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42화 (142/183)

142화

<72. 유니콘18 (3) >

접근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이른바 간접적 어프로치라거나, 우연을 가장한 조우라거나.

직접적으로 대화를 거는 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이쪽의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차단 목록에 올라 영영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좀 더 우회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유니콘에게 접근하려 한다.

unicorn18: 지듣노

타겟은 방금 유니콘이 싸지른 똥글이다.

여기에 댓글을 단다.

SKELTON : 알파 원

강한민과 나혜원은 어웨이큰이 된 이래 학교가 아닌 국위원에게서 새로운 골사인을 제의받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강한민은 "유피테르"라는 콜사인을 받았고 나혜인은 "미네르바"라는 콜사인을 받았다.

강한민은 학교에서 받은 불명예스러운 콜사인을 고수한 반면 그녀는 과거의 콜사인을 버리고 새로운 콜사인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알파 원이라는 콜사인은 우리 13기와 그 비슷한 기수, 아직 나혜인이 힘을 얻기 전 시절의 과거를 공유한 소수만이 아는 콜사인이다.

그걸 유니콘 18의 글에 댓글로 달았다.

"......"

분명 어떤 형태로든지 반응이 있을 것이다.

그건 이 스켈톤이 보증할 수 있다.

막말로 내가 별 의미 없는 뻘글을 썼는데 누군가 나에게 "프로페서"라는 댓글을 단다면 나는 아마도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할 테니까. 그 댓글을 단 게 우민희라면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할지도 모른다.

이제 낚싯대를 드리웠다.

남은 건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유니콘의 글을 인터넷 창에 띄워놓은 채 사우나장으로 향했다.

일전에 새로 만든 사우나 시설은 최근 나에게 기쁨을 주는 몇 안 되는 위안 중 하나다.

기묘한 일이다.

중국 시절만 해도 5성급 호텔의 사우나 시설을 보고도 소 닭 보듯 하며 무시했었는데 지금은 사우나를 하지 않으면 목욕을 한 것 같지가 않다.

스켈톤의 수제 사우나장은 핀란드 전통의 방식을 그대로 승계했다.

화로를 설치하고 자갈을 깔고 달구어진 자갈 위에 물을 직접 뿌려 수증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치이이이익-

하얗게 피어오르며 소멸하는 수증기 속에 공기가 데워지고 몸 안의 노폐물이 땀과 함께 배출되는 걸 눈을 감은 채 온 몸으로 느낀다.

코끝에 첫내음이 감돈다.

이 평화로운 사우나장 안에도 소총을 함께 들고 왔다.

그런 세상이다.

한치의 방심도 허락할 수 없는.

잠깐 깃든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려 노력했다.

혹 유니콘 18이 나혜인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까?

글쎄다

우리 사이에 딱히 할 이야기는 없다.

우리 둘을 잇는 건 코스모스.

이제는 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는 근본 없는 들풀이 전부니까.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나혜인도 나이를 먹었으니.

같이 흘러 보낸 세월의 길이만큼 저마다 할 이야기는 있지 않을까.

나 같은 경우에는 비장의 소재가 있다.

엄창이의 무용담이다.

나혜인은 우민희의 사수였지만 둘의 사이는 썩 좋진 않았다.

나혜인이 워낙 압도적이고 빈틈이 없어 감히 넘보지는 못하는데 소소하게 나혜인의 속을 긁으려 들며 도전하는 느낌이랄까.

나혜인도 우민희도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우민희를 좋아하는 건 아무도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그 우민희에게 한 방 먹인 이야기를 한다면 나혜인의 입에서 미소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상대가 강한민이면, 글쎄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우리 관계는 서먹서먹하다는 사음절의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좋지 않았던 일들이 가로놓여 있었으니.

학생 시절엔 장기영이 그를 괴롭히는 걸 방관했고 심지어 내심 그가 떠나길 바랐다.

중국 시절에도 변한 건 없다.

나는 김다람 - 이상훈 - 중국에서 죽은 최봉석 같은 엘리트 그룹에서 최전선에서 활동했고

강한민은 2선급의, 갓 학교를 졸업한 후배들과 함께 하는 그룹에 서 치안유지 활동 같은 자질구레한 임무를 떠맡았다.

우리가 말을 섞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샤워실에서 마주쳐도 마찬가지.

술자리도 따로 가졌고 대외행사도 엄격히 분리된 그룹에서 각자 수행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친한 척을 하는 건 아무리 스켈톤이라는 새로운 자아가 내게 뻔뻔함을 줬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접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김다람의 결혼식일까

강한민은 김다람의 결혼식에 20만 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이례적인 금액이다.

당시엔 5만원이 사회통념상 최저 금액이었고 학교 출신은 10만 원이 마지노선인 걸 감안해보면 말이다.

심지어 강한민은 김다람과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김다람이 싹싹하고 성실한 아이긴 했지만 능력 없고 평범한 사람에게마저 그 붙임성을 발휘하진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강한민이 20만 원을 낸 건 제법 강한 인상을 심어줬는지라 잠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같은 스승을 둔 사이라 얼굴은 알고 있었기에 어색한 목례를 하고 잠시 바깥에서 나란히 서서 예식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나도 결혼이나 할까 봐."

강한민이 전자담배의 수증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결혼해서 애만 낳으면 평생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잖아."

당시 국위원에서는 헌터들에게 이른 결혼과 출산을 장려했다.

"전쟁 지역 내에서 활동한"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상당한 혜택이 있었다.

금전적인 지원만이 아닌 국위원이라는 조직 안에서 상당한 가점을 받고 승진할 기회가 주어졌다.

똘똘한 김다람이 빠르게 결혼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있었다.

아무리 나라가 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다지만 비싼 돈을 주고 교육한 헌터들을 그런 식으로 전장에서 이탈시키는 게 온당한지 말이다.

김다람 같은 우수한 전투자원을 잃는 건 팀장인 나로서는 상당한 손실이다.

실제로 그녀가 떠난 이후 두 번 다시 그렇게 우수한 전투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강한민 같은 어중간한 헌터들이라면 차라리 결혼을 해서 전장에서 떠나주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결혼을 해서 아이만 가진다면 그의 말마따나 평생 고용 직장에서 남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며 안락한 인생을 설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랑 결혼할 건데?"

내가 그 질문을 던진 건 배우자가 같은 조건의 헌터라면 두 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액 전성기 시절에 은퇴한 교사 부부가 더블 슈퍼 연금을 수령 받는 것처럼 말이다.

"글쎄"

당시 강한민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 헌터였으면 하는데."

"헌터가 좋겠지. 보상이 두 배가 되니."

"그렇겠지?"

강한민이 자신 없이 물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엔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나는 그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산뜻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침착한 색상의 정장을 입고 하객 행렬에 참석한 또 다른 동기, 나혜인이다.

"......"

그 친구가 나혜인을 좋아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알지만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우나장에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영하 38도의 칼바람이 스켈톤의 알몸을 덮친다.

그대로 방공호로 달려가 뜨거운 물로 몸에 엉겨 붙은 얼음을 씻어내며 더위와 추위를 번갈아 오간 몸을 정결히 씻어냈다.

"...후우."

목욕이 끝난 이후엔 목욕 전에 준비한 차갑게 식힌 코코아를 마셔 준다.

몸에도 좋고 맛도 있고 무엇보다 정신이 또렷해지는 효과가 있다.

맑은 정신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드리운 낚싯대를 점검했다.

이 정도 시간을 보냈다면 당연히 미끼를 물었겠지 하고 화면을 확인한 찰나였다.

"음?"

안 물었다.

내 회심의 댓글에 유니콘 18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설마 접속을 끊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unicorn 18: 내구츄......또 딱딱해져써......

살려달라는 놈 득실거리는 게시판에서 태연하게 뻘글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다.

SKELTON : 알파 원

다시 회심의 댓글을 달았다.

이 정도면 반응이 오겠지.

그러나 유니콘은 무반응이다.

내 댓글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철저하게 무시하며 글댓비 20:1의 소유자 다운 뻘글의 향연을 계속해나갔다.

설마, 일부러 외면하는 건가.

최후의 수단인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 전에 이 분야의 권위자인 다정이에게 다시 자문을 구했다.

"야."

다정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글댓비 20:1인 애가 남의 댓글 읽겠냐고? 걔는 걍 자기 할 말만 떠드는 애야. 십중팔구 댓글 알람 껐겠지."

"뭣?!"

다정이의 일침은 나에게 그야말로 컬쳐쇼크로 다가왔다.

댓글 알람을 끄다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내 사고 회로로는 도저히 이를 수 없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 세상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란 얼마든지 있다.

유니콘 18도 그런 인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좋다

최후의 수단, 직접 접촉을 쓰는 수밖에

타닥타닥

SKELTON : 누나 심심-

현재 나의 컨셉은 다정이가 스켈톤 코스프레 하던 시절의 스켈톤, 그러니까 여자 스켈톤이다.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다.

그 여자 스켈톤이라는 정체성을 가졌을 때가 유니콘 18이 내게 유일하게 관심을 보였던 시기니까. 아니나 다를까, 곧 답장이 왔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낮술 처먹었나 이 미친 새끼가 --

답장은 꽤나 직설적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락타락

평소처럼 프로페서식으로 핀포인트를 향해 강하게 타건하는 대신, 부드러운 여자의 마음으로 델리케이트하게 타건하는 것이 포인트.

SKELTON : 어머 - 와일드-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스켈톤 이 노잼새끼 드디어 미쳤구나............

타락타락~

SKELTON : 저 20대 초반 미모의 순진한 여성이고 보호가 필요해요. 건장하고 믿을 수 있고 마음 따뜻한 남성을 찾고 있어요.

SKELTON : 스켈톤은 유니콘 18이 필요해요. 당장의 만남을 원해요. 어디세요?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걍 차단한다?

SKELTON : 잠깐!

이 대목에서 천하의 박규도 긴장을 하며 심호흡을 했다.

"후우."

몬스터를 잡을 때보다 더 강한 부하가 심장에 걸리는 기분이다.

식은땀 한 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턱끝으로 흐르는 감각을 느끼며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SKELTON : 너. 강한민이지?

결국 하고 말았다.

가슴에 늘 있었던, 강렬하게 원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질문을.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유니콘의 대답은 시간차를 두고 돌아왔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너 누구냐?

침을 삼켰다.

시간이 순간 멈춰버렸다가 아주 느리게 흘렀다.

눈앞에 모래시계가 있고 그 안의 모래가 입자 단위로 떨어지는 것 같은.

그 숨막히는 흐름 속에서 수천 가지의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타닥타닥

메시지 입력 : 나 박규다.

여기까지 타이핑을 했지만.

탁탁탁

메시지 입력: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워버렸다.

마치 모래사장에 글자를 쓰고 파도가 그 글자를 지워버리는 것처럼 나조차 헤아리지 못한 입력과 삭제 속에서 결국 조바심을 느끼고 유니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 나, 학교 출신이다. 13기.

이것이 현재 내 용기와 각오로 말할 수 있는 최선이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장난?

유니콘이 답했다.

단문이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평소답지 않은 진지함을 느꼈다.

용기를 얻어 재차 메시지를 보냈다.

SKELTON 인증 필요해?

여기서 강한민이 그러라고 하면 기꺼이 할 것이다.

얼굴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유니콘이 그러했듯이 황금양털, 작고 반짝이는 배지 하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테니까. 그런데 유니콘 쪽에서 대답이 없다.

느리다.

다른 일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 고민하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자신을 드러낼지 박규라는 이름을 적었다 지워버렸던 몇 초 전의 나처럼 말이다.

거칠어진 호흡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유니콘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니콘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온 건 1분 뒤, 내겐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 흐른 뒤였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아니, 아무것도 하지 마.

의아함을 느끼기도 전에 계속해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지금 흐린 눈 하고 있거든. 채팅 치지 마.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한마디만 더하면 바로 차단할 테니 그냥 그대로 있어.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말이지, 굳이 알 필요가 있냐 이거야? 다들 스트레스 풀러 온 이곳에 굳이 현실을 끌고 올 필요가 있냐는 거지.

너도 나랑 같은 취지로 게시판 활동한 거 아니었어? 그러니 덮어 둬. 게시판은 게시판이고 현실은 현실로 남겨두자고.

생각지도 못한 전개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이 전개야말로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도출해낼 수 없었던 모범답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부드럽고, 서로에게 상처도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이번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

즐거운 게시판 생활을 즐기도록 하자. 내가 비바붓에게 어떻게든 말해서 이번 사태 해 결해 볼 테니.

"......"

유니콘은 답신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여기서는 뭐라도 한마디를 해야겠다.

타닥타닥

SKELTON(스켈톤 인정) 엄지 척!

unicorn1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봄이 오면 어쩌면 좋은 소식 전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럼 즐 비바!

순간 내 앞엔 강한민이든 혹은 나혜인이든, 메시지창 너머의 누군가가 문을 열고 사라지는 듯한 환각이 펼쳐졌다.

사라져가는 알 수 없는 누군가를 보며 나지막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즐 비바."

이것이 아마 나와 유니콘 사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가 아닐까?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넷상에서 교류를 할 일은 없으리라.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것이 이번 서투른 접근으로 얻은 결과다.

그 이상은 글쎄, 굳이 필요할 것 같진 않다.

이대로 미결의 상태로 놔두는 게 최선이 아닐까?

이 세상 모든 것의 뚜껑을 열어놓는다는 게 마냥 좋다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강한민도 나혜인도 충분히 알 나이니까.

unicorn18 : 쮸쀼쮸쀼

SKELTON : 끼야호우~

서로를 의식하지만 결코 접근하지 않는 사이.

딱 이 정도가 우리 사이의 황금비이리라.

*

유니콘이 라이브! 아포칼립스!에 실시간 영상을 올린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크리스마스 전쯤의 시점이었다.

영상 속에 우뚝 솟은 한라산과 그 주위를 난도질하듯 갈라놓은 거대한 벽, 인간이라기보다는 신적인 규모의 장벽과 요새, 회백색으로 물든 한 마리 새도 없 는 하늘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지축이 뒤틀리며 장벽 너머에서 초대형종 몬스터 크라켄 한 마리가 장벽을 넘어오다 무자비한 포격을 맞고 스러지는 모습이 펼쳐지다 이내 화면은 메마른 자갈밭을 비춘다.

그 자갈밭의 절반은 눈으로 덮여 있었지만 나는 그 위치를 잘 안다.

유니콘이 코스모스를 찍었던 바로 그 장소다.

얕은 한숨 소리를 끝으로 영상은 마무리됐다.

그 한숨 소리는 명백한 여자의 것이었다.

"......"

나는 그 한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나를 알고 나에 대한 조롱의 뜻으로 한 것인지, 나를 기만하기 위한 술책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촬영자의 날것 그대로의 한숨인지.

딱히 중요한 문제는 아니리라

적어도 이 미적지근한 미결이라는 상황이 내게 약간의 목적을 주었으니.

좀 더, 살아야겠다.

<72. 유니콘18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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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댓글>

(k554****) -추천85-

흐린 눈은 여초용어랍니다..알면서 모르는 척 할 때 쓰는 말이라네요.

첨 알았네

(곰이와냥***) -추천81-

여러분 실연이 이렇게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한 때 운명을 이야기하며 전쟁이 아닌 평범한 삶을 조심스럽게 말하던 한 소녀가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악귀88) -추천57-

나혜인은 아님 강한민이 유니콘인데

실시간 영상에 나혜인 한숨소리가 나온 것 뿐인 거 같음

둘이 같이 있으니 강한민은 여전히 저 나혜인 좋아하는데 맘대로 안되니 게시판 똥질하는거고

작가분이 혼선 줄려고 한숨소리 넣은 거 같음

(원투**) -추천52-

짝사랑하던 이성한테 인터넷에 싼 뻘글들 들킨 기분 생각하니 아찔아찔

(che**) -추천43-

혜인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구나 그리고 박규 나혜인은 아닐거라는 기대가 배신당했네 ㅋㅋ

(jon***) -추천35-

각성하면 꼬물이가 생기는구나...역시 신인류는 다르네

(Tina****) -추천27-

나헤인 꼬물이 뭔데 자꾸 딱딱해짐???

(베델*) -추천27-

강한민은 소중한 쥬지스님을 잃고 강력한 어웨이큰으로 각성한 것인가..

(g2488***) -추천23-

와 혜인이가 구츄 이지랄 한거야?ㅋㅋㅋ

(***jfb) -추천18-

흐린눈이 머꼬

생전 첨 듣는 단언데 댓글보니 여자들이 쓰는 말이라는군 ㄷㄷ

이런 디테일요소 좋슴

(***서) -추천17-

막상 대화하게 되자 나혜인이냐고 묻지 않고 꺽어가는 디테일이 좋습니다.

(전****) -추천16-

마지막에 근미래 시점에서 한라산 영상 올라간 거 보니까, 조만간 뭔가 큰일 터질 거 같네요

여태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제주도의 모습을 공개한 거기도 하고

유니콘 본인이 어웨이큰임을 온라인 사람들한테 은연중에 드러내는 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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