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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화 (5/1,018)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4) >

인생 리셋 오 소위! 004화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4)

“밥은?”

“네, 다 먹었습니다.”

“내가 보니까, 양이 무척 적던데······. 그걸로 괜찮아?”

“그게 입맛이 없어서 말입니다.”

“입맛이 없더라도 먹어야지. 군인은 식사를 제대로 안 먹는 것도 전투력 손실로 봐.”

“다음에는 꼭 많이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억지로라도 먹도록 해봐.”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면담을 좀 해야 하는데······.”

오상진이 주위를 확인하며 힐끔 2소대장을 보았다. 2소대장은 여전히 퇴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기 2소대장님.”

“왜?”

“퇴근 안 하십니까?”

“왜? 내가 있으면 곤란해?”

“김희철 이병과 상담을 좀 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일이라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일? 내가 들으면 안 되는 거야? 그보다 내가 못 들을 이야기라도 있어?”

안지만 2소대장이 별거 아닌 식으로 말했다.

‘하아, 저 사람은 항상 저런 식이야.’

오상진이 살짝 인상을 썼다. 단둘이 있을 때 저러는 건 그러려니 하겠지만 병사들 앞에서까지 서열 무시해가며 안하무인으로 구는 건 꼴사나웠다.

“2소대장님은 마저 일하십시오. 저희가 나가겠습니다.”

“1소대장. 왜 그래? 무슨 비밀 얘기를 하려고 날 피하는 거야?”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면담을 하는 데 있어서 비밀을 지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일하십시오.”

“뭐, 그러든지······.”

안지만 2소대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은 김희철 이병을 보며 말했다.

“따라와라.”

“네.”

오상진은 김희철 이병을 데리고 소대장실을 나갔다. 안지만 2소대장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쳇, 면담은 개뿔.”

4.

오상진은 근처 중대장실로 향했다.

중대장실에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대장님이 아직 퇴근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똑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철환 1중대장은 일어서서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충성.”

오상진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오상진이 들어오자 김철환 중대장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야, 오상진!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6시 땡 하면 바로 퇴근하는 놈이 말이야.”

김철환 중대장이 힐끔 시계를 확인했다. 18시 30분을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제가 그랬습니까?”

“항상 그랬지! 그런데 어쩐 일이야? 이 형님이 그렇게 보고 싶었어? 오랜만에 같이 퇴근해서 소주에 삼겹살?”

김철환 중대장이 손 먹는 시늉까지 했다. 그러다가 뒤따라온 김희철 이병을 발견하고 헛기침을 했다.

“어험, 그래. 1소대장은 퇴근하지 않고 여긴 왜 왔나?”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중대장님. 김희철 이병과 면담을 하려고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해도 되겠습니까?”

“면담?”

“네.”

“그래. 여기서 해.”

김철환 중대장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리고 김희철 이병을 보며 물었다.

“희철이 군 생활 잘하고 있냐?”

“이병 김희철, 네 그렇습니다.”

“그래,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힘든 점 있으면 언제든 이 중대장에게 얘기해도 돼. 항상 저 문은 열려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상진에게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이곳에서 하는 대신, 보고는 잊지 말고.”

“네.”

“그래.”

“충성.”

오상진이 퇴근하는 김철환 중대장에게 경례를 했다. 김철환 중대장이 다가와 오상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럼 수고해라.”

김철환 중대장이 나가고 둘이 남게 되었다. 오상진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 앉아.”

“네.”

김희철 이병은 바짝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았다.

“중대장실은 처음이지?”

“아닙니다. 처음 자대 배치받고 중대장님 면담할 때 왔었습니다.”

“아, 맞다. 그랬지.”

김희철 이병이 긴장이 되는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널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긴장하지 말고.”

“아, 네에.”

“지금 보니까, 얼굴이 많이 창백하다.”

“아닙니다.”

“아니긴, 지금 딱 눈에 보이는데. 그보다 최근에 자주 의무대를 간다며?”

“네······.”

김희철 이병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오상진은 질질 끌 필요 없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계속 그렇게 아프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혹시 말이야. 소대장에게 다시 한 번 증상을 말해볼래?”

“소대장님 정말 괜찮습니다. 신경 안 써줘도 괜찮습니다.”

“소대장이 안 괜찮아서 그래. 그냥 최근에 네가 느꼈던 증상에 대해서 말만 해 주면 돼. 그것뿐이야.”

“······.”

김희철 이병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오상진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했다.

“김희철 이병. 정말 널 혼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래, 소대장이 먼저 솔직하게 말할 게. 갑자기 너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좀 이상하지?”

오상진의 물음에 김희철 이병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습니다. 갑자기 이러시니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인정한다. 하지만 널 혼내려고 부른 것이 아니다. 그래,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소대장이 네 꿈을 꿨다. 물론 희철이 네가 듣기에는 기분 나쁘겠지만.”

“제가 소대장님 꿈속에 말입니까?”

“그래. 솔직히 나 꿈을 믿지 않는 편인데 왠지 그 꿈은 너무나도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그러니까, 네가 엄청 아파하면서 나보고 살려달라며 소리를 치는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날 원망한다며 울고불고 그러고. 그런데 그 꿈이 너무 생생하단 말이야. 게다가 지금 너도 많이 아프다고 하니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오상진은 먼저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물론 오상진이 꿈을 꿨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했다.

“야, 막말로 나도 이제 갓 전입 온 소대장이야. 솔직히 나도 잘하고 싶지 누가 못하고 싶겠냐? 안 그래?”

“네, 맞습니다.”

“너도 군생활이 낯설 듯 나도 소대장 자리가 어려워. 아직 잘 적응도 안 되고. 너도 알잖아. 소대원들이 나 신참 소대장이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거.”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리고 여기가 안이지 밖이야?”

“······네?”

“농담이야. 인마. 어쨌거나 내가 널 이해하려고 하는 만큼 너도 나를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서로 자존심 같은 건 내려놓고. 어때?”

“······알겠습니다.”

오상진의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김희철 이병이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서 말인데. 희철이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테니까. 현재 네가 가지고 있는 증세가 어떤지 솔직하게 말해줄래?”

오상진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김희철 이병이 고개를 들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래, 말해봐.”

“요즘 들어 코피가 자주 납니다.”

“코피?”

“네. 아무 이유 없이 말입니다. 그리고 자주 어지럽고, 속도 메슥거릴 때도 있습니다. 아, 별로 힘들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숨도 자주 찹니다.”

오상진은 김희철 이병이 말하는 증상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그 외에는?”

“그 외는 없습니다.”

“그럼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래?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

오상진은 곧바로 컴퓨터로 가서 ‘백혈병 증상’이라고 검색해 보았다.

‘음, 역시······.’

컴퓨터에 나온 대로 현재 김희철 이병의 증상이 백혈병 증상과 매우 흡사했다. 그 모습을 김희철 이병이 심각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의무대에서는 뭐라고 그래?”

“별거 아니라고 합니다.”

“약은?”

“약은 줬습니다.”

“무슨 약인지 모르고?”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국군병원은 가 봤어?”

“이런 거로는 국군병원 안 보내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 전에 한 번 물어보자.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네가 원한다면 국군병원에 보내줄 수 있는데.”

국군병원이라는 말에 김희철 이병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저, 소대장님.”

“왜?”

“국군병원 말고, 일반 병원에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일반 병원?”

오상진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자 김희철 이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제가 괜한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

김희철 이병이 바로 번복했다. 그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상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바로 국군병원으로 갈 수는 없어. 그래도 급성으로 발전되기 전에 백혈병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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