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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2화 (2/1,018)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1) >

인생 리셋 오 소위! 001화

1장 소대장님 뭐하십니까?(1)

1.

“소대장님, 소대장님!”

오상진이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자신을 내려다보는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 보였다.

‘누구지? 어디서 많이 봤던 얼굴인데······.’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다. 오상진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을 파악하려 했다. 그때 맨 앞에 있던 녀석이 다시 오상진을 불렀다.

“소대장님! 눈 뜨셨으면 이제 일어나시지 말입니다.”

‘소대장? 저 녀석 왜 자꾸 날 소대장이라고 부······. 가만, 이제 생각났다. 최 병장이잖아.’

오상진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물이 그 옛날 첫 소대장으로 부임했을 때 1소대 분대장이었던 최용수 병장임을 알았다.

“너 최 병장 아니야? 네가 왜 내 꿈에 나타났지?”

오상진은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최용수 병장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김일도 상병과 이해진 일병이 함께 서 있었다.

“어라? 김 상병, 이 일병. 너희들까지 있었어?”

모두의 얼굴을 보자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그런데 너희들이 왜 여기 있어?”

오상진이 물음에 최용수 병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이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팔짱을 끼며 한심한 듯 바라봤다.

“저기, 소대장님!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십니까. 잘 좀 둘러보십시오, 여기 1소대 내무실입니다.”

“1소대 내무실? 뭔 소리야?”

오상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깨셨습니까? 그리고 1소대장으로 오신 지 이제 고작 2주일밖에 안 지났습니다. 벌써부터 장병들 내무실에서 낮잠을 자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오상진은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정말 1소대 내무실이라고? 아니,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난······.”

최용수 병장이 팔짱을 풀며 말했다.

“하아, 몇 번을 말합니까. 여기 1소대 내무실 맞습니다. 눈이 있으면 좀 보십시오. 아니, 자기가 낮잠을 자는 곳도 모르십니까? 그리고 제가 이런 말씀은 안 드리려고 했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말입니다. 왜 점심때마다 저희 내무실로 오셔서 주무십니까? 우리 애들 편히 쉬지도 못하게 말입니다.”

최용수 병장이 인상을 쓰며 강하게 말했다. 그 뒤에 있던 김일도 상병까지 거들며 나섰다.

“헐, 소대장님 뺨에 그거 뭡니까? 침까지 흘렸습니까? 대박이십니다.”

김일도 상병의 놀림에 최용수 병장과 이해진 일병까지 낄낄거리며 웃었다. 최용수 병장이 순간 웃음을 멈추고 정색했다.

“야, 김 상병. 소대장님께 그렇게 싸가지 없이 말하면 어떡해. 꿀잠 자다 보면 침도 흘릴 수도 있지. 안 그렇습니까, 소대장님?”

최용수 병장 역시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투였다.

“하긴 맞습니다. 저희 부대에 전입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많이 피곤하고 졸릴 때입니다.”

김일도 상병도 오상진의 약을 올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중에는 웃옷을 올려 배까지 확인했다.

‘분명 배로 수류탄을 막았는데······. 멀쩡하잖아.’

오상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최용수 병장을 보았다.

“나 안 죽었네?”

“죽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슨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최용수 병장의 물음에 오상진은 동문서답을 내놓고 있었다.

“야, 나 살아 있는 거지. 맞지?”

오상진은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가 앞에 서 있는 최용수 병장의 얼굴을 덥석 잡았다. 화들짝 놀란 최용수 병장이 몸을 뒤로 빼려 했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야, 가만히 있어 봐. 확인 좀 해보게.”

“무, 무슨 확인 말입니까?”

“어허, 가만히 있어 보래도.”

오상진은 억지로 최용수 병장의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가만히 더듬어보았다. 최용수 병장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상진은 몇 번 더듬어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와, 느껴져, 감각이 느껴져!”

오상진이 놀라며 흥분한 상태가 되었다. 반면, 최용수 병장은 얼굴을 확 빼내며 소리쳤다.

“느끼긴 뭘 느낀다는 겁니까. 소대장님 변태입니까?”

최용수 병장의 구박에도 오상진은 기분이 좋았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직감했다.

‘뭐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평소와 다른 오상진의 모습에 최용수 병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김일도 상병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최 병장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게 갑자기 왜 저러지?”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닙니까?”

“야, 딱 봐봐. 저게 아픈 사람으로 보여?”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상태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일단 피하자, 괜히 불똥이 튈지도 모르겠다.”

“네, 그러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자.”

김일도 상병 역시 이해진 일병에게 말했다.

“네.”

최용수 병장은 두 사람을 데리고 내무실을 나갔다. 홀로 내무실에 남겨진 오상진은 다시 침상에 걸터앉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자,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 난 분명 수류탄에 몸을 던졌고, 분명히 터졌어. 그런데 눈을 떠보니 살아 있네. 게다가 예전 내가 소대장 시절에 만났던 녀석들이 눈앞에 턱 하니 나타나 있고 말이야.”

오상진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오상진의 눈에 병사들의 관물대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 관물대가 몹시 익숙했다.

“어라? 저 관물대는······.”

그 순간 오상진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떠올랐다.

“가만! 아까 최 병장과 김 상병, 이 일병이 그대로 있고, 이곳 관물대······. 옛날 그때 그 관물대인데······. 그럼 이곳이 내가 소대장 시절을 지냈던 그곳이야? 아니면 내가 진짜 과거로 돌아온 건가?”

오상진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살아 있다. 오상진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정말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것이라면 진짜 대박이었다.

“가만, 내 얼굴······.”

오상진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 한 관물대로 향했다. 그곳을 확 열었다.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가 맡아졌다.

“와 젠장, 썩은 냄새······. 어떤 녀석 거야?”

오상진은 관물대 주인을 확인했다. 김일도 일병 것이었다.

“아, 김 일병 이 새끼······.”

관물대 내부에는 빨지 않은 양말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새끼는 여전히 양말을 이렇게 처박아 놓네.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으윽, 냄새······. 잠깐, 냄새······?”

오상진이 중얼거리다가 눈을 크게 떴다. 냄새까지 확실히 맡아졌다.

“이게 꿈이라면 냄새가 맡아질 리가 없잖아.”

오상진은 이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믿어지지 않지만 자신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후훗, 과거로 왔다. 이걸 누가 믿어줄까?”

오상진은 히죽 웃으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확연히 젊어진 모습이었다.

“역시 젊었을 때 얼굴이야.”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졌다. 그러다가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허허헛! 하핫, 하하핫!”

한편 내무실을 나온 최용수 병장과 김일도 상병, 이해진 일병은 심각한 얼굴로 내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이해진 일병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김일도 상병이 최용수 병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소대장 미친 거 아닙니까?”

“야, 미치긴 왜 미쳐!”

“그동안 저희가 좀 많이 괴롭혔습니까? 참지 못하고······.”

이해진 일병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옆머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야! 김 상병.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죄송합니다.”

그때 복도를 따라 박운영 상병이 나타났다.

“어? 최 병장님. 내무실에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러자 김일도 상병이 나섰다.

“지금 내무실 안에 소대장님 계셔.”

“뭐야, 또?”

박운영 상병이 인상을 썼다.

“그래서 지금 내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서 있는 겁니까? 도대체 누구 내무실인지 모르겠네. 진짜 짜증 나.”

“그런데 소대장이 미친 것 같아.”

“미쳐? 뭔 소리야?”

박운영 상병이 눈을 크게 떴다. 그때 이해진 일병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최 병장님, 진짜 이상합니다.”

“뭐가?”

“지금 소대장님 내무실 안에서 막 미친 듯이 웃고 있습니다.”

“웃어?”

최용수 병장을 비롯해 두 명의 상병이 동시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나 내무실 안에서 오상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진짜네.”

“이것 보십시오. 정말 이상하지 말입니다.”

김일도 상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심각한 얼굴이 된 최용수 병장이 입을 뗐다.

“얘들아, 당분간 소대장 건들지 말자.”

“그럼 소대장 길들이는 건 끝입니까?”

“아니. 당분간만.”

“네.”

“네, 알겠습니다.”

< 1장 소대장님 뭐 하십니까?(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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