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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화 (8/1,018)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7) >

인생 리셋 오 소위! 007화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7)

김희철 이병의 아버지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아버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네! 검사가 끝났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의사를 만나는 것은 아버님과 오상진 두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김희철 이병은 일단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의사는 검사 내용을 심각한 표정을 확인했다.

“흐흠······.백혈구 수치가 상당히 높은 것을 보아, 백혈병이 맞습니다.”

“아아······.”

아버지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역시나 백혈병이라는 소리에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기에 발견해서 지금 당장 입원해서 치료를 한다면 충분히 완쾌가 가능합니다.”

“그래요? 치료가 가능해요?”

“그럼요. 일단 약물치료를 해보고, 정 안되면 골수 이식을 하면 됩니다. 일단은 아버님을 비롯해 가족분들 골수부터 채취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가족끼리 맞을 확률이 가능 높거든요. 안되면 외부에서 찾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입원하실 겁니까?”

의사의 물음에 이번에는 오상진이 나섰다.

“아, 죄송합니다. 당장에 입원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희철 이병이 군인 신분이다 보니까 진단서를 끊어주시면 저희 국군병원에 입원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에.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확실한 소견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이 밖으로 나왔다. 어머님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머니가 무너졌다.

“아이고, 우리 아들 어떻게 해. 어떻게 하냐고.”

“어허. 우리 아들이 죽기라도 해? 왜 이래?”

오상진이 그런 두 분을 보고 시선을 김희철 이병에게 던졌다. 김희철 이병은 이미 예견이라도 한 듯 담담했다.

“조금만 참아. 이제 곧 괜찮아 질 거니까.”

오상진이 김희철 이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김희철 이병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오상진은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곧장 김철환 중대장을 찾아갔다.

“하아, 진짜야?”

“네.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오상진은 의사 소견서를 복사해서 김철환 중대장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철환 중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긴 한데······. 치료는 가능하데?”

“네. 다행히 초기라 치료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잘됐네.”

“그럼 의가사 제대하게 되는 겁니까?”

“그래야지. 1소대장은 우선 보고서를 작성해. 난 1차적으로 대대장님께 보고를 올리도록 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희철이는?”

“일단 내일 오전 중으로 의무대를 통해 국군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습니다.”

“알겠다.”

김철환 중대장은 대대장님께 보고하기 위해 올라갔다. 오상진은 사무실로 와서 보고서 작성을 서둘렀다. 그다음 날 김희철 이병은 의무대 앰뷸런스를 타고 곧바로 국군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여기보다는 국군병원에서 케어받는 것이 좋을 거다. 의가사 제대 절차는 소대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넌 치료에 전념해.”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됐어. 네가 무사히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충분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래, 치료 잘 받고! 조만간 국군병원으로 찾아가마.”

“네.”

김희철 이병의 아버지는 오상진과 약속대로 직접 대대장실로 가서 그곳에서 큰절을 했다.

또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던 김희철 이병의 친척 중 하나가 이 일을 알게 되었고, 이 일은 신문에까지 실렸다.

그 덕분에 사단과 육군본부에까지 이 일이 알려져 대대장은 표창까지 받았고, 이것을 계기로 꿈에도 그리던 육본에 진출하게 되었다.

물론 김철환 중대장과 오상진 역시 사단장 표창장을 받았다.

오상진이 사단장 표창을 받고 온 그 날 2소대장은 아니꼬운 시선을 던졌다.

“좋으시겠네. 사단장님 표창도 받고!”

그리고 1소대원들 역시 놀라고 있었다.

“뭐야? 진짜로 표창장 받았어?”

“허접한 소대장이?”

“와, 대박이네!”

“대박은 아니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지.”

대학물 좀 먹었다는 김일도 상병이 안경을 고치며 말했다.

“뭐, 아무튼 그게 그거 아닙니까.”

“그런데 김희철 이병이 진짜로 백혈병이었다니 놀랐습니다.”

“그러게 나도 좀 찝찝하기는 하다.”

“그리고 소대장님도 너무하시네. 미리 알았다면 우리에게 귀띔이라도 해주시지.”

“그러게 말이다. 혼자서 영웅이 되고 싶었나 보지.”

그렇게 김희철 이병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대대장 자리에 새로운 대대장이 부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

김희철 이병의 백혈병 조기발견으로 인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전 대대장은 진급을 통해 육본으로 올라갔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 역시 사단장 표창장과 함께 포상휴가를 얻게 되었다.

“대충 이쯤이었던 같은데······.”

오상진은 2박 3일의 짧은 포상휴가를 즐기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 근처까지는 왔지만 좀처럼 집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나 참, 다 거기가 거기 같고 말이야.”

오상진은 오래된 주택들이 즐비한 골목을 돌고 돌았다. 그때 오상진의 기억 속에 있던 자그마한 동네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저 가게는······. 그래 이가네 슈퍼. 이야, 오랜만이네. 이 씨 아저씨는 잘 계시나?”

오상진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힐끔 가게 안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집부터 찾아야지. 그러니까, 여기서 오른쪽 골목으로 갔던 것 같은데······.”

오상진이 이가네 슈퍼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때 저만치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형!”

“너 혹시 정진이냐?”

“그럼 정진이지. 누구겠어 근데 왜 이제 와? 한참 기다렸잖아.”

“그냥······ 일이 좀 있어서.”

오상진이 어려진 동생을 빤히 바라봤다.

형제간이라 자주 얼굴을 보고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그저 반갑기만 했다.

“뭘 그렇게 봐?”

“아니야, 아무것도. 집이 저쪽이었지?”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런데 오정진이 마치 남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며 따라왔다.

‘그런데 정진이 녀석은 왜 이렇게 뭉그적거려? 나랑 같이 가기 싫은가?’

오상진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오정진 역시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야, 이리 와 봐.”

“왜?”

“이리 와 보라니까.”

“왜애. 또.”

오정진이 쭈뼛거리며 다가갔다.

“짜식. 많이 컸네.”

“갑자기 왜 그래?”

“뭐가?”

“아니, 평소랑 달라서.”

“다르긴 뭐가 달라. 남들이 들으면 내가 맨날 너 때리고 구박한 줄 알겠다.”

“때리긴 하잖아.”

“짜식이. 그건 애정 표현이고. 그나저나 네가 몇 학년이더라?”

오상진이 슬쩍 말을 돌렸다.

그러자 오정진이 설마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알아, 인마. 2학년. 2학년 맞지?”

“이제 생각 난 거야?”

“바쁘게 살다 보니까 깜빡깜빡하는 거지 뭐. 너는 내 생일이 언제인 줄 알아?”

“3월 17일.”

“그럼 내가 있는 부대는?”

“충성부대 1중대 1소대. 형이 소대장이라며.”

“크흠······. 어머니 기다리시겠다. 빨리 가자.”

괜히 멋쩍어진 오상진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정진도 더는 미래에서 돌아온 형을 무안하게 하지 않았다.

7.

덜컹.

현관문을 여니 맛있는 밥 냄새가 났다.

“엄마, 저 왔어요.”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왔다. 오상진은 오랜만에 젊은 어머니를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어머니는 으레 아들이 집에 왔다는 듯 말을 했다.

“이제 오니? 어서 씻어라. 밥 다 됐다.”

“그게 다예요?”

“······?”

“아니, 모처럼 아들이 왔는데 한 번 안아주셔야죠.”

오상진이 괜히 어리광을 부렸다.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 가장 처음 떠올랐던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부대 생활이 바쁘지 않았다면 아마 곧바로 집으로 찾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오상진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

“그러는 애가 두 달 만에 집에 오니?”

“엄마 그건······.”

“이럴 시간 없으니까 얼른 씻기나 해.”

어머니는 그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가스레인지 앞에 섰다.

“너무하네. 우리 엄마.”

오상진이 툴툴거리며 웃옷을 벗었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오정진이 황당한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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