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새 대대장 받아라!(2) >
인생 리셋 오 소위! 010화
2장 새 대대장 받아라!(2)
“아니, 말 좀 해봐. 내가 그렇게 밥맛이었냐고.”
강상식 상병이 번뜩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다.
“소, 소대장님······. 그런 뜻이 아니라······.”
“야, 괜찮아. 괜찮아. 사람 없을 때는 대통령 욕도 하는데······. 안 그래?”
오상진이 히죽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하지만 그런 오상진의 미소가 두 사람에게는 악마의 미소처럼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에헷, 뒷담화 깔 수 있지. 나도 당사자가 없을 때는 뒷담화 하고 그러는데. 그런데 말이야. 일은 하면서 뒷담화를 까던지 해야지. 이런 식으로 짱박혀서 담배나 처 피우고 있으면 쓰나. 안 그래?”
오상진이 실실 웃으며 조곤조곤 말했다. 그런 오상진의 모습이 두 사람에게는 더 무섭게 느껴졌다.
‘젠장, 예전처럼 그냥 무턱대고 버럭 화를 내지.’
‘오히려 지금이 더 살벌하잖아.’
강상식 상병이 최용수 병장과 눈이 마주쳤다. 최용수 병장이 담배를 끄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담배 한 대 피우고 일하려고 했습니다.”
“그래, 담배 다 피웠지?”
“네.”
“그럼 뭐 하고 있어. 어서 복귀해.”
“넵!”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후다닥 뛰어갔다. 그러면서 강상식 상병이 중얼거렸다.
“진짜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난번 내무실에서 잠에서 깬 이후로 사람이 확 달라진 것 같습니다.”
“······.”
최용수 병장은 말없이 표정만 굳어 있었다. 옆에서 강상식 상병의 재잘거림은 계속됐다.
“와, 그런데 우리 저기 짱박힌 거 어떻게 알았지?”
“낸들 아냐?”
“저 새끼들이 알려준 거 아닙니까?”
강상식 상병이 이해진 일병과 이한수 이등병을 노려보며 말했다. 최용수 병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저 애들이 말할 애로 보이냐?”
“그건 아니지만······. 그보다 우리 군장 싸는 겁니까?”
“인마, 재수 없는 소리 할래?”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청소나 해. 소대장 또 한소리 할라.”
“에이 씨······.”
그렇게 두 사람은 수군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자식들, 이 정도면 긴장 좀 타겠지?”
예전이라면 일단 화부터 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돌아온 지금은 달랐다.
병사들은 화를 잘 내는 상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만 낸다고 우습게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군생활 오래 하려면 저 정도 뒷담화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나았다.
그때였다.
꼬르륵!
갑작스럽게 배꼽시계가 울렸다.
“벌써 점심시간인가?”
오상진이 제 배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고는 간부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오늘 점심 메뉴는 뭘까?”
점심 식사가 끝나고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의 호출을 받았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어, 왔어?”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그게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부대에 새로 오시는 대대장을 내가 잠깐 알아봤거든.”
“네.”
“이런 말 하기가 좀 그런데······. 이 양반 좀 꼴통이네.”
“왜 그러십니까?”
오상진 역시 흥미를 가지며 물었다. 솔직히 저번 생에는 없던 새로운 대대장의 등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오는 대대장이 싱글이야.”
“어?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하셨습니까?”
“결혼을 하긴 했지. 그것도 두 번이나.”
“네? 두 번씩이나 말입니까? 도대체 나이가 몇 살이기에······.”
“올해 서른아홉!”
“와우, 능력자십니다. 아직 40대도 아닌데 벌써 두 번이나 결혼하시고 말입니다.”
오상진은 놀란 투로 말했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것도 스토리가 복잡하다. 이 양반이 육사 출신에 나름 스펙이 좀 있잖아. 그런 와중에 이 여자 저 여자 만났나 봐. 그러면서 문제가 좀 있었던 모양이야.”
“그렇습니까? 하긴, 그 나이면 이미 대대장으로 올 것이 아니라 다른 높은 곳으로 갔어야 정상이지 말입니다.”
“그래. 그런데 이혼 두 번의 경력이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쳤나 보더라.”
“음, 그렇습니까?”
“게다가 가는 부대마다 여군들에게 집적댔나 봐, 뒷소문이 별로 좋지 않아.”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중대장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까?”
“그렇지.”
“그런데 우리 부대에 그럴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하나 있잖아, 김 중위.”
“네? 김 중위라면 3소대장 철벽녀 김소희 중위 말입니까?”
“그래.”
김소희 중위는 부대에서도 예쁘기로 소문이 난 여군이었다.
예쁜 꽃일수록 가시가 많다고 했던가, 김소희 중위 역시 경계가 심했다. 그리고 강단도 있고, 제법 깐깐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철벽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에이, 김 중위가 괜히 철벽녀라고 부르겠습니까?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야, 군대에서는 계급이 깡패인 거 몰라? 오히려 그런 애일수록 계급으로 찍어 누르면 더 대처 못 할 수도 있어.”
“하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차라리 김 중위가 여우 짓이라도 할 줄 알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김 중위는 그런 거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오히려 걱정이 된다 이 말이지.”
“그런데 중대장님. 우리가 그런 걱정까지 해야 합니까?”
“아예 안 들었으면 모를까 다 알고 있는데 신경이 안 쓰이는 게 이상하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쨌거나 환영식도 신경 써야겠다. 으아아악, 머리 아파. 와도 하필 꼴통 대대장이 오냐.”
김철환 1중대장이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반면, 오상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뭔 큰일이라도 있겠어? 평소처럼 하면 되겠지.’
오상진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대에 새로운 대대장 취임식이 시작됐다. 부대 전 장병들을 연병장에 모아놓고, 취임식을 거행했다. 오상진도 단상 뒤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에 우리 충성부대에 새로 부임하신 한종태 신임 대대장님이십니다. 모두 뜨겁게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짝!
박수를 받으며 한종태 대대장이 나타났다. 키는 170이 조금 되지 않았다. 배는 불룩 나온 상태에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유독 욕심이 많아 보이는 인상이었다.
“거, 인상 참······. 더럽게 생겼네.”
옆에 있던 2소대장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상진이 그 소리를 듣고 피식 웃었다.
오상진 역시 한종태 대대장의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딱히 호감이 갈 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렇게 취임식을 마치고 그 날 저녁 간부들이 모여 한종태 대대장 환영식을 벌였다.
환영식 장소는 삼겹살집으로 정해졌다. 대대장 환영식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근방의 식당 중에 단체 룸이 있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하나둘씩 환영회 장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급자가 나타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충성, 오셨습니까.”
대부분이 소위급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오상진 옆구리를 툭 쳤다. 3중대 2소대장 안상민이었다.
안상민 2소대장하고는 육사 동기였다.
“야, 뭐해? 최민수 3중대장님 오셨잖아.”
“어? 그래서?”
“그래서라니 경례 안 해?”
“경례? 아, 맞다.”
오상진은 지금 자신이 소위라는 것을 깜빡했다. 안상민의 말을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어어, 그래 다들 왔네.”
최민수 3중대장이 인사를 받은 후 김철환 1중대장 옆으로 갔다.
“일찍 오셨습니다.”
“그냥 집에 안 들르고 바로 왔지.”
“그보다 2중대장님은 안 보입니다.”
“어? 입구에 있을 텐데······.”
“안 보였는데 말입니다.”
한편, 당사자인 박태환 2중대장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님, 삼겹살 빵빵하게 준비해 주시고, 술과 안주도 즉각 즉각 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아, 그리고 잠시 소란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박태환 2중대장은 가게 사장에게 당부를 한 후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부대 유일한 여성 간부 두 명이 들어서고 있었다.
“김 중위, 박 하사! 잠깐 나 좀 보지.”
2중대장 박태환 대위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다가 두 여자 간부를 붙잡고 신신당부를 했다.
“오늘 새로 오신 대대장님 자네들이 옆에 앉아서 술 좀 잘 따라드리고, 말동무도 해 드리고 그래. 응?”
두 여자 간부가 눈빛을 주고받더니 김희연 중위가 한마디 툭 던졌다.
“아이, 중대장님. 저희 그런 거 못 해요.”
“맞아요. 저희가 이러려고 군대 온 것은 아니잖아요.”
두 사람이 튕기자 박태화 2중대장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2)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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