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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8화 (48/1,018)

< 7장 인생은 실전이다(3) >

인생 리셋 오 소위! 047화

7장 인생은 실전이다(3)

“야, 최 병장, 강 상병 어디 있어?”

1소대 내무실로 달려간 이호준 하사는 곧장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을 불렀다.

“담배 피우러 간 것 같습니다.”

“이 새끼들이······!”

이호준 하사는 다시 휴게실로 향했다.

다행히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은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최 병장님 저 불안합니다.”

“뭐가?”

“오늘 아침에 완전군장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보류라고 하니깐 말입니다.”

“됐어, 신경 쓰지 마. 우리에게 별다른 혐의점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니면 뭐 말입니까?”

강상식 상병이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때 이호준 하사가 나타났다.

“여기 있었냐?”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최용수 병장이 곧바로 경례했다.

“충성.”

“됐고, 너희들 X됐다!”

“네?”

“너희 둘 영창에 보낸단다.”

“영창 말입니까?”

“아니, 왜······.”

하다가 최용수 병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잔뜩 짜증 난 얼굴이 되었다.

“아이 씨, 이러면 스케줄 완전히 꼬이는데······.”

“왜?”

“제대하자마자 가족들이랑 해외여행 가기로 했습니다. 이미 표랑 호텔이랑 다 예약했다는데······.”

그 모습에 이호준 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입니다. 이해진! 그냥 죽여 버릴 걸 그랬습니다.”

강상식 상병이 옆에서 길길이 날뛰었다. 최용수 병장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공중전화부스로 향했다. 곧바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난데.”

-어, 그래 우리 아들. 잘 지냈어. 밥은 잘 먹고 있고?

“아이 씨, 잘 먹고 있어. 그것보다 나 큰일 났어.”

-큰일? 무슨 큰일.

“나 영창 가게 생겼어.”

-뭐?

5.

최용수 병장의 아버지 최말대는 시의원이었다.

띡, 띠리릭.

현관문이 열리고 최말대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현관 불이 켜졌지만 거실은 어두컴컴했다.

“응? 다 자나? 여보, 나왔어. 여보!”

최말대는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아내 오금자를 찾았다. 하지만 오금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여편네가 남편이 집에 들어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고······.”

최말대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거실 불을 켰다. 그리고 몸을 돌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실 소파에 오금자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우씨! 놀래라, 이 사람아. 술이 확 깨네.”

오금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최말대를 노려봤다.

“이 사람아, 거실에 있으면 불을 켜놓든가.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

최말대 혼자 계속해서 떠들었다. 오금자는 그저 묵묵히 최말대를 노려봤다.

“크흠.”

최말대가 눈치를 살살 살피며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오금자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여보, 물.”

“······.”

오금자는 또 말이 없었다. 최말대는 대답이 없자 다시 말했다.

“이 사람아, 물 갖다 달라고!”

“물? 당신이 직접 갖다 먹어요.”

처음으로 입을 여는 오금자였다. 최말대가 인상을 썼다.

“아, 또 왜? 왜 그렇게 열이 나 있어?”

최말대는 오금자가 이러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닌지 귀찮다는 듯 말했다.

“당신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이제 들어와요? 제가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고 했죠.”

“이 사람아, 의정 활동을 하다 보면 늦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의원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놈의 의원 타령. 시의원이 무슨 큰 자랑거리라고······.”

오금자가 최말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말에 최말대의 자존심이 팍 상했다.

“이놈의 여편네가 하늘 같은 남편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조금만 있어 봐. 내 곧 여의도에 입성할 테니까. 그때는 진짜로 국회의원 사모님 소리 듣게 해줄게.”

최말대가 큰소리쳤다. 오금자는 그런 최말대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또 그 소리. 그 소리만 몇 년째인 줄 알아요?”

“이번에는 달라! 확실하다고.”

“네네. 제발 여의도에 입성하고 큰소리치세요. 그리고 의정 활동? 웃기지 말아요. 또 어느 술집에 가서 여자 옆에 끼고 하하호호 하고 왔겠지.”

“흐흠, 거참 진짜······. 왜 그러나. 잔소리 말고 물이나 빨리 가져와.”

“당신이 갖다 먹으라고요. 그리고 참고로 말하지만 우리 아버지도 기다리는 것에 한계가 있어요.”

“뭐? 자, 장인어른? 왜? 장인어른께서 뭐라고 하셔?”

최말대는 술이 확 깨는 듯했다. 그의 행동에 오금자는 어이없어했다.

“아버지는 무서운가 보죠?”

“아, 아니······. 무섭다기보다는······. 그런데 오늘 당신 왜 이렇게 저기압이야?”

최말대는 민망했는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오금자가 팔짱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

“왜? 말을 해야 알 거 아니야. 말해봐,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

“우리 아들 용수 말이에요.”

“용수가 왜? 그 녀석 또 사고 쳤대?”

오금자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이이는 우리 용수가 무슨 사고 치는 아이예요?”

“알았어, 알았어. 용수가 왜?”

“우리 용수 영창 가게 생겼대요.”

“뭐? 영창? 제대 날짜가 한 달 반밖에 안 남은 애가 무슨 영창이야.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나도 몰라요.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상의도 할 겸해서 빨리 오라고 한 건데······.”

오금자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최말대는 귀찮은 얼굴로 물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용수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어요. 영창 가게 생겼다고.”

“그래? 이놈의 자식은 도대체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거야? 제대도 얼마 남지 않은 놈이. 알았어, 내가 알아볼 테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

최말대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오금자가 코웃음을 쳤다.

“당신이 알아봐서 뭘 어쩌려고요? 당신이 해결해 줄 거예요?”

“그래, 제대로 알아보고 부당하게 그랬다면 내가 당연히 해결해야지.”

“어떻게요?”

“대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라도 뭐, 사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

“아이고, 퍽이나 그러겠다. 됐고요, 아버지에게 말해놨으니까. 당신은 그냥 의정 활동이나 열심히 하세요.”

“왜 장인어른에게 그런 걸 말하고 그래. 내가 있는데.”

“됐네요. 당신이 나서봤자 시의원이 체면이 어쩌고 그러면서 제대로 처리도 안 할 거면서. 아무튼 아버지가 알아서 처리하신다고 하니까 그냥 두세요. 나중에 몰랐다고 구시렁거릴까 봐 알려주는 거니까.”

“크흠······. 거참 당신은 나를 뭐로 보고.”

“당신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그래도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아이고, 됐습니다.”

오금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말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물 좀 줘. 목말라.”

“당신이 갖다 먹으라고요!”

오금자는 팩 소리를 지른 후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최말대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저저, 여편네 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저래 가지고 무슨 국회의원 아내 노릇을 하겠다고. 에이, 젠장맞을.”

최말대가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컵을 정수기에 가져가서 눌렀다.

“빌어먹을 여편네. 물 하나 갖다주는 게 그리 어렵나.”

최말대는 여전히 투덜거리며 시원하게 물 한 컵을 들이켰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연거푸 두 잔을 더 먹고야 컵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크으, 시원하다. 이제야 살 것 같네.”

그러곤 힐끔 안방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쩝, 오늘도 소파 신세구나.”

최말대가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박 비서. 난데. 아직 안 자지? 어, 우리 아들이 알지. 그래, 그놈이 글쎄 영창을 간다고 하네. 그것 좀 알아봐 줄 수 있을까? 어어, 그래 미안하네.”

최말대가 휴대폰을 끊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후, 용수 이 자식아, 아빠 좀 살려주라. 이번에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판인데 네가 사고를 치면 어떻게 하냐. 너 때문에 이 아빠 머리 아파 죽겠다. 제발 아빠 좀 살려주라.”

최말대가 중얼거렸다. 그때 안방에서 오금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말 할 때 빨리 들어와요.”

“아, 알았어.”

최말대가 엉거주춤 소파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6.

다음 날 아침.

오전 일과 동안 지난 시가전 훈련에 쓰인 장비들을 정비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병사들은 창고로 가서 장비들을 꺼내 따뜻한 햇볕에 말렸다.

“야야, 거기 똑바로 잡아. 여기가 당겨지잖아.”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철제막대기에 붙은 흙 잘 털어내고 녹 안 슬게 기름칠도 좀 해놓고.”

“네.”

김일도 상병의 지시에 밑의 후임병들이 하나둘 움직였다. 그 옆으로 차우식 상병이 다가왔다.

“김 상병.”

“왜?”

“최 병장님과 강 상병 아직 내무실에서 대기 중이야?”

“뭐, 그런 거 같은데? 소대장님 지시가 아직 없으니까.”

“완전군장 돌 것 같긴 해?”

“그걸 어떻게 아냐? 내가 소대장님도 아니고 말이야.”

“그보다 해진이 어떻게 하냐. 불쌍하네.”

차우식 상병이 힐끔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이해진 일병은 묵묵히 장비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김일도 상병이 툭 하고 쳤다.

“신경 꺼! 잘못했다가 괜히 찍히면 너만 손해야.”

“저 자식 속이 말이 아닐 텐데······.”

“어쩌겠냐. 이게 군대인데. 아무리 X같아도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그래도 해진이는 많이 억울하지 않겠냐. 나 같으면 그냥 한 대 쥐어 박아버리겠다.”

“얼씨구나, 잘하겠다.”

“진짜야, 인마.”

“그러려면 진즉에 그랬어야지. 아무튼 해진이 좀 신경 써 주자.”

“어, 그래야지.”

두 선임병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김일도 상병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자자, 대충 정리하고 들어가자.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다. 나머지는 오후에 하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의 한마디에 후임병들은 또다시 후다닥 움직였다.

오상진도 김철환 1중대장과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간부식당으로 향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걸어가며 물었다.

“어머님은 좀 어떠시냐?”

“아, 맞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습니다. 잠시 전화 좀 하겠습니다.”

오상진은 내려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간병인과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네 접니다. 저희 어머니 괜찮으시죠?”

-그럼요, 호호호.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모시고 있으니까요. 아드님이 참 착해요. 이렇듯 매일 전화도 하고 말이죠. 호호호.

“아닙니다.”

-어머니 바꿔드릴까요?

그때 옆에서 신순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전화를 바꿔요. 바쁜 앤데.

-그래도 받아봐요. 아드님이 어머니 걱정을 너무 많이 해요. 호호호. 자, 어서 받아봐요.

신순애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나 괜찮으니까. 일 봐. 군인이 맨날 전화야. 엄마는 괜찮다.

“네. 이제 며칠 후면 퇴원이시죠?”

-그래. 이제 허리도 안 아프다. 너 안 바쁘니?

“점심 먹으러 내려가는 길이에요.”

-아, 그러니? 점심 맛나게 먹어라. 그리고 매일 이렇게 전화할 필요 없다.

“네네. 괜찮으면 됐습니다.”

-그래, 어서 끊어라.

“네.”

그렇게 신순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오상진은 휴대폰을 끊고 피식 웃었다. 옆에서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어머님은 괜찮으신 거지?”

“네. 수술도 잘 됐고 어머니도 좋아지셨다고 하십니다.”

“담당 의사는 뭐래?”

“너무 늦지 않게 수술해서 괜찮을 거라고 했습니다.”

“다행이네. 그래도 너무 안심하지 마. 허리는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니까. 무리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이제부터 그래야죠. 그보다 중대장님.”

“응?”

“그 일 대대장님께 보고는 하셨습니까?”

< 7장 인생은 실전이다(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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