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 로또!(2) >
인생 리셋 오 소위! 033화
5장 로또!(2)
“아무래도 최초 1등 당첨자가 나온 모양입니다. 그것 때문에 취재하려고 나온 것 같습니다.”
“어? 1등 당첨자가 나왔어? 우린 2등이지?”
“네.”
“그보다 난감하네. 우리 얼굴 팔리면 안 되는데······.”
김철환 1중대장이 걱정스레 말을 했다. 오상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네. 어떻게 들어간다?’
오상진 역시 이런 것을 예상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형님 저쪽 코너를 돌면 주차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죠.”
“그, 그래. 알았어.”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이 시키는 대로 차를 주차장으로 몰았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선글라스며 모자를 꾹 눌러쓴 채 최대한 얼굴을 가리며 움직였다. 오상진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형님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수상해 보입니다.”
“그래?”
“네. 그냥 평소처럼 은행 업무를 본다고 생각하십시오. 제가 다 따로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알았어.”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잔뜩 긴장한 얼굴은 숨길 수가 없었다. 오상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일단 최대한 자연스럽게.’
오상진이 속으로 중얼거린 후 대한은행 본점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 역시 태연하게 정문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보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일단 형님과 형수님은 자리에 앉아 계십시오.”
“아, 알았어.”
오상진은 은행 업무를 보러 온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번호표를 뽑은 후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살피며 혹시나 기자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대한은행 본점 안까지는 들어오지 못한 듯했다.
“이제 어떻게 해?”
“저희 번호 뜨면 움직이면 됩니다.”
“그래?”
“네.”
잠시 후 ‘띵동!’ 하며 창구에 오상진의 번호가 떴다.
“어, 우리 번호 떴습니다. 잠시만 여기 계십시오.”
“네, 도련님 다녀오세요.”
김선아도 긴장이 되는지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오상진은 번호표를 들고 은행원에게 갔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기······.”
오상진은 품에서 A4용지를 꺼내 내밀었다. 은행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A4용지를 받았다. 그것을 펼치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는 로또 2등 당첨자입니다. 조용히 당첨금을 수령하고 싶습니다. 따로 안내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문구를 확인한 여자 은행원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에 있는 팀장에게 갔다. 두 사람이 뭔가 소곤거리더니 팀장과 오상진이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팀장이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절 따라오십시오.”
“일행이 있습니다.”
“같이 오시면 됩니다.”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눈짓을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김선아의 손을 잡고 오상진에게 갔다.
그들은 팀장의 뒤를 따라 2층 계단을 밟았다.
팀장은 2층 ‘VIP룸’이라는 곳의 문을 열더니 바로 말했다.
“여기서 대기하고 계시면 지점장님께서 오실 것입니다.”
“아, 네에.”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 김선아가 VIP룸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잠시 후 지점장과 함께 팀장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은행 강남 본점 지점장 안익태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악수를 하며 대답했다.
“당첨자시라고······.”
“네.”
“몇 등이십니까? 혹시 1등입니까?”
“아닙니다, 2등입니다.”
“복권 확인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네.”
김선아가 핸드백 깊숙이 숨겨둔 로또 용지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안익태 지점장이 팀장에게 로또 용지를 건넸다. 지점장은 가져온 기기에 로또 용지를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2등 당첨자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2등 당첨자 맞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의 긴장되었던 얼굴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안익태 지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안익태 지점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얼떨결에 악수를 한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혹시 주민등록등본은 챙겨오셨습니까? 절차상 필요한 거라서요.”
“아, 넵! 여보.”
김철환 1중대장이 김선아를 바라보았다. 김선아는 핸드백에서 하얀 봉투를 꺼냈다.
“여기.”
“혹시 저희 대한은행 통장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새롭게 하나 개설해드릴까요?”
“아, 대한은행 통장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그쪽으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안익태 지점장이 계좌번호를 받아서 팀장에게 건넸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했다.
“혹시 저희 대한은행 신용카드 있으십니까? 없으시면 바로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신용카드 없는데······. 윽!”
그때 김선아가 김철환 1중대장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아뇨, 카드는 됐어요. 저희 신용카드 많아요.”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나직이 속삭였다.
“우리 신용카드 하나밖에 없잖아.”
“신용카드 많으면 돈 많이 쓰잖아요. 그냥 하나만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돈 쓸 때예요?”
김선아의 핀잔에 김철환 1중대장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그럼 그렇게 하고 옆에 분은······.”
안익태 지점장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나섰다.
“아, 얘도 저랑 같이 당첨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이분들 다 하고 나면 따로 하겠습니다.”
“아니, 같이 해도······.”
안익태 지점장이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오상진의 눈빛을 보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죠.”
“박 팀장.”
“네. 먼저 이분들 것부터 처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점장님. 절 따라오시겠습니까?”
박 팀장이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봤다.
“너는? 같이 하지그래.”
“아뇨, 같이 움직이면 혹시라도 기자들이 눈치챌까 봐 그럽니다. 형님 먼저 가시고, 제가 마저 정리하고 나가겠습니다. 아까 주차장에서 뵙죠.”
“그래? 알았다.”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는 박 팀장을 따라갔다. 안익태 지점장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자, 저분들도 가셨으니 말씀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신 것 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보다 혹시 1등 당첨자 되십니까?”
안익태 지점장이 물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한 장의 로또 용지를 내밀었다.
안익태 지점장이 로또 용지를 받고, 직접 확인을 했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1등 당첨자셨군요. 게다가 2등까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상진이 물었다. 그러자 안익태 지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같은 곳에서 1등과 2등 당첨자가 동시에 나와서 유추해 본 것입니다. 게다가 아까 눈빛을 보니까, 따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말입니다.”
“아, 네에······.”
안익태 지점장은 눈썰미가 있었다.
‘하긴 그러니 대한은행 본점 지점장을 하고 있지.’
“축하드립니다. 1등에 당첨되신 거.”
“감사합니다.”
“그런데 운이 정말 좋으신 것 같습니다. 간밤에 돼지꿈이라도 꾸신 겁니까? 어떻게 1등과 2등 동시에 당첨이 될 수 있는지······.”
“아, 사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꿈에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번호가 좀 헷갈려서 아예 두 개를 적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익태 지점장이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셨구나. 그럼 당첨금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저분들과 똑같이 해주십시오. 저는 통장이 없으니까 통장을 개설해야 합니다. 신용카드도 발급해 주십시오.”
“아, 네.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도장 가져오셨습니까?”
“네.”
오상진은 주민등록등본과 도장을 꺼냈다. 그리고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 후 안익태 지점장이 그것을 가지고 일어났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익태 지점장이 나가고 약 10분 후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왔다.
“자, 여기 있습니다. 입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상진이 통장을 받아 입금된 수령액을 확인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뒤에 붙은 0의 개수를 확인하며 오상진의 눈이 점점 커졌다.
“세금을 공제한 나머지 당첨금입니다.”
“아, 네에······.”
“세금이 생각보다 좀 많습니다. 혹시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큰돈인 걸요.”
22%의 세금을 제하고도 12억이 넘었다.
< 5장 로또!(2)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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