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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6화 (46/1,018)

< 7장 인생은 실전이다(1) >

인생 리셋 오 소위! 045화

7장 인생은 실전이다(1)

1.

그날 밤.

저녁 점호를 다 끝나고 모두 취침에 든 시각. 최용수 병장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어두운 내무실에 최용수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해진 일병이 잠든 곳으로 갔다.

톡톡.

최용수 병장이 발로 찼다. 순간 눈을 번쩍 뜬 이해진 일병이 관등성명을 댔다.

“일병 이해진.”

“일어나.”

이해진 일병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시발, 왜 그러십니까? 네가 지금 그런 말 할 짬밥이야?”

최용수 병장이 이해진 일병의 뺨을 쫙쫙 쳤다. 이해진 일병은 잠결에 뺨을 맞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 병장님 왜 그러시지 말입니까.”

“야, 새끼야. 너 때문에 말년에 완전군장 차림에 또 연병장을 돌아야 하잖아. 시발 새끼야!”

“무, 무슨 말씀이신지······.”

퍽!

이해진 일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용수 병장이 옆에 있던 베개로 얼굴을 때렸다.

“윽, 이러지 마십시오.”

“이러지 마십시오? 시발, 내가 너랑 말 섞을 군번이야?”

퍽!

이번에는 아예 베개로 얼굴을 강타했다.

“미친 새끼야.”

퍽!

“내가 왜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완전군장을 해야 하냐고.”

퍽!

이해진 일병이 손으로 베개를 막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몰라? 그럼 생각나게 해줄게.”

최용수 병장은 아예 작심한 듯 베개로 무지막지하게 구타를 시작했다. 그러다 그것도 분이 안 풀리는지 베개로 얼굴을 가린 뒤 주먹을 날렸다.

퍽! 퍼퍼퍼퍽!

“이래도 몰라? 앙! 몰라 새끼야!”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 이미 불을 다 질러놓고 잘못?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퍽! 퍼퍼퍼퍽!

최용수 병장의 주먹에 자비가 없었다. 이해진 일병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방어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때 잠을 자고 있던 후임병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야야, 자! 시발 새끼들아. 자라고!”

강상식 상병의 으름장에 병사들은 다시 억지로 눈을 감아야 했다. 누군가 말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병사들은 겁이 났다.

게다가 오상진이 부탁했던 김대식 병장은 하필 그 시각 마지막 외각 경계근무를 서러 나간 상태였다.

“내가, 어? 네 같은 새끼 때문에 어? 말년에 완전군장을 해야겠어?”

최용수 병장은 말을 하면서도 이해진을 구타했다. 베개로 충격 흡수를 한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잘 되겠는가. 상처만 안 날 뿐이지 그대로 충격이 전해졌다. 머리가 띵 했다.

‘이, 이러다가 죽겠다.’

이해진 일병은 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베개 쪽을 꽉 쥐고 있는 최용수 병장의 손을 깨물었다.

“아악, 시발!”

이해진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최용수 병장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 새끼가, 깨물어! 너 뒤지고 싶지.”

“최 병장님 이러지 마십시오.”

이해진 일병이 간곡하게 말했지만 최용수 병장의 다리가 먼저 날아왔다.

팍!

최용수 병장의 말에 걷어차인 이해진 일병이 뒤로 넘어졌다.

우당탕탕.

강상식 상병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최용수 병장을 말렸다.

“최 병장님 진정하십시오.”

“놔, 새끼야. 저 새끼가 내 손을 물었어.”

“네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지금 소란 피우면 당직사령 옵니다. 조금만 진정하십시오.”

강상식 상병이 최용수 병장을 진정시키는데 조영일 일병이 나직이 말했다.

“강 상병님.”

“왜?”

“이해진 일병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살짝 당황했다. 강상식 상병이 곧바로 달려갔다.

“야, 손전등, 손전등 가지고 와, 새끼야.”

“아, 네네.”

조영일 일병이 관물대에서 손전등을 꺼내 주었다. 강상식 상병이 손전등으로 이해진 일병을 확인했다.

정신을 잃은 이해진 일병의 입과 코에서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휴지! 휴지 가져와.”

“네네.”

곧바로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강상식 상병이 휴지로 피를 닦은 후 코에 손을 가져갔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하아······.”

강상식 상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용수 병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 살아 있냐?”

“네. 일단은 살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안 움직여?”

“기절했습니다. 그리고 피도······.”

이미 침상이며 이불에 이해진이 흘린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때 내무실 문이 스윽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문으로 향했다.

2.

관사로 돌아온 오상진은 며칠간 읽던 책을 잡아 들었다. 그런데 좀처럼 글자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아······ 이 시절로 돌아온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네. 소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오상진이 나직이 푸념했다.

“진짜 맘 같아서는 최용수와 강상식 이 두 녀석을 군기교육대로 보내고 싶은데······.”

현재 소대장인 오상진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벌은 완전군장에 연병장을 돌리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대대장이었다면 곧바로 영창에 처넣었을 건데. 아니, 중대장만 되었더라도······.”

중대장쯤 짬밥을 먹으면 대대장을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관한 지 반년밖에 안 되는 소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그래서 병사들도 신참 소대장은 우습게 알았다.

“빨리 진급을 하던가 해야지 원.”

오상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오상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잉-

“응? 이 시간에······.”

오상진이 확인해 보니 의무대의 한 대위였다.

“한 대위님이 왜?”

오상진은 의문을 가지며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한 대위님 지금 몇 시인데······.”

-오 소위, 지금 어디입니까?

“당연히 관사지 말입니다. 이제 막 잠들려고 했습니다.”

-혹시 얘기 못 들었습니까?

“무슨 얘기 말입니까?”

-아니, 오 소위가 1소대장 맞죠?

“네.”

-오 소위 소대 애 한 명이 피떡이 돼서 의무대에 실려 왔는데.

“누가 말입니까?”

-이름이 이해진 일병인가?

“아,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후다닥 의무대로 향했다. 약 20여 분을 정신없이 달려 의무대에 도착했다.

“하아, 하아······.”

거침 숨을 몰아쉬며 한 대위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한 대위님.”

“아, 오 소위 왔습니까?”

“애는 어디 있습니까?”

한 대위가 한쪽을 가리켰다. 오상진이 그곳으로 가 보았다.

그곳에는 이해진 일병이 얼굴에 잔뜩 피멍이 든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 옆으로 한 대위가 다가왔다.

“다행히 내가 오늘 당직사령이라······.”

“애 상태는 어떻습니까?”

“여기 실려 올 때는 정말 죽은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고요. 다행히 안정제 투여했더니 괜찮아져서, 지금은 자는 중입니다.”

“별 이상은 없습니까?”

“지금 상태로 괜찮은데······ 모르겠습니다. 내일 일어나면 엄청 아플 겁니다.”

오상진이 찬찬히 이해진 일병을 바라봤다.

“무슨 얘기는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런데 딱 봐도 구타당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대답을 하고 몸을 돌려 말했다.

“그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여긴 걱정 마십시오.”

“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의무대를 나섰다. 곧바로 충성부대로 올라가 내무실로 들어갔다.

내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장면은 정말 가관이었다. 한태수 일병과 손주영 이병이 바닥에 떨어진 피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호준 하사가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야, 저기 똑바로 닦아! 거기도 피 묻었잖아.”

그 뒤로 오상진이 나타나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호준 하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어? 웬일이십니까?”

“이 하사 솔직하게 말합시다. 뭔 일 있었습니까?”

“네?”

“딴말은 하지 마십시오. 저 지금 의무대에 들렀다가 오는 길입니다.”

순간 이호준 하사의 얼굴이 찡그려졌다가 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 이해진 일병 말입니까? 약간의 사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고?”

“네. 급체라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호흡곤란도 오고······.”

이호준 하사가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정말 급체입니까?”

“네.”

오상진이 눈을 부릅떴다.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며 말했다.

“이 하사! 지금 내 눈 똑바로 뜨고 말하십시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네?”

이호준 하사가 당황했다.

“내가 이 하사를 믿고 일을 맡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

“적어도 이 하사는 날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날 속이고 우습게 알면 내가 뭘 믿고 이 하사에게 맡기겠습니까. 그리고 부소대장이면 당연히 애들 잘 관리를 해야지, 이런 식이면 어떻게 합니까.”

이호준 하사가 순간 움찔했다. 그러다가 이내 서운한 얼굴이 되며 말했다.

“아,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섭섭합니다. 제가 소대장님께 못 한 거라도 있습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따로 얘기를 나누시죠.”

오상진은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내무실에 있는 소대원들을 보았다. 다들 상기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이 하사는 관사로 내려가십시오.”

“아니, 제가 뒷정리를······.”

“아뇨, 내가 합니다. 이 하사! 내려가십시오.”

오상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호준 하사가 힐끔 강상식 상병을 보다가 몸을 돌려 내무실을 나갔다. 오상진은 그들을 한 차례 훑어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김대식 병장은?”

“경계근무 나갔습니다. 좀 있으면 복귀합니다.”

“······병장과 상병들은 지금 내무실을 나가라.”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 김일도 상병, 최우식 상병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나가라고!”

오상진이 버럭 소리치자 네 사람이 슬슬 활동화로 갈아 신고 나갔다. 오상진이 나직이 입을 뗐다.

“잘 시간이고 하니까 짧게 물어볼게. 정말 아무 일 없었니?”

“······.”

일병과 이등병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정말 없었어? 정말 이해진 일병은 체한 거야?”

그때 조영일 일병이 손을 들었다.

“말해봐.”

“최용수 병장이 때렸습니다.”

조영일 일병이 말하자, 그 뒤로 기다렸다는 듯이 답이 나왔다.

“네, 저도 봤습니다.”

“최 병장님 다리로 걷어차기까지 했습니다.”

“네. 확실합니다.”

그들의 대답을 듣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이 솔직히 말을 해줘야 조치를 취할 수 있어. 그것만 명심해라.”

“네. 맞습니다.”

“확실합니다.”

“알았다. 일단 자라. 나머지는 내일 소대장이 직접 할 테니까. 그리고 방금 했던 얘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말고. 만약 이 일로 분란이 생기면 말한 그 사람에게도 책임을 묻겠다.”

오상진이 당부를 했다. 아니, 당부가 없더라도 그들 입에서 절대로 저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말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이만 소등하고 자라.”

오상진이 말을 한 후 문을 열었다. 밖에서 4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너희들도 들어가서 자라.”

“네.”

김일도 상병과 최우식 상병이 오상진 눈치를 살피며 내무실로 들어갔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도 쭈뼛거리며 움직였다.

“최 병장, 강 상병!”

두 사람이 순간 움찔했다. 최용수 병장이 살짝 긴장한 상태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너희 둘은 내일 아침 완전군장 하라는 거 잠시 보류다.”

“네?”

“내일 아침 평상시대로 해.”

“알겠습니다.”

최용수 병장은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시발······.’

< 7장 인생은 실전이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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