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새 대대장 받아라!(1) >
인생 리셋 오 소위! 009화
2장 새 대대장 받아라!(1)
1.
충성부대는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오늘은 신임 대대장이 오는 날이었다.
“자, 각자 맡은 구역 잘 청소하고. 첫인상을 잘 보여야 하는 만큼 잘하리라 믿는다.”
작전장교가 임시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네.”
그렇게 각 중대와 소대별로 나뉘어 청소 구역이 정해졌다.
1소대는 외곽도로 옆 수로 청소였다. 연무장에 각 중대별, 소대별로 모였다.
“내가 없어도 되겠지? 알아서 할 거라 생각한다.”
“네!”
“김 병장이 책임지고 해. 알았나?”
“알겠습니다.”
이렇듯 각 소대장들은 분대장들에게 지시만 내리고 가버렸다.
사실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대장들은 부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일이 떨어졌을 땐 그저 지시만 내릴 뿐 관리 감독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런 부분은 분대장 혹은 부소대장의 몫이었다.
소대장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보고를 받으면 슬쩍 나와서 대충 훑어본 후 중대장에게 보고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여타 소대장들과 달랐다.
“내가 먹은 짬밥이 얼마인데.”
물론 예전 같았으면 지시를 내리고 나중에 확인만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애들만 두면 대부분의 작업은 일병이나 이등병들의 몫이었다. 짬밥 되는 상병이나 병장들은 어디 짱박혀서 담배를 피우든 노가리를 까며 놀았다. 그리되면 일의 진행이 무척 더딜 수밖에 없었다.
“다 모였나?”
오상진이 1소대원들을 쭉 훑어본 후 최용수 병장에게 물었다.
“네. 다 모였습니다.”
“청소 도구는?”
“준비되었습니다.”
1소대원들 손에는 삽과 대나무 빗자루, 끌게 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좋아! 한 번만 말한다. 우리가 담당해야 할 구간은 바로 외곽도로 수로다. 약 100미터 구간을 청소하게 될 텐데 빨리 끝나야 휴식도 길어진다는 거 다들 알고 있겠지.”
“네!”
“그러니까, 빨리 끝내고 쉬자.”
“알겠습니다.”
“그럼 간단히 조를 나눠서 청소하면 빠르겠지? 각각 세 명씩 조를 나누어 4개 조가 되어 청소한다. 각 조마다 25미터씩 맡아서 빠르게 끝내자!”
오상진은 곧바로 조를 편성해 각 구간별로 보냈다.
“자자, 서두르자! 오늘 새로운 대대장님 오시는 날이니까 첫인상이 중요하잖아. 빨리빨리 끝내고 준비하자.”
오상진이 손뼉을 치며 독려를 했다. 1소대원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그러다가 강상식 상병이 최용수 병장 옆으로 오며 구시렁거렸다.
“아, 진짜 왜 저러지? 왜 자꾸 자기 맘대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용수 병장 역시 표정이 굳어진 채 한마디 했다.
“아놔, 짬밥도 안 되는 게 소대장이라고 자꾸 깝치네.”
“그렇습니다, 너무 나댑니다. 그런데도 그냥 둡니까?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강상식 상병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도 말했다. 최용수 병장이 힐끔 오상진을 보았다.
“아직은 아니야. 좀 더 지켜보자.”
“최 병장님.”
“일단 내 말 들어.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아.”
“예감? 무슨 예감 말입니까?”
“전에 잠에서 깬 후부터 지금까지 말이야. 계속해서 느낀 거지만 확실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그런데 딱 봐도 신입 소대장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강상식 상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최용수 병장은 그래도 나름 오랜 군생활을 했다. 느껴지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아니야, 일단은 내 말 듣고 지켜보자.”
“최 병장님께서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강상수 상병은 일단 최용수 병장의 말을 듣기로 했다. 하지만 속에 담고 있던 울화는 풀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강병수 상병은 괜히 밑에 애들에게 소리쳤다.
“야, 새끼들아! 빨리빨리 안 움직여! 어쭈, 손 움직이는 거 봐라. 지금 내 눈에 너희들 손 움직이는 게 보인다.”
“아닙니다.”
“여기가 밖이지, 안이야? 어서 안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강상식 상병은 밑에 애들을 닦달했다. 그러기를 잠깐, 오상진이 잠시 다른 곳에 한눈을 팔 때 강상식 상병이 최용수 병장에게 다가갔다.
“최 병장님.”
“왜?”
“기분도 꿀꿀한데 저쪽에 몰래 짱박혀서 담배 한 대 피우시지 말입니다.”
“담배?”
최용수 병장이 오상진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럴까? 가자.”
두 사람은 몰래 자리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이 빠진 자리는 이등병들과 일병들이 마저 청소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두 사람을 탓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불만을 가질 뿐이었다.
약 십여 분이 흘렀을까, 오상진이 확인을 위해 움직였다.
“어? 최 병장이랑 강 상병 어디 갔어?”
오상진이 물었다. 순간 움찔한 이한수 이등병과 이해진 일병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인마, 눈치 보지 말고 말해봐. 두 사람 어디 갔냐고!”
“저, 그게······.”
이해진 일병이 선뜻 말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다시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것을 본 오상진이 바로 잘라 말했다.
“야, 너희들 입 다물어.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대답한다.”
오상진의 말에 두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을 시간도 없이 오상진 물었다.
“두 사람 어디 갔나, 하나, 둘, 셋!”
“내무실에 갔습니다.”
“화장실에 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엉뚱하게 말을 한 후 많이 당황했다.
“어쭈, 이것들 봐라. 얘기가 안 통하나 보네.”
“아니, 화장실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무실이 맞습니다.”
이번에도 서로 바꿔서 말했다. 오상진이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었다.
“이것들 봐라, 지금 소대장이랑 장난하자는 거지?”
이한수 이등병은 죽을 표정을 지었다.
‘아, 나 죽었다.’
반면, 이해진 일병은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말을 꺼냈다.
“그게 말입니다, 소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아, 됐고. 어디 가면 어디 갔다고 말하면 될 것이지. 그걸 소대장에게 숨기고 들어? 엎드려뻗쳐!”
이해진 일병과 이한수 이등병이 곧바로 엎드려뻗쳐를 했다.
“하나에 ‘소대장님을’ 둘에 ‘속이지 말자!’ 하나!”
“소대장님을!”
“둘!”
“속이지 말자!”
그들에게 열 번 정도의 팔굽혀펴기를 시킨 오상진이 말했다.
“일어나.”
이해진 일병과 이한수 이등병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담부터 그러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마저 청소해.”
“넵!”
오상진이 지시를 내린 후 다시 움직이려는데 이해진 일병이 말했다.
“제가 최 병장과 강 상병을 찾아오겠습니다.”
“됐어. 두 사람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으니까. 넌 책임지고 여기나 마무리 지어.”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과 이한수 이등병이 쭈뼛거리며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오상진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한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후, 뺀질이 새끼들······. 우리 최 병장이랑 강 상병은 어디 있을까?”
오상진은 뒷짐까지 지며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이 사라진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편, 최용수 병장과 강상식 상병은 창고 뒤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상식 상병이 먼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런데 최용수 병장이 주머니를 뒤지는 시늉을 했다. 순간 강상식 상병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어? 담배를 안 챙겨왔나 보네.”
최용수 병장의 능청스러운 말에 강상식 상병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담배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내무실 가면 줄게.”
말은 저렇게 해도 절대 준 적은 없었다.
강상식 상병은 먼저 라이터로 최용수 병장에게 불을 붙여주고 자신에게 붙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소대장 너무 재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나름 잘하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던데.”
“그게 꼴값이라는 겁니다. 꼴값! 짬밥도 안 되는 소대장이 꼴에 장교라고 설치고 다니는 것이 보기 싫지 말입니다.”
강상식 상병이 콧김을 씩씩 품어대며 소리쳤다. 최용수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야, 상식아.”
“네.”
“그냥 냅둬라. 저러다 말겠지.”
“최 병장님은 이제 곧 제대하시지만 저는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소대장을 볼 생각하니 갑갑합니다.”
강상식 상병은 괜히 한숨이 나왔다.
“하긴, 네가 고생 좀 하겠다.”
“고생은 둘째치고, 제대까지 저런 꼴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전 그게 더 밥맛입니다.”
그때 그들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가 스윽 비췄다. 그리고 들리는 오상진의 목소리.
“내가 그렇게 밥맛이냐?”
순간 경직된 강상식 상병과 최용수 병장은 담배를 손에 든 채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니, 너무 놀란 나머지 사고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 2장 새 대대장 받아라!(1)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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