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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5화 (25/1,018)

< 4장 호사다마(5) >

인생 리셋 오 소위! 024화

4장 호사다마(5)

“어멋, 연예인은 무슨. 걔는 안 된다니까요.”

“우리 처제가 어때서.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예쁘고 노래도 잘해. 춤도 잘 춰. 끼도 그 정도면 있고. 충분하지.”

“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당신이 자꾸 그러니까, 헛바람만 들어가는 거잖아요.”

김선아의 핀잔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무튼 그 일 때문에 우리 처제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요번에 과외라도 시켜주고 싶은데. 요즘 사교육에 대한 말들이 많잖아. 우리 같은 군인들은 더 정부 눈치 보게 되는 거고. 괜히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가면 내 입장도 난처해지고 말이야.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

“그럼 학원을 보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보내야 봤지. 그런데 영······.”

김철환 1중대장이 말끝을 흐렸다.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처제의 흉을 보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튼 너희 형수가 처제 때문에 고민이 많아. 오죽하면 너한테 다 부탁하겠냐.”

“저 육사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 도움이 안 될 텐데요.”

“짜식이. 고작 반년 지났잖아.”

“그리고 저 과외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도련님.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과외라도 시켜야 공부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렇다고 험한 세상에 아무한테나 동생을 맡길 수도 없고요.”

김선아가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뿐인 동생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오상진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자주는 못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셔도 고맙죠.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도련님 밑반찬은 제가 책임질게요.”

“오오, 우리 형수님 음식 솜씨 최고인데 제가 오히려 좋은 거 아닙니까?”

오상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해주는 거다?”

“네.”

그렇게 결정이 났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점심을 마무리했다.

“들어가십시오.”

오상진이 인사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운전석에 앉으려다가 말했다.

“야, 타! 가는 길에 떨궈줄게.”

“아닙니다. 걸어가겠습니다.”

“여기서 거기까지 어디라고······. 점심시간 다 끝나가. 어서 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뒷좌석에 앉았다. 그렇게 오상진을 부대 앞에 내려주고, 김철환 1중대장은 형수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했다.

“먼저 들어가. 형수 데려다주고 복귀할 테니까.”

“네.”

부대에 복귀한 오상진은 곧바로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2소대장과 3소대장은 자리에 없었다.

오직 4소대장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점심 맛있게 드셨습니까?”

“네, 4소대장님도 맛있게 드셨습니까?”

“네.”

오상진은 간단히 대화를 나눈 후 힐끔 시계를 보았다. 13시가 조금 넘어갔다.

“그런데 2소대장과 3소대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4소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말도 마십시오.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오상진은 말하지 않아도 대충 그 장면이 그려졌다.

“2소대장 중대장님께 된통 깨진 후 멘탈이 나가서 3소대장님이 데리고 나갔습니다. 아마도 어디서 술 퍼마시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간에 말입니까?”

“어쩌겠습니까, 오지게 깨졌는데 말입니다.”

오상진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서로서로 편의를 봐준다 해도 그렇지 대낮부터 술이라니. 제정신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4소대장은 신이 난 얼굴로 오상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1소대장님도 그때 그 표정을 봤어야 했습니다. 똥 씹은 표정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중대장님이 그렇게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4소대장님은 아주 통쾌한 것 같습니다.”

“아, 제가 말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은 그렇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2소대장이 저한테 어떻게 대하는지요.”

“아, 네······.”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ROTC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2소대장에게 무시를 받았던 게 적잖게 쌓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2소대장 언젠가 중대장님께 한 번 깨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 평소에 적당히 했어야죠.”

“좀 과하긴 했죠.”

오상진은 적당히 장단을 맞춰준 뒤 자리에 앉았다.

“참, 다다음 주에 시가전 모의 훈련이 있지 않습니까?”

“아, 네. 맞습니다.”

“우리 부대 전부 참가를 하는데 4소대는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네, 오전에 애들 철조망 훈련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 준비도 하고 있고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에는 3소대도 함께 부탁드리겠니다. 2소대는 제가 맡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의 부탁에 4소대장이 흔쾌히 승낙했다. 오상진이 대충 확인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4소대장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애들 훈련시키러 가 보겠습니다.”

“네. 저도 바로 나갈 겁니다.”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행정반을 나갔다. 그 길로 1소대 내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1소대 내무실의 분위기는 쫙 가라앉아 있었다. 그 누구 하나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다들 최용수 병장의 눈치만 살필 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부분대장인 김대식 병장이 장구류를 착용했다.

“야, 뭣들 해? 오후 훈련 안 나갈 거야?”

“아닙니다.”

1소대원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장구류를 챙겨서 모두 착용했다. 김일도 상병이 이해진 일병에게 말했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상황실 가서 총기 거치대 열쇠 챙겨와.”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내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오상진이 들어왔다.

“오후 훈련 나가는 거야?”

오상진의 등장에 김대진 병장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훈련 준비 중.”

“그래, 쉬어.”

“쉬어.”

오상진은 힐끔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을 보았다. 그들은 굳은 얼굴로 장구류를 걸치고 있었다.

‘자식들 얼굴 하고는······.’

오상진이 피식 웃고는 곧바로 훈련내용에 대해 전파를 했다.

“자, 모두 장구류 착용 다 했으면 착석한다.”

“넵!”

이해진 일병은 상황실로 가려다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자, 모두 내 말 잘 듣도록.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조만간 시가전 모의 훈련이 있을 예정이다. 각설하고, 과연 시가전이란 무엇일까?”

오상진은 말을 끊은 후 소대원들을 쭉 훑었다. 상병에게 물어보면 다 알 것 같고, 그렇다고 이등병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병 중 적당한 애를 골랐다.

‘저 뺀질이에게 물어보자.’

오상진은 타깃을 정하고 곧바로 이름을 불렀다.

“한태수.”

“이, 일병 한태수.”

한태수 일병은 움찔하며 관등성명을 댔다.

“시가전에 대해서 말해봐.”

“시, 시가전 말입니까? 그, 그러니까······. 시가전은······.”

한태수 일병은 많이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모두의 시선이 한태수 일병에게 꽂혔다.

“그러니까······.”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한태수 사수 누구야?”

오상진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상병 김일도.”

김일도 상병이 관등성명을 대며 손을 들었다.

“김일도, 넌 부사수 교육 안 시켰어?”

“시켰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왜 몰라? 네가 제대로 교육을 안 시켰으니까 모르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좋아. 그럼 네가 한번 말해봐.”

“네. 시가전이라 함은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김일도 상병이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오상진이 바로 말을 잘랐다.

“됐고. 너만 알고 있으면 뭐해? 고참이 됐으면 후임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할 거 아니야?”

“시켰습니다.”

“그런데 왜 몰라?”

“그건······.”

김일도 상병이 이내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상 무슨 변명을 대더라도 소용없을 거 같았다.

“아무튼 제대로 교육시켜!”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을 한번 훑어보고는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몸을 돌렸다.

“아 참, 오전 훈련은 누가 통솔했지?”

“병장 김대식!”

김대식 병장이 손을 들었다.

“오, 부분대장. 훈련은 잘했어?”

“네. 잘했습니다.”

“혹시 다친 사람은 있어?”

“구 일병이 발목을 다친 것 같습니다.”

“그래?”

오상진이 구진모 일병에게 다가갔다.

“지금 발목이 어때?”

“조금 삐끗했는데 하루 지나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구진모 일병은 괜히 주위 고참들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오상진이 자리에 앉아 말했다.

“어느 쪽이야?”

“외, 왼쪽입니다.”

“전투화 벗어!”

“네?”

“인마, 소대장이 전투화까지 벗겨주리?”

“아, 아닙니다.”

구진모 일병은 당황하며 서둘러 전투화를 벗었다.

“양말도.”

“네.”

양말도 벗자, 구진모 일병의 발목 상태가 드러났다.

< 4장 호사다마(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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