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71화 (171/183)

171화

<82. 핑거 프린세스 (2) >

여사율의 전성기 시절, 그녀가 나오는 영상물을 안 볼 수는 있겠지만 그녀가 나오는 광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TV, 길거리 전광판, 지하철, 뉴스포탈, 인터넷.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여사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커리어는 생략하도록 하자.

어린 시절부터 배우였고 여러 번의 메가히트를 기록했고 해외에서 상도 몇 개 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그녀가 중국에서 특히 유명했기 때문이다.

내가 중국에 파견 나간 시점이 아마 그녀의 전성기로 기억한다.

그 난리 통이 벌어졌음에도 알아듣지 못할 중국 방송에서는 몇 번이고 그녀의 얼굴이 흘러 나왔으니까.

전쟁이 시작된 후 유명 연예인의 문명은 저마다 다르다.

일부는 평범한 사람 속에 섞였고 일부는 특권층에 빌붙어 제주도로 갔고 일부는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여사율의 행방도 게시판에서 논했다.

지배적인 의견은 여사율이 제주도로 향했다는 것이다.

3년의 공백을 넘어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캡슐과 함께.

익명 458 : 그거 몬스터 알이잖아. 몬스터 알!

dongtanmom : 냠냠... 위험한 거야.... 냠.....

CrunchRoll : 내가 가서 치워줄까? 위치만 말해.

익명 424 : 캡슐이야. 몬스터 알 유사한 거.

···

···

여사율의 캡슐 인증글엔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가 거물인지라 댓글란에도 거물의 이름이 보인다.

킹이 댓글을 달았다.

아이엠지저스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하긴 여사율 정도면 자랑하고 싶은 트로피겠지.

나는 여사율이라는 연예인에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캡슐은 내 전문 분야다.

댓글을 달았다.

SKELTON :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늦기 전에 이사 가는 게 좋을 거야. 주변에 부를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그나저나 여사율이라는 친구, 심각하다.

캡슐도 모르다니.

전쟁 초반이야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지만 그 이후에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있었다.

어린아이도 알고 있다.

캡슐은 발견 후 즉시 신고의 대상이라는 걸.

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현재에는 신고보다는 도주 쪽이 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어차피 신고 해봐야 달려가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당장 기자양반도 눈사람글에 댓글을 단 이후 일주일 동안 보이지 않고 있다.

적어도 내 글에는 꼬박꼬박 "?"라고 꼽을 주던 그녀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인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의 손가락 공주는 무사태평하다.

좋은 말로 하면 천진난만하다고 할까?

익명 1311 : 어~? 이거 위험한 거야? 알았어. 그럼 아저씨들 부를게.

내 심경을 대신해서 말한 건 m였다.

mmmmmmmmm : 대체 무슨 아저씨야?!

그런데 그 아저씨들 신통하다.

익명 1311 이 다시 사진을 올렸다.

캡슐이 놓여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가 캡슐을 제거하거나 수거한 것이다.

ㅇㅇ : 인천은 아니네.

페일넷 유저가 말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ㅇㅇ : 정부 새끼들 짐 싸고 도망가는 중인데.

ㅇㅇ : 인터넷도 계속 이상하지.

지방도 아닐 것이다.

지방은 작년 가을부터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미 예전에 헌터 같은 대몬스터 전력은 모두 수도권으로 옮겼고 남은 군인들은 군벌로 변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전쟁 초기의 추측대로 익명 1311, 여사율은 제주도에 있다.

어떤 의미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제주도 출신 비바! 아포칼립스! 이용자가 나타난 것이다.

비바! 아포칼립스가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 당연한 일이지만 제주도 출신도 있었다.

몇 명의 "감귤" 유저가 있었던 건 지금도 증거가 남아 있는 확고불변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 감귤 유저들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거기엔 통신 방해가 있다느니 중국 핵공습을 맞고 죽었다느니 여러 설이 있었지만 내가 볼 땐 정부에게 장비를 강제로 뺏긴게 아닐까?

일전에 양상길 아들을 통해 본 제주도 사진을 보면 섬 전체를 전장으로 개조했다.

풍경 자체가 변할 정도로 섬을 개조한 상태에서 원주민의 운명은 불 보듯 뻔했다.

모두 집을 잃고 피난캠프라는 이름의 수용소로 보내졌을 것이다.

어쩌면 학살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치 독일처럼 적극적인 학살이 아닌, 서울과 인천에서 벌였던 것처럼 방치와 희망에 의한 학살을 말이다.

유니콘18이 제주도에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는 일반인과 다르다.

그는 강한민 아니면 나혜인.

한국의 구원자 중 하나다.

같은 사람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 존재는 아니다.

사람들은 익명 1311의 정체에 흥분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익명1311이 현재 있는 장소에 더 깊은 흥미를 느낀다.

그런데 이 친구.

진짜 펌프다.

*

익명 1311 : 메시지는 어떻게 보내는 거야?

익명 1311 : 오케이~ 답장은 또 뭐라고 해야 돼? reply 이거 누르면 돼?

익명 1311 : 차단은 어떻게 하지? 자꾸 따라다니는 애가 있어서. 크런치킹인지 롤인지. 자꾸 나보고 인형 탈이 어울릴 거라고 하는 데 뭐 어쩌라는 건지.

익명 1311 : 라이브! 아포칼립스! 말이야.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관심을 받기 전엔 수많은 반응 중 하나였지만 정체를 드러내고 관심을 받자 익명 1311은 작정한 듯 그놈의 질문을 던져댔다. 핑거 프린세스에서 핑거 퀸이 됐다고 할까.

위에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수많은 게시글은 오직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타인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 자신의 생각 같은 건 일체 표출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은 질문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익명 1311 : 동탄맘? 얘는 닉네임도 그렇고 사람이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이상해. 진짜.

그녀의 행동양식 -이른바 핑프짓은 게시판에서 그다지 환영받는 타입이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타입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걸 오로지 남에게 물어서 해결하려는 심보 자체가 정상인의 방식이 아니다.

우리 게시판 유저들이 여자에 헤벌레하지만 정신줄은 제대로 박힌 엄격한 친구들이다.

그 결과, 그녀의 질문에는 점점 답글이 달리지 않았다.

자초한 일이다.

사람들이 궁금한 건 그녀의 현재 상황과 그녀가 지금까지 겪었던 그녀의 삶인데 정작 그 여자는 무의미하고 짜증나는 질문만 반복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익명 1311 : 왜 또 아무도 댓글을 안 달아주는 거야?ㅠㅠ

그녀가 다시 전처럼 댓글이 안 달린다고 징징거렸을 때 놀라운 일이지만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페일넷 친구 한두 명이 댓글을 달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기자양반도 그렇고 인천 상황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모두의 무시 속에서 익명 1311 이 제 자리를 찾아가던 중, 익명 1311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익명 1311 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스켈톤!

"······."

사람 보는 눈은 있군.

SKELTON: ?

은둔 신비고수답게 짧고 시크하게 답신을 줬다.

익명 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혹시 스켈톤이 그 스켈톤이야?

SKELTON : 무슨 소리지?

익명 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인트라넷에 올라오는 필크럼 만화에 나오는 스켈톤 있잖아.

SKELTON : 인트라넷? 그건 또 뭐냐?

익명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거긴 인트라넷 안 돼?

나중에 설명을 들은 결과 인트라넷은 제주도 안에서만 통용되는 내부 인터넷망이란다.

폐쇄된 인터넷답게 이용자 수가 적지만 필크럼 같은 만화가나 여사율 같은 연예인들을 이용해 컨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재미를 충족한다고.

처음 알았다.

제주도에 그런 게 있는지는.

그나저나 필크럼.

살아있었구나.

죽은 줄 알았는데.

그가 소식이 없는 건 아마도 위성 장비를 뺏겼기 때문이겠지.

익명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그 필크럼 만화에 스켈톤 편에 스켈톤이라는 남자가 엄청 멋지게 나오거든.

진짜 만화지만 반할 정도로 멋진 사람이었어. 싸움도 잘하고 몬스터도 잘 잡고, 마음씨도 따스하고.

SKELTON : 그래?

필크럼이 떠날 때 내게 말했다.

언젠가 나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싶다고.

익명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제목이 아마 "The remants." 였을 거야. 거기는 몰라? 그 만화? 지금 엄청 인긴데.

왜, 우리는 모르는 저쪽 사람 세상을 보여주잖아? 드라마화도 한다는데 나도 꼭 출연해보고 싶어.

"······."

필크럼, 그 친구를 죽일까도 생각했었다.

사실 반반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천칭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필크럼 일가는 전부 나에게 죽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나에 대한 만화를 그려서만이 아니다.

그가 살아서 자신의 재능으로 여사율 같은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채우는 느낌이다.

익명 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 그 스켈톤 아니야?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SKELTON : ㅇㅇ

딱히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허구의 인물은 허구의 인물로 남기도록 하자.

익명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괜히 놀랐네. 난 네가 그 스켈톤인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

SKELTON : 댓글이 안 달려서 고민이라고 했지?

바로 인터넷 선배로서의 가르침이다.

익명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음. 왜 다들 댓글 안 달아주는 거야? 내가 누군지도 알잖아?

SKELTON :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때?

익명 1311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 그게 뭔데?

SKELTON :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장기영에게 프로페서라는 콜사인을 받았을 때 나는 그것이 분에 넘치고 나라는 인간의 속성과도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박규, 의외로 가르치는데 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

익명 1311 : 나의 이야기 (1)

펑프 하나를 사람으로 바꾼 걸 보면 말이다.

익명1311의 이야기는 그녀가 연기한 수많은 극 중 히로인과 달리 극적이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

지루하고 나열적이고 우리와는 다른, 계급의 격차와 차별을 느끼게 하는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익명 1311 : 사무실에서 빨리 제주도로 가라고 통지가 오더라고. 왜냐고 물으니 전쟁이 난다는 거야, 무슨 전쟁? TV프로그램도 정 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나머지 방송 일정도 그대로 진행되는데, 그런데 매니저가 워낙 강경하게 요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제주도 로 가게 됐어. 제주도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있자니 뉴스가 뜨더라고.

익명 1311 : 전쟁이 난 거야.

그녀도 나처럼 전쟁 소식을 미리 안 극소수의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이후부터는 오랜 유배 생활이다.

정부에 고용되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를 찍고 균열 앞에서 사투를 벌이는 병사와 부상병을 위로하고

여러 행사에 두루 불려 다니며 얼굴마담을 했다.

배를 곯은 적은 없었다.

추위에 떤 적도 없었다.

언제라도 온수가 나오는 곳에서 얇은 이불 하나만을 덮고 잤고 항상 커피를 마실 수 있었고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을 변하게 한 건 주변 환경의 변화라기보다는 인기의 변화다.

서서히 인기가 식어가고 제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찾자 그녀는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고 평범한 사람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딱히 할 일도 없이 좁은 생활구역에서 빈둥거리던 그녀는 그녀에게 이 모든 삶을 지원한 사람에게 현재의 불만을 토로했다.

익명 1311 : 그랬더니 그 "팬분"이 내게 너희들이 쓰는 것과 같은 장비를 주더라고.

이것이 여사율이 3년의 공백기를 넘어 우리 게시판에 모습을 드러낸 내막이다.

여러 유저가 "팬분"의 정체를 물어봤지만 익명 1311은 그것까지는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아마 힘과 권세가 있는 그녀의 지원자가 아닐까.

일부 유저는 여사율이 그 "팬분"에게 성적인 봉사를 한 게 아닐까 추측하지만 그건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사율의 가장 큰 불만은 잃어가는 대중의 관심도다.

익명 1311 : 이제 제주도에선 아무도 날 보고 놀라지 않아. 그냥 동네 흔한 아줌마 취급하더라고. 실제로 취급도 그렇고.

1종 구역에 살고 있긴 한데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요즘 아무도 일거리를 안 주는걸. 그나마 간간이 출연하던 기획 단막극에서도 하차 했어. 백수가 된 거지.

익명 1311 : 그래도 너희들이 날 보고 좋아해 주니 오랜만에 살아 있는 기분을 느껴, 시상식에서 말한 적 한번 없지만 내가 배우가 된 거, 결국 관심받고 싶어서였거든.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마지막에 여사율은 찡그린 얼굴을 찍은 셀카를 찍어 게시글에 첨부했다.

그 얼굴은 여전히 아름답고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었다.

역시 여배우는 여배우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한 여배우가 술회한 이야기의 에필로그답게 게시글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차단한 유저의 댓글입니다. -

berkut_break : 여전히 예쁘세요!

익명 424 : 힘내!

tntn_Orthopedics : 탑티어 연예인은 저런 기회가 있었구나

익명 458 : 저마다 고민이 있네. 그런데 왜 황대섭이 생각날까.

seamonkeyPAPA : 흠........

CrunchRoll : 심심하면 여기로 와. 그 팬분이라는 새끼한테 말하면 이쪽으로 보내줄걸?

dongtanmom : 냠냠... 화장 찐하게 했네... 그런데 그 팬분은 누구야? 기둥서방? 냠냠...

···

···

나는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녀와 아마 가장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내가 그녀의 이야기에 아무런 댓글을 달지 않았다는 건 의아한 일이지만 달고 싶지 않았다.

난 모르겠다.

그녀의 불만이.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팬분"이 있는 여사율과 달리 "팬분"이 없는 연예인의 최후를 얼마 전에 보았다.

인기가 식어 걱정하는 여사율의 찡그린 얼굴은 눈으로 뒤덮인 황대섭의 얼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녀의 게시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 중 유니콘 18의 댓글이 유독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unicorn18: 이건 좀 위험한데

*

시간은 흘러 봄이 오고 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 끔찍했던 한파가 오히려 축복이었다는 것이.

이제 "팬분"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소통조차 할 수 없다.

페일넷이 다시금 멈췄다.

정확히 말하자면 페일넷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문가의 입을 빌리도록 하자.

Ballantine : 끝났습니다. 이제, 정부에서 망운영을 종료했어요. 페일넷이 살아 있어도 유저가 접속할 길이 없어져 버린 거죠.

공교롭게도 이제 페일넷 유저들은 여러분뿐입니다. 위성 장비를 가진 여러분만이 우회통로를 통해 페일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까요!

페일넷이 다시 멈춘 날 익명 1311 이 새로운 글을 올렸다.

익명 1311 : 나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고. 초심을 찾았어. 모두들 고맙고 사랑해.

그날 이후 익명 1311은 게시판에서 자취를 감췄다.

익명 1732 이라는 처음 보는 유저가 그녀의 마지막 글에 생뚱맞은 댓글을 달았다.

익명 1732 : 아마 1종 구역에서 3종 구역으로 옮겨졌을 거야. 1등실에서 3등실로 쫓겨난 거지.

익명 1732 : 적응하기 어려울 거야. 35평짜리 호화숙소에서 고시원으로 쫓겨나는 택이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한 개인의 운명 따위는.

철컥!

총기를 점검하고 방공호 밖으로 나왔다.

하얀 풍경이 서서히 지워지며 그 아래 숨겨져 있던 대지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서 총성과 포성이 들려 온다.

우민희는 여전히 연락도 활동도 없다.

<82. 핑거 프린세스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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