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화 (3/1,018)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2) >

인생 리셋 오 소위! 002화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2)

2.

과거 소대장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오상진은 부대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기적처럼 과거로 돌아와서일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부대는 여전하네. 바뀐 것도 없고······. 내가 과거로 온 것이니까, 당연한 건가?”

오상진은 이래저래 혼잣말을 하며 외곽을 돌았다. 그때 사격장으로 향하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맞다, 여기로 가면 사격장이지.”

부대 건물 옆쪽으로 100미터 정도 이동하면 자동화 사격장이 있었다. 오상진은 팻말을 만지며 잠깐 회상에 잠겼다.

“이곳에서 진짜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는데······.”

오상진은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행정보급관 우종택 상사가 지나가는 길에 오상진과 눈이 마주쳤다.

“어? 1소대장님?”

오상진은 우종택 행보관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습니까, 행보관님. 참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입니까?”

우종택 행보관이 살짝 어리둥절해했다. 오상진은 크게 웃음을 흘렸다.

“하핫, 그만큼 반갑다는 뜻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냥 오랜만에 부대 구경 좀 하고 있었습니다.”

“아, 또 오랜만에······.”

우종택 행보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어제와 사뭇 다른 것 같은데.’

그런 것과 달리 오상진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아, 창고에 물품 확인하러 갑니다.”

“아, 네에. 그럼 수고하십시오.”

“네.”

오상진이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우종택 행보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가끔 저렇게 적응하지 못하는 소대장이 있긴 하지만······. 1소대장은 좀 심한 것 같은데. 나중에 1중대장과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우종택 행보관이 그렇게 중얼거린 후 창고로 향했다.

오상진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결국 PX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대원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 너희들 여기서 뭐 하냐?”

“일 마치고, 음료수 한잔하러 왔습니다.”

“그래?”

오상진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주었다.

“이거 가지고 소대원들 싹 다 돌려.”

박운영 상병이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만 원을 받았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오늘도 고생 많았다. 조금 있으면 저녁 식사 시간이니 적당히들 먹고.”

“네.”

“그래, 수고해라.”

“네, 충성!”

“충성.”

오상진은 깔끔하게 경례까지 받아주었다.

“하아, 적응 안 되네······.”

“그러게 말입니다. 와서 또 잔소리할 줄 알고 바짝 쫄았는데······ 우리 소대장님 맞습니까?”

“쉿, 소대장 듣겠다.”

“그런데 이 돈 어떻게 합니까? 진짜 회식합니까?”

“소대장이 회식하라고 했으면 해야지. 나중에 무슨 소리 들으려고.”

“아, 저는 이 돈으로 산 건 안 먹고 싶지 말입니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오상진을 보며 소대원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왔다고 해서 신출내기 소대장처럼 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

PX에서 내려와 건물로 걸어가는데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났다.

“어? 취사장이네.”

오상진은 바로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콧구멍을 크게 벌리자 저녁 짬밥의 냄새가 확 들어왔다.

“냄새 좋고~ 간만에 병사 식당에서 밥 먹어볼까? 어디 보자.”

오상진은 식당 앞에서 누군가를 찾았다. 때마침 이해진 일병이 내려오고 있었다.

“해진아.”

“일병 이해진.”

이해진 일병이 힘차게 관등성명을 되며 달려왔다.

“가서 식판 남는 거 하나 가지고 와라. 아, 수저와 젓가락도 함께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이해진 일병이 후다닥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식판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여기 있습니다.”

“땡큐.”

오상진은 신나 하며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러자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상진에게 향했다.

“어? 1소대장 아냐?”

“그러게, 퇴근 안 했나?”

“식판 들고 있는 거 보니 여기서 밥 먹을 모양이네.”

“아니, 왜? 퇴근해서 간부식당에서 먹지.”

“에이, 오늘 밥 먹다가 체하겠다.”

“야야, 피해서 앉으면 돼. 신경 쓰지 말고 밥이나 먹자.”

그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오상진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어디 보자. 오늘의 메뉴가 뭐지?”

대충 취사장에서 기름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기름 냄새가 나는 거로 봐서 뭔가를 튀기는 것 같았는데······.”

오상진이 힐끔 반찬을 확인했다. 김치, 어묵, 그리고 닭튀김이었다.

“에이, 먹을 게 닭튀김밖에 없네. 하긴 군대 짬밥이 그렇지.”

사실 군대에서 닭튀김은 그야말로 최고의 반찬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밖에서 사 먹는 치킨과는 비교가 될 수 없지만 조금의 위안은 삼을 수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짬밥인데······.”

오상진은 기대감을 드러내며 줄을 섰다. 그때 앞쪽이 소란스러웠다.

“응? 무슨 일이지?”

어떤 고참이 닭튀김을 좀 더 많이 먹으려고 취사병과 실랑이도 벌이고 있었다.

“야, 조금만 더 줘. 이게 뭐냐? 누구 입에 붙이라고 줘?”

“이 정도면 충분하지 말입니다. 아직 뒤에 많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 더 줘!”

“안 됩니다. 딱 2조각입니다.”

“아, 새끼! 진짜······. 우석이 어딨어?”

“배 병장님은 지금 내무실에 계십니다.”

“나 우석이랑 친한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뒷사람이 못 먹을 수 있습니다.”

취사병이 끝까지 버티며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였다. 오상진이 줄이 멈추자 힐끔 봤다. 3소대 분대장 이학태였다.

“야, 이학태!”

“어떤 새끼가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어?”

“빨리빨리 좀 가자! 네 눈에 길게 늘어선 줄이 안 보이냐?”

오상진의 한마디에 이학태 병장이 인상을 쓰며 식판을 들고 사라졌다. 그렇게 멈췄던 배식 줄은 다시 이어졌다.

곧이어 오상진의 차례가 되었다. 김치는 직접 담고, 나머지 어묵과 닭튀김은 취사병이 직접 배식을 했다.

오상진이 식판을 내밀었다. 그러자 취사병이 별생각 없이 닭튀김 2개를 올렸다.

“에이, 2개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냐.”

“다 똑같이 배식······ 어, 소대장님?”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줘.”

오상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정해진 배식이 있다는 건 알지만 간부들에게는 조금 더 푸짐하게 담아주는 게 관례 아닌 관례였다.

“그게······.”

당황한 취사병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때 구본승 상병이 나왔다.

“야! 김종구! 배식이 왜 이렇게 굼떠!”

“구, 구 상병님. 그게 말입니다. 1소대장님께서······.”

“1소대장?”

“어? 구 상병! 오랜만이야~”

“아, 1소대장님.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이 닭튀김 냄새를 참을 수가 있어야지.”

오상진이 보란 듯이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구본승 상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자네가 튀긴 거지?”

“네. 그렇습니다.”

“역시 호텔 조리과 출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달라. 이 정도면 거의 사제치킨 급 아냐?”

“에이, 소대장님. 사제치킨보다 제가 만든 게 더 낫지 말입니다.”

칭찬에 약한 구본승 상병의 성격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상진의 말 몇 마디에 집게를 집어 들더니

“우리 소대장님. 푸짐히 담아 드리겠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식판 가득 닭튀김을 쌓아 올렸다.

“어이구,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간부들 오시면 다 이 정도씩 드립니다.”

“그럼 우리 소대 애들하고 나눠 먹을게.”

“부족하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오상진이 씩 웃으며 빈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의 입에서는 저마다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뭐야? 닭튀김으로 산을 쌓네, 산을 쌓아.”

“에이 씨, 우리 먹을 것 없는 거 아냐?”

“그런데 1소대장은 왜 병사 식당에 와서 처먹고 지랄이야.”

“낸들 아냐. 저 봐, 아주 혼자 다 처먹고 있네.”

“와씨! 지금 소대장이 부럽긴 처음이네······.”

병사들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오상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저를 들었다.

“그럼 어디 오랜만에 짬밥을 한 번 먹어볼까?”

오상진은 소대장 시절 종종 이곳 병사 식당을 이용했다. 물론 짬밥이 입에 맞아서이기보다는 간부식당까지 갔다가 다시 관사로 가는 길이 멀어서였다.

반면 이곳 병사 식당에서 먹고 퇴근하면 관사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근데 왜 이쪽으론 아무도 안 오지? 혼자 먹기 심심한데······.”

오상진이 힐끔 주위를 살폈다. 때마침 1소대원들이 이미 배식을 끝마친 상태였다.

“얘들아 여기! 여기! 여기 자리 비었어.”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2) > 끝

ⓒ 세상s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