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3) >
인생 리셋 오 소위! 003화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3)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소대원들을 불렀다. 반면, 소대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불러?”
“아씨, 밥 좀 편히 먹나 했는데······.”
“야, 시끄러워! 주위에서 쳐다본다. 어서 자리로 가서 앉아.”
최용수 병장의 한마디에 1소대원들이 오상진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상진은 소대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식사들 맛있게 해라.”
“맛있게 드십시오.”
그러면서 오상진이 먼저 수저로 국을 떠서 먹었다.
“크으, 역시 맛이 살아 있네.”
오상진은 짬밥에 감탄하며 몇 숟갈 떠서 먹었다. 그러는 사이 소대원들 역시 식사에 열중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말이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힐끔 소대원들을 보았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소대원들이었다.
“박 일병. 김 상병. 잘 지냈지?”
오상진이 그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약간 떨떠름했다.
‘뭐야? 갑자기 왜 친한 척?’
‘진짜 왜 저러지? 정말 미친 거야?’
‘뭐가 저리도 좋아서 해맑지?’
‘하아, 제발 모른 척하고 식사하십시오.’
소대원들은 각자 속으로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상진은 신나 하며 소대원들 하나하나 불렀다.
“어이구, 우리 심 일병은 여전히 얼굴이 살아 있네.”
심형진 일병은 밖에서 배우 연습생으로 있다가 온 녀석으로, 얼굴이 아주 잘생겼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심형진 일병이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강상식 상병이 콧방귀를 꼈다.
“쳇, 잘 생긴 사람 다 죽었겠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상식, 아니, 강 상병은 여전히 애들 괴롭히고?”
“네? 무, 무슨 말씀입니까?”
강상식 상병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오상진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인마, 알고 있어. 그래도 적당히 해. 적당히 그러다가 너 영창 가서 한 번에 훅 간다.”
“······.”
강상식 상병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다음 녀석들을 보았다. 그런데 다들 오상진의 시선을 피하며 밥 먹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더욱 예전 기억이 떠오르네. 그땐 이놈들이 지긋지긋했는데.’
오상진은 주위에 있는 이등병과 일병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온 닭튀김을 나눠주었다.
“자, 많이들 많이들 먹어라. 한창 먹을 때 아니냐.”
“자,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오상진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상진의 눈에 유독 한 녀석이 들어왔다.
“어?”
그 녀석은 바로 김희철 이병이었다. 밥을 먹는 얼굴 표정이 시무룩한 것이 뭔가 걱정이 있어 보였다.
‘가만, 저 녀석은······.’
오상진 머릿속으로 김희철 이병에 관한 것이 빠르게 떠올랐다. 김희철 이병은 처음 입대했을 때부터 유약했다. 나중에 듣기로 훈련소 때부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긴 그때의 나는 소대장으로서 어떻게든 잘하려고 애를 썼지.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고 할까.’
오상진은 자신이 맡은 소대원들은 절대로 낙오자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맞아, 백혈병. 저 녀석 백혈병에 걸렸지. 그때 우리 부대가 난리가 났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어휴.’
잠시 고심하던 오상진이 식판을 들고 김희철 이병에게 다가갔다. 옆자리에 앉자 김희철 이병이 곧바로 정자세를 취했다.
“괜찮아. 밥이나 어서 먹어.”
그러자 김희철 이병은 눈치를 보며 밥을 먹었다. 오상진이 자신의 식판에 있는 닭튀김을 밥 위에 올려 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얼굴이 별로 좋지 않다. 어디 안 좋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오상진이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앞에 있던 강상식 상병이 끼어들었다.
“에이, 쟤 꾀병입니다. 하나도 안 아픕니다. 만날 의무대 가는데도 똑같습니다. 그냥 감기약만 주구장창 받아옵니다.”
강상식 상병의 말에 오상진이 그를 노려보았다.
“야, 강 상병!”
“상병 강상식.”
“네가 의사냐?”
“네?”
“네가 의사냐고.”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얘가 아픈지 안 아픈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거야 허구한 날 아프다고 훈련도 빠지고, 의무대에 가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니까······.”
“그러다 애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냐?”
“그걸 제가 왜······?”
“인마, 네가 책임질 것 아니면 닥치고 밥이나 처먹어.”
“······.”
순간 강상식 상병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그리고 반쯤 먹다 남은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강상식 상병은 식판 세척하는 곳으로 가버렸다. 오상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김희철 이병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 진짜······. 나 X됐다.’
내무실에 올라가서 또 얼마나 구박을 당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그리고 옆에 앉은 오상진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오상진은 괜히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정말 괜찮아?”
“네.”
“그러지 말고 밥 먹고 나랑 얘기 좀 하자.”
“아, 아닙니다. 저, 정말 괜찮습니다.”
김희철 이병은 극구 거부를 했다. 이 상태로 오상진과 더 어울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찍혀 있는데 더 찍히면 안 되지.’
김희철 이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꼭 만나서 대화를 해야 했다. 또다시 김희철 이병을 방관하고 싶지 않았다.
“인마, 널 혼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야. 그냥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진짜 괜찮지 말입니다.”
“됐고!”
오상진은 말을 자른 후 시선을 최용수 병장에게 향했다.
“최 병장.”
“병장 최용수.”
“최 병장은 식사 끝나고, 이 녀석 책임지고 나에게 보내. 알겠지?”
“아, 소대장님. 자꾸 그러시니까, 쟤가······.”
“최 병장!”
오상진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순간 최용수 병장이 움찔했다. 자신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오상진의 눈빛이 그 전에 알던 풋내기 소위의 그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좋은 말 할 때 보내.”
“아, 예에. 알겠습니다.”
최용수 병장이 더듬거리며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그리고 고개를 푹 파묻고는 혼자 구시렁거렸다.
“새끼, 지가 언제부터 그렇게 신경 썼다고······.”
최용수 병장은 옆에 있는 김일도 상병에게 말했다.
“너, 밥 먹고 저 새끼 보내.”
“진짜 보냅니까?”
“시발, 그럼 보내지 말까? 네가 다 책임질래?”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그럼 잔말 말고 보내.”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상병이 자리에 앉은 채로 김희철 이병을 노려보았다. 김희철 이병이 순간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저 새끼 때문에······.’
김일도 상병은 자신이 욕먹은 것이 다 김희철 이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것들이 요즘 오냐오냐 봐주니까. 이등병 관리하나 제대로 못 하고, 조만간 집합 한번 시켜야겠네.’
김일도 상병의 살벌한 눈빛을 본 김희철 이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울상을 지었다.
3.
저녁 식사를 마친 오상진은 소대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2소대장 안지만 소위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안지만 소위는 굵은 안경테를 쓰고 약간 호리호리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 2소대장님 퇴근 안 하셨습니다.”
“할 일이 좀 남아서······. 그런데 1소대장은 식사했어?”
“네, 방금 먹고 왔습니다.”
“그래? 간부식당에서 못 봤는데. 어디서 먹었어? 설마 혼자 맛난 거 먹고 온 것은 아니지?”
“간부식당까지 가기 귀찮아서 병사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아, 병사 식당. 병사들 많이 불편해했겠네.”
“네?”
“아니야. 아무것도.”
3사 출신 2소대장은 오상진보다 한 살 많았다. 그래서 오상진에게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같은 소대장으로서 서로 예의를 갖춰야 했지만 오상진은 그냥 내버려 뒀다. 같은 소대장실을 써야 하는데 괜히 따지고 들었다가 사이만 서먹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소대장님은 퇴근하셨습니까?”
“먼저 퇴근했지. 시간이 몇 시인데.”
“아, 네에.”
오상진은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책상 위 어지럽혀져 있는 것을 정리했다. 정리가 거의 끝나갈 때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김희철 이병이 들어왔다.
“충성! 이병 김희철 소대장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안지만 2소대장이 김희철 이병을 보며 물었다.
“네가 여기 무슨 일이야?”
“아, 저희 소대장님께서······.”
그때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제가 불렀습니다. 이리와 김희철.”
“이병 김희철.”
김희철 이병이 관등성명을 대며 오상진 쪽으로 갔다. 2소대장이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은 김희철 이병에게 자리를 의자를 건네며 물었다.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3) > 끝
ⓒ 세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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