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 로또!(5) >
인생 리셋 오 소위! 036화
5장 로또!(5)
3.
“아직도 골이 지끈거리네.”
그늘에 자리를 잡은 오상진은 눈을 감은 채 아직 남아 있는 술기운을 달랬다.
그때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훈련 다 끝났습니까?”
눈을 떠 보니 2소대장과 3소대장이 서 있었다.
“아직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막 훈련 끝내고 복귀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1소대장 술 먹었습니까? 또 술 냄새가 납니다.”
“아, 어제 좀 마셨습니다.”
오상진이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또 이걸로 걸고넘어지겠네.’
예상대로 2소대장은 쫑알쫑알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1소대장.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무슨 군인이 맨날 그리 술을 드십니까? 군인은 항상 전시에 대비해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1소대장이 이러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1소대장이 이러는 거 중대장님이 아십니까?”
2소대장이 비꼬듯 말했다. 중대장에게 혼난 이후로 함부로 말을 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오상진을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진 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3소대장도 맞장구를 쳐 줬다.
“맞습니다. 중대장님께서 아시면 별로 안 좋아하겠지 말입니다.”
“아, 그게······.”
오상진은 딱히 변명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
그때 언덕 위쪽에서 김철환 1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내 이야기들 하고 있었어?”
“어? 충성!”
오상진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2소대장도 바짝 긴장하며 경례를 했다.
“무슨 일이야?”
“아, 그게 말입니다.”
2소대장이 눈치를 살살 보며 3소대장을 꾹꾹 질렀다. 지난번에 고자질을 하다 혼이 났으니 3소대장을 부추긴 것이다.
그러자 3소대장이 인상을 팍 쓰더니 말했다.
“그냥 1소대장이 어제 과음을 하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거 가지고 얘기 중이었습니다.”
“과음? 했지, 나랑! 문제 있어?”
“어어······.”
순간 2소대장과 3소대장이 당황스럽게 변했다.
설마하니 이번에도 중대장과 술을 마셨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3소대장은 왜 그런 소리를 하지? 남자가 쉬는 날 술 마실 수도 있지”
“그건 2소대장이······.”
그러자 바로 2소대장이 3소대장의 팔을 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3소대장이 아직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제가 알아서 잘 말하겠습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혀를 차며 웃었다.
“쯧쯧, 2소대장.”
“네.”
“너나 잘하세요.”
“크흠, 네에.”
2소대장이 표정을 굳힌 채 뒤로 물러났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불렀다.
“1소대장.”
“네.”
“아직 해장 안 했지?”
“네, 안 했습니다.”
“나도 속 부대낀다. 점심때 해장이나 하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끝나면 바로 중대장실로 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예, 충성!”
볼일을 마친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며 제 갈 길을 갔다. 하지만 2소대장과 3소대장 사이에 남겨진 오상진은 멋쩍기만 했다.
“그럼 일 보십시오. 저도 애들한테 가 보겠습니다.”
오상진이 서둘러 1소대원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모습을 흘겨보던 2소대장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와, 진짜 저놈은 매번 중대장님하고만 술을 마시네. 둘이 뭐 있는 거 같지 않냐?”
“저는 모르겠습니다.”
“뭐야, 왜 갑자기 뚱해 있어?”
“아까 저 팔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언제 팔았어? 그냥······ 내가 또 깨지는 건 그러니까 그랬지.”
“제가 깨지는 건 괜찮단 이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3소대장은 단단히 삐진 듯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2소대장이 소리쳤다.
“야, 3소대장. 삐졌냐?”
“제가 왜 삐집니까?”
“에이, 삐졌는데? 야, 같이 가!”
2소대장이 멀어지는 3소대장의 뒤를 쫓아갔다.
훈련이 끝나고 오상진은 소대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훈련 받느라 고생했다. 오늘 목욕탕에 물 받아 놓으라고 했으니까. 가서 목욕하고 편히 쉬도록. 아, 그리고 대식이는 새로 바뀐 조원들 명단 작성해서 올리고.”
“네.”
“그래 고생했다. 해산.”
오상진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최용수 병장이 소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고생했다. 다들 내무실로 가서 장비 정리하고 각자 세면도구 챙겨서 목욕탕에 집합한다. 해산!”
“해산!”
오상진도 지름길을 따라 행정반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똑똑똑!
행정반 문이 열리며 강상식 상병이 나타났다.
“충성, 상병 강상식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강상식 상병은 곧장 오상진에게 갔다.
“말씀하신 명단 가져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명단을 받아 확인했다.
1조 최용수 병장, 강상식 상병, 조영일 일병, 손주영 이병.
2조 김대식 병장, 김일도 상병, 구진모 일병, 한태수 일병.
3조 김우진 상병, 차우식 상병, 이해진 일병, 노현래 이병.
이렇게 조가 짜여 있었다.
“이거 누가 짠 거냐?”
“원래 예전부터 해오던 조입니다. 계속해서 손발을 맞췄던 조라서 말입니다.”
“그래? 넌 최 병장이랑 쭉 함께 해왔고?”
“네, 그렇습니다. 이등병 때부터 말입니다.”
“넌 불편하지 않아?”
“뭐가 말입니까?”
“너 상병 꺾였잖아. 그런데 김우진 상병은 벌써 조장을 달았는데 넌 아직이잖아. 이제 조장 해야지. 책임감 있게.”
“아,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최 병장님 저 없으면 안 되지 말입니다..”
강상식 상병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속으로 외쳤다.
‘야, 이 새끼야. 너희 둘이 붙어 있으면 꼭 사고 칠 것 같아서 그래.’
하지만 꾹 입을 다물었다.
“그래, 알았다. 그래도 조영일 일병이 있어서 다행이네.”
“네?”
강상식 상병이 잘 못 들었는지 되물었다.
“어, 아니야. 알았으니까, 그만 가 봐라.”
“네! 충성.”
강상식 상병이 인사를 하고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은 다시 한번 명단을 확인한 후 스크랩해 뒀다. 그리고 오늘 훈련한 내용을 정리해 나갔다.
다음 날에도 시가전 훈련은 이어졌다.
오상진은 모든 훈련을 직접 다 지켜본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때 4소대장이 다가왔다.
“어? 1소대장 내일부터 휴가십니까?”
“아, 네에. 집에 일이 좀 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네, 어머니께서 조금 편찮으십니다.”
“어? 그러십니까? 그런데 소대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입니까?”
“그게 우리 부대에 말입니다. 로또 당첨자가 있다고 합니다.”
“아, 예에?”
오상진이 순간 당황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 부대에 로또 당첨자라니······. 그런데 혹시 소대장님 아니십니까?”
4소대장이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오상진이 움찔하며 말했다.
“에이,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무슨 로또 당첨자입니까.”
“정말 아닙니까?”
“그러는 4소대장님이 수상합니다. 갑자기 로또 당첨자에 대해서 물어보고 말입니다.”
오상진이 오히려 역공을 펼치며 물었다. 그러자 4소대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에이, 제가 로또 당첨되었다면 이러고 있지 않지 말입니다. 벌써 때려치웠지 말입니다.”
“아직 임기도 안 끝났는데 어떻게 때려치울 생각입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4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조용히 잘 다니고 있지 말입니다. 아무튼 1소대장 아니면 됐습니다.”
4소대장이 말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중대장님께 오늘 훈련 보고 드리고 오겠습니다.”
중대장실에 들어간 오상진은 곧바로 보고부터 했다.
“충성.”
“어? 왔냐?”
“네. 오늘 훈련 보고서입니다.”
“그래.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
“네. 애들이 잘 따라 했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저 내일부터 휴가입니다.”
“맞다. 휴가 신청했지? 대대장님께 신고는 했어?”
“네, 조금 전에 했습니다.”
“별말 없디?”
“왜 없겠습니까. 바쁜 시기에 휴가 간다고 한 소리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하니까 보내주셨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고. 어머니 건강 잘 챙겨드려.”
“네.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중대장님.”
“왜?”
“벌써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뭐? 로또? 아, 어쩐지 아까 날 보는 눈빛이 이상하더라니. 나보고 한턱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김철환 1중대장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오상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 5장 로또!(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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