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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3화 (23/1,018)

< 4장 호사다마(3) >

인생 리셋 오 소위! 022화

4장 호사다마(3)

“네? 잘못 들었습니다.”

최용수 병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설마 자신에게까지 군장을 싸라고 할 줄은 몰랐다.

“잘못 들어? 재차 얘기해 줘? 영창 갈래? 군장 쌀래?”

“소대장님······.”

“두 번 말 안 한다.”

오상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최용수 병장이 가만히 오상진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군장 싸겠습니다.”

“빨리 싸! 군장 대충 싸다가 걸리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말없이 군장을 쌌다.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5분 후 완전군장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한다.”

오상진은 그 말을 끝으로 내무실을 나갔다. 강상식 상병이 눈치를 살피며 최용수 병장에게 말했다.

“최 병장님 죄송합니다.”

“······.”

최용수 병장은 인상을 쓰며 군장을 다 쌌다. 그리고 강상식 상병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좀 이따가 보자.”

잠시 후 완전군장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한 두 사람. 오상진이 단상에 올라섰다.

“지금부터 연병장 100바퀴 돈다. 몇 바퀴?”

“100바퀴!”

“목소리 봐라. 200바퀴. 몇 바퀴?”

“200바퀴!”

“좋아. 150바퀴. 중간에 요령 피우다 걸리면 오늘 하루 종일 연병장 뺑뺑이 돌 줄 알아.”

“알겠습니다.”

“그럼 뛰어가.”

두 사람은 말없이 연병장을 돌기 시작했다.

오상진도 단상에 올라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감시하지 않으면 대충 할 테고, 그럼 벌을 준 의미가 없었다.

오상진이 코앞에서 지켜보니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도 비지땀을 흘려가며 연병장을 돌아야 했다.

‘짜식들. 진즉 잘하면 좋잖아?’

그렇게 삼십여 분 간 자리를 지키던 오상진은 슬그머니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의 차를 타고 곧장 로또를 판매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3.

“어이구야.”

첫 회차라 그런지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은 바글바글했다. 오상진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며 차를 주차했다.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오늘 못 사는 거 아냐?”

다행히 로또 용지는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맘 편히 로또 번호를 체크할 수가 없었다.

“어쩌지······.”

오상진은 혼잣말을 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 바로 옆에 문구점이 보였다. 그곳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어다.

“저쪽에서 하면 되겠다.”

오상진이 종이를 들고 문구점으로 갔다. 그곳에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뭐 찾으십니까?”

“혹시 컴퓨터용 사인펜 있습니까?”

“아, 로또 하시게?”

“네, 뭐······.”

아저씨가 컴퓨터용 사인펜을 건네며 말했다.

“로또, 그거 해봤자 당첨 안 돼. 다 꽝이라니까. 그러지 말고 주택복권을 해보는 건 어때?”

문구점 아저씨의 꼬임에 오상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럼 주택복권도 두 장 주십시오.”

“에이, 살 거면 한 10장 사! 두 개 가지고 되겠어?”

“그냥 두 개만 주십시오. 취미 삼아 하는 겁니다. 로또도 마찬가지고요.”

“알았어.”

그러면서 주택복권을 주섬주섬 꺼냈다.

“몇 조로 줄까?”

“으음······. 4조랑 7조로 주십시오.”

“어디 보자······. 4조랑 7조. 여기 있네.”

문구점 아저씨가 두 장을 꺼내 주었다.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주택복권과 컴퓨터용 사인펜을 들고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곳에서 오상진은 1회차 로또 번호를 기입했다.

‘어디 보자, 일단 내 거 두 개부터 기입을 하고, 하나는 중대장님 드릴 거.’

일단 오상진 본인 것에는 1회차 번호에 15, 16번 번호를 다 기입한 종이를 챙겼고, 다른 하나에는 16번만 체크했다.

“자, 다 됐다.”

오상진은 종이 두 장을 들고 교환점으로 갔다. 교환점 아주머니가 종이를 보더니 살짝 놀랐다.

“어? 똑같은 번호가 두 개네요.”

“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다른 종이 하나를 보이며 물었다.

“이건 하나만 구입합니까?”

“네, 하나만 해주세요.”

“네.”

그렇게 로또 두 장을 뽑아서 확인을 한 후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드디어 샀다.”

오상진은 뿌듯한 표정으로 로또를 바라봤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에게 줄 로또를 따로 빼냈다.

“그래, 이거면 됐어.”

김철환 1중대장에게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은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등과 2등 용지를 동시에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1등이 될지 2등이 될지는 하늘에 맡기자.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오상진은 두 장의 로또 종이를 품에 잘 갈무리한 후 다시 복귀를 위해 차에 올라탔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냐?

“지금 복귀하는 중입니다.”

-잘 됐다. 오는 길에 진미 식당으로 와라. 거기서 점심이나 하자.

“어? 왜 장교식당에서 안 드시고?”

-네 형수가 찾아왔네.

“에이, 그럼 두 분이 오붓하게 드십시오.”

-인마, 네 형수가 왔는데 혼자 보내? 내가 데려다줘야지. 그러려면 차가 필요한데 네가 가져갔잖아.

“아······.”

-그러니 잔말 말고 여기로 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그렇게 전화를 끊고 피식 웃었다.

“차라리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형님께 드렸다가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이참에 형수님께 직접 드리면 되겠다.”

그러다가 문득 연병장을 돌고 있을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생각났다.

“이 자식들 잘 돌고 있으려나?”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이 하사님! 접니다. 네. 혹시 최 병장과 강 상병 아직 연병장 돌고 있습니까?”

-아, 오 소위님께서 돌렸습니까? 애들 아주 죽으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 녀석들 이제 그만 들여보내십시오.”

-그런데 왜 그랬답니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충서엉!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다시 차를 몰았다. 그러던 중 오상진의 눈에 아기 옷 가게가 들어왔다.

“가만 형수님이 오셨다면 소은이도 함께 왔겠네. 이참에 삼촌 점수 좀 따봐?”

그리고 아기 옷 가게 앞에 차를 세운 후 들어갔다. 점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뭘 찾으세요?”

“아기 신발 좀 보려고 합니다.”

“아기 신발이면······. 몇 살이에요?”

“3살 정도 되었습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점원이 이것저것 예쁜 아기 신발들을 골라주었다. 오상진은 전부 다 사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 예쁘네요.”

“그렇죠.”

“어떤 게 좋을까?”

오상진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점원의 말을 듣고 하나를 골랐다. 예쁜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신발이었다. 그것을 포장해 아기 옷 가게에서 나왔다.

“형수님께서 좋아하시려나? 아니면 이걸 더 좋아하시려나?”

오상진은 안 주머니에 있는 로또를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은 분명했다.

오상진은 차에 올라타서 김철환 1중대장과 형수가 기다리고 있는 진미 식당을 향해 차를 몰았다.

4.

오상진이 잠깐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하아······ 하아······.”

“시팔······.”

연병장 위로 거친 숨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

두 사람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완전군장 차림으로 연병장을 돌고 돌았다.

도대체 몇 바퀴를 돌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50바퀴까지 세었지만 그 뒤로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에이 씨······ X나 힘드네.”

강상식 상병 입에서 거친 욕이 튀어나왔다. 잔뜩 인상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미친 소대장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꼴입니까. 저 진짜로 이대로 참지 않겠습니다. 제가 나중에······.”

그때 옆에서 최용수 병장이 한마디 했다.

“닥쳐! 뒤지기 싫으면.”

“······.”

강상식 상병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최용수 병장 역시 잔뜩 인상을 구기며 연병장을 돌았다.

같은 시각.

연병장 한 곳에서는 1소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철근을 땅에 박고 그 위로 철조망을 잇는 훈련이었다. 약 30m나 되는 철조망을 제한된 시간 안에 완성시키는 훈련이었다.

“야, 안 다치게 조심해.”

“네, 알겠습니다.”

2인 1조로 철근을 박는 조는 이해진 일병과 신병인 손주영 이병이었다. 그리고 현재 최용수 병장이 없는 대신 김대식 병장의 지도하에 훈련에 임했다.

“자, 준비들 하고······.”

그런데 모두의 시선이 연병장을 돌고 있는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에게 쏠려 있었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닙니까?”

“쓰러지는 것을 떠나, 나중에 후환이 두렵다.”

그 소리를 들었을까? 손주영 이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옆에 있던 이해진 일병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이 또한 지나간다’라고 생각해. 넌 앞으로 남은 군 생활에만 집중하면 돼.”

“아, 알겠습니다.”

“자, 이거 들어.”

“네.”

철근을 박기 위한 도구를 잡았다. 하지만 훈련에 임해야 할 소대원들이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이에 부분대장인 김대식 병장이 소리쳤다.

< 4장 호사다마(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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