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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화 (7/1,018)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6) >

인생 리셋 오 소위! 006화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6)

오상진은 김철환 중대장에게 잔뜩 겁을 주었다. 김철환 중대장 역시 상황이 점점 심각해짐을 인지했다.

“중대장님, 만약에 말입니다. 희철이가 쓰러져 일이 크게 터져서 죽기라도 하면 그때는······.”

김철환 중대장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거기까지!”

오상진이 최악의 상황까지 얘기했다. 김철환 중대장이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내 군 경력에 좋을 게 없겠지? 분명 윗선에서는 중대장이 되어서 왜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냐며 질책할 게 뻔해. 그런데 만약 아니라고 나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인데······.’

김철환 중대장은 머리를 싸맸다. 도대체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상진아, 만약에 아니면 어떻게 할 거야?”

“아니면 다행이죠. 진짜 꾀병으로 밝혀지면 영창 보내면 됩니다. 이런 애는 군 기강을 해롭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지 말고, 다른 곳으로 보내면 안 될까?”

“다른 곳으로 보내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십니까? 만약 거기서 사고가 터지면 오히려 저희 쪽으로 문제 삼을 것입니다.”

“하아, 시발······. 완전히 지랄 같네.”

김철환 중대장은 잔뜩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김철환 중대장이 오상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희철이를 일반 병원에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야?”

“네. 그것도 최대한 빨리 말입니다.”

“이런 식이면 너 절차 무시하는 거야.”

“그래서 제 생각에는 희철이 부모님을 모셨으면 합니다.”

“야! 이런 일로 부모님을 모신다는 게 좀 그렇지 않냐? 자식새끼 아프다고 광고할 일 있냐?”

“그래도 나중에 난리 치는 것보다 지금 솔직히 털어놓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럴까?”

“당연하죠. 잘 생각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외박이라도 나가서 아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보십시오. 그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흐음······.”

“저희가 먼저 털어놓으면 부모님은 절대로 우리 부대에 화살을 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보여드리면 됩니다.”

“하아······ 알았어. 기다리고 있어. 내가 대대장님 만나보고 올게.”

김철환 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대장실로 향했다. 그동안 오상진은 중대장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중대장님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희철이 부모님께서 이미 오시고 계십니다.’

그로부터 약 30분이 흐른 후 김철환 중대장은 진이 다 빠진 얼굴로 나타났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됐습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철환 중대장은 답을 하지 않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 망했다.”

“네? 대대장님께서 허락 안 하셨습니까?”

김철환 중대장이 고개를 들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맘대로 하래.”

“그럼 허락하신 겁니까?”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너, 이 새끼! 진짜······. 나한테 잘해라.”

“그러니까, 대대장님께서 승낙하셨습니까?”

“그래.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정말 잘하셨습니다, 중대장님.”

“잘하긴! 너 만약에 나 잘리면 네가 책임져야 한다.”

“예, 제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야, 네가 무슨 수로 책임을 져!”

김철환 중대장이 버럭 했다. 그러다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괴로워했다.

“아무튼 나 완전히 큰일 난 것 같다. 아니지, 방금 대대장님께 완전히 찍힌 것 같아. 어떻게 하냐.”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잘했다는 소릴 듣게 해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김철환 중대장은 다시 고개를 숙여 머리를 감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미쳤지. 내가 미쳤어.”

그날 오후 김희철 이병의 부모님이 부대에 방문했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부대의 호출에 약간 어리둥절해 했다. 그 두 사람을 맞이한 사람은 오상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희철 이병이 근무하는 소대의 소대장 오상진 소위입니다.”

“아, 예에. 안녕하세요. 제가 김희철 이병 아비 됩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아니지만······,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아들 녀석에 관한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무슨 큰 사고라도 쳤습니까?”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버님. 김희철 이병이 사고를 친 게 아닙니다.”

그제야 아버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안심을 했다.

“그럼 무슨 일로······.”

오상진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뗐다.

“아버님, 어머님 제 얘기를 좀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오상진의 말에 아버님과 어머님은 눈을 크게 뜬 채 침을 꿀꺽 삼켰다.

5.

아버님 앞에 놓인 찻잔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니까, 우리 희철이가 백혈병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시죠?”

“솔직히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증상이 그런 것 같습니다.”

“증상이 그런 것 같다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로서는 군에서는 희철이가 아픈 것에 대해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국군병원에 가 봐야, 절차상 오래 걸립니다. 그 안에 김희철 이병이 탈이 날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 가능하면은 일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오상진의 말을 듣고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아버지 역시 군대를 나온 사람이었다. 장병이 일반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는 것은 절차상 복잡할뿐더러 힘든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버님도 군대 다녀오셨죠?”

“네, 육군 만기 제대입니다.”

“그럼 아버님도 아시겠지만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그래도 김희철 이병의 증상이 심상치 않으니까. 또 많이 아프니까, 예외를 두는 것입니다.”

“아이고, 소대장님······.”

아버지는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오상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 김희철 이병이 좀 불편하다고 했을 때 미리 나서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병을 키운 것 같아 제 잘못이 큽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도 군대를 다녀와서 압니다. 그게 어디 말처럼 됩니까? 조금만 도태되어도 고문관이라는 소릴 듣고 그렇죠. 오히려 저희가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아닙니다, 아버님. 저에게 감사할 것이 아니라, 저희 중대장님께서 모든 책임을 지시고, 대대장님께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려 주신 덕분입니다. 만약에 김희철 이병이 별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버님께서 저희 중대장님이나, 대대장님께 감사의 말씀 한 번만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오늘 나가셔서 병원 예약하시고, 예약한 시간과 병원 이름을 알려주시면 제가 김희철 이병 외출증 끊어서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틀 후 김희철 이병 아버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상진은 곧바로 외출증을 끊어서 김희철 이병을 데리고 예약한 병원으로 갔다.

“아이고, 희철아.”

“아버지, 어머니.”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저 괜찮아요. 괜찮을 겁니다.”

김희철 이병은 그런 부모님을 위로했다. 오상진은 일단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바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까?”

“네. 지금 가면 됩니다. 일단 피를 뽑고 3시간 후에 확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럼 됐습니다.”

그렇게 곧바로 의사의 진찰을 받았다. 오상진은 군 의무대에서 가지고 온 소견서를 의사에게 내밀었다.

“백혈병이요? 군대에서?”

의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백혈병이 의심이 된다고 하는데 최대한 빨리 검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으음, 군대에서 이런 것도 합니까?”

“군대도 군의관이 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의사가 곧바로 사과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무튼 지금 바로 검사 가능하겠습니까?”

“네, 가능합니다. 간단히 피를 뽑고 확인하면 됩니다.”

“얼마 정도 걸리겠습니까?”

“3시간이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 전에 증상을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김희철 이병이 자신의 증상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의사는 기록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백혈병 증상과 비슷하네요. 얼굴도 많이 창백해 보이기도 하고······. 일단 피 뽑고, 검사를 기다려보도록 하죠.”

진료실을 나온 후 곧바로 혈액채취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김희철 이병은 담담히 피를 뽑았다. 그리고 약 3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는 눈물만 훌쩍였다.

지이잉-!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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