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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5화 (15/1,018)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6) >

인생 리셋 오 소위! 014화

2장 새 대대장 받아라!(6)

4.

“애들 뭐 하고 있는지 볼까?”

행정반으로 향하던 오상진은 1소대 내무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문을 벌컥 하고 열자 오상진의 눈에 강상식 상병과 그의 앞에 누군가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오상진이 나타나자 강상식 상병이 머리 박고 있는 장병에게 말했다.

“야, 일어나!”

“이병 손주영!”

패기에 찬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얼굴이 붉게 물든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오상진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지금 이거 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본 것이 있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오상진이 무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강상식 상병은 실실 쪼개며 말했다.

“에이, 소대장님 별거 아닙니다. 그냥 훈육하던 중이었습니다.”

강상식 상병의 행동에 오상진이 인상 썼던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훈육?”

“네, 그냥 으레 하는 연례행사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신병 들어오면 군기부터 잡는 거. 일종의 그런 겁니다.”

“그래? 너 은근히 말 잘한다.”

강상식 상병이 으쓱했다.

“제가 좀 잘하지 말입니다.”

“그럼 군장도 잘 싸겠네?”

“에이, 제가 짬밥이 얼마인데······. 후딱 잘 싸지 말입니다.”

“그럼 후딱 군장 싸서 연병장 한번 돌까?”

오상진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순간 강상식 상병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 군장은 왜······.”

“왜긴 왜냐? 난 네가 완전군장에 연병장을 돌고 싶어 할 것 같아서 그러지.”

“아, 아니,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아니야? 겁도 없이 이빨을 터는 게 꼭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지.”

“······.”

강상식 상병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잠깐 옆에 있던 김일도 상병이 나섰다.

“소대장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내가 뭘?”

“이러시면 애들 보기 창피하지 말입니다.”

“그럼 애들 보는 앞에서 소대장에게 고개 빳빳이 들고 할 말 다하는 너희들 때문에 나는 안 창피할까? 똑같지.”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진짜 왜 그러십니까.”

“너야말로 왜 그러지? 네 눈앞에 있는 나는 소대장으로 안 보이냐?”

오상진은 화도 내지 않고 조곤조곤 할 말을 다했다. 그러자 김일도 상병 마저 입을 다물었다.

“······.”

두 상병이 말로 호되게 당하자 최용수 병장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소대장님. 그냥 넘어가 주십시오. 별일 아니지 않습니까.”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닌데 이제 갓 전입 온 신병 머리를 박게 하냐?”

“하다 보면 장난이 격해지고, 그러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그렇지 말입니다.”

“아, 장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분대장이 되어서 말이야. 신병 부대 적응시키는 것도 모자랄 판에 이런 장난을 쳐?”

“······.”

오상진의 호통에 최용수 병장마저 얼굴이 굳어졌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신병 괴롭히는 거로밖에 안 보였다. 훈육을 하든 뭘 하든 내가 간섭할 바는 아니야. 너희 소대원 일이니까. 하지만 머리를 박게 하는 것은 얼차려야. 이건 소대장이 보기에는 좀 심했다.”

오상진이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다. 사실 소대원 일인데 소대장인 오상진이 직접적으로 걸고넘어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아무튼 적당히 해, 최 병장.”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말을 한 후 고개를 홱 돌렸다. 그곳에 신병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오상진이 신병을 보며 움찔했다.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넌 누구냐?”

“이병 손주영!”

손주영 이병이 관등성명을 크게 외쳤다. 옆에 있던 이해진 일병이 바로 설명했다.

“어제 전입 온 신병입니다.”

“아, 신병 온다는 녀석이 너였구나.”

“네. 김희철 이병이 빠진 자리에 이 녀석이 왔습니다.”

“아, 희철이 대신 온 애가 얘였어?”

“네.”

“그래? 하긴 내가 대대장님을 수행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살피지를 못했네.”

오상진이 손주영 이병을 바라보며 물었다.

“힘든 것은 없고?”

“네, 없습니다.”

“당연히 힘들어도 안 힘들다고 해야겠지. 다 알아, 인마.”

오상진의 말에 손주영 이병이 우물쭈물했다. 그러다가 옆의 이해진 일병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아, 아닙니다.”

“아니긴, 개뿔. 아무튼 우리 소대에 잘 왔다. 앞으로 잘해보자.”

오상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손주영 이병이 힐끔 그 손을 보더니 마주 잡으며 관등성명을 외쳤다.

“이병 손주영. 잘 부탁드립니다.”

“자식, 목소리 커서 좋네. 힘들면 언제든지 이 소대장을 찾아오고. 소대장은 네 얘기 들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찾아와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손주영 이병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이병 손주영.”

“마, 일일이 관등성명 안 해도 돼.”

“이, 이병 손주······ 영 알겠습니다.”

손주영 이병은 주변 고참들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오상진은 그런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곤 자리를 떠났다.

소대원 일에 괜히 신경을 쓰며 참견하는 오상진이 못마땅했던 소대 선임들은 오상진이 나가자마자 짜증을 분출했다.

강상식 상병은 대놓고 욕까지 했다.

“아, 시팔! 소대장 새끼. X나 깝죽대네. 자기가 무슨 천사라도 돼?”

“맞습니다. 소대장 진짜 짜증 납니다.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놔,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그리고 그 불똥은 다시 신병을 향했다. 강상식 상병이 신병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 넌 좋겠다. 소대장이 널 봐줘서.”

“이병 손주······.”

“시끄러워, 새끼야!”

손주영 이병이 잔뜩 움츠러들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강상식 상병의 갈굼은 계속되었다.

“왜? 소대장이 봐주니까 좋아?”

“아닙니다.”

“그럼 안이지 밖이냐?”

“아······.”

손주영 이병이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강상식 상병은 그것으로 또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어쭈, 이제 신병 나부랭이가 말까지 잘라먹네.”

“이병 손주영. 아닙니다.”

“이 새끼야. 그럼 안이지, 밖이냐고!”

“그, 그게······.”

“이 새끼가 돌았나. 그, 그게? 내가 네 친구냐?”

“아닙니다.”

“인마 잘 생각해. 내가 너랑 같이 있을 시간이 긴 것 같냐? 아니면 소대장 새끼랑 같이 있는 시간이 길 것 같냐?”

“강상식 상병님입니다.”

“그러니까, 잘 생각하고 행동해.”

강상식 상병이 신병의 가슴을 꾹꾹 찌르며 갈구고 있을 때 내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순간 강상식 상병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뛰어들어온 사람이 오대환 일병인 것을 알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새끼야! 깜짝 놀랐잖아.”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빅뉴스입니다. 빅뉴스!”

“빅뉴스?”

오대환 일병은 일명 소식통으로 부대에 흘러다니는 소문을 바로 캐치해서 알려주는 녀석이었다.

“방금 말입니다. 제가 엄청난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슨 소식? 빨리 말해봐.”

강상식 상병이 닦달했다. 오대환 일병은 숨을 고른 후 천천히 입을 뗐다.

“다들 놀라지 마십시오. 우리 소대장님과 김소희 중위님께서 사귀는 사이랍니다.”

“뭐?”

소대원들 모두 놀란 눈이 되었다.

5.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문제는 최용수 병장이 김소희 중위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거짓말이야.”

최용수 병장이 애써 부정했다.

그는 언제나 소대원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나 김소희 중위님에게 고백한다. 모든 준비 다 마쳤어. 제대하는 그 날! 바로 그 날이 디데이야!

이렇듯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던 그에게 김소희와 오상진이 사귄다는 소문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누구야? 누가 그딴 헛소리를 퍼뜨려!”

최용수 병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3소대 이 상병에게 들었지 말입니다.”

“누구라고? 이 새끼가 어디서 헛소리를······.”

최용수 병장이 눈을 부라리며 내무실을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해진 일병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최 병장님하고 김 중위님 사귀는 사이였습니까?”

“야, 말만 안 했을 뿐이지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럼 양다리입니까?”

“김 중위님 그리 안 봤는데 완전 여우시네.”

“그래, 막말로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하더니······. 우리 김 중위님이 그러실 줄은 몰랐다.”

“진짜 최 병장님하고 사귀는 사이라면 이거 심각한 거 아닙니까?”

“아마도 우리 부대에 한바탕 큰 폭풍이 불 것 같다.”

그렇게 당사자도 모르는 오해가 점점 부풀려지며 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상식 상병이 내무실에 있는 후임병들을 보며 말했다.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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