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이놈들이(3) >
인생 리셋 오 소위! 040화
6장 이놈들이(3)
“내가 그걸 봐서 아니.”
“리버파크라고 정진이 학교 근처인 것 같은데요.”
“아, 리버파크? 들어본 것 같다. 거기 정말 좋다던데.”
“아는 사람이 이사 갔어요?”
“국밥집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거기로 이사 간다며 좋아했거든. 그런데 우리 거기로 이사 갈 수 있어? 꽤 비싸 보이던데.”
“돈 걱정은 마시고, 어쨌든 엄마 맘에 드세요?”
“나야, 거기서 살면 좋지. 그런데 정말 그 아파트 살 수 있어?”
“네. 지금 가진 돈으로 충분해요. 어차피 통장에 있어 봐야, 이자도 얼마 붙지 않고요. 가게 내는 데 큰돈은 안 드니까요.”
“그래도 좀 더 고민해 보고······.”
“엄마, 어차피 이사 가기로 했잖아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우리 이사 가요.”
“그럼······ 그럴까?”
“네.”
“그럼 이 집은? 팔까?”
신순애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팔지 마요.”
“팔지 마?”
“네. 이 집은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세를 주든지 아니면 제가 따로 사용하든지 할게요.”
“그래, 그래라.”
신순애가 고개를 끄덕인 후 장 봐온 것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오상진은 아파트 전단지를 보며 히죽 웃어 보였다.
‘5년 있다가 재개발에 들어가지? 예전에야 부담금을 못 내서 팔고 나왔지만 이번엔 다르지.’
오상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3.
오상진은 휴가를 마치고 곧바로 중대장실을 찾았다.
“충성, 소위 오상진 휴가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반갑게 오상진을 맞이했다.
“그래, 잘 다녀왔냐? 어머님은 좀 어떠셔?”
“오늘 입원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어머님 곁을 지켜드려야지.”
“수술 끝날 때 쯤 잠깐 다녀오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 수술인데 그건 도리가 아니지. 여긴 걱정 말고 가서 어머니 보살펴 드려.”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저번주에 휴가까지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이번 주에 시가전 훈련이 잡혀 있는데 거기에 집중해야죠.”
오상진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그런 오상진의 기분을 알고 진지한 얼굴로 입을 뗐다.
“됐어. 내일 외출 허락할 테니까 다녀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야, 그런 상태로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키겠어? 그 훈련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이건 중대장으로서 명령이다.”
“중대장님······.”
오상진은 살짝 감동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이 편치는 않았다.
“자식이 얼굴이 왜 그래? 이 중대장을 못 믿는 거야?”
“아닙니다. 믿습니다.”
“그럼 여기 걱정 말고 다녀와.”
김철환 1중대장은 괜히 농담을 던지며 오상진의 마음의 짐을 덜어내 주었다. 오상진은 고마움에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자식! 그럼 나한테 잘해, 인마!”
“저야, 항상 잘하지 말입니다.”
“됐거든! 어서 나가봐.”
“네, 충성!”
중대장실을 나온 오상진은 행정반에 들어갔다. 자신의 책상에 앉아 전술교범을 펼쳤다.
“자,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때마침 이호준 하사도 행정반에 들어왔다. 오상진이 고개를 들어 이호준 하사를 봤다.
“이 하사.”
“네?”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시죠.”
“네.”
이호준 하사는 자신의 책상으로 가던 걸음을 돌려 오상진에게 향했다. 그리고 의자 하나를 당겨서 앉았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주말 잘 보냈습니까?”
“네, 뭐 저야 항상 똑같죠. 소대장님은 휴가 잘 보내셨습니까?”
“전 어머니 때문에 바쁘게 보내고 왔습니다.”
“아, 맞다. 어머님 때문에 휴가를 다녀오셨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어머님 일은 잘되셨습니까?”
“네, 오늘 입원했습니다.”
“저런······.”
이호준 하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호준 하사 나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고, 병장 만기 제대를 한 후 바로 부사관에 지원한 케이스. 그래서 그런지 병사들과 잘 어울리고, 내무반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있긴 해. 그런데······.’
오상진은 다른 것이 맘에 걸렸다.
‘다만, 최용수 병장, 강상식 상병과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거야. 병사 출신이라서 그런가?’
거기까지 생각한 오상진은 고개를 살짝 흔들며 생각을 지워냈다.
‘아니야, 일단 훈련만 생각하자.’
오상진이 이호준 하사를 향해 말했다.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내일 어머니 수술 때문에 아무래도 외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훈련이 맘에 걸립니다. 누가 1소대 훈련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이 하사가 신경을 좀 써 주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군 생활 원데이 투데입니까. 제가 잘 지켜보겠습니다.”
이호준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지막 훈련을 참관해야 하는데 자꾸 자리를 비워서 미안합니다.”
“에이, 괜찮습니다. 자식 된 도리가 먼저죠. 절 믿고 다녀오십시오. 제가 훈련은 확실하게 보겠습니다.”
“네. 그럼 이 하사만 믿겠습니다.”
“네.”
“아참, 이 하사.”
이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엉덩이를 붙였다.
“네?”
“내가 지켜봤는데 최 병장하고 강 상병이 애들을 심하게 잡는 모양입니다. 가끔 내무실 좀 살펴 주십시오.”
“아, 그렇습니까? 최 병장, 이 새끼······. 안 되겠네.”
이 하사는 인상을 쓰며 최용수 병장의 이름을 거론했다.
“제가 최 병장 만나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이 하사의 한마디에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왜 최 병장만? 문제는 강상식이라는 걸 잘 모르는 건가?’
4.
2소대장은 김철환 1중대장의 부름을 받고 중대장실로 갔다.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상황이 그렇게 됐으니까, 자네가 1소대도 함께 훈련 좀 지휘해. 같이 훈련해도 상관없잖아.”
2소대장은 약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수술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입장 바꿔서 자네 어머니가 수술하는데 그런 소릴 들으면 좋겠나?”
“······ 죄송합니다.”
2소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김철환 1중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자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은 없지 않아? 막말로 오상진이 처음 왔을 때 자네 뒤치다꺼리 한 거 잊었어? 한창 훈련 준비하느라 바쁜데 그 3일 동안 책임지고 2소대 훈련 봐준 사람이 1소대장이야. 그건 까맣게 잊었지?”
“아, 아닙니다.”
2소대장은 순간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오상진이 처음 충성부대에 발령 왔을 때, 2소대장이 갑자기 장염에 걸려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그때 오상진이 1소대는 물론 2소대까지 책임지고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럼 인마, 그때 일 갚는다고 생각해.”
“알겠습니다. 제가 맡겠습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서로 돕고 그래야지. 그래야 나중에 2소대장이 힘들 때 다시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네. 이만 나가봐.”
“네. 충성.”
2소대장이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복도를 걸어가며 연신 투덜거렸다.
“제기랄, 그런 걸 왜 날 시키고 그래. 귀찮게······.”
그때 이호준 하사가 눈에 들어왔다.
“어이, 이 하사.”
“아, 네.”
“1소대장은?”
“지금 훈련장 안에 있습니다.”
“그래?”
2소대장이 훈련장을 힐끔 바라봤다.
내일 자리를 비운다더니 생색내듯 훈련을 진행하는 모양이었다.
“참, 이 하사, 그거 알아?”
“뭘 말입니까?”
“내일 자네 소대장 외출하는 거.”
“아,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럼 말이 쉽겠네. 나도 중대장님께 지시를 받았거든. 내일 2소대랑 함께 1소대 훈련도 봐주라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런데 자넨 생각은 어때? 내 밑에서 할래? 아니면 자네가 따로 시킬래?”
2소대장의 물음에 이호준 하사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야. 자네가 직접 내일 훈련을 지켜보던가. 아니면 우리 2소대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내 지시에 따르던가.”
이호준 하사가 살짝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그냥 제가 따로 시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말 안 나오게 잘해라. 알았지?”
2소대장이 다시 자신의 소대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이호준 하사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개새끼······.”
2소대장을 뒤로하고 이호준 하사가 1소대 내무실을 찾았다. 강상식 상병만 있고, 최용수 병장은 없었다. 김대식 병장이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훈련 준비 중.”
“쉬어.”
“쉬어.”
이 하사가 내무실을 기웃거렸다.
“어? 최 병장은?”
“잠깐 화장실 간 모양입니다.”
강상식 상병이 바로 말했다.
“그래? 강 상병, 나랑 담배 한 대 피우자.”
“아까 같이 피우지 않았습니까.”
“아까는 아까고! 잠깐 할 말이 있어서 그렇지.”
“아, 네.”
강상식 상병이 곧바로 이 하사의 뒤를 따라 나갔다. 휴게실로 내려간 이 하사는 자신의 담배를 강상식 상병에게 건넸다.
“하하, 매번 감사합니다.”
“감사는······, 담배 한 개비 가지고.”
서로 불을 붙인 후 강상식 상병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으음, 내일 소대장 외출이란다.”
“외출 말입니까? 와, 소대장은 맨날 외출입니까!”
강상식 상병의 얼굴이 불만이 가득했다. 이 하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일 어머님 수술하신대.”
“아, 그렇습니까?”
“아무튼 내일 마무리 훈련인 거 알지? 물론 내가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야, 그런데 내가 꼭 지켜봐야 하냐?”
“이 하사님! 쉬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너 믿고 쉬어도 되는 거지?”
“왜 그럽니까, 저 강상식입니다.”
“알지, 내가 강 상병을 모를까.”
이 하사가 흐뭇하게 웃으며 강상식 상병의 어깨를 토닥였다. 강상식 상병이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러다가 이 하사가 약간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참! 최 병장 아직도 애들 많이 잡냐?”
“하아, 말도 마십시오. 말년 병장 꼬장이······. 어이구, 그냥······. 숨도 못 쉽니다.”
“아, 그 새끼는 제대 두 달 남겨놓고 뭐하는 짓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하아······.”
강상식 상병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하사님, 저는 말입니다. 살다 살다 저런 병장은 처음입니다.”
“야, 고생이 많다. 조금만 참아라. 두 달 금방이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무려 1년하고도 반을 참았습니다. 고작 두 달을 못 참겠습니까.”
“그래, 그런 마인드 아주 좋아. 그래도 김대식 병장은 괜찮지 않냐?”
“아후, 김대식 병장은 양반이지 말입니다.”
“그래도 김대식 병장 깐깐하니까 괜히 밉보이지 말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이호준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 상병이 담배를 끄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 말씀하신 그 여친분하고는 잘 만나십니까?”
“아, 걔? 헤어졌어.”
“예? 아니, 왜······.”
“아니, 그게 말이야. 딴 놈에게 간다고 했을 때는 살짝 열 받았는데 막상 만나려니까 별로 안 내키더라.”
이호준 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강상식 상병의 눈빛이 바뀌었다.
“혹시 이 하사님······ 딴 여자 생긴 거 아닙니까?”
“새끼, 눈치 하고는······.”
“진짜입니까?”
강상식 상병이 놀란 눈이 되었다. 이호준 하사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저번에 나이트 가서 꼬셨다. 대학생이라네.”
“역시 우리 이 하사님! 얼굴 하나 제대로 쓰십니다.”
“훗! 하긴 내가 좀 얼굴이 치명적이긴 해.”
“당연하지 말입니다. 완전 남자답게 생겼지 말입니다. 아니지, 군인만 아니라면 지금쯤 아이돌 하고 계셨지 말입니다.”
강상식 상병은 엄지손가락까지 추켜세우며 이 하사를 비행기 태웠다.
“쓰읍, 그렇게 말이야. 내가 춤을 조금만 잘 췄어도 아이돌 하는 건데.”
이 하사는 잠깐 몸을 움직이다가 그만뒀다.
“훈련시간 다 됐네. 아무튼 신경 써서 하자.”
“네. 걱정 마십시오.”
“그래.”
이 하사는 다시 한번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 주곤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최용수 병장이 담배 피우러 휴게실로 나오고 있었다.
“어? 충성.”
“그래.”
이 하사가 손을 들어 답을 한 후 스쳐 지나갔다. 최용수 병장은 담배를 입에 물고 고개를 돌려 이 하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휴게실에 있는 강상식 상병을 봤다.
“뭐야?”
“아, 담배 한 대 피웠습니다.”
“나만 빼고?”
“최 병장님 안 계셔서 말입니다.”
“뭐라는데?”
“아, 소대장 내일도 일 있다고 나가니까 저희끼리 훈련 잘하라고 합니다.”
“그래? 그거 말고 딴 얘기는 없고?”
“에이, 딴 얘기가 뭐가 있겠습니까.”
강상식 상병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최용수 병장은 뭔가 찝찝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은 부대에 출근했다가 김철환 1중대장에게 보고를 한 후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어머님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담당 의사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상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쯤 퇴원이 되는 겁니까?”
“그때 말했던 것처럼 2주 정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주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담당 의사와 면담이 끝나고 신순애가 입원한 병동 간호사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아, 네에. 무슨 일이시죠?”
“신순애 환자분 보호자인데요. 제가 군인이라 간병을 못합니다. 그래서 혹시 간병인 구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연락처 드릴까요?”
“네, 부탁합니다.”
간호사가 간병인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쪽지에 적어서 건넸다.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쪽에 적힌 전화번호 이름을 확인했다.
“강순자······.”
오상진은 곧바로 휴대폰을 열어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 후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순자 씨 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제가 간병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네······.”
오상진은 통화를 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오상진은 병원 1층 커피숍에서 간병인 강순자와 만났다.
“강순자 씨?”
“네, 제가 강순자입니다.”
< 6장 이놈들이(3)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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