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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5화 (35/1,018)

< 5장 로또!(3) >

인생 리셋 오 소위! 034화

5장 로또!(3)

오상진은 태어나서 이렇게 큰 금액을 가져보기는 처음이었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런 오상진에게 안익태 지점장이 넌지시 말을 이었다.

“로또 제1회 당첨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원래는 사진도 찍어야······.”

그때 오상진이 손을 들어 안익태 지점장의 말을 잘랐다.

“아, 그것 때문에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당첨금 1등을 수령한 것을 며칠만 늦게 공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네에.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익명으로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시기를 늦춰달라는 말씀입니다.”

“하아, 그렇지만······.”

안익태 지점장이 약간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로또 최초 제1회 당첨자이다. 현재도 많은 언론인이 지켜보고 있었다.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안익태 지점장이 곤란해 했다. 오상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시면 저는 대한은행에 돈 못 맡깁니다. 그냥 여기 돈 빼서 다른 은행에 맡기겠습니다.”

안익태 지점장의 눈이 커졌다.

“고객님, 왜 그러십니까? 국민들 모두의 관심이 있는데 발표는 해야 합니다. 익명은 확실히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익명으로 보장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집요하다는 것 역시 압니다. 제 이름은 거론 안 되겠지만 직업이며 대략적인 나이는 공개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시기를 좀 늦춰달라는 겁니다.”

“아······.”

안익태 지점장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로또 열풍이 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로또 지급점이 대한은행 본점으로 낙점되면서 은행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기적절하게 제1회 로또 당첨자가 나타나 주었다.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안익태 지점장은 이번이 대한은행을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잘 노리면 대한은행 본점 지점장에서 상무이사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고객님,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감추기에는······.”

“단 며칠입니다. 그 부탁도 못 들어주십니까? 정 그러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돈 빼서 다른 은행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오상진이 으름장을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익태 지점장이 곧바로 일어나 오상진을 붙잡았다.

“고객님! 알겠습니다. 당분간 비밀 유지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신에 이 금액은 꼭 저희 대한은행 본점에서 관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걱정 마십시오. 전 대한은행만 이용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안익태 지점장이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했다. 때마침 오상진의 통장과 도장, 현금카드가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15일 안으로 지정된 주소로 배달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대한은행 뒷문을 통해 조용히 빠져나왔다.

‘후우, 정말 가슴 떨리네.’

오상진은 품속에 넣어 둔 통장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이 안에 12억이라는 거금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때 저 멀리 주차장에서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상진아!”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과 김선아를 끌어안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고맙다! 우리 이제 부자다!”

오상진은 그런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2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 부부는 근처 일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 여긴······.”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형수님께서 참치회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강남까지 왔는데 참치회 정도는 먹어줘야죠.”

잠시 김선아를 보던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까짓것! 한 번 먹는다고 죽냐. 들어가자.”

김철환 1중대장이 호기롭게 말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김선아는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일단 뒤따랐다. 그리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룸으로 들어갔다.

오상진이 슬쩍 김선아의 눈치를 살폈다. 김선아는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형수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 아니에요.”

“참치회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제, 제가요? 안 좋아해요.”

그러자 옆에 있던 김철환 1중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뭐야, 자기. 참치회 엄청 좋아했잖아. 예전에 횟집 가서도 참치회만 먹더만.”

“그때는 입가심으로 나왔잖아요. 그리고 저 참치회 안 좋아해요.”

“이상하네. 그때 엄청 좋아한다고······. 아얏!”

김철환 1중대장이 화들짝 놀라며 김선아를 바라보았다. 김선아는 눈을 부릅뜨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언제 그랬어요?”

“아, 아니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오늘 같은 날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겁니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마십시오.”

“도련님도 돈을 아끼셔야죠.”

“사실 저도 참치회 엄청 좋아합니다.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리고 셋이 먹는다고 많이 안 나옵니다. 그러니까 오늘만 이해해 주세요.”

오상진의 살짝 애교 섞인 말에 김선아가 우물쭈물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김선아를 툭 치며 말했다.

“여보, 그냥 먹자. 또 언제 이런 날이 오겠어?”

그러자 김선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만이에요.”

“알았어.”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상진이 곧바로 주문을 위해 벨을 눌렀다.

띵동!

잠시 후 종업원이 왔고, 오상진이 알아서 주문을 시켰다. 그리고 10여 분이 흐른 후 상에는 아주 예쁘게 담긴 참치회가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형수님!”

“네, 도련님도 맛있게 드십시오.”

김선아는 참치회를 마른 김에 싸서 장에 찍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조금 전 참치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반면 김철환 1중대장은 참치회를 먹으면서도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김선아가 그것을 눈치채곤 참치회를 김에 싸서 김철환 1중대장 앞 접시에 놓으며 물었다.

“왜요? 맛이 없어요?”

“아니야, 그런거······.”

앞에 있던 오상진이 물었다.

“그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게 말이야.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

“솔직히 말해서 세금 너무 많이 떼는 거 아니냐? 22%가 뭐냐. 22%가······.”

세금 22%는 소득세 20%에 주민세 2%가 추가된 것이었다. 그래서 당첨금은 8천만 원이 넘었는데 실제로 수령된 금액은 6천2백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6천2백만 원이 어디에요. 우리가 이 돈 모은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신 월급이 300 정도 되는데, 이것도 그나마 호봉이 많이 올라서 그렇지 그전에는 200 초반이었잖아요.”

“갑자기 그 소리를 왜 하는 거야?”

“들어봐요. 월급 들어오면 절반이 이자로 나가죠? 다행히 군인아파트라 관리비만 내니까 다행이죠. 소은이에게 들어가는 돈까지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크흠. 그 정도였어?”

“그러니까 고맙게 생각해요. 이 돈도 우리에겐 정말 큰돈이에요.”

가만히 듣던 오상진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그런데 형수님. 이자가 그렇게나 많이 나갑니까?”

“아, 그게······. 캐피탈 쪽 이자가 좀 많이 나가요. 차 대출도 좀 남았고.”

“차는 중고로 사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중고로 샀지. 60개월 할부로.”

김철환 1중대장이 말하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상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에······.”

그런데 김선아가 참치회를 먹으면서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그것을 옆에 있는 김철환 1중대장에게 보여줬다.

“여보, 이거 봐요.”

김철환 1중대장이 노트에 적힌 것을 보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곤 술잔을 들어서 오상진에게 내밀었다.

“상진아, 술 한잔하자.”

오상진은 의문을 가지며 술잔을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네가 직접 봐라.”

그러자 김선아가 황급히 말했다.

“아니, 왜 그런 걸 보여주고 그래요.”

“뭐 어때, 상진이가 남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수첩을 건넸다. 오상진이 받아서 확인해 보니 김선아가 당첨금 6천2백만 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적어놓은 것이었다.

당장 갚을 돈.

-대신은행 2천만 원(만기 6개월 남음)

-대신 카드론 1천 5백만 원.

-해피니스 캐피탈 2천만 원.

-중고차 남은 금액 5백만 원.

: 총 6천만 원

남은 2백만 원도 쓸 곳이 정해져 있었다. 김선아는 시어머니께 용돈으로 100만 원을 챙겨드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남은 100만 원 중 절반을 소은이를 위한 비상금으로 두고 나머지 50만 원으로 오상진에게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 5장 로또!(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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