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65화 (165/183)

165화

<80. 품종 (4) >

당연한 일이지만 학교에는 대인 전투에 관한 훈련 과정이 있다.

이 부분은 내 은사 장기영의 공이 크다.

다른 교관들은 대 몬스터 전투를 상정한 우리가 굳이 대인 전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장기영이 말하길, 헌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인 전투 훈련을 존치시켰다.

그의 판단이 현명했다는 건 기나긴 중국 생활에서 어김없이 드러났다.

처음엔 마음 편하게 몬스터만 상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적대적인 인간이라는 또 다른 적에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반란군의 입장도 이해한다.

중국 정부에선 몬스터가 분출한 구역 전체를 전쟁 구역으로 묶고 그 안의 사람들을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한 채 짐짝처럼 방치했으니.

난 직접 보지 못했지만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도 수시로 자행됐다고 한다.

당시엔 뮤테이션 인자라는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지만 몬스터가 나타난 구역에 있던 사람 주변에 좀비나 뮤테이션이 나타 난다는 데이터는 충분히 쌓여 있었던 상황이라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점점 암울해지는 전장 속에서 우리도 인간에 대한 작전을 몇 차례 실행했다.

디펜더만큼 일상적으로, 자주 이루어졌던 임무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상대했던 반란군은 군에서 탈취한 전차와 중화기로 무장했고 도시 한 구역 전체를 요새화했었다.

그 무의미한 전투에서 내 전우들이 죽어 나간 것 또한 사실이다.

"지원 병력은 언제쯤 도착한답니까?"

가장 중요한 건 병력의 수다.

장기영 같은 정신론자는 수보다 질을 강조하지만 숫자는 언제나 든든한 보험이다.

이쪽에 사람 한 명이 더 있다는 건 한 정의 총과 한 쌍의 눈과 귀가 더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게 인천에 가는 도중 공격을 받아서 상당히 시간이 지체됐답니다. 당장 헬기를 보낸다고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요. 언제 박격포탄이 주기장에 떨어질지 모르는 시국이라.”

장주임이 떠듬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정확하게 언제요?"

"오늘 중으로는 못 올 거 같네요."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입구의 그림자 쪽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4대.

아니, 먼 하늘에 하나가 더 있다.

이쪽 기지 전체를 내려다보는 드론이겠지.

평범한 약탈자는 아니다.

최소 막강한 장비를 갖춘 갱단이고 최악의 경우엔 군단파 파견부대일수도 있다.

"상대방이 군단파라면 항복을 합시다."

진지하게 권유했다.

파일럿들이 반감을 내비쳤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도 군인이기에 누구보다 진실을 잘 안다.

잘 훈련되고 좋은 장비를 갖춘 정예부대가 덮친다면 만에 하나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걸.

살인 로봇 한 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잠시 후 드론의 주인이 밝혀졌다.

"거기, 비행기 주인 계신가요~ 네~? 방공호 쪽에 들어가는 걸 봤는데 걍 헛수고하지 말고 항복하시죠? 좋게 대우 드릴게요."

저 경박한 어조로 보아 군단파는 아니다.

최악의 가능성은 덜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다.

"드론 하나에 새겨진 마크를 봤는데.."

부기장이 가늘게 눈을 뜬 채 한 장면을 회상하려 애썼다.

"거, 그거요. 그거. 킹. 세종시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거대 갱단, 그것들 마크를 달고 있더라고."

"어떤 마크죠?"

"포효하는 호랑이입니다."

부기장이 즉석에서 바닥에 대고 그림을 그렸다.

"이런 느낌이지요."

옆에 있던 장상사의 아이 하나가 피식 웃었다.

"고양이 같네."

뭐가 그리 웃긴지 아이들이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렸다. 그중엔 내게 호되게 얻어맞은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 녀석은 시선을 돌리기는커녕 씨익 웃었다.

"······."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군.

"어떻게 할 겁니까?"

파일럿과 연구원에게 물었다.

상대방이 갱단이라면 항복은 불가하다.

군단파라면 그나마 제네바 협약 유사한 취급 정도는 해주겠지만 갱단은 그런 게 없다.

조롱하고 모욕하고 고문하고 죽일 뿐이다.

그나마 선처라고 할 만한 게 노예로 쓰는 것이겠지.

내 생각과 나머지 사람의 생각이 오랜만에 일치했다.

"킹에게 잡혀서 좋은 꼴 본 사람 없어. 듣자 하니 옛 야구장을 콜로세움으로 개조해 그 안에 뮤테이션 한 마리를 풀어놓고 사람을 던져넣는다고 하더라고."

모두가 싸우는 것에 동의했다.

문제는 방식.

"최대한 버티면서 원군이 오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기장의 말이 정공법이다.

이쪽의 전투원은 나와 파일럿 둘, 그리고 전투 로봇이 전부인 반면 세종시의 킹은 여러 대의 차량과 전투원을 끌고 왔을 테니. 하지만 나는 이 작전을 100% 따를 수 없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와 다르게 인간 상대로는 비장의 카드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다 힘이 강한 쪽의 예상대로 싸움이 흘러갈 수밖에 없으니까.

"잠깐,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지형 숙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혹시 모를 출입구가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우리가 그 출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적이 그곳으로 들어오는 게 수천 배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니까. 여기서 말하는 출입구란 사람이 드나드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배관, 정화조, 환기구, 글자 그대로 안으로 통하는 모든 구멍을 살펴야 한다.

내가 내부 정찰을 하는 동안 약간의 잡음이 일어났다.

장상사의 아이들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들을 선택받은 아이들과 같은 방에 합류시켰다.

아무리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해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침낭도 없이 바닥에 재울 순 없으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런 아이들과 함께 섞는다는 게.”

연구원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파일럿들은 군인답게 그런 품종적인 시각보다는 효율성을 추구했다.

"한곳에 몰아넣는 게 좋을 겁니다. 만에 하나 저 아이 중 하나가 적 편에 붙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처분을 했었어야 했는데."

애들이 보는 앞에서도 장주임은 말을 가리지 않았다.

급박하게 시계가 돌아가는 중에 출구 하나를 발견했다.

전기공사용으로 뚫어 놓은 사다리와 맨홀용 출구.

출구는 부서진 격납고 뒤편으로 이어졌고 주변은 파괴된 잔해로 충분히 가려지고 있었다.

이건 비상통로로 쓸 수 있을지도.

물론 역으로 적이 침공의 통로로 쓸 수도 있겠지만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장주임에게 물었다.

"저 아이들 중에 전투 가능한 아이는 없습니까?"

장주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전투 훈련을 받진 못했습니다. 잠재성만 확인한 단계죠. 훈련은 제주도의 가드에서 받게 됩니다.”

"그렇군요."

사람들을 모았다.

"······이런 느낌으로 기습을 가해보려 합니다."

내 계획을 이야기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전투 로봇을 주축으로 최대한 버티며 적의 신경을 일자형의 복도로 집중하게 한 후 내가 비상 통로로 돌아 나 와 적의 후방을 노리는 계획이다.

"일단, 적의 규모를 봐야겠지요."

입구 쪽에서 아래쪽 능선을 내려다보았다.

곧 공격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군용 트럭 2대와 지프 1대.

장비는 국군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안에 탑승한 자들은 약탈자다.

"킹이라······."

그 깡패 두목을 처음 알게 된 건 비바! 아포칼립스!에서다.

CrunchRoll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다수의 여자를 거느린 사내.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앞마당에 부하를 보내올 줄이야.

"30명 정도 될 거 같네요."

파일럿에게 적의 대략적인 규모를 이야기했다.

"많네요."

기장이 미간을 찡그렸다.

확실히 숫자가 많다.

무려 4대 30이다.

로봇을 포함한 숫자가 그 정도다.

이래서는 기습도 할 수 없다.

나 하나가 빠지면 전선 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르니.

믿을 건 역시 전투 로봇뿐인가.

"마가 꼈네. 마가 꼈어. 이래서 잡종들은 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기! 지원을 달라고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잃는 걸 보고 싶어요?!"

연구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장주임은 장상사의 아이들을 향해 폭언을 쏟아냈고 조주임은 무전기에 대고 히스테리를 부렸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당장 식량이 없다.

비행기 여행 특성상 그리 많은 식량을 지참하진 않았다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굶어야 한다.

나야 모터사이클 안에 비상식량이 있으니 그걸 먹으면 되겠지만 나머지는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주린 배를 안고 잠을 청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하루를 버텨야 한다.

어쩌면 이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늘 밤조차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바다.

이대로 홀로 탈출을 할까?

나라면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모터사이클은 포기해야겠지만 그것이 내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

"······."

잠시 고민에 빠져 있자니 뒤에서 소요가 일었다.

"지금이라도 저것들을 전부 죽여야 해!"

뭔가 했더니 장주임이다.

그가 권총을 든 채 아이들이 있는 방에 들어가려 하는 걸 조주임이 막고 있었다.

"저것들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고! 저 잡종 같은 것들 때문에!"

장주임의 정신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약했던 모양이다.

길길이 날뛰며 장상사의 아이들을 죽이려 든다.

그런데 장상사의 아이들도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우리도 싸우게 해주세요."

"우리 총 쏠 줄 알아요. 진짜요. 사람도 몇 명 쏴 죽여봤다고요."

바로 앞에서 권총을 든 어른이 죽이겠다고 고함을 지르는데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쪽에 달라붙어 자기들도 싸우 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약탈자 출신이니 총은 쏠 줄 알겠네."

그 모습을 본 기장이 실소를 터뜨렸다.

"장주임 말대로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쟤들, 킹과 한 패 일수도 있으니, 앵벌이 작전은 갱단이 쓰는 유구한 방식 아니겠습니까?"

부기장이 살벌한 눈으로 유리창에 달라붙어 싸우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장상사의 아이들을 노려보았다.

가만 놔두면 진짜로 죽일 기세다.

"저 아이들과 킹은 관계가 없습니다.”

"아까부터 저 아이들 편을 드는 거 같던데."

부기장이 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관계있습니까?"

"아니오. 저도 죽을 뻔하긴 했죠. 하지만 가까이 사는 애들이고.”

"가까이요?"

"그러니까 알죠. 전원단지촌에 살고 있더라고요."

"그러면 여기서 제거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나요?"

부기장이 조정간을 안전에서 단발로 바꿨다.

"아니오. 굳이 죽일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부기장이 조정간을 다시 안전으로 바꾸며 날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사람이 좋으신 건가요?"

"그런 말은 많이 못 들어본 거 같습니다만."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부기장이 나를 떠났다.

하지만 그의 의심이 완전히 거둬진 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조금이라도 장상사의 아이들이 수상한 짓을 한다면 총구를 돌려 모조리 죽여버리겠지.

"품종"이 아니라 "잡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있는 방 쪽을 보았다.

유리창에 얼굴을 거의 붙이다시피 한 앙상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가 날 보며 소리쳤다.

"갱단이라면서요? 갱단은 싫어요! 두 번 다시 그 개새끼들 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요! 싸우게 해주세요! 죽어도 좋아요!"

그 눈을 본 순간 조금은 놀랐다.

아주 잠깐 나의 눈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반쯤 젖은 눈동자엔 그 눈물마저 증발시켜버릴 정도로 맹렬한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

그다지 넓지 않은 방 안엔 두 종류의 아이들이 갇혀 있다.

적어도 여기선 인류사회학적인 구분보다는 애견센터적인 구분이 더 들어맞을 것이다. 한쪽은 이른바 "품종" 있는 아이들이다.

"배고파요.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해요?"

"배고파. 추워 엄마 어딨어?"

"연구원님. 여기 싫어요. 빨리 나가고 싶어요."

"싫어!!!!! 나갈래!!!!!!!!"

그 아이들은 끊임없이 울고 불평하고 심지어 고함마저 지르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영락없는 떼쓰는 아이다.

반대편 난방장치의 열기도, 침낭도 없이 똘똘 뭉쳐 있는 아이들은 이른바 "잡종"이다. 나라가 필요로 하는 아무런 능력도 없고 살인과 범죄로 얼룩진 문제아다.

그러나 그들은 품종 있는 아이와 전혀 다르다.

"······."

"......추워?"

"······후."

배를 곯아도 불평등한 대접을 받아도 당장 살해 협박에 시달려도 울음을 터뜨리기는커녕 무표정한 얼굴로 초연하게 시간을 흘려 보낸다.

내가 보기엔 이들이 좀 더 사람처럼 보인다.

그들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두들겨 팼던 그 소년이다.

그 녀석이 날 빤히 보더니 이윽고 씨익 웃었다.

"우리도 싸우게 해줘요."

그 녀석이 말했다.

"나도 맞을 짓 한 거 알아요. 그러니 뒤통수에 대고 총 안 쏠게요."

그 물음에 대답할 시간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입구에서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무기를 버리고 나와라."

운명의 시간이 왔다.

*

어떤 전투건 간에 처음이 중요하다.

최초의 교전에서 얼마만큼 피해를 주는지 여부에 따라 전투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매복과 기습은 이러한 최초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다립시다."

어두운 복도 너머에서 불빛들이 보인다.

약탈자의 것이다.

랜턴의 불빛들이 신경질적으로 어둠을 휘젓고 있다.

"안 나오겠다면 불을 지르겠다."

불, 질러도 된다.

무려 미군 방공호다.

내 방공호보다 더 큰 배연시설을 갖추고 있다.

랜턴의 불빛들이 곧 뒤로 물러나더니 사라졌다.

복도 반대쪽 문가에 서서 입구를 노려보던 기장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한두 놈은 잡을 수 있었는데."

그가 날 보았다.

"실전경험 풍부하시다는 말. 믿어도 되죠?"

"네. 믿어도 됩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간 후 탈탈거리는 조잡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드론이다.

조명을 켜고 안의 동정을 살피려 한다.

파일럿들에게 손짓했다.

내가 신호하자마자 그들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몸을 숨겼다.

나도 슬그머니 숨어 있던 빈방의 문을 닫으며 밖으로 난 유리창을 통해 드론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론은 우리 쪽을 향해 곧장 날아오다 곧 기수를 돌려 입구 쪽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사라지자마자 문을 조용히 열고 다시 입구 쪽을 노려보았다.

어슴푸레 너머 거무스름한 게 보인다.

굳이 야간투시경이나 어웨이큰 능력 같은 게 없어도 알 수 있다.

약탈자들이 온다.

저마다 손에 총기를 들고 우리를 죽이고 모든 걸 뺏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

연구원들이 창백한 얼굴로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슬슬 켜죠?"

내 건너편엔 인내심이 없는 군인들이 있다.

무시했다.

이 피말리는 시간 또한 정찰의 연장이다.

약탈자의 움직임, 군기, 행동.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얻을 시간이다.

다섯 명 정도가 진입한 것 같은데 이른바 기도비닉(企圖秘匿)에 능하다.

주의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움직이는 걸 보면 말이다.

아마 숙련된 군인 출신이 아닐까.

드론처럼 그들 또한 다가오게 내버려 두었다.

건너편에 숨어 있는 파일럿들이 요동친다.

유능한 조종사라고 하지만 역시 육상전투는 그들의 주임무가 아니라는 이야기겠지.

좀 더 끌어들이고 싶었지만 다섯 정도면 충분한 교환이라고 생각한다.

뒤편에 서 있는 장주임에게 손짓했다.

장주임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리모컨의 버튼을 켰다.

위이잉---

아주 작은 기계음이 나와 파일럿 사이 복도 중앙에서 울려 퍼졌다.

하얀 천으로 덮어놓은 살인 로봇이다.

그것을 기동했다.

곧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번득였고 강철로 이루어진 몸체가 행동을 시작했다.

다가오던 약탈자들이 행동을 멈췄다.

선두에 있던 자가 수신호로 정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숨어!"

그들이 복도 곳곳에 난 문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한 사내가 문고리를 잡고 힘껏 열었다.

그러나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안 열려!"

그들이 무익한 노력을 하는 동안 살인 로봇의 기관총좌가 좌우로 움직였다. 센서에 붉은빛이 번득이나 싶더니.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단속적인 총성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고함이 터져 나왔지만 곧 그 고함 또한 총성에 묻혔고 복도는 다시금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침입자를 사살했다.

글자 그대로 "선별했다.

<80, 품종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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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금일은 연참입니다!

(주요댓글)

(동글***) -추천27-

잡종이라고 무시 받는 아이들을 보면 올드스쿨이 떠오르네요

(MUR***) -추천19-

근데 저 연구원들 비 어웨이큰 아닌가 ㅋㅋㅋ 뭘 믿고 저렇게 깝치지

(원투***) -추천18-

누가 좋은 종자고 나쁜 종자일까

스켈톤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반물질**) -추천12-

아오 쓰벌 연구원시끼들 골드 밥으로 주고 싶게 행동하네

(대충 연참 찬양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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