“이번에 무조건 이깁니다.”

세 명의 눈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족구가 시작되었다. 1중대와 3중대의 응원전도 대단했다.

“1중대 이겨라! 1중대 이겨라!”

“3중대! 부숴 버려! 3중대! 부숴 버려!”

우렁찬 응원 소리가 고조될수록 경기장의 열기 역시 점점 뜨거워졌다.

선축은 오상진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삐익!

15점 3세트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꽂히는 3중대의 날카로운 공격에 오상진팀은 내리 5점을 내줘야 했다. 덕분에 3중대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고, 1중대의 기세는 축 처졌다.

“와! 5 대 0이야?”

“3중대장 완전 날아다니네.”

“이거 3중대가 이겼다.”

역시 오상진의 예상대로 집중적으로 공격이 퍼부어졌다. 오상진도 최선을 다해 막으려 노력했지만 워낙에 공격이 날카로워 제대로 발을 대지 못했다.

그렇게 1세트는 15 대 4로 끝이 났다.

하지만 오상진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자, 우강아 어때? 대충 파악 끝났어?”

“네.”

그러곤 오상진의 시선이 강종인에게 향했다.

“종인이는 한 판 신나게 뛸 준비 됐어?”

“물론입니다. 아까부터 다리가 근질근질거렸습니다.”

“오케이. 그럼 작전대로 가자!”

“네!”

작전타임이 끝나고 1중대의 포지션이 달라졌다.

<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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