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3) >
인생 리셋 오 소위! 057화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3)
-로또 열풍!
-판매량이 3회차 때 비하여 세 배나 급증!
-로또, 때아닌 호황!
오상진은 뉴스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4회차와 5회차 땐 당첨자가 없었는데······ 설마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
원래라면 4회차와 5회차 때 쌓인 판매 금액은 6회차 때 터졌다.
기억으론 그때 1등 당첨자가 가져간 금액이 70억 정도.
세금을 떼더라도 40억 이상을 수령한 셈이었다.
그래서 6회차 때 추가로 1등을 노릴 생각이었다.
70억의 당첨금액을 두 명이서 나눠 가진다 해도 35억.
그래도 20억 이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판매 열풍이 분다면 6회차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다음 주까지 지켜보고 결정하자. 로또 번호가 어디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내일이 엄마 퇴원이네.’
달력에 처진 빨간색 동그라미를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부대 일로 바쁘다고 제대로 얼굴조차 비치지 못했으니 내일만큼은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았다.
4
헌병대 영창에 감금된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은 서로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상을 쓸 뿐이었다.
“야, 강상식 너 많이 컸다. 내 뒤통수도 칠 줄 알고?”
“흥! 지랄하네.”
“뭐, 새끼야? 지랄?”
최용수 병장이 눈을 부라렸다. 강상식 상병은 여전히 콧방귀를 꼈다.
“훗, 어이가 없네. 누가 먼저 뒤통수를 쳤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최용수, 여기서도 네가 병장 대우받을 수 있을 줄 알았냐? 나이도 동갑인 게······.”
“야, 뒤지고 싶냐?”
“그래, 새끼야. 어디 한번 죽여봐. 그리고 너, 사람 죽여본 적이나 있냐?”
“뭐?”
순간 당황한 최용수 병장이었다. 강상식 상병이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그냥 입 닥치고 조용히 있어. 진짜 뒤지고 싶지 않으면. 그리고 너 밖에서 내 눈에 띄지 마라. 진짜 죽여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알았냐?”
“이, 이 새끼가······.”
“지금 내가 봐줄 때 얌전히 있어라. 내 마지막 경고다.”
강상식 상병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최용수 병장은 순간 움찔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
“훗, 새끼 쫄기는······.”
“야, 강상식!”
그때 헌병대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떠들지 않습니다.”
최용수 병장은 두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내무반을 벗어난 강상식 상병은 더 이상 최용수 병장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한편 이호준 하사는 상납금을 받았다는 죄가 인정되어 보직 해임되어 대기 조치 처분을 받았다.
이호준 하사가 나간 자리에 곧바로 새로운 부사관이 들어왔다.
“충성, 새롭게 1소대 부소대장으로 온 박중근 하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상진이 흐뭇한 얼굴로 박중근 하사를 바라보았다. 건장한 체격을 보니 운동깨나 한 것 같았다.
“제가 1소대장 오상진 소위입니다.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박중근 하사는 병사를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부사관에 지원해서 군인이 된 케이스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호준 하사와는 느낌이 달랐다.
부사관이라기보다는 장교 같다고나 할까. 행동 역시도 빠릿빠릿하고, 슬렁슬렁 넘기는 법이 없었다.
“자, 1소대로 가시죠.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움직였다. 1소대 내무실에 들어가자 김대식 병장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1소대 작업 준비 중.”
“오오, 그래. 고생이 많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너희들에게 새로운 부소대장을 소개할까 한다. 박중근 하사다.”
오상진이 살짝 옆으로 비켜주자 박중근 하사가 앞으로 나섰다.
“박중근 하사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박중근 하사는 짧고 굵게 자신을 소개하고 끝냈다. 오상진이 잠깐 기다렸지만 박중근 하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끝났습니까?”
“네.”
“아, 네에······.”
오상진이 피식 웃고는 김대식 병장을 불렀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이번에 1소대 분대장을 맡게 된 김대식 병장입니다.”
오상진이 박중근 하사를 보며 말했다. 박중근 하사가 김대식 병장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우리 서로 잘해보자.”
“네.”
“그래, 그럼 작업 준비 중이라고 했지? 오늘 어디로 가냐?”
오상진의 물음에 김대식 병장이 곧바로 답했다.
“사격장으로 가는 배수로 작업입니다.”
“지난겨울에 떨어진 낙엽이 엄청 쌓였을 테니까 여름에 물난리 안 나려면 깨끗이 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들 해라. 가시죠. 다른 소대장들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내무실을 나가려 할 때 김대식 병장이 불렀다.
“소대장님.”
“응, 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그때 눈치 빠른 박중근 하사가 바로 말했다.
“전 행정실에 먼저 가 있겠습니다.”
“아, 네에.”
박중근 하사가 내무실을 나가고 오상진은 김대식 병장을 보았다.
“말해.”
“저 그런데 최용수 병장은······.”
“최용수 병장은 강상식 상병과 함께 헌병대에 있다. 둘 다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못할 거야. 최용수 병장이야 제대가 멀지 않았고 강상식 상병은 아마도 다른 곳으로 전출 가겠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가 애들 관리 좀 잘해.”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내무실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소리에 소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중에서도 김우진 상병과 최우식 상병의 얼굴이 특히나 좋아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에게 쌓인 게 많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대식아. 저 두 녀석은 네 말 잘 듣니?”
김대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낮은 목소리 말했다.
“강상식 상병이 없으니까 지금은 얌전한 상태입니다.”
“힘들겠지만 네가 신경 좀 써라.”
“알겠습니다.”
“참, 너 제대 하려면 4달쯤 남았나?”
“네.”
“제대하기 전에 쟤들 사람 좀 만들어주고.”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내무실을 나가려다가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김대식 병장에게만 모든 걸 맡기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상병과 최 상병은 나 따라 잠깐 행정반으로 올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가고 곧바로 김우진 상병과 최우식 상병이 뒤를 따랐다.
“너희들 최 병장이랑 강 상병 어떻게 됐는지 알지?”
“네.”
“좋아, 이제 다시 묻겠다. 소대장에게 할 말 없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강상식 상병은 이미 남이나 다름없었다.
“나에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네 밑에 있는 후임병들에게 미안해해라. 군대라는 곳에 워낙에 폐쇄적인 곳이기도 하고, 군기가 필요한 곳인 건 맞아. 그래도 괴롭힘과 군기 잡는 것은 엄연히 다른 거야.”
“······.”
“······.”
두 사람은 말없이 오상진이 하는 말을 들었다.
“김대식 병장이 제대하면 너희 둘이 최고참인 거 알고 있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선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강상식 상병처럼 가혹 행위를 하라는 건 아냐. 군기는 필요하지만 혹시라도 후임병들이 말을 듣지 않으며 나에게 말해. 내가 확실하게 교육시킬 테니까. 강상식 상병처럼 구타를 하거나, 최용수 병장처럼 뒤에서 사주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알았냐!”
원래 소대장은 내무실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 내무실 군기는 선임병을 통해 관리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의 일이 있었던 만큼 당분간 오상진이 체계를 잡을 생각이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알았다. 이만 가 봐.”
“충성.”
김우진 상병이 대표로 경례하고 행정반을 나왔다. 당연하게도 김우진 상병과 최우식 상병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우진아.”
“응?”
“소대장 너무 오지랖이 넓지 않냐?”
“그렇긴 해. 그냥 우리가 알아서 두면 좋은데······.”
“그래도 맘은 편하긴 하다.”
“나도 그래. 솔직히 최 병장이랑 강 상병이 다 헌병대 가고 나서 우리한테까지 불똥 떨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불똥은. 솔직히 우리가 가혹 행위에 가담한 건 아니잖아.”
“대신 못 본 척했지. 같이 분위기 잡기도 했고. 애들은 우리도 엄청 미울 거야.”
“그렇게 따지고 보니 소대장이 틀린 말 한 건 없네. 우리 이제 애들한테 잘하자.”
“잘해야지. 그래.”
두 사람은 씁쓸하게 웃으며 내무실로 들어갔다.
그러다 김우진 상병이 손주영 이병과 눈이 마주쳤다.
“야, 손주영.”
“이병 손주영!”
손주영 이병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관등성명을 댔다.
“너······ 밥 먹었어?”
“네. 먹었습니다!”
“많이 먹었어?”
“네, 넵!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 밥은 꼭 챙겨 먹고. 뭐,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자식, 긴장하지 마.”
김우진 상병이 등을 토닥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대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손뼉을 쳤다.
짝짝!
“자자, 어서 서두르자. 오늘 중으로 배수로 작업 끝내야 한다.”
“네.”
“네, 알겠습니다.”
“해진이는 애들 데리고 창고에 가서 삽이랑 도구 좀 챙겨오고.”
“일병 이해진.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은 손주영 이병과 노현래 이병, 조영일 일병을 데리고 창고로 갔다. 나머지 인원은 밖으로 나갔다.
5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관사를 나섰다.
오늘은 어머니 신순애가 퇴원하는 날이었다.
택시를 잡으려고 도롯가로 나가는데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는 도우미 아줌마였다.
“네, 아주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뭐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오늘 어머니 친구분 오늘 오시기로 했어요?
“아뇨, 전 그런 말 못 들었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친구분이 오셨다고 저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시는데······. 그런데 어머니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말이에요.
“아,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 지금 택시 타고 출발합니다. 40분 정도 걸릴 겁니다.”
-네.
오상진은 서둘러 택시를 탔다.
그 시각.
신순애는 살짝 어이없는 얼굴로 문 입구에 서 있는 왕국밥 사장 박정자를 보았다.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박정자는 실실 웃으며 다가왔다.
“신 씨······. 왜 그래. 우리가 못 볼 사이도 아닌데.”
박정자는 손에 들고 온 음료수 상자를 내려놓았다.
“제가 사장님께 어디 병원에 입원했는지 말했나요?”
“에이, 왜 그래. 사장이 되어서 병문안 올 수도 있지.”
“이제 제 사장님은 아니죠.”
신순애는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순간 박정자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다시 활짝 웃으며 딴말을 했다.
“그런데······ 병실을 1인실을 사용하네. 아들이 돈을 많이 버나 봐.”
“네, 우리 아들 돈 많이 벌어요.”
“에이, 군인 월급이야 뻔하지 않아?”
“······.”
신순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더 말했다간 홧김에 로또에 당첨됐다는 말까지 할 것 같았다.
박정자가 헛기침을 한 번 내뱉고는 슬슬 얘기를 꺼냈다.
“신 씨 그동안 내가 미안했어. 자, 이거 받아요.”
박정자는 가방에서 묵직한 돈 봉투를 꺼내 주었다.
“이게 뭐죠?”
<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3)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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