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장 인생은 실전이다(4) >
인생 리셋 오 소위! 048화
7장 인생은 실전이다(4)
“야, 보채지 좀 마라. 내가 알아서 보고 할 거라니까.”
“그게 사안이 사안인지라······. 죄송합니다.”
“하아.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보고를 하러 갔거든? 그런데 중요한 손님이 먼저 와 있다고 하네. 얼핏 들으니 퇴역한 장군이 왔다는데 거기다 대고 영창 이야기를 꺼낼 순 없잖아. 그래서 점심 먹고 오후에나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아, 네에.”
“표정이 왜 그래? 그렇게 못 미더우면 너도 같이 들어갈래? 같이 죽을까?”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그냥 중대장님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새끼. 쫄았지?”
“에이, 누가 쫄았습니까. 다만 제가 따라가면 더 역효과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긴 한데 언제까지 대대장님을 피해 다니려고?”
“조만간 만회할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짜식이. 말은 잘해요.”
“그보다 로또 당첨 관련해서 별 얘기 없으시죠?”
괜히 말을 꺼냈다 본전도 찾지 못한 오상진이 슬쩍 화제를 돌렸다.
“로또 당첨?”
“네. 저 저번 주에 2등 당첨된 거······.”
“야!”
김철환 1중대장이 빠르게 주위를 확인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인마, 조심해야지.”
김철환 1중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뭐, 불행 중 다행이라고 시가전 훈련 때문에 부대 분위기가 험악했잖아.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그런 말을 꺼내겠냐.”
“하긴 그런 말 했다간 대대장님께 찍히겠죠.”
“그건 그렇고, 너 이번에 로또 샀냐?”
“아니 살 정신이 어디 있었습니까. 혹시 로또 사셨습니까?”
“조금 샀어. 조금. 그런데 이번에 1등 당첨금이 4억밖에 안 되더라.”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2회차 당첨자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원래라면 1회차 때 이월되어서 2회차 때 20억을 수령했다. 하지만 오상진이 1회차 때 먼저 수령하면서 2회차 1등 당첨금은 많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오상진도 2회차 로또를 살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정말로 시간도 없었고, 무엇보다 계속 1등에 당첨되면 여러모로 의심을 사게 될 것 같았다. 게다가 2회차 판매가 생각처럼 잘 안 된다는 기사도 인터넷을 통해 봤다.
‘1회차 때 내가 받았으니 2회차는 어차피 당첨 금액이 많지 않을 거야. 그런데 몇 회차까지 이월이 되더라? 3회차는 소소하게 당첨자가 나왔던 것 같은데. 4회차와 5회차가 이월이었나? 그럼 5회차 때 도전을 해야 하나? 아니, 6회차까지 크게 키워서 먹을까? 참, 6회차는 당첨자가 있었지. 그럼 어느 쪽이 더 이득일까?’
오상진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김철환 1중대장이 옆구리를 툭 쳤다.
“야,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아, 아닙니다. 그보다 4억이 세금 뗀 금액이랍니까?”
“그렇지. 5억에 당첨되었고. 이래저래 세금 떼면 4억 정도겠지.”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그래도 4억이 어디냐. 완전 부럽네.”
김철환 1중대장은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중대장님은 얼마 정도 하셨습니까?”
“응? 얼마 안 했어.”
“에이, 딱 봐도 많이 사신 것 같은데 말해보십시오.”
“사실 20만 원 정도 샀어.”
김철환 1중대장이 살짝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은 20만 원 정도 샀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헉! 20만 원 말입니까? 많이도 사셨습니다. 그래서 그중 몇 개가 당첨되었습니까?”
“5등짜리 3장.”
“이야, 그래도 당첨되었습니다. 전 하나도 당첨 안 되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야, 5등짜리를 누구 입에 붙이려고.”
“그래도 5등도 당첨 안 된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형수님하고는 얘기가 된 겁니까?”
“네 형수가 알면 허락할 것 같냐?”
“그럼 몰래 하신 겁니까? 그것도 20만 원어치나?”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김철환 1중대장이 검지를 펴서 입에 가져다 댔다.
“쉿! 네 형수에게는 비밀이다.”
“설마 한 달 치 용돈 다 털어 넣으신 건 아니죠.”
“왜 아니겠냐. 그래서 말인데 상진아.”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분간 네가 나 좀 먹여 살려라.”
“헐,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시죠.”
“자식! 역시 넌 내 맘을 잘 알아.”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랐다.
“네 형수다. 쉿!”
그리고 곧바로 휴대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어, 여보. 그럼 이제 밥 먹으러 가고 있지요. 여보는 식사했어요?”
김철환 1중대장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오상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7.
1시간 전.
대대장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한종태 대대장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많이 바쁜가, 한 중령.”
한종태 대대장이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을 본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환해졌다.
“어? 김 소장님!”
문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몇 달 전 퇴역한 김동군 소장이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한 중령, 잘 지냈나.”
김동군 소장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물론입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그러지.”
한종대 대대장이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곧바로 C.P병을 불렀다.
“밖에 있나?”
“상병 강대성.”
“차를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김동군 소장을 살피며 말했다.
“퇴역하시더니 얼굴이 더 좋아 보이십니다.”
“내 얼굴이 그리 좋아 보이나?”
“네. 아주 좋습니다. 시골에 내려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공기가 좋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공기? 좋지. 이런저런 걱정도 없고 말이야.”
“시골 생활은 편안하십니까?”
“나름 괜찮네. 이것저것 작물도 심고, 주말에 손자들이 놀러 오는 재미로 살고 있지.”
“아, 얘기는 들었습니다. 농사를 엄청 크게 지으신다고 그러시던데······.”
“엄청 크게는 무슨······.”
그때 C.P병이 차를 가져왔다. 은은한 차 향이 올라왔다.
“드십시오. 아는 후배 녀석이 중국에 놀러 갔다 오더니 선물을 해주더군요. 맛이 참 좋습니다.”
“오오, 그런가?”
김동군 소장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한종태 대대장이 찻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한종태 대대장의 물음에 김동군 소장 역시 피식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역시 자넨 옛날부터 눈치 하나는 빨랐어. 맞네, 내가 이렇게 자넬 찾아온 이유는 부탁을 하기 위함이네.”
“부탁······ 말입니까?”
“그렇다네. 뭐, 별거는 아니고 내 아는 지인 손자가 여기 충성부대에 있다고 하더군.”
“지인 손자분 말입니까? 그 손자분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그러니까, 최용수라고 하던가?”
“최용수? 어느 중대인지는 아십니까?”
“거기까지는 나도 못 들었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아는 지인분이 김 소장님과 꽤 친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다시 찻잔을 들어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김동군 소장 역시 녹차를 마신 후 말했다.
“꽤 친하다고 볼 수 있지. 아니지, 친분을 오히려 내가 쌓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그 순간 한종태 대대장의 눈빛이 바뀌었다. 김동군 소장은 여유로운 미소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마, 자네도 들어봤을 거야. 오 회장이라고······.”
“오 회장?”
한종태 대대장이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오 회장이라······. 오 씨 성이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니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한종태 대대장은 자신의 기억 속에 오 회장이라는 이름 석 자가 어렴풋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기 예산 쪽 지역 유지인데······.”
그제야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오 회장님.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예산에서 오 회장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그래! 바로 그 사람 말이야. 오 회장 그 사람이 말이야. 알게 모르게 알부자야. 땅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진짜인지는 몰라도 소문에 의하면 예산 지역의 약 20%가 그 양반 소유라는 말이 있더라고.”
“2, 20% 말입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살짝 놀랐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야, 김 소장님 시골 내려가시더니 아주 좋은 분과 친우가 되셨습니다.”
“뭐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아무튼 오 회장이 어느 날 대뜸 전화를 하더니 손주 얘기를 꺼내는 거야.”
“아, 네에······. 손주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확인해 드릴 수 있는데.”
“그냥 손주가 약간 곤란한 상황이 놓였다고 좀 알아봐 달래서 말이야. 다행히 한 중령 자네가 이 부대에 있어서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찾아왔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오 회장 손자 일로 자넬 곤란하게 만드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에이, 무슨 말씀입니까. 당연히 곤란한 상황이라면 제가 도와드려야죠. 게다가 김 소장님 지인의 손자분 일인데······. 김 소장님을 곤란하게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하하핫, 역시 한 중령이야. 옛날부터 내 마음을 너무도 잘 알아.”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손자분 이름이 최용수라고 하셨습니까?”
“맞네.”
“알겠습니다.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자네가 그렇게만 해준다면야 고맙지. 언제 오 회장이랑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겠네.”
“굳이 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정, 김 소장님께서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면 나가겠습니다. 제가 김 소장님을 곤란하게 만들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핫. 이 사람 보게. 점점 능구렁이가 다 되어가는구먼.”
“제가 말입니까? 아닙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씨익 하고 웃었다.
“그러지 말고 어차피 저 보러 오셨으니까, 나가서 함께 점심이라도 드시겠습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
“안 그래도 자네와 점심을 함께 하고 싶었네.”
“네. 그럼 나가시죠. 차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그러지.”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얼굴로 대대장실을 나섰다. 그때 막 작전실에서 나오는 작전과장과 마주쳤다.
“어? 대대장님.”
“오오, 곽 대위.”
“지금 어디 가십니까?”
“점심 먹으러 갈 참이네.”
“아, 그럼 다녀오십시오. 보고는 점심 이후에 하겠습니다.”
곽부용 대위가 인사를 하고 다시 작전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곽 대위!”
“네?”
“잠깐 있어보게.”
그리고 김 소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김 소장님, 곽부용 대위라고 저희 부대 작전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몇 달 후면 소령으로 진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
“반갑네. 김동군이네.”
“아, 네에. 곽부용 대위입니다.”
김동군 소장이 손을 내밀었다. 곽부용이 곧바로 악수를 했다. 그때 한종태 대대장이 말했다.
“소장님이셔.”
“네?”
곽부용 대위가 화들짝 놀라며 경례를 했다.
“충성!”
김동군 소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미 전역한 사람이네.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어.”
한종태 대대장이 물었다.
“이 친구도 함께 점심을 드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제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입니다.”
< 7장 인생은 실전이다(4)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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