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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9화 (19/1,018)

< 3장 회귀의 맛(3) >

인생 리셋 오 소위! 018화

3장 회귀의 맛(3)

“하느님, 부처님, 이번 생은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을 한 후 자신이 적은 로또 번호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자, 그럼 어차피 1등은 떼 놓은 당상이고······. 당첨된 돈으로 뭐부터 할까? 새 차도 뽑아야 하고······. 아, 집부터 사야겠구나. 동생들 용돈도 주고, 둘째 등록금에······.”

오상진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감에 젖어 들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상진의 상념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응? 이 시간에 누구지?”

일단 오상진은 다급히 노트를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겼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김철환 1중대장이 떡 하니 서 있었다.

“어? 중대장님?”

“뭐야? 너 뭐 하고 있었어?”

“뭐, 뭘 하고 있겠습니까? 그냥 쉬고 있었지 말입니다. 그보다 형님은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기는, 너랑 퇴근하려고 갔더니 바로 퇴근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와 봤다.”

“아, 그렇습니까? 일단 들어오십시오.”

김철환 1중대장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책상 위에 자신이 준 노트북이 켜져 있었다. 그것을 본 김철환 1중대장이 씨익 웃었다.

“에이씨, 그리 급히 간다는 이유가 이거였냐? 난 또 뭔가 했네. 너 혹시 땡겼냐?”

“네?”

“뭘 놀래기는······. 내가 준 노트북 말이야.”

“아, 저 느리디느린 노트북 말입니까?”

“느려? 하긴 좀 느리긴 하지. 그래도 말이야. 저기에 아주 은밀한 비밀이 많아. 아니면 내가 잘 아는 사이트가 있는데 알려 주리?”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상진은 그때까지 무슨 의도로 말을 하는지 몰랐다.

“무슨 사이트 말입니까?”

“인마, 다 알아. 그 나이 때는 한 창일 때지. 아니지, 너 김 중위랑 사귀지 않냐? 그런데 왜 잘 안 되냐?”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왜 이 시간부터 이러고 있느냐는 말이야. 사람 속상하게.”

“아······.”

그제야 김철환 1중대장이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감이 왔다.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딱 들켰는데. 솔직히 말해봐. 김 중위가 잘 안 해줘? 왜 막······. 그래?”

“무, 무슨 소리입니까.”

“짜식이, 말해봐 인마. 나한테도 비밀이냐?”

순간 오상진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다고 로또 번호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미안합니다. 김 중위님.’

오상진이 속으로 사과를 한 후 헤벌쭉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형님,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삽니까.”

그 소리에 김철환 1중대장이 ‘푸핫’ 하고 크게 웃었다.

“이 자식, 말하는 거 보게. 그렇지, 어떻게 밥만 먹고 살겠냐.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야동을 끊기란 쉽지가 않지.”

오상진 멋쩍게 웃음 지었다.

“그보다 너 밥 안 먹었지?”

“네.”

“나가자, 간만에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자.”

“삼겹살에 소주 말입니까?”

“그래. 네가 쏜다고 했잖아.”

“아,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김철환 1중대장을 끌고 관사를 나섰다.

2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은 평소 자주 가던 부대 앞 삼겹살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리 군 생활이 X 같아도 어쩌겠냐.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버티고 버텨야지. 안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소주 한 잔을 비우며 한탄을 했다. 오상진은 현재 김철환 1중대장이 처한 현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형수님은 잘 지내시죠?”

“너희 형수야 항상 똑같지. 안 그래도 너 집에 한 번 오라더라. 네가 좋아하는 닭볶음탕 해준다고.”

“크으, 형수님께서 해주시는 닭볶음탕! 거의 죽음인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벌써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그렇지. 언제 올래?”

김철환 1중대장이 술을 한 잔 마시며 고기를 집어 들었다. 오상진 역시 술잔을 비운 후 말했다.

“봐서 다음에 가겠습니다.”

“뭐야? 이제 여자 친구 생겼다 이거야? 네 형수 알면 되게 서운해하겠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시면서······.”

“인마, 네 형수처럼 너 생각해 주는 사람 없다. 너 진짜 형수에게 잘해야 해.”

“알죠.”

“알긴 뭘 알아? 네 형수가 너 혼자 지낸다고 아는 동생들 수소문하고 다니는 건 아냐?”

“네? 형수님께서 그랬습니까?”

“그래, 인마. 나중에 너 여자 친구 있다는 얘기 듣고 얼마나 실망을 하던지······. 나까지 맘 아프더라.”

“아, 그랬습니까.”

오상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괜히 미안해졌다. 그 모습이 또 안쓰러운지 김철환 1중대장이 급히 말을 돌렸다.

“야, 고기 탄다. 어서 먹자!”

“네.”

두 사람은 다시 고기를 열심히 씹어 먹었다. 그리고 다시 술잔이 오고 갔다.

오상진은 자신을 이렇듯 친동생처럼 챙겨주는 김철환 1중대장이 있어 너무 든든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유복한 집안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삼촌이 군인이었는데, 어릴 적 군복을 입은 삼촌의 모습을 보고 동경을 하다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고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제일 처음 자대배치를 받은 곳은 최전방 GOP(Genenal Out Post)였다.

그곳 소대장으로 부임해 약 3년간 근무를 한 후 이곳 충성부대로 전출되어 지금까지 생활해오고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도 서울에 배치받은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지덕체를 갖춘 여자가 이상형이라던 김철환 1중대장은 그토록 바라던 여자를 만나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었다.

부부 금실도 좋아 슬하에 딸도 하나 있는데 단 한 가지, 집안에 빚이 많은 게 문제였다.

“그래도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야, 군인이 별일이 뭐 있겠냐. 너나 나나 사정 뻔하잖아. 그냥 월급 들어오면 빚 갚기 바쁘지.”

“빚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까?”

“얼마 안 남았어. 뭐 소령 달기 전까지는 끝나겠지. 에잇, 받아. 우리 그런 얘기 말고 술 마시자.”

김철환 1중대장은 화제를 돌리며 술잔을 내밀었다. 다시 술잔을 부딪친 후 입에 털어 넣었다. 오상진은 잘 구워진 삼겹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힘내십시오. 잘 될 겁니다.”

“그래, 잘 되어야지. 그래도 네 형수가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으니까. 나야 뭐 그거 다 갚을 때까지 군복 안 벗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더 있냐?”

김철환 1중대장이 술잔을 비웠다. 오상진이 다시 그 술잔을 채웠다.

“그보다 너, 김 중위와 대체 어떻게 만난 거냐?”

“그게······.”

오상진이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때 술 마시다가 눈 맞았을 리는 없을 테고, 그 전부터지?”

“네, 뭐 어쩌다 보니······.”

오상진은 쑥스러운지 술잔만 매만졌다.

“와, 그럼 서운한데? 어떻게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을 수가 있냐.”

“형님, 그게 아니라······.”

오상진은 살짝 인상을 쓰며 뭔가 망설였다. 그러다가 술잔을 입에 털어놓고 식탁에 ‘탁’ 내려놓았다.

“그냥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뭘?”

“사실은 말입니다. 저 김 중위와 사귀는 사이가 아닙니다.”

“뭐?”

“그게 사정이 있습니다.”

“뭔 사정?”

오상진은 김소희 중위와 있었던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일이 그렇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사귀는 척하게 되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듣는 내내 심기가 불편한지 잔뜩 인상을 썼다. 그리고 오상진 얘기가 끝나자마자 발끈했다.

“이 자식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죄송합니다. 워낙에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아놔, 이 순진한 새끼!”

김철환 1중대장은 곧바로 술을 들이켰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상진을 더는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아, 됐고. 차라리 잘 됐다. 너는 네 형수처럼 참한 여자를 만나야 해.”

“저도 형수님처럼 참한 여자라면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그러니까 말씀만 하지 마시고 소개 좀 시켜 주세요.”

“야, 인마! 네 형수도 백방으로 알아보고는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희 형수 같은 여자가 그리 흔한 줄 아냐?”

김철환 1중대장은 형수 얘기만 나오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죠.”

“그런데 말이야. 너 내가 너희 형수를 어떻게 만났는지 아냐?”

“그, 글쎄요.”

“내가 말 했던가? 아니, 말 안 했을 텐데? 그렇지?”

얼큰하게 취한 김철환 1중대장이 모처럼 시동을 걸었다.

이 시절 술자리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게 군대 이야기, 첫사랑 이야기였고.

군대 이야기는 할 게 없으니 결국 연애사뿐이었다.

“해주십시오. 궁금합니다.”

과거를 포함해 열 번은 넘게 들은 이야기였지만 오상진은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김철환 1중대장의 비위를 맞췄다.

< 3장 회귀의 맛(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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