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호사다마(1) >
인생 리셋 오 소위! 020화
4장 호사다마(1)
1.
오상진은 출근을 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렸다.
“젠장, 어제 술을 너무 마셨어.”
하물며 두통까지 심하게 왔다.
“아이고, 머리야. 어제 짬뽕으로 술을 먹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2차로 노래방을 가서는······.”
그때 행정반 문이 열리며 2소대장이 들어섰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손으로 코를 막으며 인상을 썼다.
“어? 이게 무슨 냄새야. 술 냄새 아냐?”
오상진은 미안했던지 서둘러 창문을 열었다.
“아, 오셨습니까?”
“뭐야? 1소대장. 어제 술 많이 마셨어?”
“아, 네에. 좀 마셨습니다. 냄새 많이 납니까?”
“많이 나는 정도가 아니야. 이 정도면 민폐 수준인데. 양치질 좀 해.”
“일어나자마자 했는데······.”
“그래도 한 번 더 하고 와.”
“그러겠습니다.”
오상진이 책상 서랍에서 치약과 칫솔을 꺼내 화장실로 가려고 움직였다. 2소대장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술이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진탕 먹어서야 원.”
순간 오상진이 울컥했지만 일단은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얼른 양치질하고 오겠습니다.”
화장실로 간 오상진은 양치질과 세수를 한 후 거울을 봤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후우, 얼굴도 말이 아니네. 그보다 냄새는 좀 괜찮으려나?”
손에 숨을 뱉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다행히 치약 냄새만 날 뿐 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괜찮겠지.”
화장실을 나와 다시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2소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런데 1소대장.”
“네?”
“어제 데이트가 잘 안 됐어?”
“데이트 아닙니다.”
오상진이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부대에 소문이 다 났는데. 그리고 누구랑 사귀면 미리미리 나에게 좀 알려주고 그러지. 괜히 숨기고 말이야. 1소대장 열애설을 다른 사람에게 들어야겠어?”
2소대장이 마치 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상진을 나무랐다.
가만히 듣던 오상진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2소대장님.”
“왜?”
“말씀 좀 가려서 하시죠.”
“갑자기 왜 그래?”
“아니, 같은 소대장끼리는 맞존대하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2소대장님만 자꾸 은근슬쩍 말 놓으시고 반말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2소대장이 괜히 찔리는지 언성을 높였다.
“와, 1소대장.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치사하게 구네. 지금 내가 뭐라고 했다고 그러는 거야?”
“지금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 말은······.”
“어쨌든 1소대장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걸고넘어지는 거잖아. 안 그래?”
오상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후우, 2소대장님.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엄청 심각한 일입니다. 솔직히 제가 엄청난 예우를 바랍니까? 그저 다른 소대장님들 앞에서 호칭 문제는 제대로 지켜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럼 지난번에 병사들 앞에서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가신 건 뭡니까?”
오상진은 이번엔 참지 않았다. 이참에 확실하게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소대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와, 1소대장 달았다고 유세 떠는 거야? 진짜, 더럽고 치사하네. 이래서 3사 나온 사람은 대접을 못 받는 거야. 군 생활 참 힘드네.”
“거기서 어디 출신인지가 왜 나옵니까?”
오상진이 버럭 소리쳤다.
“아, 됐다. 아니지, 됐습니다. 이제 존대해 주면 되는 거죠? 네네, 그러겠습니다.”
2소대장이 비꼬듯 말을 높였다. 오상진은 정말 할 말 없게 만들었다.
“나 참, 육사 출신 아닌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김철환 1중대장이 들어왔다.
2소대장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뭐야, 아침부터 왜 이리 소란스러워!”
“충성.”
오상진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뭔 얘기를 하기에 바깥까지 목소리가 크게 들려?”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닙니다.”
그런데 2소대장이 불쑥 튀어나오며 딴지를 걸었다.
“중대장님, 별거 아닌 것이 아닙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2소대장에게 시선이 갔다.
“뭔데?”
그러자 2소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니, 1소대장이 어제 여자 친구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이 떡이 돼서 왔지 뭡니까. 게다가 행정반에 술 냄새까지 풍기고······. 그래서 제가 몇 마디 했더니 괜히 사람 무안을 줍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듣고는 고개를 홱 돌려 오상진을 보았다.
“정말이야?”
“그런 거 아닙니다.”
오상진은 입을 다물었다. 이 문제는 2소대장과 자신과의 문제였기 때문에 괜히 중대장에게 얘기해 봤자 일만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상진은 1소대장으로서 이곳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저 눈치 없는 2소대장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하나하나 다 일러바치고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1소대장. 어제 여자 친구 만났어?”
“네?”
“나랑 어제 밤늦게까지 술 마셨잖아. 끝나고 여자 친구랑 마신 거야?”
“아닙니다. 바로 관사로 갔습니다.”
“관사로 갔어?”
“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돌려 2소대장에게 말했다.
“2소대장. 1소대장은 어제 나랑 술 마셨는데, 어떻게 된 거지?”
“어? 그, 그게 말입니다.”
2소대장은 순간 당황했다. 오상진이 중대장하고 술을 마셨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뭐야? 사실 확인도 없이 그냥 넘겨짚은 거야?”
“죄, 죄송합니다.”
2소대장은 무안했던지 괜히 오상진을 보며 한마디 했다.
“1소대장은 중대장님과 술 마셨다고 말하지 그랬어.”
김철환 1중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2소대장?”
“네.”
“방금 1소대장에게 뭐라고 했나?”
“네?”
2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며 입을 뗐다.
“자네 말이야. 방금 1소대장에게 말을 놓았나?”
“아, 그게 말입니다.”
2소대장이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 그래도 자네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자네는 군인인데 영 군인 같지 않단 말이야.”
“제, 제가 말입니까?”
2소대장이 많이 당혹스러워했다.
“내가 그냥 지켜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원래라면 소대장끼리는 상호예우가 원칙이지 않나? 1소대장은 자네에게 꼬박꼬박 예우를 해 주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아, 네에······.”
2소대장은 안절부절못했다. 조금 전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자네, 1소대장보다 한 달 늦게 들어왔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오히려 자네가 선배 대접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설마 자네 오 소위보다 나이 한 살 많다고 그러는 건가?”
“······.”
“쯧쯧쯧, 못난 사람.”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소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봐, 2소대장. 군대가 무슨 애들 놀이터인가? 나이를 따지고 그러게? 여긴 군대야. 엄연히 계급으로 이루어진 조직 사회란 말이야. 그걸 모르나?”
“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러나.”
사실 김철환 1중대장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미 행정반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나서는 것보다는 알아서 잘 지내길 바랐는데 2소대장이 하는 걸 보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자네는 계속 그런 식으로 1소대장을 대할 작정인가?”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당연히 시정해야지. 지켜보겠네.”
“네, 알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생각이 나서 하는 말인데. 자네 말이야. 1소대장이 육사 출신이라서 내가 편애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그건 아닙니다.”
2소대장이 당황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긴 아까 들어오면서 다 들었네. 육사 출신이 아니라 서럽다며.”
“아, 아니, 그건······.”
“됐고, 중대장은 자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네.”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오해든 뭐든, 아까 내 귀로 듣지 않았나.”
“그건······.”
2소대장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오늘 중대장은 2소대장에게 실망을 많이 했어. 중대장이 육사 출신이니까, 육사만 편애한다고 생각한 것이야? 중대장이 그래서 오 소위를 1소대장에 앉힌 줄 아나? 그만큼 능력도 되고, 실력이 되니까 그런 것이야.”
“네.”
“그리고 이왕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자네 지난번에 말이야. 2소대원들 데리고 연병장에서 야전훈련 했던 적 있지?”
“네.”
“제대로 한 거야?”
“네? 교범에 적혀 있는 대로 했는데 말입니다.”
“교범? 자네 공부 안 하나? 그날 자네가 시범 보인 것은 작년까지의 지침이고 올해 새롭게 교범이 바뀌었잖나. 새롭게 바뀐 교범 공부 안 했나?”
< 4장 호사다마(1)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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