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이놈들이(5) >
인생 리셋 오 소위! 042화
6장 이놈들이(5)
“척이면 척이잖습니까.”
“하긴 화랑, 정신 뭐 이런 건 아닐 거야.”
“어휴, 무슨 화랑 정신입니까. 화랑 하면 신라지 말입니다.”
“그래도 모르니까, 저 3조로 몰래 가서 확인해 봐.”
“제가 말입니까?”
강상식 상병이 눈을 번쩍 떴다.
“그럼 새끼야. 쟤들한테 물어보라고 해? 쪽팔리게······. 아니면 내가 갈까?”
“아, 아닙니다. 제가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강상식 상병이 잠시 주위를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옆 조로 이동했다.
“칫, 화랑 신라 맞다니까. 귀찮게······.”
강상식 상병이 투덜거리며 3조 조장 김일도에게 갔다.
“야, 일도야.”
“상병 김일도.”
강상식 상병이 힐끔 멀리 떨어진 후임병들을 확인하고 몰래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암구호 화랑 맞지?”
“맞지 말입니다.”
“거봐, 맞는데······.”
강상식 상병이 인상을 쓰며 뒤를 돌아왔다. 김일도 상병이 물었다.
“왜 그럽니까?”
“아니야, 수고해라.”
강상식 상병이 다시 1조 자리로 복귀하고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조영일 일병을 보며 물었다.
“조영일.”
“일병 조영일.”
“너 오늘 암구호 숙지했어?”
“네. 숙지했지 말입니다.”
“뭐야?”
“화랑, 정신입니다.”
김일도 일병이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 떨어진 노현래 이병에게 물었다.
“어이 신병!”
“암구호 숙지했어?”
“네, 그렇습니다.”
“뭐야?”
“화랑, 정신입니다.”
김일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구호는 확실하게 숙지해라.”
“네, 알겠습니다.”
한편, 강상식 상병이 다시 복귀한 후 입을 열었다.
“거 보십시오. 화랑이 맞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
최용수 병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화랑 하면 신라라니까 그러십니다.”
“새끼, 자기 아는 것 하나 나왔다고 잘난 척하는 거 보소.”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래, 아는 거 많아서 좋겠다.”
“헤헤.”
강상식 상병이 씨익 웃었다.
그러는 사이 약 30여 분이 흘러갔다.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최 병장님 너무 조용한데 말입니다.”
강상식 상병이 조용히 말했다.
“조용하면 좋지. 그냥 이대로 24시까지 버티면 되는데······.”
최용수 병장이 조용히 말했다.
“5중대가 잘 막고 있는 거겠지 말입니다.”
“그러겠지. 아니, 그래야만 해.”
그때 저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타타타타탕!
“어? 시작되었나 봅니다.”
그 순간 이해진 일병과 손주영 이병이 바짝 긴장하며 전방을 응시했다. 총소리는 또다시 30여 분간 이어졌다. 그러고는 10분간 조용했다.
“끝났나? 우리가 막았나?”
“아직 소식이 없지 말입니다.”
“그래?”
“야, 이해진.”
“일병 이해진!”
“무전에서 연락 없냐?”
“네. 아직 연락 없습니다.”
“아이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막은 거야, 뚫린 거야!”
강상식 상병이 초조하게 전방을 응시하고 있을 때 지휘통제실은 그야말로 분주함 그 자체였다.
“5중대 돌파당했습니다. 현재 4중대와 격전 중!”
통신병이 올라오는 무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작전과장은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상황판을 응시했다. 그곳에 있는 각 중대 병력과 소대 병력 배치도를 확인하며 표정을 굳혔다.
“5중대가 뚫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휘통제막사로 들어온 한종태 대대장이 소리쳤다. 곧바로 작전과장이 뛰어와 말했다.
“대항군의 세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도대체 아진부대에서 어떤 대항군을 보냈기에 그래?”
“그, 그게 말입니다.”
작전과장이 한종태 대대장에게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제99특공대대를 보냈다고 합니다.”
“뭐? 제99특공대대? 아니, 무슨 일반부대 훈련에 특공대대를 보내고 지랄이야. 아진부대 이것들이 미쳤나!”
“사단장님 특별 지시라고 했습니다.”
“하아······.”
한동태 대대장은 사단장님의 특별 지시라는 말을 듣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물었다.
“그래, 지금 상황은 어때?”
“많이 좋지 않습니다.”
“본론만 말해. 본론만!”
“네. 현재 5중대 전멸! 4중대와 대치 중이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4중대 가까이 있는 지원 병력은?”
“2중대가 있습니다.”
“그럼 뭐 하고 있어. 어서 지원 병력 보내!”
“보낸 상황이지만······.”
작전장교는 어두워진 얼굴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낸 상황인데 뭐?”
“저, 적의 매복에 걸려 거의 전멸을······.”
“뭐라고!”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서?”
“현재 3중대와 교전 중이지만······ 그것도 역시······.”
“야, 새끼들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특공대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깨지면 어쩌자는 거야?”
“그래도 우리에게 1중대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1중대라면 충분히 막을 것입니다.”
“야, 다른 중대가 다 뚫렸는데 1중대라고 별수 있겠어?”
“그래도 김철환 1중대장을 믿어보시지 말입니다.”
작전과장의 말에 한종태 대대장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알았다. 1중대장에게 무전을 넣고, 지금 상황을 전파해 마지막 방어선을 단단히 지키라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작전과장이 곧바로 통신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상진은 무전기를 통해 김철환 1중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현재 대항군이 3중대와 대치 중이라고 합니다. 그다음이 우리 1중대니까, 정신 바짝 차리라고 각 조에 전파 부탁드립니다.”
이호준 하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호준 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를 들었다.
“야, 자는 놈들 없지? 현재 대항군이 3중대와 교전 중이란다. 정신 바짝 차려! 우리 뚫리면 안 돼!”
치이이익!
-1조 알겠습니다.
-2조 알겠습니다.
-3조 알겠습니다.
모두 무전을 통해 받았다. 이 하사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이상 없다고 합니다.”
“3중대가 뚫렸다는 소식은 왜 안 했습니까?”
“에이, 괜히 말해서 애들 긴장 타게 만들면 알던 것도 까먹습니다. 적당한 긴장감은 좋지만 과도한 것은 안 한 것만 못합니다.”
이호준 하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알려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오상진이 막 입을 떼려고 할 때 저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오상진과 이호준 하사가 재빨리 경계를 했다.
최용수 병장이 있는 1조에서도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타타타타탕!
총소리의 크기로 보아 매우 가까이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총소리가 가까이서 들립니다.”
강상식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귀를 기울였다. 최용수 병장이 물었다.
“맨 앞에 5중대가 먼저 맡고 있지 않아?”
“네. 그런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소리면 3중대와 교전하고 있다는 건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 5중대, 4중대, 2중대까지 뚫고 3중대와 싸우겠습니까?”
“그런가?”
“그렇지 말입니다.”
“그래도 긴장 풀지 말고! 전면에서 조금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바로 말해.”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과 손주영이 일병이 힘차게 말했다. 조금 전 암구호 때문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눈에 불을 켜고 전방을 주시했다.
최용수 병장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발 우리까지 오지 않게 막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저도 그렇습니다. 편히 쉬고 싶습니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대기를 했다. 그리고 총소리가 잦아들고, 잠깐의 시간이 흘러갔다.
부스럭!
강상진 상병이 화들짝 놀라며 전방으로 총을 겨눴다.
“방금 소리 들었지 말입니다.”
“그래, 나도 들었다.”
강상식 상병이 긴장한 채 대답했다. 이해진 일병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잠시 후 어둠을 뚫고 한 명의 사내가 두 손을 들며 나타났다. 곧바로 강상식 상병이 소리쳤다.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화랑!”
“······.”
답이 없었다. 강상진 상병이 긴장한 채로 재차 암구호를 선창했다.
“화랑!”
나머지 세 명은 바짝 긴장한 채 총구를 겨눴다.
“신라.”
원하는 암구호가 나오자 강상진 상병은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용수 병장도 마찬가지였다.
“확인을 위해 삼보 앞으로.”
두 손을 든 사람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3중대장인 것을 확인했다.
“어, 최 병장님.”
강상식 상병이 놀란 얼굴로 최용수 병장을 불렀다. 최용수 병장 역시도 충성대대의 3중대장인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3중대장님이시네. 난 또 적군이 뚫고 이곳까지 온 줄 알았네.”
그래도 할 것 해야 했다.
“용무는?”
“순찰!”
최용수 병장은 확인을 한 순간 긴장을 풀었다. 총구를 내리자 이해진 일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최 병장님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해?”
“왜 3중대장님이 1중대가 있는 곳으로 순찰을 옵니까? 지금은 경계근무가 아니라, 훈련 상황인데 말입니다.”
이해진 일병의 의문에 강상식 상병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야, 새끼야. 딱 보면 몰라? 3중대장님이잖아. 그리고 암구호도 제대로 됐고. 그런데 뭐가 문제야?”
“아, 그리고 암구호도 말입니다. 신라가 아니라······.”
“야, 닥치지 못해? 이 새끼가 어디서 말장난을 치려고······. 뒤로 꺼져! 주변 경계나 신경 써!”
“아,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은 다시 시무룩해지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최용수 병장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강상식 상병에게 말했다.
“상식아.”
“상병 강상식.”
“만일을 대비해서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네가 가서 알아봐.”
“네.”
강상식 상병이 3중대장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3중대장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3중대장의 눈동자가 많이 흔들리며 눈짓으로 뭔가를 말을 하려고 했다.
“응?”
강상식 상병이 힐끔 뒤쪽으로 보았다. 3중대장 뒤로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강상식이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
“뭐, 뭡니까?”
“······.”
3중대장은 말이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설마 3중대원들입니까? 지금 3중대가 맡은 곳이 밀려서 이곳으로 온 것입니까?”
강상식 상병이 재차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다만 3중대장은 말은 하지 못하고 뭔가 답답해했다. 앞에 있는 강상식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말 좀 해 보십시오.”
강상식 상병이 재차 물었다. 그때 뒤에 있던 최용수 병장이 한마디 했다.
“됐다. 3중대장님께서 괜히 이곳에 왔겠냐. 우리 1중대를 지원하러 오셨겠지. 통과시켜 드려!”
“아, 네에.”
강상식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길을 비켰다. 그런데 3중대장이 많이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아무것도······.”
3중대장은 이내 말을 꺼내지 않고 한숨과 함께 통과했다. 그리고 강상식 상병 옆을 지나가며 마치 답답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강상식 상병 역시 그 눈빛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시지?”
3중대장과 병력들이 통과하고, 곧바로 병사들이 돌변했다.
< 6장 이놈들이(5)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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