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12화 (12/1,018)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3) >

인생 리셋 오 소위! 011화

2장 새 대대장 받아라!(3)

‘이것들이 얼굴도 못생긴 주제에 공주 대접해 주니까. 아주 자기들이 공주인 줄 아나.’

하지만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여성 간부는 두 사람뿐이었고 대대장의 비위를 맞춰주려면 그래도 여자가 해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참고 달랬다.

“그러지 말고 해봐.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번 대대장님께 잘 보이면 앞으로 출셋길에 영향이 미칠지도 몰라. 그러니 잘 생각해 봐.”

박태환 2중대장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김희연 중위가 못 이기는 척 입을 뗐다.

“뭐, 2중대장님께서 정 그러시니까, 하겠지만······. 그냥 대대장님 비위만 맞춰주면 되는 거죠?”

“그래, 그래. 그렇게만 해줘.”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신임 대대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회식 때마다 여자 군인을 끼고 노는 문화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옆으로 다가왔다.

“야, 쟤네들 가지고 될까?”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눈빛을 사납게 했다. 오상진이 뜨끔했다.

“야, 밖에서는 편안하게 말하라고 했잖아. 뭘 그렇게 딱딱하게 말해.”

“여긴 다른 분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래도 부대 밖이잖아.”

“아이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새끼, 아무튼 솔직히 쟤네들이 예쁜 편은 아니잖아. 아무리 여자라고 하지만 우리 대대장님에게 먹힐까?”

“글쎄 말입니다.”

“두고 봐라. 분명 역효과만 날 테니까.”

김철환 1중대장의 호언장담처럼 한종태 대대장은 삼겹살 먹는 내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양옆에 앉은 두 여자 간부는 그들만의 임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었다.

“대대장님, 잔이 비었습니다.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어험······.”

“어멋! 고기가 벌써 다 익었네. 대대장님, 이거 한 번 드셔보십시오. 제가 잘 구워진 거로 골랐습니다.”

김희연 중위가 아양을 떨며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건넸다. 순간 한종태 대대장이 움찔했다.

“내가 먹겠다. 그렇게 주지 않아도 돼.”

한종태 대대장이 거부를 했다. 그러다가 박태환 2중대장을 보며 물었다.

“우리 부대에 여자 간부가 3명인 걸로 아는데, 왜 여기에는 두 명뿐인가? 다른 한 명은 어디 있지?”

“아, 김소희 중위 말입니까? 지금 작전 나가서 좀 늦게 복귀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

“네. 복귀하는 대로 바로 이곳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문이 드르륵 열리며 김소희 중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마침 왔습니다.”

박태환 2중대장의 말에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나타난 김소희 중위는 작전을 마치고 바로 오는 길이라 군복차림이었다. 하지만 군복 속에 숨겨둔 빼어난 몸매를 숨길 수는 없었다.

하물며 화장기 없는 얼굴마저도 귀여우면서 예뻤다.

“충성 중위 김소희 작전 마치고 방금 복귀했습니다.”

예쁜 얼굴만큼 말하는 것도 당당하고 당차 보였다. 한종태 대대장의 굳어졌던 얼굴이 처음으로 환하게 펴졌다.

“어, 그래. 자네가 김소희 중위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박태환 2중대장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분이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우리 대대장이시다.”

“아, 네! 충성!”

“어허, 뭘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를 하나. 이리와 내 옆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상진의 눈빛이 달라졌다.

‘어? 뭔가 심상치 않는데.’

그때 한종태 대대장이 입을 열었다.

“작전 나가서 방금 왔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럼 배 많이 고프겠네. 자, 어서 먹게.”

“감사합니다.”

김소희 중위는 별생각 없이 앉아서 고기를 먹었다. 예쁜 얼굴과 달리 먹는 것은 그것과 달랐다. 그 모습을 보는 한종태 대대장이 껄껄 웃었다.

“허허, 우리 김 중위. 많이 배고팠구만. 뭐 하나, 어서 고기 더 시키지 않고. 자넨 고기나 굽게.”

“아, 네에.”

김희연 중위는 김소희 중위의 등장에 자신이 밀리자 괜히 그녀를 한 번 째려본 후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찌이이이!

그렇게 김소희 중위도 밥을 먹고 분위기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슬쩍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1차는 여기서 끝난 것 같은데 우리 자리 좀 옮길까?”

한종태 대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태환 2중대장이 바로 말했다.

“안 그래도 근처 노래방을 잡아 놨습니다.”

“허허, 2중대장이라고 했나?”

“네, 대위 박태환.”

“그래, 자네 일 하나는 잘하는구먼. 좋아, 안내해.”

“네, 알겠습니다.”

2차로 노래방으로 이동한 간부들은 셋으로 갈라졌다. 노래방에 들어갈 인원도 한정적이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추행할 미친놈은 없었다.

“그럼 난 이곳으로 가겠네. 김소희 중위, 자네도 이 방으로 올 것이지?”

한종태 대대장의 물음에 김소희 중위가 바로 말했다.

“아, 네에.”

“그래, 그래. 껄껄껄.”

한종태 대대장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룸에 먼저 입장을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에게 물었다.

“상진아, 나 따라 들어올래? 아니면 저쪽 너희들 기수들끼리 있는 곳에서 놀래?”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어이쿠 웬일이야 네가?”

“그 대신 제가 대대장님 옆자리에 앉도록 해 주십시오.”

“대대장님 옆자리?”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번졌다.

“오호라, 김 중위가 신경 쓰인다 이거지? 언제부터야? 언제부터였어?”

“아, 왜 그러십니까? 언제부터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솔직히 말해. 언제부터 김 중위를 맘에 뒀어?”

“무슨 소리입니까. 전 그냥······.”

“됐어, 인마. 잘해봐.”

김철환 1중대장이 씩 웃으며 룸으로 들어갔다. 오상진은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하긴. 중대장님이 예전부터 나 연애시키려고 안달이셨지.”

뒤따라 룸 안으로 들어간 오상진은 대대장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종태 대대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다 김소희 중위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어, 김 중위. 이쪽으로 오지.”

그런데 옆에 있는 눈치 없는 오상진이 바로 말을 가로채며 보란 듯이 말했다.

“어? 김 중위님 그쪽에 앉으세요. 여긴 제가 먼저 찜했습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소희 중위는 순간 대대장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어어, 알겠어.”

순간 한종태 대대장의 ‘크흠’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오상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맥주병을 들었다.

“대대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뭐? 네가?”

“네. 제가 대대장님을 늘 흠모해왔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상진이 한종태 대대장의 잔에 술을 따랐다. 한종태 대대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잔을 내밀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대대장님!”

“그, 그래. 자네도······.”

때마침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오상진은 연신 한종태 대대장 옆에서 술을 따르며 비위를 맞췄다.

“어이쿠, 그렇습니까? 대박입니다. 역시 우리 대대장님이십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영웅담에 누구보다 열심히 장단을 맞추는가 하면

“어, 잔이 비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술이 따라집니다. 쭈르르륵!”

한종태 대대장의 술잔이 빌 때마다 곧바로 술을 따랐다. 그렇게 오상진은 한종태 대대장과 김소희 중위 사이에 끼어서 철벽을 쳤다. 그러자 박태환 2중대장이 오상진을 향해 눈치를 줬다.

하지만 오상진은 눈치 없는 소대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보다 못한 박태환 2중대장이 김소희 중위에게 말했다.

“대대장님 잔이 비었네. 김 중위가 좀 따르지.”

그러자 잽싸게 오상진이 술병을 들었다.

“아닙니다. 옆에 있는 제가 따르겠습니다.”

“에헤, 아니지. 그래도 술은 여자가 따르는 것이 좋지.”

“꼭 여자가 따라야 술이 맛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대대장님께서는 제가 따라 주는 술을 더 좋아하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한종태 대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못마땅하지만 대놓고 ‘아니, 여자가 따라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험······.”

떨떠름한 표정으로 술잔을 내밀었다. 오상진이 곧바로 술을 따랐다.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대대장님. 저는 1중대, 1소대장 오상진 소위입니다.”

“오 소위?”

“네, 그렇습니다.”

“기억해 두지! 어험!”

‘물론 나쁜 쪽으로 말이야.’

한종태 대대장은 눈빛을 싸늘하게 바꿨다. 그리고 거칠게 술을 들이켠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이랑 얘기를 나눴다.

그때였다.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3) > 끝

ⓒ 세상s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