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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1화 (51/1,018)

< 7장 인생은 실전이다(6) >

인생 리셋 오 소위! 050화

7장 인생은 실전이다(6)

“네. 조사를 해보니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 모양입니다. 고등학교 졸업도 간신히 하고, 무엇보다 밖에서 조직생활을 좀 했습니다. 이번 일뿐만이 아니라, 그전에도 몇 번 구타 사건에 연루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자체 징계로 마무리를 한 상태고 말이죠. 군대 온 것도 사회에 있을 때 주먹을 잘못 휘둘러서 피난처로 선택한 모양입니다.”

“이 자식이 지가 사고 쳐놓고 군대로 와? 작전과장!”

“네!”

“이 자식 완전히 조져버려! 그리고 확실하게 이 녀석으로 몰아가고!”

“네. 알겠습니다.

10

한종태 대대장의 지시를 받은 곽부용 작전과장은 곧장 김철환 1중대장을 찾아갔다.

“네? 과장님께서 직접 조사를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대대장님께서 사안이 사인인 만큼 다시 철저히 조사를 해 보라더군.”

“아니, 저희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다 끝냈습니다. 게다가 조사한 내용까지 빠짐없이 올렸는데 확인 안 하셨습니까?”

“당연히 확인은 했지. 그런데 대대장님께서 한 번 더 조사를 해보라고 하더군. 그리고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도 있고 말이야.”

“네? 어떤 면이 미심쩍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했다.

“거기까지 말해줄 수는 없고. 아무튼 대대장님 특별 지시니까. 자넨 그런 줄 알고 있게.”

“아니, 그래도······.”

“지금 대대장님 지시를 무시하겠다는 거야?”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자네 사무실에서 직접 그 녀석을 만나고 싶은데 괜찮겠지?”

“네. 그렇게 하십시오.”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를 피해줬다. 사무실을 나가자 소식을 접한 오상진이 다가왔다.

“중대장님.”

“어, 그래. 상진아.”

“대충 얘기는 들었습니다. 작전과장님께서 직접 조사를 하신다고······.”

“그래. 지금 내 사무실에 계신다.”

“으음······. 이미 조사가 다 끝났는데 왜 재조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말이 여태껏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의아해했다. 무엇보다 작전과장이 직접 조사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대에서 대대장 다음으로 높은 사람이 바로 작전과장이었다. 아마 보고서까지 올린 가혹 행위를 직접 조사할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

“뭔가 불길한데.”

김철환 1중대장이 중얼거렸다. 오상진 역시 표정이 심각해졌다.

“중대장님 그럼 이대로 그냥 지켜봅니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잖아. 대대장님 특별 지시라는데. 아니면 네가 올라가서 대대장님게 따져보든가.”

“하아······. 아닙니다.”

그때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을 보고 경례를 한 후 중대장실 앞에 섰다.

먼저 조사를 받는 사람은 최용수 병장이었다. 오상진은 밖에서 대기하는 강상식 상병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 입을 열었다.

“중대장님. 혹시 대대장님께서 다른 말씀 없으셨습니까?”

“특별한 말씀은 없었어. 다만······.”

“······?”

“내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좀 이상하긴 했어.”

김철환 1중대장은 대대장을 만나고 나온 후부터 알 수 없는 찝찝함에 신경이 자꾸 쓰였다.

“설마 이거 엎어지는 거 아닙니까?”

“에이 설마······.”

오상진이 살짝 불안한 눈빛이 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때 중대장실 문이 열리며 최용수 병장이 나왔다.

“최 병장 나왔습니다.”

“어, 그러네.”

그런데 최용수 병장의 입가에 씨익 하고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그것을 오상진이 놓치지 않았다.

‘뭐지? 저 녀석이 왜 웃어?’

최용수 병장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상식 상병에게 다가갔다.

“야, 긴장하지 마. 별 얘기 안 물어보더라.”

“그렇습니까?”

“그래. 네가 아는 것만 말해. 그럼 금방 끝나.”

“네, 알겠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가볍게 강상식 상병의 어깨를 두드린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오상진 옆을 지나갈 때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저 자식이······. 이거 뭔가 있다.’

그런데 잠시 후 중대장실에서 강상식 상병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닙니다.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쾅쾅!

“이 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을 해!”

최용수 병장을 조사할 때와 달리 강상식 상병의 조사는 매우 험악해 보였다.

“절대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닥쳐! 이미 조사해서 다 나왔어.”

오상진의 눈빛이 바뀌었다.

‘뭐? 조사해서 다 나와? 이건 또 뭔 소리야?’

오상진이 의문을 가질 때 중대장실 문이 열리며 강상식 상병이 나왔다.

그의 표정은 거의 울 것 같았다.

‘뭐야 저 녀석. 왜 울상이야. 설마······.’

오상진은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잠시 후 곽부용 작전과장이 나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다가갔다.

“어떻게 됐습니까?”

“조사는 다 마쳤네.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었어.”

“네? 오해의 소지 말입니까?”

“그래.”

“뭡니까? 그 오해의 소지가?”

오상진이 바로 나섰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마치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라고 묻는 듯했다.

하지만 오상진도 여기서 물러 설 수가 없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오해의 소지라니······. 다른 것이 있습니까?”

“그래, 추가로 조사된 게 있어. 그건 발표가 나온 후에 확인하게. 어험!”

그 말을 남기고 곽부용 작전과장이 가버렸다.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이 서로를 바라봤다.

“중대장님······.”

“그래,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오상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강상식을 만나봐야겠습니다.”

오상진은 강상식 상병을 찾았다.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뭔가 잔뜩 억울한 듯 혼잣말을 내뱉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시발! 내가 왜? 왜 나에게 다······. 제기랄, X같네!”

“강상식!”

그 소리에 강상식이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오상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성.”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강상식 상병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오상진의 손을 잡으며 불렀다.

“소대장님! 진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저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살 것 같습니다. 진짜 너무 억울합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말입니다.”

강상식 상병이 뭔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휴게실로 우르르 장병들이 나왔다.

“잠깐, 이 얘긴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저녁에 널 부를 테니까 그때 제대로 얘기하자. 지금은 듣는 사람이 많다.”

강상식 상병 역시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대장님, 진짜 꼭 불러주셔야 합니다. 저 진짜 할 말 많습니다.”

“알았다니까. 어서 가 봐.”

“네.”

강상식 상병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오상진의 눈빛이 바뀌었다.

“역시 뭔가가 있어. 아니면 상식이를?”

지금 상황이 오상진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자꾸만 꼬여가고 있었다.

11

저녁 늦은 시각.

오상진은 강상식 상병과 약속대로 개별 면담을 시작했다.

“아까 과장님께서 뭐라고 하셨어?”

“그냥 다 제 잘못으로 몰아갔습니다. 아니, 아예 저한테 다 뒤집어씌울 것처럼 말했습니다.”

“과장님께서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네.”

오상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강상식 상병에게 덤터기를 씌울 줄은 몰랐다.

그때 강상식 상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거 소대장님께 솔직히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막말로 저 밖에서 나쁜 짓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인정합니다. 밖에서 사고 치고 군대로 도망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 억울합니다. 아무리 밖에서 쌩 양아치로 살았다 해도 이번 일을 저 혼자 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강상식 상병의 과거에 대해서는 오상진 역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해성사하듯 털어놓는 게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상식 상병에게 마냥 동조해 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 네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오상진이 그동안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강상식 상병에 대한 자료들이 중대장을 거쳐 대대장에게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강상식 상병의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저 혼자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억울합니다!”

강상식 상병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강상식 상병의 악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오상진에게 통할 리 없었다.

“하나만 물어 보자. 대체 뭐가 그리 억울한데?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인정합니다. 저도 잘못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닙니다.”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도······ 다 지시를 받고 움직였습니다.”

“누구 지시?”

“누구겠습니까. 당연히 최용수 병장 아닙니까.”

“좋아, 그럼 하나 물어보자. 예전에 행군할 때 수통 사건, 혹시 기억하냐?”

오상진이 강상식 상병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행군 때 수통이라면······. 아, 해진이 수통 사건 말입니까?”

“그래.”

“그거 최용수 병장이 시켜서 한 짓입니다. 저도 솔직히 하기 싫었습니다. 해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최용수 병장이 자꾸 하라고 하니까······.”

“최용수 병장이 시켰다고?”

“네!”

“좋아, 그럼 내무실에 있던 담배 도둑맞은 적이 있었지? 그건 어떻게 설명할래?”

순간 강상식 상병의 눈이 커졌다. 마치 그것을 어떻게 아냐는 듯 묻는 듯했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소대장이 묻는 말에 답이나 해.”

“후우······. 그 일까지 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대답.”

“······사실 그 담배 훔친 건 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최용수 병장이 시켰습니다.”

“너 설마 이런 식으로 최용수 병장에게 전부 떠넘길 심산이야?”

오상진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말했다. 조사를 받고 궁지에 몰린 강상식 상병이 최용수 병장을 물고 늘어지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상식 병장은 결백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떠넘기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막말로 제가 내무실 담배를 어떻게 훔쳤을 것 같습니까? 그 당시 최용수 병장이 애들을 다 데리고 나가서 제가 몰래 훔칠 수 있었던 겁니다.”

“결국 둘이 한 통속이었다?”

“예, 이제 와서 아니라고 거짓말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최용수 병장이 시켰고 저도 혹해서 했습니다.”

“그럼 후임병 때려서 갈비뼈에 금 간 것은?”

“아, 그것은 그 녀석이 잘못한 겁니다. 최용수 병장이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녀석이 험담하는 소릴 들은 모양입니다. 그것 때문에 저에게 복수하라고 시킨 겁니다. 소대장님 전 정말 억울합니다. 전 최용수 병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너도 개새끼지만 최용수도 완전 개새끼네.’

오상진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시키는 최용수 병장도 문제지만 그걸 아무 죄의식 없이 실행에 옮긴 강상식 상병도 쉽게 용서받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일로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점이다.

< 7장 인생은 실전이다(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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