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1화 (31/1,018)

< 4장 호사다마(11) >

인생 리셋 오 소위! 030화

4장 호사다마(11)

“주영아.”

오상진이 따듯하게 불렀다.

“이병, 손주영.”

“괜찮아. 그냥 일상적인 생활을 알아보는 거야. 긴장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혹시 말이야. 너 지난번에 거울 보고 눈싸움 누가 시켰어? 솔직히 말해봐, 괜찮아.”

“가, 강상식 상병이 시켰습니다.”

“강상식 상병이 평소에도 많이 괴롭혀?”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너무 못해서······.”

손주영 이병이 두려움 때문인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네가 일을 빨리빨리 못하니까 그거 가지고 얼차려를 주고 그랬단 말이지?”

“네. 다 제 잘못입니다.”

오상진은 손주영 이병이 강상식 상병의 이름을 거론한 것만으로도 벌벌 떨었다. 그래서 손주영 이병에게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애를 얼마나 잡았으면······.’

오상진이 질문을 바꿔서 군 생활에 관한 몇 가지만 물어보고 바로 보냈다.

그다음은 김대식 병장이었다. 김대식 병장이 오상진의 표정을 살피며 자리에 앉았다.

“소대장님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보이냐?”

“혹시 애들 면담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까?”

“하아······.”

오상진은 한숨부터 나왔다.

“면담에 관한 것은 말해줄 수 없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네.”

그러자 김대식 병장 역시 예상했다는 듯 바로 말했다.

“혹시 강상식 상병 때문에 그럽니까?”

오상진은 말없이 씨익 웃었다. 김대식 상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분대장으로서 나서서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사실 제가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

“네. 제가 강상식 상병에게 한마디 하려 치면 최용수 병장이 싸고돕니다. 게다가 김일도 상병하고, 차우식 상병까지 절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 이해한다.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 가지고 널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내무실을 네가 책임지고 관리했으면 좋겠다. 할 수 있지?”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나에게 말하고.”

“네. 소대장님.”

그렇게 김대식 병장마저 보내고, 다음 면담자는 김우진 상병이었다.

“김 상병은 강 상병하고 몇 개월 차이지?”

“6개월 차이입니다.”

“그래? 그래도 같은 상병이라 잘 지내겠네.”

오상진이 살짝 떠보았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정색하며 말했다.

“제가 말입니까?”

“아니야?”

“이해진 일병이 들어오기 전까지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아주 제가 만만했던 모양입니다.”

“아, 그랬어?”

김우진 상병이 말을 하는데 약간 울컥하는 표정이었다.

“딱 보니까, 김우진 상병 너도 소대장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네, 있습니다.”

“말해봐. 소대장이 다 들어줄 테니까.”

“솔직히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되지도 않는 보호비 명목으로 만 원씩 삥 뜯는 건 너무 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인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그게 뭔 소리야?”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사실 강상식 상병이 하는 입버릇이 있습니다. 자기가 소대장부터 시작해서 부소대장들까지 알아서 다 커버해 주고 있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응당 자기에게 돈을 달라는 겁니다.”

“언제부터?”

“아마 강상식 상병이 상병 달 때부터였습니다.”

“상병 달고부터?”

오상진이 가만히 계산을 해보았다.

‘지금 강상식 상병이 6호봉이니까. 6개월이 지난 거네. 강상식 상병 밑에 애들이 9명이고 그중 김일도 상병하고 차우식 상병을 빼면 7명. 그렇게 매달 7만 원을 받았다고 치면······. 6개월 동안 약 42만 원.’

따지고 보면 밖에서는 적은 돈일지도 모르겠지만 군인 월급에서 저 정도면 엄청난 것이었다. 무엇보다 오상진은 자신을 포함해 상관의 이름을 팔아서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강상식 이 자식······. 넌 정말 안 되겠다.’

오상진은 다이어리에 강상식 상병이라고 적고,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렸다.

마지막으로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도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다 했는데 둘을 빼놓고 안 할 수는 없었다.

먼저 최용수 병장부터 중대장실로 들어왔다.

“너 이제 제대 몇 개월 안 남았지? 두 달인가?”

“네.”

“아무튼 남은 군 생활 잘해보자.”

“네, 알겠습니다.”

최용수 병장의 면담은 간단히 끝이 났다. 사실 전역이 두 달 남은 말년 병장과 개별 면담을 하는 것부터가 과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상식 상병을 상대로는 제대로 탐색전에 들어갔다.

“상식아. 너도 알다시피 최용수 병장 제대도 얼마 안 남았고, 김대식 병장도 금방이고. 두 사람 제대하고 나면 그다음은 누구겠어? 바로 너 아니냐?”

순간 강상식 상병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네, 그렇지 말입니다.”

“그럼 애들 관리 좀 잘해야지.”

“당연하지 말입니다. 저는 애들 관리가 천직입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소대장님. 제가 최용수 병장보다 더 잘할 자신 있습니다.”

강상식 상병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네가 더 잘할 자신 있어?”

“네,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그러자 오상진이 속으로 어이없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제일 문제라고, 이 자식아!’

강상식 상병을 마지막으로 모든 면담이 끝났다.

오상진은 잠시 중대장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이 사건을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애들한테 너무 신경을 못 썼어. 내일부터라도 차근차근 알아봐야겠다.”

하지만 다음 날 오상진은 갑작스럽게 사단에 파견을 가게 되었다. 이번 시가전 모의 훈련에 관한 교육을 받기 위함이었다.

2박 3일간의 교육 일정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자 금요일 저녁이었다.

오상진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펼쳤다.

‘하아, 조사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잡힌 교육 때문에 그러지 못했네. 내일이면 주말이라서 힘들고······. 잠깐, 주말?’

오상진이 눈이 번쩍하고 뜨이며 달력에 친 동그라미를 봤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르륵 번졌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로또 추첨 날이구나.’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어차피 당첨될 테니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달력의 동그라미를 보니 별생각이 다 들었다.

“추첨 끝날 때까지 푹 잘까? 그래. 차라리 그게 낫겠다.”

오상진은 모처럼 늘어지게 자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자자. 자. 자자고.”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좀처럼 눈이 감기지 않았다.

11.

동이 튼 하늘을 보며 오상진이 중얼거렸다.

“하얗게 불태웠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로또에 당첨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자리에 누우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로또에 당첨이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로또 번호가 바뀌었다면?’

오상진이 생각하기에 확실한 것은 없었다. 일단 과거로 돌아와 스스로 많은 것을 바꿔놨다.

김희철을 구했고, 김소희 중위의 연애사에도 개입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이지만 주변 인물들의 미래까지 바꿔놨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쩌면 로또 번호도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서,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과거로 회귀했다고는 하지만 오상진이 알고 있는 과거와 똑같이 흘러간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아······. 불안해. 불안하단 말이야.”

오상진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방 안을 서성였다. 그때 고요한 적막을 깨는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띠리리링!

“아우, 깜짝이야.”

발신자는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네, 형님.”

-뭐 해?

“그냥 있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젊은 놈이 주말에 같이 놀 친구 하나 없고, 관사에나 처박혀 있고 말이야. 여자 친구를 만들든가. 아니지, 가짜 여자 친구는 있구나? 궁한 김에 그 친구라도 불러서 놀든가.

“형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러니까 왜 혼자 청승맞게 관사에 있냐. 그러지 말고, 건너와. 네 형수가 점심 차려 준데.

“아닙니다, 그냥 저 대충 챙겨 먹으면 됩니다. 할 일도 있고 말입니다.”

-할 일? 무슨 할 일?

“그런 것이 있습니다.”

-자식, 나한테도 비밀이냐?

“아무튼 형수님께 죄송하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충성.”

오상진이 급히 전화를 끊었다.

“형님, 지금 밥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것도 잠시 오상진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하아, 그보다 진짜 뭐하지? 로또 추첨은 18시가 넘어야 하고······.”

오상진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청소나 할까?”

자신이 머무는 관사를 둘러봤다. 과거로 돌아오면서 나름 청소는 하고 살아서 생각처럼 지저분하진 않았다.

하지만 관사 안에서 할 거라고는 청소밖에 없었다.

“그래, 대청소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자.”

< 4장 호사다마(11) > 끝

ⓒ 세상s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