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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0화 (20/1,018)

< 3장 회귀의 맛(4) >

인생 리셋 오 소위! 019화

3장 회귀의 맛(4)

“내가 말이야. 중위 시절에 지금의 네 형수를 만났잖아. 처음에는 얼마나 차갑게 굴던지······. 감히 다가갈 수조차 없었지.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사는 게 힘드니까 남자들한테 일부러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혼인신고하면서 자기 같은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해 줄 남자는 없을 줄 알았다고 하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

“아, 네에······.”

오상진은 듣는 둥 마는 둥 그저 삼겹살 굽는 것에 열중했다.

“그 당시에 우리 장인어른이 투병 중이었다고 내가 얘기했나?”

“네.”

“그래, 우연히 지인을 만나러 그 병원에 갔잖아. 그런데 그 병원에서 운명적으로 천사 같은 네 형수를 만났어. 정말 뒤에 하얀 날개가 달린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눈이 부셨지.”

김철환 1중대장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는지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버지 병간호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 모습이 나이팅게일 저리가라였지.”

“하긴 형수님이 미인이시죠. 심성도 고우시고.”

오상진은 부지런히 맞장구를 치며 고기를 구웠다. 뻔한 이야기였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은근 소심한 성격이라 대화 중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으면 많이 서운해했다.

“그런데 내가 쉽게 결혼을 했겠냐.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걸 일일이 나열하면······. 어휴.”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최종 승자는 형님 아니십니까. 형수님을 차지하셨지 않습니까.”

오상진이 냉큼 선수를 쳤다.

“그렇지! 그것이 정답이지.”

김철환 1중대장이 기분 좋게 웃어댔다.

모든 게 완벽한 여자와 결혼을 했지만 결혼 생활이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엄청난 병원비를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녀였던 형수가 모든 걸 책임져야 했고, 그걸 다시 남편인 김철환 1중대장이 나서서 해결해야 했다.

“형님도 보면 형수님 어지간히 사랑하시는 거 같습니다.”

“당연하지, 인마! 난 네 형수 없으면 못 살아!”

“하긴 형님, 애처가였죠.”

“그리고 너도 좋아하고.”

김철환 1중대장이 한마디 툭 던졌다. 오상진이 움찔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징그럽게 또 왜 이러십니까?”

“짜식이, 징그러워? 이제 이 형님이 싫다 이거지?”

“아이고, 알았습니다. 저도 형님 좋아합니다. 됐죠?”

“됐어 인마.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네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대뜸 물었다.

“인마, 내가 왜 널 좋아하는지 아냐?”

“알고 있습니다.”

“알아? 네가 뭘 알아?”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오상진이 말없이 술병을 들어 김철환 1중대장의 잔을 채웠다.

“자식, 그러니까 잘해.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자. 그러면 돼. 그러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어.”

“네, 알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김철환 1중대장 휴대폰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어? 문자 왔네. 너희 형수인가?”

김철환 1중대장은 실실 웃으며 문자를 확인했다. 그런데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젠장! 이놈의 대출 문자! 내가 어련히 알아서 안 낼까? 이렇듯 꼬박꼬박 문자를 날려. 썩을!”

“형수님 아닙니까? 그리고 대출? 형님 대출받으셨습니까?”

“이자 좀 낮추려고 은행을 바꿨거든. 그런데 캐피탈에서는 별말 없는데 은행 놈들이 더 해, 떼먹기라도 할 것처럼 한 달에 몇 번씩 문자를 보내는지 원.”

김철환 1중대장은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오상진이 다시 고기를 집어 앞에 놓아 주었다.

“안주도 드십시오. 그런데 아직도 빚이 많이 남았습니까?”

“그걸 알아서 뭐하게?”

“형님의 고민이 제 고민이죠. 혹시 압니까? 같이 고민하다 보면 좀 나을지요.”

“하아. 그래, 네가 내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니고 뭘 더 쪽팔린다고. 어디 보자, 은행에 한 5천인가? 그리고 캐피탈이고, 카드론이고 하면 다 해서 1억 정도는 되겠네.”

“1억? 그렇게 많습니까?”

오상진이 놀라며 묻자 김철환 1중대장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예전엔 지금의 2배였어. 그나마 애가 없을 땐 악착같이 버텼는데 데 아기 커가니까, 참······. 너도 알지? 우리 소은이 이제 곧 어린이집도 가야 하는 거.”

“이제 세 살인데 무슨 어린이집입니까.”

“인마, 네가 부모 마음을 알아?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그런 것이 바로 부모 마음이야. 너 3중대장 딸내미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쪽은 벌써부터 영어 유치원 보낸다더라.”

“그거 엄청 비싸지 않습니까?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다던데.”

“그 집 장인이 고위 공무원이잖아. 게다가 따로 피아노 레슨도 받고 한다는데······ 그 이야기 들으니까 우리 소은이에게 자꾸 못 해주는 것 같고······.”

김철환 1중대장이 술잔을 급히 비웠다.

“크으, 오늘따라 술이 쓰다. 아무튼 아빠가 되면 말이야. 자식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다는 거야. 그런데 그걸 못 해주는 이 아빠의 맘이 어떨지 넌 아냐?”

오상진이 가만히 바라봤다. 그도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었다.

‘왜 모르겠습니까? 충분히 알고도 남지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내 맘을 더 아프게 하는 게 뭔 줄 아냐? 네 형수가 애를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자기도 돈 벌겠다고 한다는 거야. 제기랄······.”

김철환 1중대장은 속이 쓰린지 또다시 빈속에 술만 냅다 마셨다.

“거참 안주도 드시라니까요.”

오상진은 그제야 소령쯤 되어야 빚을 다 갚을 것 같다는 김철환 1중대장의 말이 이해가 됐다.

한편으로는 김철환 1중대장에게 미안했다.

과거에는 살기 바빴다는 핑계로 김철환 1중대장의 사정을 애써 모른 척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래. 로또를 나만 당첨되란 법은 없지.’

오상진이 결심을 한 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형님, 우리 로또나 하나씩 사지 말입니다.”

“로또? 그게 뭔데?”

“아, 이번에 새로 새긴 복권인데 이게 또 대박입니다. 한마디로 인생 역전할 기회란 말입니다.”

“그래? 에이, 됐어. 난 그런 거 안 믿어. 그리고 내 주제에 무슨 복권 당첨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을 했다.

“아니, 그러지 말고 한번 해보시지 말입니다. 새로 생긴 건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거 시작하는 거라서 돈 얼마 안 됩니다. 2천 원 투자해서 몇천만 원은 벌 수 있습니다.”

“2천 원 투자에 몇천만 원?”

“1등 되면 몇억이 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억?”

김철환 1중대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그런데 당첨될까?”

“뭐 확률은 극히 났지만 처음 생겼으니까, 한번 해보는 거죠.”

“그런데 너 왜 갑자기 로또 타령이야?”

“사실 이 말씀까지는 안 드리려고 했는데.”

오상진이 주위를 살피고는 고개를 쑥 내밀어 속삭였다.

“제가 말입니다. 어젯밤 꿈에 할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할아버지?”

“네. 할아버지가 숫자를 알려 주셨는데 그 숫자가 딱 6개입니다. 그래서 6개 숫자가 뭘 의미하나 생각을 해 봤는데 딱, 로또 번호가 6개더란 말입니다.”

“오오, 그게 정말이야? 아, 맞다. 너 희철이 병도 꿈으로 맞혔다며?”

“어?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희철이 아버지가 말씀해 주시더라고.”

“그렇습니까? 어쨌든 제가 또 꿈이 신통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장난삼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상진의 꼬임에 김철환 1중대장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작 2천인데······. 네 꿈을 믿고 한번 해보자.”

“어디 보자, 지금 시간이 좀 그렇고, 제가 내일 외출할 일이 있으니까, 사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15와 16 중에 어떤 숫자를 더 좋아하십니까?”

“엥? 그건 왜 물어?”

“두 숫자가 조금 헷갈려서 말입니다.”

“15하고 16?”

“네.”

“으음······.”

김철환 1중대장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답했다.

“16번으로 할게.”

“16번 말입니까?”

“어, 네 형수 생일이 16일이거든.”

“오, 딱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래. 얼마라고 했지?”

그러면서 지갑에서 2천 원을 꺼내 내밀었다.

“2천 원이라고 했지? 아니다, 자 받아.”

2천 원을 도로 집어넣고, 10만 원을 빼서 건네주었다.

“아이, 형님 무슨 10만 원입니까.”

“넣어둬.”

“2천 원이면 됩니다.”

“됐어, 인마. 그동안 내가 너에게 얻어먹은 삼겹살값이 얼마인데.”

“그건······.”

“괜찮다니까. 사실 말이야. 네가 날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 줄은 몰랐다. 내가 친하게 지낸 후배 놈들이 많았지만 그놈들 중에 누구도 로또복권 당첨돼서 잘먹고 잘살자는 소리 안 하더라. 그런데 너는 지난번 김희철 때도 그렇고······. 암튼 너 요즘 너무 맘에 든다. 그냥 너 용돈 써!”

“용돈 말입니까? 그렇다면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인마!”

“대신 내일 도로 달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짜식이 나를 뭐로 보고.”

“아무튼 잘 쓰겠습니다.”

오상진이 히죽 하고 웃었다. 그리고 10만 원을 소중히 챙긴 후 생각했다.

‘그래 이걸 받고, 몇천 배로 불려서 돌려드리면 되지. 최소한 2등은 될 거니까.’

그런 단꿈을 꾸며 오상진은 술을 들이켰다.

< 3장 회귀의 맛(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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