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새 대대장 받아라!(4) >
인생 리셋 오 소위! 012화
2장 새 대대장 받아라!(4)
지잉!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응, 누구지?”
발신자에 번호는 철없는 여동생이었다.
‘보나마나 용돈 달라는 거겠지.’
오상진은 힐끔 보고는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남동생 정진이와 달리 여동생 상희는 연예인이 되겠다는 허황된 꿈에 빠져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과거로 돌아 온 이후에도 상희의 철없는 짓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전화를 피했는데 눈치 없이 계속해서 전화기가 울렸다.
‘아, 진짜 왜 자꾸 전화질이야.’
오상진이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때 액정 화면 위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오빠 큰일 났어! 빨리 전화 줘!]
“적당히 해라. 오상희.”
미간을 찌푸리며 오상진이 핸드폰 전원을 끄려 했다.
그때 박태환 2중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1소대장.”
“네.”
“신경 쓰이니까 전화 좀 받지, 그래?”
“괜찮습니다. 안 받아도 됩니다.”
“안 받으니까 자꾸 연락이 오는 거 아닌가. 분위기 깨지 말고 나가서 전화 받아. 어서.”
“하아······.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저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오상진이 빠지자 순간 한종태 대대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김소희 중위를 보며 말했다.
“김 중위 한잔하지.”
“아, 넵!”
김소희 중위가 곧바로 다가와 술잔을 내밀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술을 따라주었다. 술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대대장 옆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크흠······.”
한종태 대대장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밖으로 나온 오상진은 급히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무슨 큰일인데?”
-오빠, 오빠! 나 차비가 없어. 차비 좀 보내줘.
“차비? 너 지금 어딘데?”
-인천!
“야, 인천에는 왜 갔어? 너 학교는?”
-학교는 나랑 안 맞아. 그리고 나 오디션 본다고 그랬잖아.
“학생이 학교를 다녀야지. 후우, 그보다 오디션을 지금까지 봤어?”
-그럼 오디션을 나 혼자 보나?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지금 끝났잖아. 아무튼 서울까지 가는 막차 끊겼어. 구로까지 가는 전철은 있는데 거기서부터는 택시 타야 해.
“하아, 진짜 가지가지 한다. 알았어, 폰뱅킹으로 보내줄게.”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끊어!”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는 폰뱅킹으로 돈을 보내줬다. 그리고 다시 노래방으로 향했다. 문을 딱 열자 자신의 자리엔 어느새 김소희 중위가 앉아 있었다.
“어?”
한종태 대대장이 껄껄 웃으며 김소희 중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그 손끝이 슬금슬금 김소희 중위의 가슴 쪽으로 움직였다.
당황한 김소희 중위가 은근슬쩍 몸을 뺐다. 하지만 한종태 대대장의 손은 집요했다.
‘아, 어떡하지?’
김소희 중위가 도움을 청하듯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 애타는 몸부림을 지켜본 오상진은 이내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제기랄······. 그래, 내가 미친놈 한번 되어보자.’
오상진이 속으로 외친 후 곧장 김소희 중위를 향해 걸어갔다.
2.
“껄껄껄!”
김소희 중위가 옆에 앉은 후로 한종태 대대장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박태환 2중대장은 그 모습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 소위 그 자식 때문에 일이 꼬일 뻔했어.’
그때 문이 열리고 오상진이 들어섰다. 박태화 2중대장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설마 저 자식······. 아, 안 돼.’
박태환 2중대장이 오상진에게 눈치를 줬다.
‘인마, 거기로 가지 마. 여기로 와. 여기로!’
하지만 오상진은 박태환 2중대장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박태환 2중대장이 옆에 앉은 소대장을 툭 쳤다.
“인마, 뭐 해. 오 소위 붙잡아.”
“아, 네에.”
2중대 1소대장이 급히 오상진을 불렀다.
“이봐, 오 소위. 여기로 앉아. 여기 자리 비었어. 이리 와.”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 소대장을 보았다.
“어? 강 소위. 나 괜찮아. 곧바로 대대장님 옆자리로 가서 앉을 수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대대장님 옆자리 말고 내 옆으로 오라고. 내 옆자리가 비었잖아.”
“아니야. 난 꼭 대대장님 옆에 가야 해.”
“허허, 이 사람이. 자네 술 취했나?”
“나 술 안 취했어.”
오상진은 눈이 반쯤 풀린 상태로 기어코 대대장님 옆자리로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강 소위가 막아섰다.
“오 소위! 여기 앉으라니까.”
“아니야. 난 꼭 대대장님 옆자리로 가야 해.”
“자네 술 정말 많이 취했군. 이런 상태로 대대장님 옆자리라니.”
“나 안 취했어. 정말 안 취했어.”
그렇게 오상진과 강 소위,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였다. 부대 간부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쯧쯧, 오 소위가 술에 취하면 저러는 줄 오늘 처음 알았네.”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오 소위 술 세지 않나?”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쟤 오늘 술 많이 마셨어?”
“아까 막 들이붓는 것 같던데······.”
“허허, 좀 말리지 그랬어.”
“죄, 죄송합니다.”
그러는 사이 오상진은 계속해서 대대장님 옆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 오상진을 강 소위가 붙잡았다.
“이 사람. 내 옆자리에 앉아. 왜 자꾸 대대장님 옆자리로 가려고 하나. 지금 김 중위님이 계시지 않나. 그러지 말고 나랑 한잔해, 나랑!”
강 소위가 오상진을 붙들며 말렸다. 하지만 오상진의 시선은 오직 한종태 대대장 옆자리에 꽂혀 있었다.
“아니야, 난 꼭 대대장님 옆자리에······. 우욱!”
그렇게 두 사람이 실랑이하던 그때, 오상진이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강 소위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왜 그래?”
“자, 잠깐만, 속이······. 욱!”
“야, 오 소위!”
“우욱······ 우에에에에엑!”
오상진은 갑자기 토악질을 하며 그만 김소희 중위의 몸에 토사물을 쏟아냈다.
“꺄악!”
김소희 중위는 자신의 몸에 쓰러져 토악질을 하는 오상진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오히려 주위에 있던 간부들이 난리였다.
“오 소위!”
“이런, 술 좀 곱게 처먹을 것이지.”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토를 해.”
“오 소위!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이구, 아이구, 여기다가 토를 했네.”
한종태 대대장 역시 황당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김소희 중위에게 말했다.
“괜찮나?”
“아, 네에······.”
김소희 중위는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한종태 대대장은 급히 휴지를 집어 들고 토사물을 털어 주려고 하다가 손을 멈칫했다. 하필 토사물이 김소희 중위의 가슴 부위에 쏟아져 있던 것이다.
“이것 참······.”
한종태 대대장이 눈을 힐끔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함부로 손댈 수도 없었다.
“이런, 이런······.”
주위에 있던 다른 간부들도 서로서로 휴지를 챙기며 김소희 중위에게 건넸다. 그러다가 정 안 되겠는지 박태환 2중대장이 일어나 웨이터를 불렀다.
“어이, 여기!”
“네네!”
“수건 없습니까?”
“네, 잠시만요.”
당사자인 김소희 중위는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났다. 대충 주위에서 건네주는 휴지로 토사물을 털어내고 오상진을 노려보았다.
“오 소위, 진짜······.”
김소희 중위가 노려보자 오상진이 곧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술을 좀 과하게 마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김소희 중위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김 중위님 군복을 제가 다 버려놨습니다. 일단 가서 씻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김소희 중위가 흠칫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오상진의 눈빛은 전혀 취한 눈빛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눈치를 주고 있었다.
‘뭐지?’
김소희 중위는 뭔가 이상했다.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종태 대대장에게 희롱당하고 있었다. 그때만큼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이 너무도 화가 났다. 그런 와중에 오상진이 자신의 군복에 토까지 했다.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나겠는가. 그런데 지금 오상진의 눈빛을 본 순간 바로 이해를 했다.
‘그럼 날 구해주려고 일부러?’
김소희 중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때 한종태 대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김 중위 괜찮나?”
“아, 네에. 괜찮습니다. 그런데 대대장님, 아무래도 전 이만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군복이 이래서······.”
김소희 중위는 토사물로 더럽혀지고 냄새가 나는 군복을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곧장 말했다.
“아니, 굳이 그런 걸 가지고······.”
말을 하다가 김소희 중위의 군복에서 토사물 냄새가 확 풍겨왔다. 순간 비위가 상한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돌리며 토악질을 했다.
“욱! 우욱! 아, 알았어. 가 봐.”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4)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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