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75. 연인 (2) >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래 살인이라는 행위만큼 많은 견해와 생각이 대립하는 것도 드물 것이다.
특히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집단 - 군인, 경찰, 사형집행인 등등에 관해서는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한 논거와 이론이 고개를 들고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올드스쿨 헌터의 경우에는 살인이라는 걸 부차적인 범주에 넣는 것으로 대응했다.
디드로가 백과전서에서 신에 관한 항목들을 자연과학의 범주 아래에 놓음으로써 신성 그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 것처럼 우리도 살인이라는 주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대
신, 작전에 수반되는 보조적인 행동방식 중 하나로만 규정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규정집엔 살인을 긍정하는 규정은 없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몬스터를 제거하기 위한 임무 수행 중, 적대적인 행위 등으로 임무를 방해하는 자는 배제할 수 있다는 내용 하나,
임무 수행 중인 헌터를 공격하는 자를 상대로 헌터는 자신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내용 하나 정도가 우리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나름의 근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이란 것이 늘 그렇듯 문언상 규정된 사실만큼 여백이 가지는 의미도 상당하다.
살인에 대한 처벌 조항이나 불이익을 암시하는 규정은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없는 것으로 안다.
물론 임무 상 불가피한 살인이 아닌 개인적 동기에 의한 살인은 우리 규정이 아닌 중국법이나 한국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깊은 판단을 요하지 않았다.
판단은 한 번만 이루어졌다.
현재 몬스터를 상대 중인 우리를 가로 막는 저 사람이 적인지 아닌지.
적대적인 행위를 할 것이라는 조건이 있지만 실제 상황에선 종증 무시됐고 적대적인 행위를 할 징조가 있더라도 즉각 무력화에 들어갔다.
그 무력화 작업은 대부분 함께 한 중국군이 맡아주었지만 시급을 요하거나 그들의 전력이 부족할 경우엔 우리도 그들을 도와 부차적인 목표를 제거했다. 여기엔 별다른 의문을 가질 여지는 없다.
인류의 적인 몬스터를 상대하는 우리 헌터를 방해하는 자는 몬스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니까.
옷을 벗은 지 오래됐다고 하나 여전히 그러한 기조 위에 서 있는 나의 눈엔 내 앞에서 주절거리고 있는 사내와 여자는 적이다.
자기 입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떠들고 다녔고 실제로도 수많은 사람을 끔찍하게 죽인 약탈자 멤버다.
지금 세상에 한 인간을 적으로 판단하는 건 그 정도 요건만으로 충분하다.
한 가지 의아한 건 나보다 10살은 어린 저 친구의 과할 정도로 투명한 태도다.
생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약을 많이 해서 판단이 흐려진 것일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 이야기만 떠들었다.
지적 수준은 빈말로도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휘의 빈곤함은 둘째치고 구사하는 언어의 수준은 그가 전쟁을 맞이 했을 당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으로 갈 거야. 거기 가서 엄빠를 찾고 뭐 없으면 씨발 좆빠지게 노가다라도 해야지. 이제는 질렸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람 물건을 뺏고 겁주고 하는 것도."
그는 이제야 코끝에 동상으로 흉진 상처의 통증을 느꼈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여자친구에게 상처를 가리켰다. 여자 쪽은 남자보다는 내 눈치를 봤지만 그녀의 정신연령도 자신의 남자친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하하하! 경진이 얼굴 좀 봐! 장애인 같아."
방금 전만 해도 죽을 뻔한 주제에 컨테이너 전체가 울릴 정도로 경박한 웃음소리를 내는 걸 보면 말이다.
"하루만 묵고 가도 돼요? 그리고 남는 기름 좀 있어요?"
사내가 날 보며 당당하게 물었다.
필요할 때만 존댓말을 쓰는 게 이 친구의 특징 같은데 뭐랄까.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만 여기서 죽이진 않겠다.
더미 하우스라고 하지만 피가 튀고 시체가 생기는 건 딱 질색이다.
"이야기 좀 확실하게 해 봐. 어느 갱단에 있었는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는지. 스노모빌 같은 건 또 어디서 구했는지."
대답을 미루며 내가 원하는 주제로 이끌었다.
"세종시에 있었어."
"세종시?"
거긴 핵을 맞았다.
연달아서 두 번을 맞았고 설상가상으로 생화학탄까지 떨어졌다.
서울에도 핵이 떨어졌지만 세종시가 받은 집중 공격에 비하면 다분히 감정적인 것이다.
중국이 세종시에 감행한 공격은 글자 그대로 전략 폭격으로 도시 전체를 지워버릴 요량으로 화력을 투사했다.
거기에 모든 전시 기구와 행정 수반이 집중되어 있었으니.
전쟁이 시작되고 정부가 오랫동안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 이유는 당시 받은 공격으로 무수히 많은 관료가 죽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핵미사일에 섞어 벙커버스터류의 방공호마저 뚫는 전술 미사일도 다수 투척했다고 전한다.
그 결과 세종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중추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버린 것이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는 거로 아는데."
"아니야. 내가 처음 갔을 땐 사람도 제법 살고 있었어. 동네 분위기는 개판이긴 한데 지하는 잘 되어 있어, 벙커도 엄청 크고, 전기도 들어오고 뜨거운 물도 나왔어"
"거기에 갱단이 산다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킹이 거기의 대장이지."
"킹?"
"갱단 우두머리야. 본명은 아무도 몰라."
옆에 있던 여자가 싸늘하게 덧붙였다
"아주 역겨운 변태 새끼지. 예쁘고 몸매 좋은 애들만 뽑아 자기 집에 데리고 살거든. 별의별 역겨운 플레이를 다한다 하더라고. 그러다 마음에 안 들거나 질리면 부하에게 던져 주고."
"거기 숫자가 몇 명이나 되지?"
"대답은 해줄 수 있는데."
사내가 내 눈치를 봤다
"자꾸 대답만 하는 기분이네. 기름 줄 수 있어? 대답 아직 못 들었는데."
"합성유 반 갤런 정도는 내줄 수 있다."
"갤런이 뭐야?"
"반통."
"뭐야. 어려운 말 쓰고."
남자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육포다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전에 만든 물건은 아니다.
육포에서 나는 꼬릿한 비린내는 전쟁 전 식품위생검사에서 판매금지처분을 받기에 충분한 사유니.
그걸 절반을 쭉 찢더니 여자에게 내밀었다.
그가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씨익 웃었다.
3천 명
"진짜냐?"
거의 군대 규모다.
"전부 다 약탈자는 아니야. 다른 데서 잡아 온 애들."
"노비"
여자가 덧붙였다.
"응. 노비도 많고 우리 같은 따까리 애들도 많고 마약에 취해 정신 나간 애들도 우리만큼 많아, 군인만큼 무서운 아저씨도 많고 없는 거 빼고 다 있어.
헬리콥터도 있고 탱크도 있어. 중국새끼들도 용병으로 부리고 있다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잠시 잊고 있던 게시판 유저 하나가 떠오른다.
CrunchRoll이었나.
아이엠지저스 앞에서 비키니 같은 걸 입힌 여자들을 옆에 끼고 권유하던 놈 말이다.
아마 그 친구가 맞지 않을까?
지금 같은 세상에 그러한 하렘을 꾸린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건 감안하면 말이다.
"그래서 거길 빠져나온 거냐?"
"빠져 나왔다기보다는 따까리도 참가했어. 습격조에 편성됐거든. 그런데 대장이 좀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남자가 당시 일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걍 배신했어"
"배신?"
"자주 있는 일이야. 애당초 좆같은 새끼들만 모아놓은 곳인데. 킹으로부터 도망갈 자신 있으면 튀는 거지. 뭐, 다들 잡혀서 돼지 사료가 되긴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내가 아는 대로다.
겨울 습격용으로 준비한 설상차와 스노모빌로 증횡무진 혹한의 대지를 방랑하며 닥치는 대로 죽이고 뺏었다.
그리고 디에스이라에를 만났다.
"아무 예고도 없었어. 진짜 아무것도 없었어. 연기 있는 작은 마을 하나가 전부였다고. 다들 자겠거니 해서 신나게 가고 있으니까 갑자기 휘슬? 호루라기 소리 같은 게 나더니 불이 번쩍하더니 차가 뒤집힌 거야.
그 직후에 사방에서 총소리가 나는데 어쩌라고, 씨발, 뭘 어떻게 할 수 없었어. 여친만 구해서 도망간 것도 기적이지."
예상대로 손쏠 수조차 없는 완벽한 매복을 당했고 사실상 전멸했다.
차가 뒤집혔다는 건 아마도 직격이 아닌, 하부를 노린 거겠지.
처음부터 격멸이 아닌 포로를 노릴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성형작약탄두를 맞고 그리 많은 생존자가 차내에 살아남을 리가 없었겠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
총기를 꺼내 밖으로 내돌려고 할 때였다.
"우리 죽일 거지?"
사내가 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가만히 응시했다.
"처음 볼 때부터 싸한 느낌이 들더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뭐야. 관상? 관상이 그래. 킹이랑 비슷해. 생긴 건 멀쩡한데 같은 사람처럼 안 보이는 느낌?"
다 떠나서, 눈치 하나는 있는 것 같다.
하긴 십대부터 약탈자 무리에 섞여서 지금까지 살아남으려면 약간의 재주 정도는 있어야겠지.
"그럼 여기에 왜 왔지? 중간에 도망갈 수 있었을 거 아니냐?"
"총 갖고 있는데 어떻게. 게다가 기름도 없어. 나가봐야 얼어 죽기밖에 더 하겠어?"
"나를 죽이는 방법은?"
이에 사내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젠 그런 짓 안 해 안 하기로 했어."
"자리에서 일어나라."
둘에게 총기를 들이댔다.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다.
조정간을 움직이는 미묘하지만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내 의도를 충분히 설명 할 수 있으니.
여자가 내게 뭐라고 중얼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에게 무기는 없다.
아울러 무기를 든 사람 앞에서 주먹은 무기가 될 수 없다.
둘을 컨테이너박스 밖으로 내몰았다.
문을 열자 혹한의 바람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여자가 몸을 움츠렸고 남자가 급히 몸을 돌렸다.
철컥
미간에 총구를 들이대며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부탁인데."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난 죽여도 돼. 하지만 내 여자친구. 미진이는 살려주면 안 돼?"
"무슨 소리야?"
옆에 있던 여자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분노어린 일성을 쏟아냈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날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데리고 살아. 딱 보니 혼자 사는 거 같던데. 그닥 예쁘지는 않지만. 귀엽잖아? 당신 눈엔 어려 보이기도 할 거고."
"..."
"나도 사람 여럿 죽이면서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생각했어. 오늘이 그날이지. 걍 나 죽여 원망 같은 거 안 할 테니."
얼굴을 보았다.
담담했다.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는 많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자가 옆에서 고함을 지르며 남자의 마음을 돌려보려 한다.
"무슨 소리야! 같이 살아야지! 나보고 이런 아저씨랑 같이 살라고? 미친 거야?"
여자친구의 절규에 사내는 처참하게 웃으며 여자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걍 살아. 내가 보니까 걍 사는 게 낫더라. 노비 아줌마도 그 난리통 치더니 지금 잘만 살고 있잖아? 아줌마들 말이 맞아. 이승에 있어야 뭐라도 하지. 나중에 간간이 내 생각이 나 좀 해주라."
"경진아······."
서로 포옹하고 있는 연인을 가만히 응시하다 그들이 날 의식하고 고개를 돌릴 때를 기다려 입을 열었다.
"둘 다 웃옷 벗고 동쪽으로 걸어가라."
"둘 다라니, 내여자친구는?"
남자가 처음으로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앳돼 보이던 얼굴에 확연한 약탈자의 느낌이 진하게 풍겼다.
아마 그 얼굴로 그토록 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살아온 것이겠지.
우리는 사람을 죽일 때 많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
임무를 방해하는 적인가 아닌가.
심플한 가부만으로 충분했다.
"여자친구는 살려주면 안 돼?"
약탈자의 얼굴을 한 사내가 갑자기 내게 달려드는가 싶더니 눈 속에 몸을 파묻었다.
그는 내게 절을 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요. 미진이만은 살려 주세요"
지금까지 듣지 못한 간절한 목소리로 간청을 한다.
사람이 내게 간청하고 부탁한다고 해서 생각을 바꾸는 법은 없다.
한 번 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타겟은 그저 제거의 대상이지, 대화의 대상이 아니니까.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전우들이 알량한 변덕으로 죽었던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단호함은, 아니 비정함이라고 해도 좋다.
몇 번이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그런데,
"아이 때문인가?"
질문을 던졌다.
예정에 없던 질문이다.
7년 전의 나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엎드린 채 웃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누구 아인지도 몰라. 말했잖아. 좆같은 동네라고."
그가 날 올려다보았다.
자비, 자신의 것이 아닌 자비를 내게 구했다.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그러나, 그 자비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날 무시하고 엎드린 사내를 일으키더니 짝 소리가 날 정도로 뺨을 후려치고 입을 맞췄다.
"....하아."
마음이 식었다.
"여기에서 나가라."
죽다 살아난 연인은 허겁지겁 그들의 스노모빌 쪽으로 향했다.
그들을 따라가며 들었다.
"어디로 갈 거냐?"
"말했잖아. 인천으로 간다고."
"가서 또 사람을 죽이고 다닐 게냐?"
"이제 안 해. 아니, 어쩔 수 없으면 해야겠지. 하지만 몰라. 이제는 그런 깡패 집단엔 안 들어갈 거야, 당신도 군인 출신인 거 같은데 알 거 아니야? 혼자서 절대 못 하는 짓도 여럿일 땐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
"······."
아주 잠깐. 이 어린 친구의 말에 공감을 해버렸다.
총구를 위로 올리며 뒤로 물러섰다.
남자가 스노모빌에 올라타고 여자가 뒤에 올라타 힐끔거리며 날 살폈다.
잠시 후 굉음과 함께 눈밭을 날리며 스노모빌이 내 영역을 떠나갔다.
아직 끝난게 아니다.
괜히 그들을 그냥 보낸 게 아니라는 이야기.
한 가지 계산이 있다.
저 스노모빌엔 기름이 거의 없었고 그 얼마 없던 기름도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빼돌렸다. 어차피 여길 빠져 나가봐야 금방 기름이 떨어질 테고 영하 22도의 추위 속에서 얼어 죽겠지.
그런데 기온이 좀 올랐다.
영하 18도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눈을 감은 채 하얀 대지 위에 뜬 햇살을 잠시 감은 눈꺼풀 위로 느끼며 스노모빌의 엔진음이 멀어지는 걸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가 멈췄다.
드디어 기름이 다한 모양.
무슨 짓을 하나 지켜보았다.
예상되는 결과는 하나다.
어떻게든 무기를 마련해 나를 공격하려 들겠지.
날 죽이고 생존의 길을 마련해보려 하겠지.
멸망해가는 시대에선 인간도 짐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언가니까.
"?"
내게 펼쳐진 건 의외의 결과다.
살인으로 살아오던 그걸 삶의 방식으로 택한 어린 연인은 내 영역을 향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눈보라가 이따금 휘몰아치는 설원을 향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도 들려오는 청량한 웃음소리를 내며,
부아아아앙-
모터사이클을 타고 설원을 헤매던 연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날 빤히 쳐다보았다.
그들 앞에 한 통의 합성유 등을 던졌다.
핫팩과 약간의 식량을 담은 꾸러미도 포함한.
"뭐, 뭐야? 갑자기?"
"인천은 저쪽이다. 눈에 파묻혀 도로가 보이지 않으면 표지판과 버려진 차를 참고해라. 인천으로 꺾이는 부분에 새로 설치한 표지판이 있을 게다."
"갑자기 왜 이러냐고."
시종일관 내게 날을 세우던 여자 쪽을 보았다.
예쁜 건 아니지만 확실히 귀여운 구석은 있군.
그녀를 보며 말해주었다.
"아이가 있잖아."
들이 떠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생명의 피를 얻은 스노모빌은 전보다 더 경쾌하고 날립하게 설원을 거스르며 내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흩어지는 젊은 웃음을 뒤로 하고 방공호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나도 나이를 먹은 것일까.
아니면 완장을 잠깐이나마 차서 관대함이 몸에 붙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단지 이 변덕이 혹은 노쇠가 내게 안 좋은 응보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3년하고도 3개월이 흘렀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다.
<75. 연인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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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댓글>
(실무****) -추천113-
저렇게 인간성을 간직한 면모를 보여주고 또 방공호 기어들아가서 추하게 반성문 쓰고 차단 풀려서 (스켈톤 출소)
이딴 글 올리다가 양심 품은 애들한테 악플이나 달리겠지...
(bra***) -추천104-
스켈톤은 알고있음. 살려주면 안되고 도와주면 안되고
방공호도 노출되면 안되고. 다 이론적으로 철저히 정립함.
그런데 자꾸 다른 사람들 도와주고 살려주고 하는 거 보면 느껴지는게.
삶에 미련이 없는 것 같음.
마치 완장을 그렇게 원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달성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정지당하듯이. 살기위해 방공호도 만들고
이론도 빡세게 만들었지만 생존법칙 알고도 안지킴
(둥글***) -추천94-
박규는 지금 이 선택이 변덕이라고 하지만, 진정으로 바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묵인해줬죠
드래곤c를 죽였지만 그 유지를 이어준 만회작가,
국회의사당을 같이 공략했던 가짜헌터, 가족을 구하려고 사력을 다했던 국회의원, 약탈자이자 자신의 목숨을 노린 적이었지만 결혼하고 순해진 헌터(냠냠)까지...
이런 모순적인 행동이 주인공을 더 특벽하고 인간적으로 비춰주네요.
(***로으) -추천71-
역시 인터넷을 안하니까 사람이 정상이 됐네
(knigh***) -추천54-
왜 인터넷만 하면 장애인이 되냐고..ㅠㅠ
(원투**) -추천54-
정상사였나? 그쪽 아이들은 박규의 시험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커플은 통과했네
애들도 언젠가 다시 등장할텐데 그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YoR**) -추천46-
저래놓고 집 돌아가서 (스켈톤 비트박스) 이런 거 올릴 생각하면 짠하다.
(La만***) -추천45-
작중 프로페서는 인류의 미래를 희망함.
단지 경계 너머에서 본 그 광경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무너진게 지금의 스켈톤이고.
군복무 당시의 마음가짐이나 지속적으로 제주도 소식 찾다가 동기들이 균열닫기 공략 중이란 거 알 때나 일상중의 이런 모습보면
'내일'을 바라는 건 맞는데 거기에 자신이 없음.
(글루***) -추천43-
스켈톤이라서 산거다 프로페서였으면 죽였을텐데
(hon**) -추천38-
가장 괴물같던 헌터가 가장 인간적인 아이러니
(La만***) -추천35-
멸망기에 임신은 좀 중요한 터닝포인트임
(프로트**) -추천31-
아 이제 퍼즐이 하나로 풀리내
그러니깐 박규. 냉혹한 프로페서가 게시판에서 소통을 갈구하는 스켈톤이 되고 동정심이 생긴 것은!
......갱년기가 와서임
옆집에 블라르 백작님도 갱년기되니까 그러더만 ㅋㅋㅌㅋㅋ
(SLB**) -추천25-
완장은 사실 스켈톤의 자비주머니가 아니었을까?
(gan***) -추천16-
킹이라.. 디라스이라에측이랑 서로 붙을 거 같은데?
디라스 깝치고 다니면 ㅈ된다는 떡밥이 계속 있었으니 킹도 비바에 있는 거 같고
(****체필) -추천12-
난 이번 화로 결말이 희망적일 거로 생각함
(star****) -추천12-
이제 동료들이랑 오겠네. 그런게 아포칼립스지!!!
(wueh***) -추천11-
저출산 시대의 희망 스켈톤 ㄷㄷ
(붉렐***) -추천7-
미래가 없다는 건 너무나도 슬픔. 모든 게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고 조금씩조금씩 망가져 간다는 건 무겁기 그지없음.
그러니까 제발, 엉망징창이고 더러워도 희망을 놓을 수가 없는 거임. 누가 희망을 좀 보여줘라, 하고 사는 거임.
가능하다면 스켈톤처럼 살고 싶다. 인터넷 빼고
(흉악**) -추천4-
저 아이가 나중에 메시아 ???
(희***) -추천3-
아, 난 왜 눈물이나냐.
ㅅㅂ.
작가님 오래오래 건강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