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호사다마(8) >
인생 리셋 오 소위! 027화
4장 호사다마(8)
“도대체 얼마나 술을 먹으려는지······. 저러다가 또 중대장님께 들키면 혼나지 않겠습니까? 아니지, 그전에 제가 중대장님께 보고 올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4소대장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받은 설움을 완전히 쏟아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뇨, 그러지 마십시오. 오늘까지만 참아주십시오.”
오상진의 부탁에 4소대장이 바로 답했다.
“1소대장님께서 그러신다면······. 그런데 퇴근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해야죠. 그런데 오늘부터 개인 면담을 해야 합니다.”
“아, 개인 면담. 그렇다면 제가 자리를 빨리 비켜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4소대장은 역시 눈치가 빨랐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오상진이 괜히 속에도 없는 말을 꺼냈다. 4소대장이 손을 흔들었다.
“에이, 개인 면담인데 제가 있으면 불편하죠. 저도 일 끝났습니다.”
4소대장이 눈치껏 빠져주었다. 오상진이 퇴근하는 4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참, 4소대장님. 나중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합시다.”
“좋죠.”
“그럼 내일 뵙죠.”
“네. 수고하십시오.”
행정반에 홀로 남은 오상진은 곧바로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들어가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 무슨 일이야?”
“형수님은 모셔다드리고 오신 겁니까?”
“그럼,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안 그래도 잘 왔다. 아까 일 때문에 묻고 싶었는데.”
“과외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래, 너 정말 과외 할 거야?”
“네?”
“아니, 네가 정 불편하면 하지 말라고. 솔직히 네 형수가 하도 걱정을 해서, 네 얘기를 꺼내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괜히 너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의 생각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좀 미안했던 모양이다.
오상진이 그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에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 공짜로 해주는 거 아닙니다. 형수님께서 제 밑반찬 해주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뭔 큰일이라고······.”
“형수님께서 밑반찬 만들어주시면 저야 좋죠. 요즘 컵라면으로 때우는데 죽을 것 같습니다.”
“인마,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다녀야지. 아니면 군 식당을 이용하면 되는데.”
“저도 그러고 싶은데, 제가 아침잠이 좀 많아서 말입니다.”
“너 안 되겠다. 차라리 우리 집에 와서 아침 먹어라.”
“어휴, 저 그렇게 일찍 못 일어납니다.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아침잠이 많다고 말입니다. 좀 봐주십시오. 그리고 처제하고 같이 사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참. 아무튼 잘 챙겨 먹고 다녀.”
“넵!”
“대신 너희 형수한테는 고기반찬 해놓으라고 하마.”
“그럼 장조림으로 꼭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인마. 그건 그렇고······ 우리 처제가 좀 까다로운 면이 좀 있어. 그런데 애는 착해! 그러니까, 네가 사람 좀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너! 우리 처제 넘보면 안 된다.”
“네?”
“우리 처제가 인마, 진짜 예뻐! 장난 아니야. 네 형수 완전 빼다 박았어.”
“으음, 형수님을 닮았다면 확실히 예쁘긴 하겠습니다. 그럼 좀 제가 흔들릴지도······.”
“야 인마! 우리 처제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야! 꼬시려면 고등학교 졸업은 하고 꼬셔!”
“그 말씀은······ 꼬시라는 겁니까 꼬시지 말라는 겁니까?”
“네 형수야 뭐 네가 제부가 되면 좋다고 하는데······ 젠장.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암튼 지금은 안 돼. 알았어?”
“넵. 명심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긴 왜 왔냐?”
“아, 맞다. 여기서 면담 좀 할까 해서 말입니다.”
“면담? 갑자기 왜?”
“그냥 애들 생각도 궁금하고, 내무실 분위기는 또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도 할 겸해서 말입니다.”
“면담하는 건 좋은데 애들이 제대로 말하겠냐?”
“안 하겠죠.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은 조용히 있지 않겠습니까?”
“뭐. 네가 알아서 해라. 난 퇴근하련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방과 전투모를 챙겼다.
“아무튼 수고하고!”
“네, 충성. 들어가십시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리고 막 문손잡이를 돌리려다가 멈췄다.
“아, 맞다. 상진아.”
“네?”
“희철이 말이야. 의가사제대 승인 떨어졌다.”
“아, 정말입니까?”
“그래. 이제 곧 민간병원으로 옮길 거야.”
“잘 됐습니다.”
“안 그래도 조금 전에 희철이 아버님에게 전화가 왔다. 정말 고맙다고 너한테도 꼭 전해달라더라.”
“잘된 일입니다.”
“잘됐지. 하마터면 내 모가지가 떨어질 뻔했으니까.”
“그래도 덕분에 상도 받으셨지 않습니까?”
“짜식이, 생색은. 암튼 나 진짜 간다. 문단속 잘해라.”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며 중대장실을 나갔다. 오상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잘됐네.”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다이어리를 펼쳤다.
“어디 보자, 면담을 누구부터 할까?”
오상진이 1소대원들의 명단을 쭉 확인했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신병 손주영 이병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신병 때문에 면담을 했다는 오해를 사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 갑자기 신병을 부르면 긴장해서 제대로 말도 못 하겠지. 그럼 조영일 일병부터 부를까?”
조영일 일병은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넘어간 지 이제 2달째였다. 그래서 첫 면담자로 무난할 것 같았다.
“그래, 이 녀석부터 하자.”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지나가는 장병 한 명을 붙잡았다.
“너, 거기 서봐.”
“상병 조빈.”
“부탁 좀 하자, 1소대 내무실에 가서 조영일 일병 1중대장실로 오라고 해줄래? 내가 부른다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충성.”
“그래.”
오상진이 중대장실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잠시 후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조영일 일병이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충성, 일병 조영일 중대장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왔냐, 여기 와서 앉아.”
“네!”
조영일 일병이 빠르게 다가와 오상진 맞은편에 앉았다. 긴장이 되는지 차렷 자세로 있었다.
“긴장 풀어, 안 잡아먹을 테니까.”
“네, 네······.”
조영일 일병은 그제야 어깨에 조금 힘을 풀었다.
“조영일.”
“일병 조영일.”
“지금부터 면담을 시작할 거야. 소대장이 묻는 질문에 거짓 없이 말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요즘 군 생활은 할 만하냐?”
“네, 괜찮습니다.”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없습니다.”
오상진은 이런 일상적인 대화로 면담을 시작했다. 인사계원을 통해 1소대 인사 기록부를 볼 수 있었다.
“인사 기록부를 보니까. 연일대 컴퓨터학과 다니고 있네.”
“네.”
“너 공부 좀 하는구나? 내가 알기론 여기 빡센 곳이라 들었는데······. 고생 좀 했겠어.”
“아닙니다.”
“그래도 공부는 잘했겠네.”
“그냥 보통이었습니다.”
“겸손은. 그래도 연일대는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대학이잖아.”
“소대장님께서는 육사 출신이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육사가 훨씬 세지 말입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하긴 맞는 말이지.’
오상진 역시 인정을 했다. 솔직히 자부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육군사관학교를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제대하면 뭐할 거야?”
“학교 복학한 다음에 생각해 볼 참입니다.”
“그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거네.”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이런저런 가족 관계라든지 기본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소대장에게 할 말 없지?”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덮으며 말했다.
오상진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조영일 일병이 면담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영일 일병은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왜? 소대장에게 할 말 있어?”
“그게······.”
“괜찮으니까 말해봐.”
“그런데 소대장님. 비밀 유지는 확실한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럼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좋아, 말해봐.”
“그게······.”
< 4장 호사다마(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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