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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2화 (42/1,018)

< 6장 이놈들이(4) >

인생 리셋 오 소위! 041화

6장 이놈들이(4)

오상진이 본 강순자의 첫인상은 포근함이었다. 약간 덩치도 있고, 힘도 제법 쓸 것 같았다. 허리 수술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수발을 들기에는 적격이었다.

“제가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호호호, 물어보세요. 참고로 간병인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요. 보실래요?”

“아, 아니, 굳이······.”

오상진이 말리려고 했지만 강순자는 이미 자신의 가방에서 자격증을 꺼내 보여 주었다.

“보이시죠? 이것이 간병인 국가 자격증이에요. 호호호. 제가 간병인이 하고 싶어서 땄어요. 대단하죠. 호호호.”

“아, 네에······.”

강순자는 호들갑스럽고 웃음이 많은 편이었다. 어머니인 신순애하고는 상반되는 성격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어머니가 심심하시진 않겠어.’

오상진이 결정을 내린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저희 어머니께서는 허리를 수술하셨습니다. 그래서 거동이 많이 불편하십니다. 화장실이라든지, 잡다한 심부름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도 허리가 좋지 않아서 간병을 제가 했었어요. 그것도 2년이나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친정엄마처럼 제가 보살필게요. 호호호. 그런데 아드님이신가 봐요. 잘 생겼네요. 호호호.”

“아, 네에. 감사합니다.”

“딸 있었으면 사위 삼고 싶어요. 참고로 전 아들만 셋이에요. 호호호.”

“아, 네에. 그러셨구나.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힘도 좋아요.”

“네, 제가 솔직히 다른 건 몰라도 페이는 섭섭지 않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아니, 원래 받는 것보다 두 배 더 챙겨 드릴게요.”

두 배라는 말에 강순자의 눈이 커졌다.

“두, 두 배요? 호호호! 아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는 그렇게 안 해도 최선을 다해요.”

하지만 강순자는 두 배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긴 했다.

“그만큼 좀 더 신경 써서 잘 좀 챙겨 달라는 뜻입니다.”

“알았어요. 걱정 마시라니까요, 호호호.”

“그리고······.”

오상진이 말을 하다가 잠시 끊고는 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조심스럽게 건넸다.

“이거 별거 아닌데······. 가실 때 애들 간식이라도 사 가시라고 좀 챙겼습니다.”

“에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강순자는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손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봉투를 챙겨서 가방에 넣고 있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퇴원할 때까지 저희 어머니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시라니깐요. 호호호. 제가 아주 안전하게 사모님 잘 모실게요. 호호호.”

“네. 그럼 저희 어머니에게 가실까요?”

“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자 강순자는 곧바로 봉투 속 내용물을 확인했다.

‘헉! 뭐, 뭐가 이리 많아?’

좀 얇다 싶었는데 만원 권 신권이 두툼하게 채워져 있었다. 얼추 봐도 오십만 원은 되어 보였다.

‘어머나, 세상에······. 그럼 나중에 사례는 얼마나 더 한다는 거지? 이것보다 더 많다는 건데.’

강순자가 놀라고 있는 사이 오상진이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안 따라오세요?”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호호호. 가요, 갑니다.”

강순자가 봉투를 다시 가방 속에 넣고, 후다닥 뛰어 오상진에게 갔다. 그리고 1인실 병동으로 안내했다.

“여깁니다.”

오상진이 병실을 안내하자마자, 강순자는 문을 열며 곧바로 인사를 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부터 사모님의 간병을 맡은 강순자라고 해요. 어머나······. 목마르세요?”

때 마치 신순애는 목이 마른지 옆 탁자에 있는 물병으로 손이 뻗고 있었다. 그것을 목격한 강순자가 재빨리 움직였다. 물병의 뚜껑을 따더니 자신의 가방을 열어 그곳에서 빨대를 꺼내 꽂았다.

“사모님, 천천히······. 천천히 드세요.”

신순애가 당황하며 오상진을 보았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신순애는 얼떨결에 빨대를 빨아 목을 축였다.

허리를 수술했기에 한 이틀 동안은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할 것이었다. 화장실조차 혼자서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여자 간병인이 필요했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고 해도 어머니는 여자였기에 아들에게 부탁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살뜰히 챙겨줄 것 같은 강순자의 모습을 보며 오상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

다음 날 충성대대는 시가전 전술훈련을 위해 포천 쪽에 마련된 시가전 전투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약 칠백여 명이 이동하는 만큼 많은 차량이 움직였다.

오후 1시쯤 지휘통제 막사가 지어지고 곧바로 브리핑에 들어갔다.

“오늘 저녁부터 아진부대에서 파견된 대항군이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작전과장이 곧바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지휘봉을 들고 앞에 마련된 시가진 전투 모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진부대 대항군이 파견된다고 했는데 어느 부대인 줄은 모르고?”

“네. 사단에서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으음······. 알았다. 다음으로 넘어가.”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부터 저희 충성부대는 섹터 A-1 지역부터 G-5 지역까지 방어선 구축을 할 것입니다.”

“그럼 첫날은 방어인가?”

“네. 그렇습니다. 방어선 구축 및 지휘통제실 방어입니다.”

“작전은?”

“우선 각 중대별로 A부터 G까지 구역을 나누어 지키게 했습니다. 최종방어선은 1중대가 맡기로 했습니다.”

“그래. 별문제는 없겠지?”

“생각보다 구역이 넓습니다. 하지만 매 같은 눈으로 개미 한 마리조차 빠져나갈 수 없게 하겠습니다.”

작전과장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이 매우 흡족한지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들 어떻게 하는 거 알지? 이번에 사단장님도 직접 참관을 하신다고 하니까, 각별히 유념하고.”

“네. 알겠습니다.”

간부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이번 시가전 정말 잘하자. 우리 충성부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절대로 실망시키지 말자. 혹시라도 그런 중대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

“네!”

한종태 대대장이 말을 하면서 시선은 오상진에게 꽂혀 있었다. 마치 오상진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시선을 김철환 1중대장이 캐치했다.

회의를 마치고 각 중대장들이 지휘통제실을 나왔다.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님도 나와서 움직였다.

“상진아. 잘해라. 아까 대대장님이 널 쳐다보는 거 봤지?”

“중대장님도 보셨습니까?”

“그럼 인마. 네 옆에 내가 있는데 그걸 왜 못 보겠냐. 대대장님이 날 쳐다보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하사가 잘 준비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래, 설마 별일은 있겠냐.”

“네, 훈련한 대로 하면 됩니다.”

“그래, 어쨌든 우리도 각 소대장 모아서 최종 회의를 하자!”

“네. 바로 소집하겠습니다.”

오상진이 힘차게 대답했다.

6

충성대대 1중대가 맡은 구역은 A구역이었다. 지도상에 표시된 지역은 지휘통제실에서 약 1㎞ 떨어진 구역이었다. 한마디로 이곳이 뚫리면 바로 지휘통제실까지 논스톱이라는 것이었다.

최후의 보루.

최후의 방어선.

그 막중한 임무를 1중대가 맡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1중대 각 소대는 그 구역을 또 나눠서 지켰다. 오상진이 1소대를 불렀다.

“1조는 A-2 구역에서 2번 지점.”

“네.”

“2조는 5번 지점.”

“네!”

“3조는 3번 지점.”

“네!”

오상진은 지도를 펼쳐 각 조가 위치한 곳으로 지정해 주었다.

“자, 오늘은 방어선 구축 및 적 침투 방어다. 어제까지 충분히 훈련하고 숙지를 했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오늘은 실전이다. 철저히 경계하고, 조금의 움직임도 놓치지 마라. 적들이 쳐들어오면 막으면 된다. 알겠나!”

“네.”

“우리가 뚫리면?”

“끝입니다!”

“좋아, 그럼 1소대 각 지점으로 이동!”

“이동!”

1소대가 신속하게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정된 위치에 도착한 후 사후경계에 들어갔다. 오상진 역시 지정된 곳으로 가서 경계를 섰다.

오상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전방을 응시했다. 그 옆으로 이호준 하사가 다가왔다.

“부소대장.”

“걱정 마십시오. 어제 훈련하는 것만큼만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 1중대까지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면 좋겠지만 워낙에 변수가 많은 시가전이다 보니······.”

“믿어 보십시오.”

“네. 그래야죠.”

오상진이 힐끔 이호준 하사를 보았다.

오상진은 어머니 병원에서 수시로 이호준 하사와 통화를 했다. 그때마다 이호준 하사는 괜찮다며 훈련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상진는 뭔가 불안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4소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4소대장 혹시 우리 1소대 훈련 잘하고 있습니까?”

“네. 지금도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끼리 훈련을 하는 모양입니다.”

“네? 이 하사가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이 하사 말입니까? 아뇨, 이 하사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닌데, 내가 지켜보라고 했는데······.”

“조금 전까지 사무실에 있던데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4소대장에게 들었던 것이 있었던지라 이호준 하사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잘 살펴달라고 말했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왠지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대항군으로 아진부대에서 나온다고 했습니까?”

“네, 아진부대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떤 부대가 대항군으로 나올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보다 잘돼야 할 텐데 말입니다.”

“잘 될 겁니다.”

오상진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하사는 뭐가 그리 자신 있는지 당당하게 말했다.

포천에 마련 조성된 시가전 훈련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시가전 훈련장이었다. 일산 신도시를 모델로 구성된 것으로 엄청난 건물과 시가전을 자랑했다.

첫째 날은 방어선 구축 및 적 침투 방어.

둘째 날은 수색 및 적 색출 훈련.

셋째 날은 인질 구출작전.

이렇게 훈련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첫째 날 방어선 구축 및 적 침투 방어를 위해 경계근무를 섰다. 각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던 그때 1조 조장인 최용수 병장이 강상식 상병을 보며 물었다.

“야, 상식아.”

“상병 강상식.”

“너 오늘 암구호 아냐?”

“아까 전달받았는데 말입니다. 화랑······ 뭐라더라.”

강상식 상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정신없이 암구호를 전달받은 상태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화랑, 화랑, 화랑······.”

강상식 상병이 힐끔 이해진 일병을 보았다.

“뭐냐? 화랑 뭐시기였는데······.”

그때 이해진 일병이 슬쩍 다가와 말했다.

“저기 강 상병님.”

“왜?”

“오늘 암구호 말입니다. 화랑······.”

그러자 강상식 상병이 바로 인상을 쓰며 말을 잘랐다.

“알아, 알고 있어. 인마!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 새끼가, 어디서 잘난 척이야.”

“아, 넵.”

이해진 일병이 곧바로 시무룩해지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최용수 병장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오늘 암구호가 뭐라고?”

“화랑 아닙니까.”

“그니까, 화랑 다음 답 구호가 뭐냐고.”

“에이, 한두 번 암구호 합니까. 화랑 하면 신라 아닙니까.”

“화랑, 신라······.”

최용수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6장 이놈들이(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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