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73화 (173/183)

172화

<83. 루머 (1)>

기자양반도 없고 페일넷 유저도 사라진 상태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정보원은 군데군데 박힌 우리 게시판 친구들과 군단파가 송 출하는 라디오 방송이 전부다.

3일 전부터 북쪽에서는 천둥을 연상케하는 포성이 울려 퍼졌다.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전투기가 먼 하늘을 가로지른 적도 있다.

전투기를 보진 못했지만 그것이 남긴 비행기구름은 확실히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게시판 분위기는 여전히 평온하지만 나를 포함한 게시판 유저들은 알고 있다.

이제 다시 힘든 시간이 올 거라고.

방공호 주변을 정돈하고 설비를 진단했다.

발전기 상태는 여전히 양호.

합성유와 상성도 좋았다.

매연은 오히려 경유를 사용할 때보다 적었다.

문제는 냄새.

기름이라기보다는 화학약품 특유의 거슬리는 악취가 났다.

모터사이클에서 돌릴 때 발견하지 않았던 단점이랄까.

냄새는 그리 많이 퍼지지 않지만 담배 냄새처럼 명백히 이질적인 냄새인지라 희미한 입자만으로 사람의 주의를 끌 수 있는 위험성이 보인다.

겨우내 화장실로 썼던 간이 구덩이를 직접 퍼냈다.

물로 씻어내고 싶지만 물청소를 할 정도로 수자원이 넉넉한 건 아니다.

땅 표면은 봄의 온기에 녹아가고 있지만 지하 쪽은 여전히 지난 한파의 차가움을 머금고 있으니.

지하수 취수 파이프는 반쯤 얼어붙은 채 절반의 수자원만을 탱크에 채워 넣고 있었다.

구덩이 청소는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려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나으리라.

하루의 대부분은 이제 인터넷이 아닌 외부 경계다.

하염없이 알지 못하는 땅의 지평선을 바라보던 스우처럼 나도 망원경과 관측장비로 내 영역으로 향하는 모든 진입로를 살핀다.

레베카와 디펜더, 골드의 빈자리는 감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경계구역의 양과도 연결된다.

레베카 모녀가 있을 땐 동쪽으로 연결되는 4차선 국도 쪽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전쟁 초반에는 총성으로 그쪽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렸고 친해진 이후엔 교신기로 정보를 교환했으니.

서쪽을 향해 다소 번잡스럽게 뻗은 2차선은 디펜더 쪽 영역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골드의 영역과도 연결되는 도로지만 워낙에 살벌한 친구들인지라 이쪽은 오히려 레베카 쪽 도로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남쪽에는 도로가 없다.

서쪽과 동쪽 도로로 연결되는 비포장도로가 있긴 하지만 세월이 가져다준 잡초와 풀이 도로를 무성하게 덮어 초원으로 만들었다.

비포장도로 멀리 동쪽 도로에서 갈라져 나온 지선 하나가 남쪽으로 연결되지만 그쪽도 골드의 영역과 통한다.

골드가 건재한 동안 그 도로를 통해 이쪽으로 접근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나 홀로 360도 모든 방위를 관측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사람이 나타날지 모른다.

한가하게 인터넷이나 할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을 한다고 해도 지금은 올라오는 글 수가 현저히 줄었다.

페일넷 친구들이 사라진 것도 있겠지만 나만 아니라 다른 게시판 친구들도 위기를 감지하고 보다 경계에 열중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한창 경계 중인 낮엔 종종 게시판이 정지하는 때도 있다.

그래도 해가 지면 게시판엔 낮 동안 경계를 서던 게시판 친구들이 돌아와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dongtanmom : 어슴푸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 도시가 제주도가 아닌 중국의 상하이라는 걸 알았을 때 우리는 모든 걸 깨달았지.

우리는 버려졌다는 걸. 이 나라가 우리를 쓰레기처럼 중국에 내다 버렸다는 걸 말이야.

개인적으로 여전히 백승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컨텐츠 만드는 솜씨는 솔직히 인정한다.

흥미를 끄는 소재도 소재지만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

dongtanmom: 자, 정부 추산 30만 명, 동탄맘 추산 10만 명 정도의 사람이 산 채로 중국 해안에 좌초됐어. 이제 그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동탄맘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이 든다. 오래 잘 순 없다.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더라도 눈을 감은지 4시간이 지나면 눈이 떠진다.

나이 문제는 아니다.

주변의 어둠만큼이나 나를 짓누르는 불안감이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이다.

비교적 안전이 보장된 시기엔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적당한 방식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먹는 것 하나, 마시는 것 하나 생존의 문제와 직결해야 한다.

만에 하나 전처럼 독감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고 수인성 전염병 같은 사람 진을 빠지게 하는 질병에 걸리는 순간 내 생존율은 내 경력과 훈련 내용과 관계없이 밑바닥에 처박게 될 테니 말이다.

식수는 철저하게 정수 캡슐을 써서 당일 정화한 것만 마신다.

음식 또한 불을 사용하지 않는 통조림과 동결건조식으로 해결한다.

부족한 영양분은 알약으로 보충한다.

카페인 캡슐은 좋은 친구다.

커피 대신 정신을 또렷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

몸을 많이 쓰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피로를 몸에 쌓아둔다는 건 여차할 때 결정적인 실수와 연결되기 마련이니까.

힘든 일은 최소한으로 삼가고 부상 위험이 있는 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호 대책을 마련한 이후에 실시한다.

이 루틴은 전쟁 초반, 거의 1년을 반복한 생활 방식이다.

유일한 노동은 농사일이다.

쌈 채소, 감자 같은 추위에 강한 작물을 방공호 곳곳에 분산해서 심었다.

쌀농사도 생각해보았는데 그건 당분간 주변의 분위기를 본 다음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게시판을 제외하고 유일한 오락이라고 할 만한 건 군단파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이다.

해질녘이 되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듣기 좋은 여성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음악처럼 귓가에 꽂힌다.

"현재 기온 영상 8도, 바람은 잔잔하고 파도 또한 고요합니다. 내일 낮 최고기온은 춘천 기준 영상 14도로 예상되며 최저기온은 영 상 4도입니다.

현재 국군에선 어웨이큰 괴뢰 정부가 사실상 방치한 서울 외곽에 향한 위력 정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셀 수 없는 국민들이 집과 고향을 잃고 원치 않는 곳에서 타지 생활을 해야만 했죠."

인천의 상황이 격화될수록 아나운서의 비판도 날을 세웠다.

그녀의 방송 내용에 딱히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전쟁 전에 있을 법한 음악과 목소리가 있는 방송 자체가 좋았다.

내가 집중해서 듣는 건 방송 말미에 들려주는 위험 정보다.

"······날이 풀리면서 겨우내 살아 있던 뮤테이션들이 기승을 부리는데요. 원주에선 닭 뮤테이션 무리의 활동이 보고됐어요.

무리를 이루고 있고 다른 뮤테이션처럼 인간을 우선적으로 공격한다고 하네요. 발견 즉시 안전한 곳으로 피한 후 도움을 요청하세요."

최근 뮤테이션 활동이 급격히 증가한 모양이다.

실제로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다수의 뮤테이션을 관측한 바가 있다.

대부분은 내 영역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먼 황무지를 오갈 뿐이지만 이쪽도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특히 무리를 이루는 뮤테이션이라면.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건 같은 인간이다.

이른 새벽, 트럭 두 대가 미군기지 쪽에 도착해 총기를 든 다수의 남성과 컨테이너 두 개를 내려놓고 남쪽으로 떠났다.

컨테이너 측면엔 붉은 스프레이를 써서 그린 마크가 있었는데 그 마크는 내가 아는 마크다.

포효하는 큰 고양잇과 동물.

킹의 표식이다.

내가 킹이라는 깡패두목에 대해 가진 정보는 그가 우리 게시판 이용자이고 CrunchRoll이라는 닉네임을 쓴다는 것 정도다.

기타 포악하고 잔악한 성질머리야 갱단 깡패들의 공통 속성인지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그나저나 그 킹이라는 녀석, 집요한 성격인가.

수송기를 놓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뒷북을 치는 걸 보면 말이다.

확실히 성가신 성격의 소유자인 건 맞으리라.

일전에 몇 번이고 부하를 보내 드론으로 주변을 정찰한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어째 저 친구들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불안해진다.

"야! 이쪽으로! 좀 더!"

미군기지 쪽에서 갱단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저 움직임은 누군가를 찾거나 해하려는 게 아니다.

작업을 하고 있다.

순간 이 친구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지만 내 마음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보자.

"······"

해가 질 무렵.

깡패들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기지를 짓고 있다.

그러니까 저 킹의 깡패들이 내 영역 바로 앞에 악의 소굴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공호 옆에 모르는 이웃이 집을 짓는 문제는 멸망주의자에겐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예문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만큼이나 유명한 문제다.

이 전통적인 문제는 여러 변형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무장한 군대 규모의 갱단이 자리 잡는 케이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

22명에 달하는 훈련된 병사가 내 옆집으로 이사 왔다.

전에 디펜더와 함께 처리했던 약탈자처럼 여자를 거느리지도 않았고 허술하게 경계를 서지도 않는다.

충동적으로 거처를 마련한 피난민과도 결이 다르다.

수송기가 떠난 후 지속적으로 드론을 띄운 건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지만 이 주변을 정찰해서 새로운 기지로 만들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방공호 주변을 난공불락의 성채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반쯤 무너진 철탑 위에 킹의 깃발을 휘날리는 파수대가 섰고 무너진 철책 쪽엔 동작 감지장치로 보이는 일련의 센서가 설치됐다.

낮은 물론이고 밤에도 병사들이 사주경계를 하며 철통같은 경계를 펼친다.

평범한 약탈자가 아니다.

약탈자 무리 가운데서도 가장 군기가 바짝 서 있는 정예만을 추렸다.

다행스럽게도 미군기지와 내 기지 사이엔 거리가 떨어져 있어 발전기의 소음이나 연소한 합성유의 화학약품 냄새가 닿진 않겠지만 날씨가 좋거나 달이 밝은 경우

내 영역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는 관측할 수 있다.

왜 하필 저기에 터를 잡았을까.

터 자체는 좋다.

핵을 직격으로 맞은 전쟁 초기는 방호복 없이는 접근조차 해서는 안 되는 죽음의 땅이 맞지만 지금은 미군이 직접 지은 방공호 시 설이라는 A급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이다.

바로 위에 쓸 수 있는 공항이 있는 것도 저 킹의 구미를 당겼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불과 며칠 전 저 비행장 위를 대형수송기가 착륙하고 내리기도 했으니까.

인천 정부가 건재했다면 눈치를 봤겠지만 인천마저 사실상 무너진 현재 상황에서는 거리낄 것도 없겠지.

문제는 저들의 다음 행동이다.

저 정도로 훈련된 군인들은 일단 기지가 완비되면 주변 지역을 철저하게 정찰하며 자신의 영역으로 삼으려 들 것이다.

내 영역 주변에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과 동거가 해피엔딩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길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여름이 오기 전에 충돌하거나 아니면 일방적인 사냥을 당하겠지.

문제는 적의 전력.

디펜더가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대다.

지금까지 상대하던 주먹구구식 약탈자와 피난민과는 차원이 다르다.

강력한 우군의 도움이 필요한데 우민희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내 시선이 머문 곳은 나의 노트북이었다.

*

갱단의 전진기지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해서 비바! 아포칼립스! 한국어 게시판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질문이다.

가장 사람이 많은 영어 게시판에 번역기를 이용해 현재 상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Anonymous1882 : 내 영역 주변에 20명이 넘는 갱단 파견대가 캠프를 차렸다. 나는 무장되어 있고 재블린을 비롯한 소수의 중화기도 가지고 있지만 혼자다.

그들은 훈련되어 있고 동작감시장비를 비롯한 경계장비로 캠프를 보호하고 상시 8명 이상의 보초를 주야로 세운다. 이 상황에서 내가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영어 게시판 유저들이 댓글 몇 개를 달았다.

JasonX: 어림도 없다. 너는 죽임당한다.

Perucias : 네가 람보라면 가능할지도.

Ohio : 크고 박는 총.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들의 말이 정론이다.

나는 지금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려 한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의견이 안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빠르게 질문을 포기하고 다음 방법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방법은 지원 요청이다.

사실 지원을 요청할 놈이 하나 있긴 하다.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렇지.

Dies_irae69다.

간만에 차단을 풀고 그의 글을 보았다.

Dies_irae69: 이제 서쪽은 무너졌어. 대비해야 해. 혼자서는 어려울 거야. 사실 방공호 안 멸망주의자 공략하려면 약탈자 3명만 있 어도 무손실로 공략할 수 있거든.

하지만, 너희들이 3명이라면? 9명 가지고도 망설이게 될 거야. 너희들이 9명이면? 30명도 상대할 수 있지. 그게 집단의 힘이야.

여전히 특유의 집단생존주의를 제창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자존심이 꺾이는 일.

게다가 이 인간은 어떤 의미로 킹보다 더 어두운 인간이다.

이 뒤틀린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정말로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방법은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긴 하지만 역으로 가능성도 있는 이야기다.

바로 이 게시판에 상주하는 저 갱단의 우두머리 CrunchRoll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크런치롤에 대항하여 선택한 건 전통과 역사가 증명하는 "루머”다.

타닥타닥

SKELTON : (스켈톤의 오싹한 이야기) 옛 미군기지에 있다는 정체불명의 뮤테이션 바이러스 연구시설

옛 미군기지 안쪽엔 사람을 살인 뮤테이션으로 만드는 기괴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미합중국 하파드 대학의 권위 있는 생명공학 교수 M. 챙의 발언을 인용하면 인간이 흡입하는 순간 즉시 유사 좀비로 변하며 주변 사람을 맹렬히 공격한다고.

실제로 이 뮤테이션 변이균을 실은 생물학 병기가 중국에 투척, 수천만 명의 사상자를 낳은 건 미국 정부가 마지막까지 쉬쉬한 특급 기밀이라 고 한다.

딸깍

"······."

낚싯대는 던졌다.

남은 건 놈이 반응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mmmmmmmmm : 뭔 개소리야

익명 458 : 진짜냐?! 금시초문인데.

시답잖은 잡어는 무시하겠다.

내가 기다리는 건 크런치를 딱 하나.

어째서인지 그 녀석이 반응을 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킹 녀석, 댓글은 잘 안 달긴 하지만 가끔 말하는 투로 보아 게시판의 모든 인기글을 읽는 눈치니 말이다.

게다가 미군부대에 전진기지 건설을 명한 건 다름 아닌 그 녀석일 것이다.

당연히 이 글을 보면 뜨끔해서 물어보겠지.

당일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특히 미군부대를 경계하다 잠이 들었다.

이튿날.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야, 네가 어제 올린 글 진짜냐?

킹, 세종의 왕이 미끼를 물었다.

<83. 루머 (1)> 끝

ⓒ 로드워리어#dp8g

(주요댓글)

(원투***) -추천90-

스켈톤 경력으로 볼 때 저 뮤테이션 변이균썰이 실화일 가능성이 높은게 더 무섭네 ㅋㅋㅋ

(code***) -추천76-

스켈톤이 게시판에 일 벌여서 제대로 된 적이 없는 걸 되새겨 보면 저 루머 때문에 온갖 놈들 다 몰려올듯

(미가ret**) -추천64-

교수 M.챙ㅋㅋㅋㅋㅋ

(스페***) -추천59-

M.챙 그냥 지나쳤는데 엄창이었냐고ㅋㅋㅋㅋㅋㅋ

(BU**) -추천46-

알고보니 진짜로 있어서 난리나느거 아니여?

(부레오**) -추천43-

하필 칼밥 좀 먹은 네임드가 한 말이라 군단파도 솔깃해서

나름 세력 가진 사람들이 '저 세균을 얻을 수만 있다면!'이러면서 다 꼬일듯

(체필**) -추천29-

엄창이 벌써 커서 교수됐니?

(inf***) -추천26-

ㄹㅇㅋㅋ 스켈톤이 병신짓은 많이 해도 무려 "프로페서"라고 ㅋㅋㅋ

S급 자격증 보여주면 굴라도 신빙성이 생긴다고 ㅋㅋ

(반물질**) -추천19-

협잡과 사기, 표절과 가짜뉴스의 제왕 스켈톤...

(kkjh**) -추천17-

크고 박는(fxxking) 총

(낙시**) -추천10-

아이엠 지져스가 구해주는 거 아님?

<83. 루머 (2) >

루머라는 건 어디에나 존재한다.

연예계 가십부터, 증권가 찌라시, 갖가지 음모론 등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소모되고 사라졌다.

전쟁터라는 정보가 차단된 극도로 위험한 스트레스 환경 속에서는 더 자극적이고 절망적인 루머가 양산되기 쉽다.

중국 시절에도 수많은 루머가 있었다.

몬스터가 사실 지성을 가진 이성인의 하수인이라는 썰, 몬스터 무리 사이에서 몬스터를 지휘하는 지도자급 몬스터, 몬스터가 인 간 흉내를 내며 우리 사이에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

어웨이큰이 낳은 자식은 몬스터라는 괴담 등등.

내가 게시판에 쓴 루머도 중국에서 들었던 루머를 살짝 가공한 버전에 불과하다.

그 수많은 루머가 힘을 가지는 건 그것이 거짓과 진실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일부 루머는 결국 헛소리로 판명이 났지만 또 일부 루머는 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기에 루머라는 걸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우리네 전장에 선 자의 딜레마다. 지금은 어떤 의미로 모든 사람이 전장에 섰다.

나도, 킹도, 제주도의 유니콘도 예외는 아니다.

킹 같은 깡패들의 속성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깡패집단이 얼핏 보면 인명을 경시하고 아무렇게나 부하를 죽이고 내던지는 것 같지만 깡패집단만큼 사람을 중요시하는 곳도 없다.

깡패집단의 권력은 법이나 사람들의 지지가 아닌 바로 힘 있는 깡패의 숫자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그 부하가 잘 훈련되고 충성심도 높다면 말할 것도 없다.

킹은 자신의 핵심 부하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작은 루머조차 허투루 넘어갈 수 없겠지.

이제 킹이 미끼를 문 이상 놈을 속여 넘겨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루머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아주 허무맹랑한 루머 몇 개를 제외하고 심도 깊게 논의되는 루머를 보면 하나 같이 무슨 교수 같은 권위 있는 학자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프랜시스 베이컨이 극장의 우상이라고 규정한 유서 깊은 논리적 일탈이지만 수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잘 먹히고 있 는 사기꾼들의 상용구다.

그러므로 M.챙 교수는 현재 이 박규가 밀고 있는 루머의 핵심이자 주인공이다.

이 M.챙 교수를 어떻게 그럴듯한 실존 인물로 재구성하냐에 따라 킹이라는 대어를 낚을지 아니면 내가 낚일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M.챙 교수라는 인물에 관해 어두운 방공호 안에서 생각을 거듭했다.

그는 아마 50 즈음 됐을 것이고 새치가 난, 여전히 검은 머리를 가진 마르고 안경을 낀 동양계 교수일 것이다.

챙이라는 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중국계다.

M은 마이클, 모리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엄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내가 M을 어떻게 엄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M.챙 교수의 전공은 생명공학이지만 그는 뮤테이션과 몬스터 연구의 권위자여야 한다.

다만 그의 논문이나 저서 같은 것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으리라.

나는 논문 저술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현재 제대로 운영되는 논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M.챙이라는 인물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야 하는가.

나는 페일넷의 기능 중 하나인 위키 편집 사이트-개미위키에 주목했다.

페일넷 유저들이 인터넷을 못하게 됨으로서 페일넷의 수명은 사실상 다했지만 여전히 페일넷 서버는 존내논과 함께 방사능으로

가득 찬 암실 안에서 힘차게 돌아가고 있고 우리 게시판 쪽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당연히 부가기능인 개미위키 - 전쟁 전 데이터를 그대로 카피한 - 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개미위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M.챙 교수라는 항목을 작성할 생각이다.

"······."

타닥타닥

-미국 하파드 대학 생명공학부 전임교수로 뮤테이션 몬스터 연구의 권위자

-그는 박사과정 시절 동료 학자 에드몬트 K. 박(한국계라는 이야기가 있다)과 함께 M.E-리스 반응을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 교수는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즉시 좀비화하는 공격적인 뮤테이션 인자를 발견,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 구에 들어갔다고 한다.

-상기 연구 프로젝트는 당연하게도 여러 생명윤리단체의 항의를 받아 미국에서는 종료했으나

미국이 아닌 미군기지가 있는 곳( 한국이나 일본, 독일 등)에서 비밀리에 진행 중이 아닌가 하는 루머가 돌고 있다.

작성완료.

하지만 이것만으로 킹이라는 교활한 깡패 두목을 속일 순 없다.

발렌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살아 있습니까?

솔직히 이 부분은 확신이 없다.

발렌타인이 여간해서는 댓글을 안 달기도 하거니와 그는 인천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답장이 없으면 다른 계획이나 변명거리를 찾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렌타인이 답장을 보내왔다.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죽지 못해 살아 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거든요.

살아 있었다.

이 삐쩍 마른 안경 친구도.

별 것도 아닌데 눈시울이 이상할 정도로 시린 걸 느끼며 타이핑을 계속했다.

SKELTON : (스켈톤 감동) 지금 상황은 어떻죠?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전투는 소강상태긴 한데 여전히 사방에서 총알과 폭탄이 날아옵니다.

정부 시설도 끝물인 게 떠날 사람은 더 떠났고 쭉정이들만 남았거든요. 다음에 다시 수송기를 보내준다고 하는데 글쎄요.

죽지 못해 사는 거죠. 무엇보다 시체 냄새가 견디기 어렵네요. 겨우내 얼어붙은 시체와 폭동으로 죽은 시체가 썩기 시작하는데 차라리 좀비가 나을 지경입니다.

역시 인천 쪽은 아비규환이 된 모양.

내친 김에 하나 더 물어보자.

SKELTON : 연구소 쪽은 괜찮나요?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연구소요? 거긴 다 죽었을 겁니다.

SKELTON : 네?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포격을 받았거든요.

SKELTON : 포격요?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늘상 있는 박격포 공격이 아니라 155mm 야포 포격을 받았어요. 무려 30분간이나 두들겼다고 하더군요.

못 해도 백 발은 쐈을 겁니다. 그 주변은 아무것도 남은 게 없습니다. 시체조차 못 건질 정도로 아작이 났죠.

"······."

군단파의 짓인가. 우민희의 운명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초탄에 그녀를 죽이지 못했다면 그 억척스러운 여자는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민희가 살아 있다고 믿으며 발렌타인에게 대화를 건 진정한 용건을 이야기했다.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개미위키 항목 날짜를 수정해달라고요?

SKELTON : 네. 부탁 좀 할게요. 깡패 두목한테 노림 받고 있어서. 킹 아시죠?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발렌타인 경악) 네? 진짜요? 진짜 킹한테 마킹당했다고요?!

SKELTON : 네. 사정이 있어서 부탁 좀 할게요.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런 걸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니 수정해두겠습니다.

SKELTON : 아, 그리고 갈 곳이 없으면 우리 영역으로 오세요. 인천까지는 못 가겠지만 안전한 곳까지 오면 제가 픽업해드리죠.

Ballantine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마음은 고마운데 저는 아무래도 역시 페일넷 주변에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혹 나중에 사정이 바뀌면 그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사람 하나가 소중하다.

이제는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왜, 워낙에 주변의 많은 사람이 죽고 떠나가니까.

발렌타인은 내 부탁대로 M.챙의 항목 편집일을 다른 대부분의 항목과 마찬가지로 3년 전, 그러니까 전쟁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멈춰버리기 전의 시대로 되돌려놓았다.

그에게 감사하며 킹, 크런치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YES

메시지를 보내놓고 바깥으로 나갔다.

인터넷 작업도 중요하지만 바로 앞에 깡패들이 소굴을 건설한 시점에서 바깥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래도 깡패들이 앞에 있는 게 아주 나쁘지만은 않은 게 이것들이 잡다한 것들은 막아준다.

탕! 탕! 탕!

멀리서 차가 오면 총을 쏴서 돌려보내기도 하고 시커먼 뮤테이션이 어른거려도 총으로 위협해 쫓아냈다.

이 친구들과 공존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겐 안 되겠지.

둘 중 하나가 떠나야 해결될 문제다.

내가 킹의 부하로 들어가지 않는 한 말이다.

감시를 하는 내내 특별한 일은 없었다.

킹의 부하들은 경계를 섰고 기지를 보완했다.

대부분은 그들이 하릴없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멍하니 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뭐 하자는 건지.

나야 그래도 사람들을 보니 그나마 긴장도 하고 약간의 재미도 느끼겠지만 저 친구들은 여기서 무슨 재미를 느낄까.

오후에 깡패들이 가벼운 족구 시합을 열었다.

별거 아닌 놀이지만 상당히 재밌어 보였고 그들도 대단히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의 유희가 끝나자 깡패들은 질린 표정을 지으며 초소로 가거나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일부는 내가 가장 우려했던 일을 실시했다.

바로 정찰이다.

5명으로 이루어진 깡패들이 저마다 완전무장을 한 채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첫 순찰인지라 기지 주변만을 돌았지만 점차 그 영역을 넓혀 곧 내 주변도 순찰 영역에 포함하겠지.

"······."

몸을 낮추며 놈들을 주시했다.

다섯 명.

군대식으로 순찰 대형을 짜서 이동하고 있지만 50m 거리 안에서 내게 선공권이 있고 그들이 눈치채지 못한다면 10초 안에 일망 타진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았다.

해가 지고 더 이상 갱단의 활동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방공호로 돌아가 인터넷을 확인했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야, 스켈톤, 출처.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 새끼 답장이 왜 이렇게 느려? 내가 누군지 몰라?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죽었냐? 잘도 살아서 노잼 개그 하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뒤진 거냐?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야, 죽었냐? 하루 동안 안 보이면 죽은 거로 간주한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사진)

킹이라는 친구, 집착이 있는 편인가.

잠깐 자리를 비웠기로서니 여러 개의 메시지를 보내다니.

우민희나 할 법한 짓을 하는군.

심지어 마지막엔 이상한 사진까지 보냈다.

어떤 여성이 인형탈이라고 하나, 전신을 뒤덮는 토끼 인형탈을 뒤집어쓰고 섹시 포즈를 취한 사진을 보냈다.

"?"

대체 이런 건 왜 보내는 거지?

꺼림칙함을 느끼며 답장을 보냈다.

SKELTON : (스켈톤 공포) 페일넷에 개미위키라는 곳이 있다. 거기에 M.챙 박사에 관한 설명이 있어. 나도 할 게 없어서 개미위키 탐방하다 우연히 발견했지.

이 친구 패턴으로 보아 내일 정도에 메시지가 오겠지.

적당히 옷을 벗고 용무를 처리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개미위키? 그거 어디로 해서 들어가냐?

킹에게서 답장이 왔다.

지금 인터넷 중인가.

SKELTON : 페일넷 메인 화면 상단에 작은 글자들 중에 개미위키라고 있어.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ㅇㅋ 지금 접속할 테니 컴퓨터 앞에 대기타고 있어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흠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진짜 있네. 앰챙. 뭐 저런 이름이 다 있냐.

킹은 아마 말이 많은 성격 같다.

쓸데없는 감상을 일일이 치는 걸 보면 100% 확실하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오.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럴듯하네.

걸려든 건가.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야, 그런데 영상은 없냐?

영상이라니.

무슨 소리지?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난 말이야.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어떤 사실을 볼 때 글만 보고는 안 믿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잖아? 최소한 사진은 있어야 믿지. 엠챙 교수가 그리 유명하면 인터뷰 영상 하나 정도는 남아 있을 거 아냐?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게다가 그런 위험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었던 것치고 주변에 좀비 같은 거 없다는 거 같은데.

SKELTON : 거기 핵 맞았잖아.

CrunchRoll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니, 그런 위험한 물질이 새어나가면 시간이 좀 지나도 좀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장 거 기에 내 부하가 있거든.

걔들은 왜 좀비가 안 되는 거지?"

"······."

이 깡패, 만만치 않다.

<83. 루머 (2) > 끝

ⓒ 로드워리어#dp8g

-작가의 말-

금일은 연참입니다!

끼얏호호우~!

(주요댓글)

(반물질**)

아니 속여넘겨야 하는데 이름을 왜 저따구로 지어 ㅋㅋㅋㅋ

(동글**) -추천24-

Mental Equilibrium-liss 반응 (ME-less reaction) :

정신 안정이 붕괴되어 무작위 대상에게 공격성을 띄는, 일종의 좀비와도 같은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M.Cheng (개미위키 출처)

(prpiri**) -추천19-

M.M-리스반응 씹 ㅋㅋㅋㅋ

(SiN**) -추천8-

발렌타인한테 '우리'영역이라고 한 건 디팬더와 미군모녀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다는 갈망일까

(이진**) -추천6-

오.. 이거 저번에 좀비왕된? 친구 있지 않나? 그 녀석 여기서 활용할듯?

(열혈**) -추천2-

킹을 속이고

엠창킹이 되는 건가?

그건 그렇고 작가님 오늘 연참 감사합니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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