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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3화 (53/1,018)

< 7장 인생은 실전이다(8) >

인생 리셋 오 소위! 052화

7장 인생은 실전이다(8)

“괜찮으십니까?”

“그, 그럼. 괜찮지. 그래서? 계속 말해봐.”

“네. 사실 이런 말씀은 안 드리고 싶었는데, 강 상병이 매달 상납하는 돈 있지 않습니까?”

순간 이호준 하사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상납? 이 자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고는 재빨리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용수 병장은 자기 할 말을 했다.

“아무튼 그거 말입니다. 애들한테서 삥 뜯어서 이 하사님 드리는 겁니다.”

“뭐? 진짜 확실해?”

“우리 내무실가서 아무나 잡고 물어보십시오. 뭐라고 말을 하는지. 그리고 제 두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갑자기 이호준 하사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허······.”

“아 그리고 이 하사님, 제가 방금 조사받고 나온 것은 알고 계시죠?”

이호준 하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관이 작전과장님이셨습니다.”

“알아.”

“그분 말씀이 저는 병장이니까 처벌하기 애매하고 강상식 상병은 전례가 있고 해서, 그쪽으로 갈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정말이야?”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실정인데 굳이 강상식 상병과 엮여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면 곤란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전 이 하사님이 강상식 상병 편들다가 괜히 오해받으실까 봐 걱정됩니다.”

최용수 병장이 이호준 하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이호준 하사가 눈을 부릅떴다.

“이 새끼 봐라. 나 협박하냐?”

“제가 어떻게 이 하사님을 협박합니까.”

“너희 집 잘 산다고 그러는가 본데. 나한테는 안 통해.”

“알죠,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일 아닙니까. 저 제대하고 이 하사님 전역하고 나면 밖에서 볼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렇다 보면 제가 또 도움을 드릴지도 모르고······ 안 그렇습니까? 저는 앞으로도 이 하사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 새끼가······.”

이호준 하사가 슬쩍 말끝을 흐렸다. 잘 들어보면 협박인 것 같은데 교묘하게 말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하아, 복잡하네.’

이호준 하사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상태에서는 강상식 상병의 편을 들어줘 봤자 자기에게 유리한 입장이 아니었다.

‘작전과장님까지 최 병장 편을 들었다면······.’

이호준 하사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지만 결론이 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알았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으니까. 일단 가 있어.”

“예, 알겠습니다.”

이호준 하사가 홀로 남아 멀어지는 최용수 병장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쳐다봤다.

“최용수 개새끼······. 어휴······.”

이렇듯 혼잣말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한편, 최용수 병장도 몸을 돌려 멀어지면서 인상을 썼다.

“이호준 개새끼, 너 밖에서 만나면 보자.”

최용수 병장도 방금 전 자신을 노려보던 이호준 하사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13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이 강상식 상병의 잘못이란 말입니까?”

“솔직히 최용수 병장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병장이 되어서 밑에 애들 하나 제대로 관리도 못해주고 말입니다. 하지만 강상식 상병은 깡패 새끼 아닙니까. 저 때도 사회에서 주먹 좀 썼다고 으스대는 후임 있었는데 그런 놈들은 솔직히 통제가 안 됩니다. 사수 말도 들어먹질 않으니까요.”

“흠······.”

“게다가 주도적으로 후임병들을 괴롭힌 것 역시 강상식 상병이지 않습니까. 저도 그것 때문에 강상식 상병한테 몇 번이고 주의를 줬습니다. 그럼 말로는 시정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 없는 곳에서 애들 괴롭히는 걸 무슨 수로 말립니까? 안 그렇습니까? 최용수 병장도 아마 마지못해 강상식 상병과 어울렸을 겁니다.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인데······ 잘잘못을 따지려면 강상식 상병 같은 깡패를 받은 군대가 잘못 아니겠습니까?”

이호준 하사는 작심하고 강상식 상병을 공격했고 그럴수록 오상진의 입에서는 한숨만 흘러나왔다.

이호준 하사를 통해 강상식 상병의 증언을 뒷받침해 볼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최용수 병장만 유리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호준 하사는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강상식 상병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기 좀 쪽팔리는 얘기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최근에 강상식 상병에게 5만원 씩 받았습니다. 저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지 가끔씩 담배값이라고 찔러주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받아줬습니다.”

“그랬습니까?”

“압니다, 저도 진짜 쪽팔리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전 그냥 절 좋아해서 저런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오상진은 갑자기 정공법으로 나오는 이호준 하사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국 강상식 상병을 손절했다는 말인데······.’

오상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 뒤로 이호준 하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저도 그거 저 혼자 다 쓰지 않았습니다. 담배 사서 부사관들끼리 나눠줬습니다. 주임원사님에게도 드리고, 행보관님에게도 줬습니다.”

오상진은 거기까지 듣고 바로 말을 잘랐다.

“아, 예에. 무슨 소리인지 알았습니다.”

이호준 하사 개인의 일탈이라면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부사관들이 알게 모르게 연관되어 있다면 일을 공론화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아진다.

자칫잘못했다간 모든 부사관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수도 있었다.

“후우, 그래서 지금까지 얼마 정도 받았습니까?”

“몇십만 원 되는 것 같은데 제가 그 돈은 다시 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그런 돈이었다면 받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돈이요?”

“아, 그게······ 누가 말해줬습니다. 사실은 사병들한테 삥 뜯은 돈이라고.”

“그걸 모르고 받으셨습니까?”

“당연히 몰랐죠. 그걸 알았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겁니다. 소대장님은 모르시겠지만 강상식 상병, 사회에서 엄청 잘 나간다고 거들먹거리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자기 돈으로 찔러주는 줄 알았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받지 않으셨어야죠.”

“그 점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호준 하사가 넙죽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제게 원하는 게 뭡니까?”

“만약에 제 얘기가 나오면 빼주십시오. 아시지 않습니까. 저 좀 있으면 중사 진급입니다. 이번일 잘못 터지면 진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네네, 몰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그 돈 저 혼자 다 쓴 거 아닙니다. 막말로 주임원사님 찾아뵐 때도 음료수 사다 드리고 그랬습니다. 만약 그거 다 따지고 들면 여러 사람 불려가야 합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아무튼 강 상병 그 새끼, 군 감방에 처넣든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신을 좀 차릴 것입니다.”

“네, 이 하사가 뭔 말을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보시죠.”

“네.”

이호준 하사와의 대화가 끝이 났다. 오상진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김우진 상병과 최우식 상병을 불러 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응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소대장에게 따로 할 말 없나?”

“없습니다.”

“최 병장이나 강 상병에 대해서 정말 할 말 없어?”

“예!”

김우진 상병과 최우식 상병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했다.

‘애당초 도움이 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덮었다.

이호준 하사부터 시작해 김우진 상병과 최우식 상병까지.

강상식 상병이 믿던 증인들은 전부 사라졌다.

이제 최용수 병장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이해진 일병이 직접 나서는 것뿐이었다.

14

다음 날 아침 일찍 이해진 일병이 충성부대에 복귀했다. 그때를 같이 해 곧바로 면회 신청이 들어왔다.

“이해진.”

“일병 이해진.”

“면회다.”

순간 이해진 일병이 당황했다. 자기를 면회 올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저기 누군지 알 수 있습니까?”

“그냥 변호사라고 그러던데.”

“변호사?”

이해진 일병은 옷을 갖춰 입고 위병소 옆 면회소로 향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오상진은 오전 일과를 서둘러 끝내고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내무실에 들어서자 1소대원들이 오전 일과를 마치고 장비를 정비하고 있었다.

“충성, 1소대 정비 중.”

“쉬어.”

“쉬어.”

오상진이 내무실을 두리번거렸다. 김대식 병장이 물었다.

“누굴 찾으십니까?”

“오전에 이해진 일병 복귀하지 않았냐?”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면회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면회?”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은 이 타이밍에 면회 신청이 왔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이내 말했다.

“알겠다. 수고들 해라.”

“네, 수고하십시오. 충성.”

15

“안녕하십니까. 로펌 노을에서 나온 변호사 한중근입니다.”

면회실로 들어온 이해진 일병에게 한중근 변호사가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이해진 일병이 물었다.

“그런데 저를 왜 찾아오신 겁니까?”

“아, 저는 최용수 병장의 어머님께서 고용한 변호사입니다.”

순간 이해진 일병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구타에 대해서 최용수 병장을 대신해 제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왜 변호사님께서 사과를 하십니까? 해도 당사자가 직접 해야죠.”

“알다시피 사정이 좀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

이해진 일병은 말없이 바라봤다. 한중근 변호사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피차 이런저런 얘기 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은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이번 일에 대해서 가능하면 합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합의 말입니까?”

“우리 용수 씨가 잘못을 했으니까 그에 합당한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보상?”

“네. 충분히 만족스러운 보상일 겁니다. 대신 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 다시는 거론하지 않겠다는 각서 하나만 써주시면 됩니다.”

한중근 변호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해진 일병이 그 서류를 확인했다. 각서 내용이었다.

“잘 읽어보시고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펜을 빼서 탁자 위에 올렸다. 바로 사인할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이해진 일병은 서류를 읽지도 않고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합의를 위해 오셨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서로 좋게 가자는 뜻 아닙니까. 어쨌든 그것은 우발적인 사고였고······.”

“우발적인 사고?”

이해진 일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한중근 변호사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네, 우발적인 사고. 아무튼 좋게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이해진 씨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유명한 사립대학을 다니고 계시더라고요. 요즘 대학 등록금도 만만치 않을 텐데 학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계십니까?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십니까? 아니면 학자금 대출?”

“그걸 말씀드릴 의무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 물론 그렇죠. 하지만 제 얘기를 들으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 겁니다. 남은 6학기는 물론이고 대학원까지 저희가 책임지고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포함해서요. 이 정도면 정말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

“개인적인 지원이 부담스러우시면 장학금 형식으로 받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그렇게 해드릴 능력이 충분히 되니까요. 그렇게 계산하면 아마 한 학기당 천만 원가량 될 것 같습니다.”

< 7장 인생은 실전이다(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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