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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0화 (60/1,018)

<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5) >

인생 리셋 오 소위! 059화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5)

“너 노트북 같은 거 안 필요하냐?”

“노트북? 집에 있잖아.”

“야, 그거 내가 육사 입학 때 엄마가 사준 거잖아.”

“뭐 어때. 잘만 돌아가면 되지.”

“그게? 속도 엄청 느릴 텐데······.”

“괜찮아, 잠깐 공부할 때 쓰는 건데 뭐

“아니야, 어차피 형도 노트북 하나 필요하거든. 밥 먹고 가는 길에 하나 보자. 너 컴퓨터는 볼 줄 알지?”

“됐다니까, 나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해.”

“야, 인마. 누가 너 사준대? 내가 필요하다고! 내 노트북 살 거야.”

“아, 그래? 알았어.”

오정진이 고개를 숙이며 고기 먹는 것에 집중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엄마, 오정진, 오상희를 한 번씩 바라봤다.

‘참, 그 옛날에는 왜 이런 자리 한 번을 마련하지 못했을까? 소고기가 아니라도 좋았는데. 돼지갈비라도 이렇듯 가족끼리 모여 밥 한 끼 하는 것도 좋았는데······.’

옛날 일을 떠올리니 가족들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자주 이런 자리를 만들자. 그럼 되는 거야. 그러면.’

어머니가 싸 주신 쌈을 냉큼 받아먹으며 오상진은 그렇게 결심을 했다.

7

오상진과 가족들은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근처에 있는 전자제품 대리점에 들렸다.

“네, 어서 오십시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네에. 노트북 좀 보려고요.”

“아, 이쪽으로 오시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노트북 매장으로 향했다. 각 진열대에는 여러 대의 노트북이 있었다.

종업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양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십니까?”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현재 나와 있는 것 중에 최고사양으로 보여주세요.”

“아, 최고사양 말입니까? 그럼 S전자에서 나온 이 노트북을 추천드립니다. 이 노트북으로 말씀드리면 인텔 프로세서······.”

종업원이 노트북 사양에 대해서 설명을 쭉 늘어놓았다. 오상진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오정진을 툭 쳤다.

“어때? 괜찮아?”

“음, 펜티움3에 램이 256, 그래픽도 괜찮고. 좋네.”

“그래? 알았어. 이거 두 개 주세요.”

종업원이 깜짝 놀랐다.

“네? 두 개 말씀입니까?”

“네. 두 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은 신이 난 얼굴로 오상진을 안내했다. 그렇게 노트북 두 개를 사서 하나를 오정진에게 내밀었다.

“공부 더 열심히 하라고 사주는 거니까 잘 사용해. 미안하면 나중에 잘 되어서 백배로 갚고.”

“고마워, 형.”

별 기대하지 않고 따라왔던 오정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 반면 오상희는 입이 댓 발 나와 있었다.

“흥칫뽕이다! 나는 왜 안 사줘? 큰 오빠. 나는 왜 안 물어보냐고.”

“너 어차피 노트북 사줘 봤자 공부 안 하잖아.”

“와. 큰 오빠 차별 쩐다!”

그러자 오정진이 입을 열었다.

“정 필요하면 이거 같이 써. 빌려줄게.”

“됐거든!”

그러면서 신순애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쳤다.

“엄마, 큰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게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랬어.”

“엄마까지 왜 그래애~!”

오상희가 투덜거렸다.

“됐어, 나 집에 갈 거야.”

그러면서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오상희!”

“아, 왜!”

“너 지금 가면 핸드폰 없다.”

순간 오상희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뭐?”

“너는 노트북 사줘 봤자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최신형 핸드폰을 사줄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는데······. 싫어?”

오상희의 표정이 순간 환하게 밝아졌다. 곧바로 오상진에게 달려와 팔짱을 꼈다.

“오라버니,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큰 오라버니!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오상희는 큰 눈을 끔뻑거리며 애교를 떨어댔다. 하지만 그게 가족인 오상진에게 통할 리 없었다.

“놔라, 셋 셀 동안 안 놓으면 최신 휴대폰 없다. 하나, 둘······.”

오상희가 곧바로 손을 놓으며 웃었다.

“헤헷. 오빠 얼른 가자!”

8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정진과 오상희는 각자의 영역으로 흩어졌다.

오정진은 새 노트북에 프로그램을 깐다며 정신이 팔렸고 오상희는 최신형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느라 바빴다.

“자식들 그리 좋냐.”

오상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옆으로 신순애가 다가와 앉았다.

“그런데 상진아. 이렇게 돈 써도 괜찮은 거야?”

“엄마, 괜찮아요. 아직 돈 많이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것보다 엄마. 재활 기간 끝나면 같이 가게 한번 알아봐요.”

“정말 가게 차려주게?”

“왜요? 자신 없어요?”

“식당을 자신감으로 하니? 맛으로 하는 거지.”

“에이, 엄마 음식 솜씨는 제가 보증하는데요, 뭘. 거기다 식당 일만 10년 넘게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기왕이면 엄마 가게 하나 차려서 했으면 좋겠어요.”

오상진은 어머니인 신순애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매달 월급 꼬박꼬박 가져다준다고 해도 아직 젊은데 아들에게 폐 끼칠 수 없다며 몰래 일을 다닐 게 뻔했다.

그러느니 차라리 어머니 앞으로 편히 일할 수 있는 식당을 차려주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알았다.”

“대신에 엄마 재활 열심히 다녀야 해요. 빼먹고 그러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사장이 또 연락하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알았어.”

“저 몰래 상대해 주지 마시고요. 내가 딱 보니 그 사람이랑 엮여서 좋은 꼴 못 봐요. 꼭 저에게 말씀하세요.”

“그래. 알았다.”

신순애에게 신신당부한 오상진은 저녁을 먹고 부대에 복귀했다.

“어디 보자.”

새로 산 노트북을 켜고 잠깐 잊고 있었던 로또를 검색했다. 기사에 나온 당첨 번호는 오상진이 알고 있는 4회차 번호가 맞았다. 당첨자는 나오지 않았고, 첫 이월이 발생했다.

“역시······.”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노트북을 닫았다. 4회차가 이월됐다는 건 계속해서 과거처럼 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 이렇게 된 거 5회차 때 크게 털어먹자.”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기가 무섭게 오상진은 관사를 나섰다.

지난번에 로또를 구매한 판매점은 1회차 1등자가 나왔다는 플래카드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이 붐볐다. 괜히 그곳에 갔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골치 아플 터. 그래서 아예 부대 근처에 새로 생긴 로또 판매점으로 향했다.

“로또 한 장 주세요.”

오상진이 마킹을 끝낸 로또 용지를 건넸다.

그러자 판매점 사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한 장만 사시게요? 에이, 그러지 말고 10장 사요.”

“10장 말입니까?”

“네. 어제 봤겠지만 4회차 때 당첨자가 안 나왔어요. 이월되었다는 거죠. 그럼 이번 회차 때 1등 당첨금이 얼마일지 상상해 보세요.”

판매점 사장이 그럴듯한 말로 오상진을 꼬드겼다. 하지만 오상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한 장만 할게요.”

“나중에 후회한다니까요?”

“괜찮습니다. 취미로 하는 거라서요.”

“그래요, 그럼.”

판매점 사장이 한 장을 뽑아서 건넸다. 오상진은 그것을 받아서 잘 챙겼다.

“그럼 수고하세요.”

오상진이 판매점을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상진은 5회차 때 사서 독식을 하느냐, 아니면 6회차 때 사서 나눠 먹기를 하냐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서울 집값이 만만치가 않았다. 오정진의 학교와 가까운 곳의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니 새로 입주하려고 했던 아파트보다 3억 이상 비싸게 형성되어 있었다.

아파트 대금에 어머니 가게까지 차린다면 통장 잔고가 빠듯할 터.

그래서 오상진은 5회차를 노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4회차가 이월됐으니 5회차 때 엄청 사겠지? 어쩌면 과거보다 당첨금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어.”

오상진이 로또 용지를 손에 쥐고 피식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하나는 과거로 돌아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게다가 로또 1등 번호를 줄줄 외웠던 것도 신의 한 수였어.”

오상진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거리를 걸어갔다.

“그런데 뭘 먹지? 기왕 나왔으니까 뭐라도 먹고 가야 할 거 같은데.”

오상진이 식당을 찾아 걸어가는데 뭔가 소란스러움이 들려왔다. 길가에 여자 한 명이 남자 세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남자들의 복장이 눈에 거슬렸다.

군복.

이 근처에 군복을 입는 사람이라면 충성대대 소속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슨 일이지?”

오상진이 발걸음을 돌려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여자는 남자들에게 성질을 부렸다.

“저리 꺼지라고 했지?”

“꺼져? 이 아가씨 말을 막 하네. 꺼지라니?”

“당장 안 꺼지면 경찰 부른다! 너희들 다 콩밥 먹고 싶어?”

여자도 한 성격 했지만 남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어휴. 불러요. 불러. 그런데 먼저 팔로 밀친 건 그쪽이거든요?”

“너희들이 귀찮게 집적거렸잖아!”

“이 아줌마 웃기네? 먼저 째려본 건 기억 안 나나 봐?”

“그냥 좀 쳐다본 거 가지고 엄청 생색내기는. 안 그냐?”

“아니, 그럴 거면 저렇게 입고 다니질 말든가.”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는지 서로 비아냥거리며 여자를 자극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러자 남자 중 한 명이 위협하듯 한마디 했다.

“별일 아닙니다. 그냥 가십시오.”

하지만 오상진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세 명의 남자 모두 군을 나온 충성부대 소속이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너희 충성부대 소속이야?”

“어?”

“······.”

세 명의 군인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충성부대 1중대 1소대장이다. 너희 뭐하는 거지?”

뒤늦게 상병 하나가 오상진을 알아보고 당황하며 곧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오상진이 대충 경례를 받아준 후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

세 명의 군인은 난감해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오상진 뒤에 서 있던 아가씨가 나섰다.

“당신이 이 사람들 상관이에요?”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오상진이 답하기도 전에 바로 쏘아붙였다.

“애들 교육 똑바로 시키세요.”

오상진은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군인이 민간인과 싸우는 것은 결코 좋지 않은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 녀석들 상관인데 제가 병사들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상진이 군말 없이 사과하자 여자가 살짝 당황했다. 너무나도 정중한 모습에 계속해서 화를 낼 수조차 없었다.

물론 오상진도 사과만 하고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무슨 일이신지 혹시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곳에 오빠 만나러 왔다가 지나가는 길인데 이 사람들이 길을 가로막고 절 희롱하잖아요.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간 되면 놀자고 그러고.”

오상진이 가만히 듣고는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보았다.

“이 아가씨 말이 사실이야?”

“어, 그게······.”

세 녀석은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것만 봐도 이 녀석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똑바로 대답하지 못해!”

오상진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상병이 나서서 말했다.

<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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