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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4화 (24/1,018)

< 4장 호사다마(4) >

인생 리셋 오 소위! 023화

4장 호사다마(4)

“야, 새끼들아! 정신 안 차려! 훈련 안 할 거야?”

“아, 아닙니다.”

김대식 병장의 호통에 소대원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그때 구진모 일병이 뭔가를 보고 외쳤다.

“어? 저기 이 하사님 나오십니다. 아무래도 최 병장님과 강 상병님 그만 돌릴 모양입니다.”

김대식 병장의 고개가 돌아갔다. 구진모 일병의 말대로 이 하사는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을 불러 세웠다.

“야, 너희 둘 그만 돌고 여기 집합.”

두 사람이 빠르게 뛰어와 이 하사 앞에 섰다. 이 하사는 최용수 병장을 보며 말했다.

“그만하고 복귀해. 그런데 최 병장.”

“네.”

“도대체 소대장님께 뭔 잘못을 했기에 그러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뭔데?”

“저희 이제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최용수 병장이 무서운 눈으로 물었다. 이 하사는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들어가.”

“네. 충성.”

최용수 병장이 인사를 하고 내무실로 향했다. 강상식 상병은 마치 죄인인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아, 새끼 눈빛 한번 살벌하네. 그보다 훈련은 잘되고 있나?”

이 하사가 저 멀리 1소대원들의 철조망 훈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김대식 병장이 이 하사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자자, 정신 차리고 빨리 마무리하자!”

“네, 알겠습니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신병 안 다치게 잘 확인하면서 철근 박아.”

“네.”

“자, 그리고 나머지도 철조망에 안 다치게 장갑 다 착용하고.”

“네.”

“그럼 시작하자.”

김대식 병장의 지휘하에 다시 철조망 설치 훈련이 시작되었다.

5.

주자창에 주차를 한 뒤 오상진은 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서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었다.

“상진아, 여기!”

“네.”

그 옆에는 언제나 봐도 예쁜 형수 김선아가 앉아 있었다. 오상진이 먼저 형수에게 인사를 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형수님.”

“네, 도련님. 잘 계셨죠?”

“저야 항상 똑같습니다.”

김선아는 사석에서 오상진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김철환 1중대장이 친동생 삼았다는 말에 그녀 또한 오상진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상진도 김철환 1중대장만큼이나 정이 많고 다정다감한 김선아가 좋았다. 가끔 술이 얼큰하게 취하면 형수 대신 누나란 호칭을 쓸 정도로 사이가 돈독한 편이었다.

“얼른 앉아. 이제 음식 나온다.”

“네.”

오상진이 자리에 앉아 김철환 1중대장이 주문한 오리 주물럭이 나왔다.

“오리 주물럭인데 괜찮지?”

“오리 좋죠. 없어서 못 먹는 걸요.”

“그럼, 역시 오리가 최고지.”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주위를 살피더니 물었다.

“그런데 형수님, 소은이는······.”

“아, 이번 달부터 어린이집에 다녀요. 그래서 오늘 모처럼 이이랑 점심이라도 할까 해서 나왔어요.”

“인마, 내가 말했잖아. 어린이집 간다고.”

옆에 있던 김철환 1중대장이 거들었다. 오상진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그랬지. 그런데 두 분 데이트를 제가 방해한 거 아닙니까?”

“호호호, 아니에요. 제가 부르자고 했어요.”

김선아는 오랜만에 보는 오상진이라서 그런지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이 김철환 1중대장의 질투심을 자극했다.

“뭐야, 당신? 왜 상진이 보면서 싱글벙글 웃어? 상진이가 그렇게 좋아?”

“그럼요. 너무 좋죠.”

“나보다?”

“이이도 참.”

김선아가 팔꿈치로 김철환 1중대장을 쿡 찔렀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괜히 오상진에게 심술을 부렸다.

“야, 인마. 너 저쪽 테이블로 가.”

“또 왜 그러십니까?”

“네 형수가 너만 챙기잖아. 너만.”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그러시는 거죠. 가만히 보면 형님은 부대에서는 카리스마 있으신데 형수님 앞에서는 이상하게 애가 되십니다.”

“뭐, 인마?”

김철환 1중대장이 발끈했다. 그러자 김선아가 냉큼 김철환 1중대장을 달랬다.

“그만해요. 이제. 남들이 들으면 진짜인 줄 알겠어요.”

“딱 말해. 나야, 상진이야?”

“당연히 당신이죠. 그걸 질문이라고 해요?”

“그렇지? 역시 나지?”

“그럼요.”

사랑꾼답게 김철환 1중대장은 형수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울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 역시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때 김선아가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요? 저희 몰래 정말 연애하는 거 아니에요?”

“여자가 있어야 연애를 하죠.”

“그럼 자주 좀 놀러 와요. 소은이가 삼촌 보고 싶다고 난리에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놀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예요?”

“오는 길에 우리 소은이 선물 하나 샀습니다. 생각해 보니 선물을 해준 기억이 없어서 말입니다.”

김선아는 오상진이 건넨 쇼핑백을 확인했다. 그 안에 예쁘장한 분홍색 아기 신발이 있었다.

“뭘 이런 걸 사오고 그래······. 어머나, 예뻐라. 자기, 이것 봐요. 너무 예쁘죠!”

“그러네.”

“엇? 그런데 이거 우리가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어라? 그러네?”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이 커지며 오상진을 보았다.

“너, 이거 어디서 샀냐?”

“부대 오는 길에 있는 가게에서 샀습니다.”

“짜식. 우리가 이거 찜해놓은 건 또 어떻게 알았냐?”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점원이 예쁘다고 골라주는 걸 사온 거죠.”

“어쨌거나 텔레파시가 통했네. 우리 상진이가 확실히 센스가 있다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실실 웃었다. 김선아 역시 무척이나 맘에 들어 했다.

“고마워요. 우리 소은이가 엄청 좋아하겠네.”

김선아는 싱글벙글하며 예쁜 아기 신발을 요리 보고 저리 보고 했다.

“아, 그리고 형수님. 선물이 또 있는데······.”

“네? 또요?”

“네, 여기······.”

오상진이 품에서 로또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어? 이게 뭐예요?”

“아, 로또라고, 요즘 새로 나온 복권입니다.”

“로또요?”

김선아가 살짝 흥미를 가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철환 1중대장이 발끈했다.

“야, 그걸 왜 네 형수를 줘. 돈은 나한테 받아놓고.”

“에이, 형님은 이거 받아놨다가 또 어느 곳에서 잃어버릴지 모르잖아요. 그럴 바에는 형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것이 좋죠.”

“그거야 그렇지만······.”

김철환 1중대장이 순순히 인정했다.

김선아가 피식 웃으며 로또를 가방에 넣었다.

“고마워요, 도련님.”

“그런데 형수님.”

“네?”

“정말 이거 잘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제가 꿈에 할아버지께서 나와 알려주신 번호입니다.”

“어멋! 그래요?”

“네. 그런데 제가 그중 번호 하나가 헷갈려서, 형님께서 말씀해 주신 형수님 생일로 하나 찍었습니다. 16일 맞으시죠?”

“네. 맞아요.”

김선아가 김철환 1중대장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김철환 1중대장은 ‘어험’ 하며 괜히 오리 주물럭을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저도 당연히 형님이랑 똑같은 번호로 샀죠.”

“야, 그럼 우리 둘이 되면 같이 되는 거고, 안 되면 같이 안 되는 거네.”

“네. 얼마나 좋습니까. 끝까지 같이 가는 겁니다.”

“자식,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은 그 말에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었다. 김선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도련님 어서 드세요. 고기 다 익었어요.”

“네. 형수님도 드십시오.”

“네.”

그렇게 세 사람은 나란히 오리 주물럭을 먹었다. 그러던 중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불렀다.

“참, 상진아.”

“네?”

“너 혹시 말이야. 아르바이트할 생각 없냐?”

“아르바이트? 무슨 아르바이트입니까?”

“아, 우리 처제가 이번에 이곳으로 전학을 와서 군인 아파트에서 같이 살게 되었거든.”

“처제······ 말입니까?”

오상진은 과거에도 처제가 있다는 소식은 듣긴 들었다. 그런데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다.

“울 처제가 이제 고2인데 서울로 전학 오고 난 후부터 많이 힘들어하네. 자기도 나름 공부를 한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야. 그런데 서울 학생들이 좀 공부를 잘해야지.”

“그렇습니까?”

그러다가 김선아까지 거들고 나섰다.

“우리 세영이가 전 학교에서 공부를 좀 했어요.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그런데 서울로 전학 와서는 적응을 영 못하는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우리 형편에 과외시킬 상황도 아니고. 도련님께서 괜찮으시면 한 번씩 오셔서 공부 좀 봐주셨으면 어떨까 해서요.”

그러자 옆에 있던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에이, 그냥 솔직하게 말해.”

“뭘요?”

“상진아. 우리 처제가 사실 연예인 지망생이야.”

< 4장 호사다마(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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