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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2화 (22/1,018)

< 4장 호사다마(2) >

인생 리셋 오 소위! 021화

4장 호사다마(2)

“그, 그건 아직······.”

“이래놓고 무슨 소대장을 하겠다고······.”

2소대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그동안 잘 지내던 김철환 1중대장에게 된통 혼이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의 잔소리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한 달 전에 있었던 얘기까지 꺼내며 2소대장을 몰아붙였다.

“2소대장. 너 정말 이런 식이면 평생 진급은 어렵다고 봐야 해. 그냥 시간만 어영부영 보낼 생각이라면 그런 생각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아. 난 그런 꼴은 못 보니까. 아무리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올라갈 생각은 해야지.”

“네, 그렇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작심하고 쏘아댔다. 그럴수록 오상진은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었다.

“저······ 중대장님?”

“아 참, 1소대장.”

“아, 네.”

“오늘 외출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어서 갔다 와!”

“네?”

“중대장인 내가 허락하니까 다녀오라고.”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차 써! 그리고 밖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볼 일 마치면 즉각 돌아오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경례를 하고 나가려는데 김철환 1중대장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올 때 빈손으로 오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갔다.

그 뒤로도 김철환 1중대장의 질책은 한동안 계속됐다.

2.

“오늘 중대장님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

빠르게 복도를 걸으며 오상진이 중얼거렸다.

사실 김철환 1중대장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한 번 화를 내면 예전에 담아 두었던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는 스타일이었다.

어찌 보면 약간 쪼잔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참고 참았다가 터뜨리는 성격이라 볼 수 있었다.

“2소대장도 눈치 없게 거기서 꼰질러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오상진은 주차장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오늘 오전에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 미리 오늘 일과를 전달해 줘야 했다.

같은 시각.

1소대 내무실에서는 손주영 이병이 고참들에게 갈굼을 당하고 있었다.

“야.”

“이병 손주영!”

“너 요즘 1소대장이 뒤를 봐주니까 아주 살판났지?”

“아닙니다.”

“이 새끼는 만날 안이래.”

강상식 상병은 히죽거리며 손주영 이병을 옆에 앉혔다. 손주영 이병은 땀을 흘리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 새끼! 너 때문에 말이야. 우리가 편히 쉬지를 못해. 만날 소대장 새끼가 내무실에 쳐들어오질 않나. 아무튼 네가 제대로 못 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

“아······.”

손주영 이병이 또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려다가 그것으로 꼬투리 잡힐까 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갈굼을 피할 순 없었다.

“어라, 이병 나부랭이 새끼가. 말을 자르네. 야.”

“이병 손주영!”

“야.”

“이병 손주영!”

“너 저기 벽에 거울 보이지?”

“네, 보입니다.”

“저기로 가서 선다. 실시!”

“실시!”

손주영 이병이 재빨리 거울 앞에 섰다.

“자, 이제부터 거울에 있는 너 자신과 눈싸움을 실시한다. 눈싸움을 해서 이기면 쉬어도 좋다.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내무실에 있던 다른 소대원들은 ‘끽끽’ 하고 웃었다. 이병을 괴롭히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강상식 상병 역시 웃으며 물었다.

“손주영!”

“이병 손주영.”

“이길 수 있겠냐?”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이겨봐! 여태껏 그 누구도 이긴 사람이 없는데 네가 한 번 그 기록을 깨봐.”

그러면서 킥킥 웃어댔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오상진이 나타났다. 순간 강상식 상병을 비롯해 내무실에 있던 소대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시발! X 됐네.’

3.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옆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신병인 손주영 이병이었다. 그런데 손주영 이병은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꼼짝도 하지 않고 거울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너 여기서 뭐 하냐?”

오상진의 물음에 손주영 이병이 관등성명을 크게 댔다.

“이병 손주영······.”

하지만 답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냐고.”

“······.”

오상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 강상식 상병을 비롯해 다른 고참들이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오상진은 다시 손주영 이병을 보았다. 눈이 뻘겋게 충혈된 상태로 서 있었다.

‘설마 거울하고 눈싸움시키기?’

오상진이 인상을 팍 쓰며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강상식 상병이 움찔하며 옆에 있던 이해진 일병을 툭 쳤다. 그러자 이해진 일병이 바로 말했다.

“손 이병.”

“이병 손주영.”

“이제 거울 그만 쳐다보고 자리에 앉지.”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당연히 그래도 되지.”

이해진 일병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손주영 이병은 그제야 거울에서 떨어졌다. 이미 눈가는 충혈된 채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오상진은 자리로 돌아가려는 손주영 이병을 불러 세웠다.

“손주영 이병.”

“이병 손주영!”

“너, 이거 누가 시켰어?”

“아,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거울을 보고 싶었습니다.

“거울을 보고 싶었다고? 이게 어디서 거짓말을······.”

그런데 손주영 이병의 시선이 강상식 상병을 힐끔거렸다. 오상진이 곧바로 캐치했다.

“그래, 알았다. 일단 자리로 가서 앉아.”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강상식 상병을 쳐다봤다.

“야, 강상식!”

“상병 강상식.”

“이리와.”

오상진의 부름에도 강상식 상병은 느긋하게 다가왔다. 오상진은 그 어이없는 행동이 못마땅해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 봐라. 소대장이 부르는데 행동 봐라?”

“아닙니다.”

“어쭈,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오상진이 눈을 쫙 내리깔며 차갑게 말했다. 그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낀 강상식 상병이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크게 목소리를 냈다. 오상진이 강상식 상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쓸데없이 밑에 애들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지금 소대장에게 변명하려고?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아닙니다.”

“너 소대장이 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안 되겠다. 너 지금 당장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으로 튀어나와!”

“네?”

강상식 상병의 눈이 커졌다.

“군장 싸란 말 못 들었어!”

“소대장님······.”

“어쭈, 이 새끼 봐라. 이제는 소대장의 말도 쌩 까겠다, 이거지?”

오상진이 눈을 부라리며 강하게 나갔다.

“군장 안 싸?”

“소대장님 그게 말입니다.”

“안 싼단 말이지.”

오상진은 고개를 휙휙 돌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야, 최 병장 어디 갔어?”

“그, 그게······.”

“어서 찾아와!”

그러자 곧바로 강상식 상병이 움직였다.

“아닙니다, 지금 당장 군장 싸겠습니다.”

“헛! 이 새끼 보게. 소대장 말은 개 엿으로 듣고, 최 병장을 부른다니까 쫄아? 그래, 알았어. 넌 각오해.”

오상진은 이번 기회에 군기를 단단히 잡을 생각이었다. 강상식 상병이 군장을 싸기 시작했고, 오상진은 이해진 일병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고 있어! 어서 최 병장 데려오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때마침 최용수 병장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무거워진 내무실 분위기를 곧바로 느낀 최용수 병장이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충성. 무슨 일이십니까?”

오상진이 ‘킁킁’ 냄새를 맡고는 한마디 했다.

“담배 피우고 왔냐?”

“네.”

“담배를 피우러 간 거야, 아니면 자리를 피해준 거야?”

“네?”

최용수 병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너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냐?”

최용수 병장이 내무실을 훑었다. 강상식 상병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다가 슬쩍 피하고는 군장을 쌌다.

“어, 그게······.”

“너 내가 뭐라고 그랬어. 애들 괴롭히지 않도록 단속 잘하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너 내가 일지 쓰라고 한 거 있지. 일지는 아주 잘 썼더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줄 알고 있었고, 소대장이 급한 볼일이 있어 오전 훈련에 대해서 전달하려고 왔는데······. 딱 들어와 보니 신병을 거울 앞에 세워놓고 눈싸움을 시켜?”

최용수 병장이 고개를 홱 돌려 강상식 상병을 노려보았다. 강상식 상병은 고개를 푹 숙이며 움찔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이 더 짜증이 났다.

“최 병장, 소대장이 말하는데 어딜 쳐다보고 있나.”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이미 내가 시정할 기회는 줬잖아. 그런데 내무반 관리를 이따위로 해?”

“죄송합니다.”

“왜? 이번에도 내가 너무한 거 같아?”

“아닙니다.”

“그럼 이번에는 확실히 최 병장이 잘못했지?”

“네.”

“그럼 최용수.”

“병장 최용수.”

“너도 군장 싸.”

< 4장 호사다마(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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