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49화 (149/183)

148화

<74. 폭군 (1)>

Ballantine 스켈톤님. 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다 잘 될 겁니다.

최근 닉네임을 변경한 발렌타인은 이번 거사에 대비하여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가 발렌타인에게 주문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이 스켈톤의 신원을 가급적이면 비밀로 해달라는 것.

그러니까 스켈톤이 프로페서처럼 보이지 않는 걸 일차적으로 주문했고 다른 하나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 스켈튼이 완장을 차는 것이다.

일단 페일넷을 복구함으로서 완장 선거를 할 여건은 만들어졌다.

VIVA_BOT014: 게시판 지기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며칠간 맹추위도 모자라 암흑기 속에서 살아가던 페일넷 유저들은 국가넷인지 나라넷인지 정부에서 만든 어용 사이트로 몰려갔으나 그런 급조 사이트가 페일넷의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애당초 전부 다 실명으로 계정을 만드는 건 물론이고 로그인 공인인증서를 깔아야 하는 후진적인 시스템에다 설령 실명으로 계정을 만들었다고 해도 서버가 수시로 터져 도대체가 인터넷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나의 모델 존내는이 얼마나 뛰어나고 사려 깊은 운영자인지 다시 한번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까.

그 페일넷 유저들은 페일넷이 복구되자 당연히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복구 당일엔 당연한 일이지만 페일넷 최초 침략기와 똑같은 장면이 우리 게시판에 펼쳐졌다.

ㅇㅇ: ᄏᄏᄏᄏᄏᄏᄏᄏᄏᄏ 드가자!!

ㅇㅇ: 안녕하세요? 페일넷에서 왔습니다?

ㅇㅇ: 너무 추워! 동상으로 손가락 다 잘라서 혓바닥으로 키보드 치고 있어혀~~~

ㅇㅇ: 느그방 뜨뜻하냐? 우리는 지금 얼어 죽는다!

동진아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펭귄처럼 허들링하면서 페일넷 하는 중

ㅇㅇ: 비바! 새끼들 니들은 안 춥냐?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왔다!!!!

ㅇㅇ: 영하 277도 드가자아아아아!!!!!

······

····

잠시 한산해졌던 게시판이 오랜만에 뜨거워졌다.

어느 정도냐면 게시판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구걸 종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가끔 눈에 띄긴 했지만 순수하게 인터넷 복구에 기뻐하는 선량한 다수 유저들의 함성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이겠지.

이 뜨거운 해후 속에서 나와 발렌타인은 이 스켈톤이 완장이 되기 위한 작업을 착실히 밟아 나갔다.

Ballantine : 변수는 하나입니다. 투표를 할 때 계정이 없는 페일넷 유저를 전부 배제할 것인지, 아니면 전부 다 참여하게 하는지.

쉬운 길은 후자다.

페일넷 유저들이 참가할 수 있다면야 이 스켈톤의 당선을 따놓은 당상이다.

페일넷 유저들이 얼어 죽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한 줌 게시판 유저에 비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까.

하지만 나도 그렇고 발렌타인도 그렇고, 일이 그렇게 쉽게 진행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애당초 게시판 지기라는 게 페일넷에서 넘어 온 분탕종자들을 걸러내기 위해서 만든 걸 감안하면 페일넷 유저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발렌타인은 어떤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에겐 계획이 있었다.

Ballantine : 예전에 존내는 형님과 비바! 아포칼립스와 페일넷 사이에 통로를 뚫기 위해 전산을 분석할 때 비바 쪽에 대량의 스페어 계정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비바! 아포칼립스의 각 계정은 저마다 고유값을 갖는데 그 고유값은 사용자의 위성 장비인 오벨리스크와 연동해야 하나의 정식 계정으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멜론 마스크는 비바! 아포칼립스! 전산 안에 아직 위성 장비와 연동하지 않는 예비 계정 여러 개를 만들어뒀다고 한다.

발렌타인은 그 원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추측했다.

Ballantine : 전에 동탄맘이 받은 대륙간 무인 택배도 그렇고 동탄맘이 인증한 쇼핑 사이트도 그렇고, 멜론 마스크는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도 장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비 바! 아포칼립스도 그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우리 같은 멸망주의자 집단을 일단 확보해서 마켓을 만들어 낸 후, 그 마켓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거죠.

제 예상이 맞다면 멜론 마스크는 아마 본사에 대량의 위성 장비를 갖고 있을 겁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멜론 마스크라는 희대의 장사꾼에겐 이 멸망이라는 상황 또한 무궁무진한 기회가 아니었을까 하는.

우주 방공호에서 사고가 터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100만배는 고까운 우리 세계의 창조자를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게시판 화면 구석엔 여전히 멜론 마스크가 범피와 함께 찍은 "뮤테이션의 첫 친구"라는 사진과 그림이 고스란히 박혀 있다.

"......"

아무튼 그 아직 팔리지 않는 스페어 계정이 이 스켈톤에게 완장을 채워줄 비장의 무기다.

Ballantine : 그 계정의 비번은 전부 0000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죠. 하지만 비번이 간단하다고 해서 계정을 활성화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비바! 아포칼립스! 는 위성 장비에 계정이 연동되는 방식이라 위성 장비가 없는 이상 스페어 계정은 깡통 계정이거든요. 하지만 가상 위성 장비를 만들어 스페어 계정에 연동한다면? 아마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내 전공은 몬스터를 죽이거나 비트박스를 하는 거지 전산이나 계정, 시스템에 관한 사항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대충 이해한 바로는 넷상에서 스페어 계정을 위성 장비로 인식되게 할만한 모종의 프로그램으로 활성화 한 후 그 스페어 계정을 통해 이 박규에게 한 표를 행사하게 하는 것이다.

잘만 된다면 기가 막힌 계획이지만 나에게도 걱정은 있다.

SKELTON : 스켈톤 걱정) 그 스페어 계정, 몇 개나 쓸 수 있을까요?

내가 게시판에서 나름 터줏대감이고 이름을 알린 유저이며 나를 지지하는 우호적인 유저도 몇 명 확보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그리 많지가 않다.

자기객관화를 하자면 이른바 부동표라고 불리는 민심을 잡기엔 파워가 조금 약하지 않을까?

뭐, 이 박규가 라이브에서 신종 사냥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면야 민심이 날 향하겠지만 그건 안 될 일이다.

우민희 뿐만 아니라 이 게시판엔 강한민인지 나혜인인지 모를 옛 동료들이 활동하고 있는 눈치니까.

우민희까지는 괜찮다고 본다.

솔직하게 말해서.

스켈톤이 프로페서라고 해도 스켈톤이 엄창이라는 걸 입증하려면 또 다른 증거와 노력이 필요할 테니.

난 내가 거짓말을 잘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안 했을 뿐이다.

해보니 잘하더라.

현재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유저는 150명 언저리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확률이 높다.

우리 게시판은 연령대가 다른 게시판보다 확연히 높고 그러한 나이 든 사람들은 게시판에서 글을 쓰기보다는 왕년의 스켈톤처럼 눈팅이나 하며 세상에 사람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살 테니까.

투표수가 100개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약간의 계정 확보만으로는 이 스켈톤이 완장을 칠 순 없을 것이다.

커피를 홀짝이며 발렌타인의 답변을 기다렸다.

Ballantine : 한열 개 정도 생각하는데요.

"?"

무슨 소리지?

즉시 키보드를 두드려 대답했다.

SKELTON : 그걸로는 안 됩니다.

Ballantine : 네? 열 개로 부족한가요?

SKELTON : 네. 부족합니다.

Ballantine : 왜요? 스켈론님 정도면 충분히 호감 가는 유저라고 생각하는데,

SKELTON : 10표 가지고는 동탄맘, m9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고 디에스이라에, 베르쿠트 같은 잡것들도 못 이긴다는 소립니다.

Ballantine 잡것이라니요. 베르쿠트는 저도 싫어하는데 디에스이라에님은 괜찮으신 분 같은데요. 리더쉽 있어 보이시고.

SKELTON : (스켈톤 심각)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표가 부족합니다!

Ballantine : 그럼 스켈톤님이 생각하시는 득표수는 얼마나 되나요? 거기에 맞춰 드릴게요.

내가 생각하는 득표수?

일단 생각해보자.

레베카, 디펜더, 디펜더 동생, 발렌타인, 요즘 등 활동이 없지만 필크럼도 넣어 보고 그리고 나.

타닥타닥

SKELTON : 5표 정도 확보한 것 같습니다.....

Ballantine : 아니.

"......"

타닥타닥

SKELTON : (스켈론 깜짝)

Ballantine : 설마 그 다섯 표라는 게 저와 스켈돈님 포함한 숫자는 아니겠죠?

SKELTON (스켈톤 눈물)

Ballantine : 하 ・저기, 한국어 게시판 이용자 지금 몇 명인지 아세요?

SKELTON : (스켈본 궁금)

Ballantine : 우리가 데이터마이닝으로 확인한 바로는 600명 정도 됩니다. 원래는 전국에 1,300명 정도 됐는데 전쟁이 시작되면서 제주도 쪽은 전파 간섭 때문인지 짝 끊겼고

나머지도 약탈자에게 죽거나 사라지거나 했죠. 최신 데이터가 아니라 액티브 유저가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우리 멸망주의자 특성상 최소 500명은 남지 않았을까요?

SKELTON : 우와······.

Ballantine : 우와 할 때가 아니잖아요. 아니, 고작 다섯 표 가지고 완장 될 생각을 하셨어요? 대체 무슨 자신감이죠? 아니, 다섯 표는 좀 아니잖아요.

SKELTON : 한 명 한 명이 만인지적의 장수죠. 관우, 장비 같은 친구들입니다.

Ballantine : 투표수는 하나잖아요?

SKELTON : 아하!

Ballantine 스켈톤님 고생하신 거 잘 알고 스켈톤님 덕분에 페일넷도 수리했지만 뭐, 좋습니다. 까짓것 해보죠. 하는 김에 300개 정도 해킹해봅시다.

SKELTON : (스켈본 감동)

Ballantine : 대신에 나중에 투표 조작질 할 때 거들어 주셔야 합니다.

SKELTON : 라져.

Ballantine : 아직 4일 정도 남았으니, 잠자긴 글렀네요. 300개나 계정을 만들어야 하니, 아무튼 나중에 뵙죠.

그렇게 해서 선거 전략을 결정했다.

"······."

조금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사람이 양심에 기스 안 내고 살 수 있을까?

일단 이번 일은 발렌타인에게 맡겼다.

게시판을 보고 있자니 페일넷의 복귀 세레모니도 뜸해지는 눈치고 나의 경쟁자들이 완장을 달 기지개를 펴려 하고 있다. 발렌타인에게 선거를 맡겼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내 선거.

스페어 계정만 투표를 하면 저 게으른 비바봇도 의심을 할 테니 나도 잠깐 내 나름의 선거 운동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리라.

*

"스켈톤 추운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먼저 레베카 모녀를 찾았다.

"아직 미군 연락은 없어?"

"너무 추워서 좀 따뜻해지면."

레베카 모녀의 집은 상당히 잘 꾸며놓았다.

레베카는 확실히 나 같은 시멘트와 배관, 전기 공사 같은 현대 독수의 자질은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광활한 삼림에서 자연 그대로를 이용하는 전통 목수의 솜씨는 나보다 한 수 위인지라 자신의 미국적인 집을 19세기나 18세기로 돌려놓고 있었다.

벽난로에 통나무 벽, 벽면을 장식한 태피스트리 풍의 천들을 보고 있으면 말이다.

"온돌도 좋은데."

그녀를 보며 잠깐 훈수를 해보았지만 레베카는 여전히 레베카다.

"몸을 빵처럼 굽는 건 싫어."

아무튼 그녀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내밀었다.

"이건?"

"아, 별거 아니고 잠깐 겨우내 시간이 나서 만들어보았어."

"소시지?"

"어."

스우가 하품을 하며 위층에서 내려왔다.

최근 워낙 추운 날씨 덕에 경계를 서지 않는지라 요즘은 한가한 편이라고.

스우에겐 일전에 멜론 마스크에게 받은 쥬시한 통조림을 내밀었다.

"스켈든. 고마워"

"고맙긴 스우가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마음 한구석에 늘 위안을 느낀단다."

"스켈톤, 평소와 다르다?"

확실히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레베카에게 진정한 용건을 말해주었다.

"뭐? 투표? 완장?"

"어. 그러니까 한국어 게시판 지기 선거를 할 예정이야. 그때 나에게 소중한 한 표도 행사해주고 겸사겸사, 미국 친구들 있지?"

"어. 응."

"개들한테도 잘 타일러서 어떻게든 나한테 좀 표를 어떻게 줄 수 있으면 정말로 해피한 연말 연시가 될 거 같아."

"···스켈튼 평소보다 말 많네."

레베카가 경멸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이런 얼굴이었군.

이제야 박상민의 마음을 알겠다.

정치라는 게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자신을 다 내려놔야 하는 게 선거다.

"부탁할게."

"어, 음·····"

아무튼, 레베카 +@를 확보했다.

"······"

다음은 디펜더 쪽인가.

<74. 폭군 (1)> 끝

ⓒ 로드워리어#dp8g

---작가의 말---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주말은 휴재를 하려 합니다.

일을 좀 많이 벌리다보니 의욕과 다르게 몸이 안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주말을 한 번 쉬어봤는데 오히려 이쪽이 구상이라든가 효율적인 면에서 긍적적인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연재주기에 관해 고민해보고 좀 더 맞는 쪽을 향해 조정을 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파이팅

<주요댓글>

(흉***) -추천97-

시발 어제까지만해도 개간지나는 S급 헌터 프로페서였잖아!!! 왜 또 스켈톤인데!!!!

(원투**) -추천77-

몬스터를 사냥하는 프로페서는 전력의 30%를 숨기고 있지만 완장을 노리는 스켈톤은 전력의 140%를 발휘한다.

(집갈****) -추천61-

제발 프로세서 몸에서 나가 스켈톤..!!

(cure***) -추천44-

500 투표 스켈톤 600 득표로 당선

(Ex***) -추천43-

박규가 프로페서인 거 까발려지면 어떻게 될까

우민희가 개지랄 떠는게 얼마만큼의 파장이 미칠지 궁금하긴 하다

별개로 프로페서인거 밝혀지면 연예인보고 기부 안하냐는 사람들마냥 나가서 몬스터 안잡고 뭐하냐는 이상한 놈들 엄청 꼬일듯

(**신드롬) -추천39-

절대 완장시키면 안되는 놈이 완장하고 싶어서 혈안되있는 놈인데 ㅋㅋㅋ

(반물질**) -추천37-

폭군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가... 후보 면면들을 보면 누가 되도 폭군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거 같은데...

(니트로***) -추천23-

아포칼립스에 공정선거를 숨김 ㅋㅋㅋ

(**옥잠) -추천19-

추하지만 당당한 스켈톤, 밝고 건강해보이네

(굽네**) -추천19-

전설의 득표율 120%인가

(쨱****) -추천5-

베르쿠트는 김다람일 가능성이 높은 유저입니다.

김다람: 총기를 잘 다룸. 다람쥐(단어 언급있었음)

베르쿠트 : 총 이름, 독수리의 종류.

작가님이 이런식으로 맞추는 걸 좋아하셔서, 왠지 이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정정****) -추천5-

아포칼립스에 표를 숨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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