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2) >
인생 리셋 오 소위! 056화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2)
2.
[단독] 모 군부대 구타사건 발생. 대한민국 군대 이래도 되는가?
군대 내 가혹 행위 무마하기 위해서 뒷돈 거래까지 포착.
현 시의원 사모가 직접 소대장에게 금품 전달하는 걸 기자가 직접 목격.
곽부용 작전과장이 아침 일찍 대대장실을 찾았다.
“대대장님, 이 기사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기사인데?”
“일단 한번 보시죠. 저희 부대 기사인 것 같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기사를 확인했다. 그러다 기사 속 내용이 자신이 아는 사건과 같다는 걸 알아채고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신경질적으로 탁자에 내려놓았다.
탁!
“어떻게 합니까?”
곽부용 작전과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이렇게 기사까지 났는데. 젠장할.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이제 곧 헌병대 쪽에서 조사를 시작할 모양인데······ 계속 가는 겁니까?”
“가긴 뭘 가? 걸릴 게 뻔한데, 다 같이 죽겠다는 거야?”
“그렇다면 빠지는 겁니까?”
“당연히 이쯤에서 발 빼야지. 우리가 뭐 오 회장에게서 받아먹은 것이 있어? 그냥 김 소장하고 밥 한 끼 먹은 것이 다인데.”
“아, 그렇긴 합니다만······.”
한종태 대대장이 곽부용 작전과장을 노려봤다.
“뭐야? 나 몰래 뭐라도 받은 것이 있어?”
“아, 아닙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뭐라도 받아먹은 것이 있으면 돌려줘. 그리고 이번 일에서 깨끗이 손 떼!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대장실을 나가고 홀로 남은 한종태 대대장은 뉴스를 다시 확인했다.
“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어디서 뭔 일이 생긴 거야? 가만 보자, 소대장? 소대장이라면······. 오상진!”
한종태 대대장이 눈을 부릅떴다.
“이 새끼가 또 어디서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아무튼 이 새끼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래, 오상진 어디 두고 보자, 나한테 뭔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부터 조진다.”
한종태 대대장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압력을 행사하던 한종태 대대장이 빠지면서 일 처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헌병대에서도 오상진에게 연락이 왔다.
“네, 오상진 소위입니다.”
-나 헌병대 임 소령이야.
“충성.”
-허허, 오늘 아침에 인터넷으로 뉴스를 봤네. 그거 오 소위 작품인가?
임규태 소령은 오상진을 돕기로 하면서 말을 놓았다. 따지고 보면 임규태 소령은 오상진에게 있어서 육사 선배였다.
“제 작품이라기보다는 아는 기자님이 있어서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어쨌거나 재주도 좋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어?
임규태 소령의 칭찬에 오상진은 멋쩍게 대답했다.
“그냥 최용수 어머니가 피해자를 돈으로 사주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저를 돈으로 사주할 것 같아서 준비를 좀 했습니다.”
-잘했어. 덕분에 나도 일 처리가 쉬워졌어.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 좀 꼬일 뻔했거든.
“네?”
-최용수 병장 집안에 퇴역한 김 소장이라고 그분이 개입되어 있어서 말이야. 조금 껄끄러웠거든.
“그랬습니까?”
-그래. 그쪽 파벌의 입김이 좀 세. 그래서 내가 좀 많이 곤란했거든. 막말로 일이 잘못되어서 자기네들을 걸고넘어지면 큰일이잖아. 아무래도 겁이 났던 모양이야. 윗선에서 압력이 좀 심하게 내려왔어. 그런데 이렇게 기사가 터지고 나니까, 나도 할 말이 생겼지. 아무튼 덕분에 일 처리 쉽게 끝날 것 같아.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그럼 이번 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 마. 속전속결로 끝낼 거니까. 저쪽도 더 이상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빨리 끝낼 거야.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래, 일 끝나고 언제 한 번 술이나 한잔하자.
“네. 제가 사겠습니다.”
-뭐로?
“삼겹에 소주?”
-하하하. 알았다. 수고.
“충성, 수고하십시오.”
그다음 날부터 헌병대에서 조사가 내려왔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헌병대로 불려갔고, 그곳에서 곧바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확실해? 네가 한 짓이 아니야?”
“네, 아닙니다.”
“이 자식이 이렇게 증거가 명확한데도 발뺌이야?”
“······.”
최용수 병장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반면 강상식 상병은 고분고분 전부 얘기를 했다.
“그래? 최용수 병장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물론 저는 죽도록 싫었습니다. 하지만 고참이 까라면 까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했다?”
“네.”
“그리고 말 들어보니 애들 돈도 빼앗았던데.”
“아, 그건······.”
“인마, 이미 다 나왔는데 입을 다문다고 뭐가 달라져? 그건 네 짓이야?”
“아, 아닙니다! 사실 그 돈은 최용수 병장하고 저희 부소대장이신 이호준 하사가 시켜서 한 일입니다.”
“뭐?”
강상식 상병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이호준 하사를 끌어들였다.
“자세히 말해봐.”
“그러니까 이호준 하사가 자기에게 매달 돈을 상납하라고 했습니다.”
“진짜야?”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일단 이 부분은 따로 확인을 하면 되니까. 다른 것은?”
강상식 상병은 그 외의 다른 것들도 순순히 다 말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한 이유는 최용수 병장이 시켰기 때문이라며 잡아뗐다.
강상식 상병이 자신의 편을 들 거라 확신했던 두 상병도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 최용수 병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 맞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어느 정도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 둘 다 한통속입니다.”
이호준 하사도 조사를 피하지 못했다.
“이호준 하사. 강상식 상병이 준 돈을 받은 적이 있어?”
“네. 하지만······.”
“하지만 뭐?”
“그거 사실 나눠 먹었습니다.”
“나눠 먹어?”
“네. 저뿐만 아니라 주임원사하고 다른 부사관들하고······.”
“혼자 먹은 건 아니다?”
“네.”
“그래서?”
“예?”
“그래서 어쨌다고?”
“저 말고도 다 같이······.”
“그러니까, 뭐? 그 사람들한테 다 네가 애들 삥 뜯었던 돈으로 사 드리는 거라고 말했어? 그걸 다 알고 그 사람들이 받은 거야?”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사람들은 모르고, 넌 알고 있고. 그럼 네가 먹은 거잖아.”
“아니,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야? 왜? 내가 다른 사람들 걸고넘어지면 조용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면 네가 말한 사람들 전부 불러줄까? 삼자대면이라도 할래?”
“아, 아닙니다.”
“이 새끼가, 누구 앞이라고 잔머리를 굴려? 너 지금 엿 된 거야. 그러니까 똑바로 말해. 알았어?”
조사관의 압박에 이호준 하사도 냉큼 변명을 바꿨다.
“네. 제가 받은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돈이 어떤 돈인지는 모르고 받은 겁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거짓말 아닙니다. 전 정말 처음에는 모르고 받았습니다.”
“웃기네. 인마, 강상식 상병이 이미 다 불었어. 네가 상납하라고 해서 한 거라고.”
순간 이호준 하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네? 강 상병이 말입니까? 그 녀석이 왜?”
이호준 하사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조사관님, 저 진짜 그런 거 아닙니다. 돈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것은 차차 알아보면 될 일이고. 아무튼 각오하고 있어.”
“저, 정말 억울합니다.”
이호준 하사가 목 놓아 외쳤지만 조사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쨌든 강상식 상병이 자신의 죄를 낮추기 위해 이호준 하사 끌어들이기는 성공한 셈이 되었다.
3.
행정반에는 4소대장과 오상진이 앉아 있었다. 2소대장과 3소대장은 볼일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4소대장이 약간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저 진짜 놀랐지 말입니다. 이 하사 그렇게 안 봤는데······. 역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오상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뒤늦게 알고 실망했습니다.”
“아, 1소대장님도 몰랐습니까? 하긴, 솔직히 말해서 부소대장이 우리 같은 신입 소대장들을 제대로 소대장 대접해 줍니까? 자기들끼리 뒤에서 웃고 떠들고 비웃고 그렇죠.”
4소대장도 초반에 짬밥이 안 된다는 이유로 병장들이나 부사관들에게 무시를 당해왔다.
물론 지금은 그 병장들이 모두 제대를 해서 괜찮지만 그전에는 살살해 달라고 따로 부탁을 할 정도였다.
그 시절 생각이 나는지 4소대장은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아,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아무튼 병장 새끼들이 대가리만 커서는······.”
“그래도 병장들하고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그들이 움직여줘야 밑에 애들을 다루기 쉬워집니다.”
“제가 뼈저리게 느꼈지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4소대장도 소대 관리에 힘을 좀 더 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좀 더 일찍 나섰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오상진이 안타까운 마음에 입을 열었다. 만약 소대장으로 처음 부임하던 시절로 돌아왔다면? 적어도 몇 가지 사고들은 사전에 예비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4소대장은 쉽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그것도 한계가 있죠. 소대장이 나서서 한다고 해서 부대 가혹 행위가 안 생기면 그게 어디 군대입니까?”
오상진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4소대장이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넌지시 말했다.
“참, 1소대장님 로또 사셨습니까?”
4소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로또······ 말입니까?”
“그런데 요새 로또 난리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도 좀 사 봤습니다.”
“아, 네에······.”
“참! 이거 진짜 고급 정보인데 말입니다. 제가 1회차 1등 당첨자가 나왔던 판매점에 아저씨에게 몰래 물어봤지 말입니다. 1등 당첨자가 누구냐고 말입니다.”
“그, 그래서요?”
“그런데 모르겠답니다. 다만 군복을 입은 사람이 많이 사 갔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합니다. 느낌상 군인 같다는데······ 혹시 압니까, 내가 1등 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네, 꼭 그렇게 되길 빕니다.”
“그러지 말고 1소대장님도 같이 하시지 말입니다.”
“저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에이. 이거 이상한 거 아닙니다. 3회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꼬박꼬박 1등 당첨자도 나왔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로또 판매 금액이 어마어마해서 당첨만 되면 수십억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진짜 내가 당첨만 되면 제일 먼저 차를 사고, 아. 강남에 집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그다음은 뭐 하지? 해외여행이라도 갈까?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하하.”
“아무튼 같이하시죠. 당첨되면 서로 반씩 가르는 거로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4소대장의 끈질긴 권유에 오상진은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렇다고 10회차까지 로또 번호를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그렇고 벌써 4회차라니. 시간 참 빨리도 가네.’
오상진은 핸드폰으로 로또 기사를 검색했다.
1회차 당첨금을 수령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회차 판매가 진행 중에 있었다.
< 8장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2)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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