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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14화 (14/1,018)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5) >

인생 리셋 오 소위! 013화

2장 새 대대장 받아라!(5)

한종태 대대장은 고개를 돌리며 손짓했다. 옆에 있던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달려왔다.

“대대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러면서 김소희 중위를 향해 손짓했다.

“김 중위는 어서 가 봐. 어서!”

“아, 넵!”

김소희 중위가 경례를 한 후 몸을 돌렸다. 그러면서 오상진 옆을 지나가며 나직이 속삭였다.

“오 소위, 내일 봐.”

그 말을 들은 오상진이 고개를 숙인 채 피식 웃었다. 김소희 중위가 나가고 노래방 안은 이미 분위기가 싸했다. 참다못한 박태환 2중대장이 버럭 했다.

“야, 오 소위! 너 진짜 이따위로 할 거야?”

3중대장 역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소리쳤다.

“이 자식이 진짜 미쳤나. 술을 먹으면 곱게 처먹을 것이지. 이 자리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려!”

“너, 인마! 실망이야. 술이 센 줄 알았더니······.”

모든 욕을 오상진이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비틀거리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술이 확 올라와서 그랬습니다. 저 잠시 술 좀 깨고 오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오상진은 최대한 미안한 얼굴로 노래방을 나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간부들이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찼다.

“쯧쯧쯧. 어쩌려고······.”

“아무튼 술자리에 꼭 저런 녀석들이 있다니까.”

“술도 자신의 재량에 맞게 마셔야지. 안 그렇습니까. 대대장님.”

“아이고, 대대장님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간부들이 하나둘 한종태 대대장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때 박태환 2중대장이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대대장님. 오 소위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분위기를 좀 띄우겠습니다.”

박태화 2중대장이 방 안에 설치된 자그마한 무대로 나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번호를 누른 후 온갖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을 취하며 노래를 불렀다.

“십오야, 밝은 둥글 달이 아, 둥실둥실 떠오르면 설레는 마음 아가씨 마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철환 1중대장이 눈치를 살피며 몰래 노래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복도 벽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서 있는 오상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야, 오상진!”

“어? 중대장님.”

“자식 괜찮냐?”

“괜찮습니다, 아무튼 분위기 망쳐서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잘했어.”

“네?”

오상진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솔직히 말해봐. 너 술 안 취했지?”

오상진이 움찔하며 미소를 지었다.

“눈치채셨습니까?”

“그래, 인마! 너 연기 잘하더라. 어떻게 토할 생각을 다 했냐?”

“정말 토할 생각은 없었는데 강 소위가 자꾸 말리는 바람에······. 갑자기 울컥하며 나왔습니다.”

“웃기고 있네. 아무튼 우리 오상진 대단해. 대대장님 앞에서 여자 친구도 구하고.”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오상진를 칭찬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김소희 중위 정도면 얼굴도 예쁘지, 능력 있지. 왜? 너보다 계급이 높아서 그래? 그 정도면 금방 따라잡아. 그리고 부부가 나란히 군인이면 얼마나 좋아.”

김철환 1중대장이 신나게 말했다. 오상진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대장님, 저······.”

“응?”

“괜찮겠습니까?”

“뭐가? 아······ 야, 괜찮겠냐?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오상진 오늘 멋있긴 했다. 그거면 됐어. 그리고 이제 들어가 봐, 뒷수습은 내가 할 테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인마. 이제부터 넌 필름 끊기는 것이 좋겠다.”

“네,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상진이 터벅터벅 노래방을 나왔다. 그 길로 곧장 관사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예전 같으면 대대장님 눈도 못 마주쳤을 텐데······. 무슨 정신으로 이 짓을 했는지. 이러다가 대대장님께 나 완전히 찍히는 거 아냐?”

오상진은 약간의 걱정과 후회도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오늘따라 밤바람 참 좋다.”

3.

그다음 날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과 함께 대대장실을 찾았다.

똑똑똑!

문이 열리며 C.P병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대대장님 출근하셨냐?”

“네, 좀 전에 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뒤를 보며 말했다.

“출근하셨단다. 들어가자.”

“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김철환 1중대장을 따라 들어갔다.

“충성!”

경례 소리에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돌렸다.

“어? 1중대장이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

“그게 말입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들어오지 않고.”

김철환 1중대장의 뒤로 오상진이 쭈뼛거리면서 들어왔다. 오상진을 본 한종태 대대장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으음, 1소대장 왔나.”

“충성! 죄송합니다. 어제 제가 대대장님께 실례가 많았습니다.”

“어험······. 실례를 한 줄은 알아?”

“정말 죄송합니다.”

“오 소위 자네 주량이 얼마나 돼?”

“소주 한 병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

“대대장님께 잘 보이려고 싶은 욕심에······.”

“쯧쯧쯧, 남자가 되어서 술도 못 마시고······. 다음부터 이런 일 없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나가봐!”

“네, 충성!”

오상진이 힘차게 경례를 한 후 대대장실을 나섰다. 김철환 1중대장 역시 조심스럽게 나왔다. 대대장실을 나오자마자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자,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까, 됐지?”

“네. 정말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감사는 무슨······. 아무튼 삼겹살에 소주 잊지 마라.”

“네.”

“그래, 어서 가 봐. 나도 일해야 하니까.”

“넵, 충성! 고생하십시오.”

“어이.”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든 후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물론 오상진도 이 정도로 이번 일이 깔끔하게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대장님의 눈빛으로 봐서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지만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으니 잘 풀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복도를 따라 여러 가지 포스터 및 각종 사진이 붙어 있었다.

“어?”

오상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 소대를 소개합니다’라는 내용의 문구였다. 그 밑으로 각 소대의 단체 사진이 찍혀 있었다. 그 사진을 한번 쭉 훑어본 오상진의 시선이 벽면 위쪽 가장자리에 적힌 문구로 향했다.

-충성부대 ‘충’으로 나라를 보필하고, ‘성’으로 이 나라를 지키자.

“풉!”

오상진은 저 문구를 보고 뭔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옛날에는 저 문구를 보고 나름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는데······.”

벽면 한쪽에는 부사관 지원공고에 관한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그래. 여기가 내가 처음 근무했던 충성부대야.’

충성부대는 총 5개 중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원은 각 중대별로 80에서 100여 명으로 편성되었고, 대대장 계급인 중령을 필두로 휘하에 5명의 대위급 중대장과 짬이 되는 중위급 본부중대장이 자리했다.

참모부는 지휘부에 주임원사, 중위급 정훈장교, 정보과에 대위급 정보과장, 작전과에 대위급 작전과장 중위급 작전장교, 인사과에 대위급 인사과장, 군수과에 대위급 군수과장, 중위급 군수장교가 포진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연대 통신중대에서 파견 나온 중위급 통신소대장이 있으며 인사담당관, 군수담당관, 탄약반장 등의 짬중사에서 준위급의 인원이 있었다.

‘이런 쟁쟁한 간부 중에서도 부대 핵심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1중대 1소대장으로 배정을 받았다니. 이것 역시 우리 중대장님이 힘이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었지. 무엇보다 내가 직속 후배 자격으로 낙점된 것이지만······. 하아, 이때까지만 해도 나 참 잘나갔는데······ 내가 왜 밀렸었지?’

오상진은 지난날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난 술도 적게 먹고. 담배도 끊었는데······. 진급을 위해 아등바등 힘을 쏟으며 개같이 일한 결과가 간암이라니······. 이번에도 똑같을까? 아니면 슬렁슬렁 살아야 하나? 그래, 대충 살자, 지난날 나 정말 열심히 살았잖아. 과거로 회귀한 건 그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지. 암.”

오상진은 한참을 고민하다 스스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오상진은 체질상 슬렁슬렁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게 문제였다.

“에이, 그래도 간암 판정을 받는 건 39살 때 일이니 아직 멀었지······. 지금부터 건강관리에 신경을 좀 쓰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갔다.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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