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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5화 (45/1,018)

< 6장 이놈들이(7) >

인생 리셋 오 소위! 044화

6장 이놈들이(7)

“충성!”

“됐고, 하나 물어보자.”

“네.”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손주영 이병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오상진은 저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알았다, 가 봐. 이해진 일병한테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충성.”

손주영 이병이 막사로 들어가고 잠시 후 이해진 일병이 나왔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관등성명을 대는 이해진 일병의 양 볼이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뺨이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말이다.

“뭐야? 얼굴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구한테 맞았어? 아니, 누가 때렸어!”

“······.”

이해진 일병은 입을 다물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누구야? 최 병장? 강 상병?”

오상진의 물음에 이해진 일병은 눈시울이 붉게 물든 채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달싹였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오상진이 부드럽게 물었다. 이해진 일병이 오상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소대장님, 제가 말을 하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믿어, 그러니까 말해!”

“실은······.”

이해진 일병이 입을 한 번 열자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강상식 상병이 잔뜩 무게를 잡고는 이해진 일병을 불렀다.

“야, 이해진.”

“일병 이해진.”

“이건 무조건 네가 잘못한 거다. 알았냐?”

“네? 전 분명······.”

“야, 새끼야. 그럼 제대가 코 앞인 최 병장님이 당해야겠냐? 넌 그렇게 해야 속 시원하겠어? 시발,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강상식 상병이 막무가내로 나갔다. 이해진 일병은 솔직히 억울했다.

“그래도 이건 제 잘못이······.”

“그래, 알았다고. 너 잘나셨다고. 시발! X나 말 많네. 내무실 분위기 X나 잘 돌아간다. 그렇지? 고참이 실수 좀 했다고 밑에서 커버도 못 쳐주냐? 그 정도도 못 해줘? 시발, 이게 무슨 전우애야!”

강상식 상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해진 일병은 이를 악물었다. 최용수 병장이 굳은 표정을 말했다.

“야, 강 상병! 됐다. 내가 잘못한 건데 뭘 미루고 그래. 그냥 내가 영창 갔다 오고 말지. 아니면 완전군장 돌다 죽든가. 그러면 되는 거야.”

“최 병장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년이 무슨 영창이고 완전군장입니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판에.”

강상식 상병이 자리에서 다시 몸을 돌렸다.

“그래, 새끼들아! 잘하는 짓이다. 소대 잘 돌아가. 이래서 시발, 정을 주면 안 돼.”

강상식 상병은 계속해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에 이해진 일병이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했다고 하겠습니다.”

“뭐?”

강상식 상병은 들었으면서 재차 물었다.

“제가 했다고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럴래?”

강상식 상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진즉에 그렇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아. 그리고 걱정 마. 뒷수습은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이 얼마나 좋아, 이런 것이 진정한 전우애고 멋진 소대 아니냐.”

이해진 일병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시발······.’

그리고 그때 이호준 하사가 잔뜩 성이 난 채로 막사로 들어왔다.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암구호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나와!”

이해진 일병이 움찔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강상식 상병이 이해진 일병을 툭 쳤다. 이해진 일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잘못 전달했습니다.”

“뭐?”

이호준 하사가 이해진 일병을 노려봤다.

“제가 암구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뭐 새끼야?”

이호준 하사는 대뜸 이해진 일병의 뺨을 후려갈겼다.

쫘악!

순간 이해진 일병의 눈에서 번개가 번쩍하고 쳤다. 막사 안에 있던 소대원들 역시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호준 하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쪽 손도 올라가며 뺨을 때렸다.

쫘악!

이해진 일병의 고개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야, 미친 새끼야! 암구호가 장난이야? 그걸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이런 사단을 만들어?! 너 때문에 새끼야. 내가 다른 곳으로 보직 이동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책임질 거냐고!”

이호준 하사가 손가락으로 이해진 일병의 머리를 툭툭 밀었다.

“일병 이해진. 아닙니다.”

“아니긴 개뿔! 나 엿 먹이는 거네!”

이호준 하사는 그렇게 한참 동안 이해진 일병을 괴롭혔다. 잘못된 것을 탓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그게 화가 났던 것이다.

“그러니까, 최 병장하고 강 상병이 암구호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이런 사달이 났단 말이지?”

“네. 제가 분명히 말렸습니다. 게다가 암구호를 다시 전달하려는데 알고 있다고 하면서 제 입을 막았습니다. 손주영 이병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 둘의 잘못을 너의 잘못으로 몰아갔단 말이지?”

“네. 강압적으로 말입니다.”

“넌 맞지 않아도 될 뺨을 맞았고?”

“네!”

오상진은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일단은 이해진 일병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소대장이 상황은 알았고. 일단 훈련이 우선이니까, 이 일은 훈련이 끝난 후에 처리하도록 하겠다.”

“네.”

“그래, 복귀해.”

“충성.”

이해진 일병이 나가고 오상진은 진지한 얼굴로 다이어리에 메모를 했다. 그리고 남은 이틀간 악몽 같았던 시가전 모의 훈련이 끝이 났다.

8

충성부대는 굳은 얼굴로 부대에 복귀했다.

1중대 1소대원들도 내무실로 돌아왔다. 오상진이 1소대 내무실에 들어섰다. 김대식 병장이 오상진을 발견하고 바로 말했다.

“소대 차렷! 충성. 개인 정비 중.”

“쉬어.”

“쉬어.”

오상진이 1소대원들을 쭉 훑었다. 다들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오상진은 잔뜩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2박 3일간 훈련하느라 고생했다. 군장 정리하고, 빨리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해진.”

“일병 이해진.”

“넌 조금 있다가 나 좀 보자.”

“네. 알겠습니다.”

순간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의 눈빛이 바뀌었다. 오상진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정리한 후 쉬어.”

“네.”

오상진이 몸을 돌려 내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강상식 상병이 침상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시발, X나 무게 잡네. 안 그렇습니까?”

“······.”

하지만 최용수 병장은 굳은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곤 침상에 군장을 벗어 내려놨다. 강상식 상병은 살짝 민망했던지 다른 말로 화제를 바꿨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내무실이 최고네.”

김일도 상병 역시 자신의 관물대 앞에 군장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지 말입니다. 집에 온 느낌입니다.”

곧이어 최용수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야, 빨리 총기 거치해 놓고 정리하자.”

“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강상식 상병에게 말했다.

“상식아.”

“상병 강상식.”

“한 대 피우러 가자.”

“좋지 말입니다.”

“야, 최 병장님 거랑 내 거 군장 정리해라.”

“네, 알겠습니다.”

강상식 상병이 최용수 병장을 데리고 담배 피우러 휴게실로 내려갔다. 담배를 꺼내 최용수 병장에게 건넸다.

“그런데 말입니다. 해진이를 잘 내세웠지 말입니다.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야, 인마 말조심해.”

“에이, 여기 저희 둘뿐입니다. 그보다 해진이가 아무 말 안 했겠지 말입니다.”

“지가 이르면 군 생활 꼬이는데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 그리고 너도 인마, 당분간 해진이 좀 잘 챙겨주고.”

“아, 그 새끼. 타격감 좋았는데. 알겠습니다.”

그때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나타났다.

“너희들 방금 뭐라고 했냐?”

“네? 뭘 말입니까?”

강상식 상병이 시치미를 뚝 뗐다. 하지만 사실 오상진은 내무실에서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보고 몰래 따라 나온 것이었다.

둘이 있을 때 분명 이해진 일병에 대해서 말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람대로 그 현장을 확실하게 잡았다.

“방금 했던 말 다시 해보라고.”

“······.”

강상식 상병은 말없이 최용수 병장을 바라봤다. 최용수 병장 역시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오상진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너희 둘 행정반으로 따라와.”

오상진이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뒤에 남은 두 사람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시발······.”

“아, 뭐야.”

9

행정반에 온 두 사람은 오상진 앞에 열중쉬어 자세로 섰다.

“솔직히 말해. 이해진 일병이 잘못한 거 맞아?”

“네, 맞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잘못한 겁니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은 끝까지 말을 맞추며 이해진 일병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오상진은 이미 들은 것이 있었다.

“그럼 조금 전 휴게실에서 떠들었던 것은 뭐야.”

“아, 그건 그냥 농담 삼아 말한 겁니다.”

이번에도 역시 강상식 상병이 나서며 말했다. 오상진이 눈을 부릅떴다.

“너희들은 농담을 그딴 식으로 하냐?”

“······.”

“······.”

두 사람 다 입을 꾹 다물었다. 오상진은 한숨을 푹 내쉰 후 강하게 말했다.

“너희들 끝까지······. 알았다, 나도 더 이상 너희들 말 안 듣기로 하겠다. 너희 둘 내일 아침 오전 일과 전 완전군장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한다.”

“네?”

“완전군장으로 말입니까?”

“내 말 못 알아들었어!”

오상진이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거야?”

“그게 아닙니다. 저희가 왜 완전군장을 해야 합니까?”

강상식 상병이 물었다. 오상진이 헛웃음을 날렸다.

“허, 그걸 몰라서 물어? 너희들 입으로 말했는데? 지금 당장 소대장 듣지 않는다면 중대장님께 보고 올린 후 군기문란 및 명령불복종으로 영창에 보내겠다. 그렇게 해줄까?”

“아닙니다.”

최용수 병장이 대답을 한 후 몸을 돌렸다. 강상식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보다가 오상진이 한마디 했다.

“미리 경고해 두는데 헛짓거리들 하지 마라.”

그리고 오상진은 김대식 병장을 불렀다.

“대식아.”

“병장 김대식.”

“혹시라도 최 병장하고 강 상병이 이해진 일병 괴롭히면 네가 좀 커버쳐라. 정 안 되면 나 부르고.”

“네, 알겠습니다.”

김대식 병장은 영문은 모르겠지만 오상진의 명령이라 대답을 했다.

오상진은 당직사령이 1중대 4소대장인 것을 알고 그에게 미리 당부까지 해놨다.

“우리 1소대 좀 신경 써 주십시오.”

“1소대 말입니까? 갑자기 왜······.”

“그냥 좀······ 부탁합니다.”

“네. 뭐······. 일단 알겠습니다.”

4소대장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내무실로 돌아온 최용수 병장의 얼굴이 많이 굳어 있었다. 그 옆으로 강상식 상병이 다가왔다.

“최 병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우리가 대화한 내용에 별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대장은 뭔가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그날 해진이가 다 분 것 같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 이해진 일병에게 향했다.

“이 새끼가······.”

최용수 병장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 6장 이놈들이(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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