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39화 (139/183)

139화

71.유언

최근 우리 인터넷 세계에서는 유언을 남기는 것이 트렌트가 되었다.

이유는 바깥에 잠깐 나가기만 해도 알 수 있다.

현재 기온 영하 22도

삼한사온은 온데간데없고 한 달째 영하 15도 이하의 맹추위가 이 세상을 꽁꽁 얼리고 있다.

발단은 폭스게임이 만든 회심의 온라인 게임 몬스터파크였다.

내 취향은 아닌지라 금세 게임을 접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유저가 현실을 잊기 위해 게임에 매달렸고 추위가 오는 순간에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몬스터파크엔 묘지라는 숨겨진 기믹이 있다.

접속 상태로 일주일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유저의 캐릭터가 묘지라는 오브젝트로 변하는 기능이다.

처음엔 드문드문 발견되던 묘지가 추위가 시작되는 주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많아졌고 현재 시점엔 거의 모든 곳에서 묘를 발견할 수 있다. 당장 몬스터파크의 입구인 로비만 들어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몬스터파크 - 로비>

이곳은 몬스터 파크의 로비다.

대단히 드넓은 공간으로 중앙엔 수천 개의 보석을 박아넣은 듯한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있다.

건축공학과 15학번 외 352개의 묘지가 쓸쓸히 서 있다

당신은...

(동) (서) (남) (북) (휴게실)으로 갈 수 있다.

로비 자체가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었다.

각각의 묘지엔 생전의 고인이 쓴 자기소개를 볼 수 있다.

<건축공학과 15학번님의 자기소개>

-안녕? 건공과 15학번이야~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겜 할 친구들 모집~

접속시간은 종일이지만, 주로 새벽에 접속해.

예쁘고 섹시한 여성은 더욱 환영 ᄒᄒ

넷카마는 죽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자기소개지만 이 묘지 기능이 널리 알려진 이후에 몬스터파크의 유저들, 특히 페일넷 출신 유저들이 앞다투어 이 자기소개란을 일종의 유언장으로 개조했다.

그 "유언서" 중 몇 개를 보았다.

<마스터심의 자기소개>

-본명은 심주엽 나이 23세 남~

가족은 다 뒤짐.

가진 재산은 휴대폰 하나와 빤스 두 장

좆같이 살다 좆같이 간다 수고링 -

<유비파의 자기소개>

-김학출 43세

정찰대학교 법학과 졸업

철주그룹 법무팀 근무

이번 겨울을 넘기면 나도 결혼을 할까 생각중

겨울, 이겨 내자!

<공덕 832 골뱅이소면의 자기소개>

-동철아~ 어디 있니~?

그땐 엄마가 미안했어.

보고 싶어

저마다의 사연,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 하나하나의 사연 중 어느 하나 안 중요한 게 있겠냐만은 그중에서도 화제에 오른 묘지가 있다.

가장 유명한 건 전쟁 전 유명 연예인의 묘지다.

전쟁 이후에 소리 소문없이 숨어 살다가 결국 초라한 묘지만을 남긴 채 죽었다고.

나도 이름을 들은 바가 있고 출연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였다.

그 이외에도 잡다한 유명 묘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는데 그중 하나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산적왕의 묘지>

산적왕의 묘지는 로비에서 얼어죽은 평범한 유저와 달리 중급 사냥터 중간에 고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초심자는 선공형 몬스터의 공격에 버텨낼 수 없어 도저히 닿지 못하는 위험한 영역이다.

그 험난한 곳에서 산적왕은 다른 유저와는 제법 다른, 어떻게 보면 그 이름다운 유언을 남겼다.

-거두절미하고 링크와 주소 첨부한다.

사진 속에 있는 것들 다 갖고 싶은 놈들은 주소로 찾아와라.

찾아내는 놈에게 모두 주겠다!

산적왕이 남긴 링크는 페일넷의 게시글과 연결됐다.

한적한 게시판에 남긴 제목 없는 글엔 여러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사진 속엔 수북이 쌓인 통조림과 연료, 다채로운 색상의 신상품 느낌의 의복 들, 탄환과 그리고 아마, 촬영자로 보이는 문신을 새긴 여성의 가느다란 팔이 드러나 있었다.

이 박규 기준에서는 평범한 수준의 물자지만, 인천 피난 캠프에서 제한된 배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살인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풍부한 물자다.

그 산적왕의 보물을 놓고 페일넷 유저들은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페일넷 게시판을 버리고 애꿎은 우리 게시판에 와서 이야기꽃을 피워댔다.

ㅇㅇ: 산적왕의 보물, 이거 진짜 장난아닌데?

ㅇㅇ: 얻기만 하면 이번 겨울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ㅇㅇ: 이번 겨울은 무슨, 내년도 날 수 있겠는데.

ㅇㅇ 그런데 장소가 너무 머네.

ㅇㅇ: 이런 날씨에 어떻게 가냐?

ㅇㅇ: 하지만 이렇게 추워야 보물을 얻을 수 있겠지?

확실히 지금 같은 끔찍한 상황에 산적왕의 물자는 생존 그 자체와 연결되고 남을 정도로 풍족하다.

탐을 안 내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산적왕은 친절하게도 자신의 보물이 있는 장소를 링크 말미에 남겼다.

그런데 그 주소, 눈에 익다.

우리 동네, 정확히는 전쟁 전에 빛을 내기 위해 잠시 다녔던 회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지금은............ 레베카의 영역 쪽인가?

저격수 모녀가 장악한 지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인천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출발하면 반드시 저격수 모녀의 영역을 거쳐야 하는 곳에 있다.

어떻게 할까.

거리상으로는 가깝다.

저격수 모녀의 장악지대니 위험도 덜하다.

바깥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나들긴 하지만 100년 전에 북극점을 탐험하던 아문센보다 더 좋은 장비를 갖춘 나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나를 움직인 건 역시 산적왕의 보물이 레베카 모녀의 영역을 통과하는 지점에 있다.

날씨가 풀리면 산적왕의 보물을 노리고 수많은 피난민과 약탈자가 몰려 들겠지.

봄이 오면 떠날 레베카 모녀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건 그다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리라.

안 그래도 겨울내내 방공호 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몸이 쑤시기도 하고, 무기와 방한 대책을 갖추고 모터사이클에 올랐다.

부아아아아앙-

먼저 레베카의 영역에 들렀다.

"응, 스켈톤? 갑자기 왜? 고마워."

연료 한 통을 레베카에 안기며 문제의 주소에 관해 물었다.

"서남쪽? 어, 거긴 건물 몇 채 있었어. 사람들 많이 사는 곳. 원룸? 응! 원룸 같은 게 많았어."

사람이 있었냐는 물음에 레베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어."

"거긴 사람이 안 살아. 전쟁 전에 모두 떠난 곳인걸."

스우도 레베카의 말을 뒷받침했다.

지금에야 느슨하게 보내지만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살벌한 경계를 펼치던 모녀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생존자가 없다라........."

그런데 산적왕의 주소는 번지수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산적왕이 아이엠지저스처럼 3년간 방안에서 꼼짝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산적왕이 거짓말을 했거나,

후자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지만 일단 시작한 여정이다.

파리처럼 꼬일 피난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점검은 필요하다.

스우가 나를 따라오겠단다.

"여긴 우리 구역이니까."

스우와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문제의 주소로 향했다.

무너진 가로등과 표지판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도로를 누워 길을 막고 있었다.

스우와 함께 가로등을 치우며 주소를 확인했다.

근방이다.

주위엔 레베카의 말대로 원룸 건물로 보이는 다세대 주택들이 작은 단지를 이루고 버려진 논밭 너머로 음산하게 서 있었다.

"여긴 진짜 아무도 없어. 엄마랑 전부 돌아봤거든."

"그래?"

"응!"

"뭐가 있었지?"

"비어 있거나? 시체 같은 거? 시체는 못 봤어. 엄마가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하지만 냄새 났어. 엄청 안 좋은 냄새."

원룸 지대로 통하는 입구엔 박살 난 슈퍼가 있었는데 이번 겨울에 얼어 죽은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모로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 고양이."

스우가 고양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죽은 고양이를 살폈다.

"전에 왔을 때도 있었어."

뮤테이션으로 안 변한 게 천만다행이다.

뭐, 사실 뮤테이션 변이 확률이란 게 그리 높은 건 아니지만.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백 마리당 두세 마리 꼴로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보다 높아진다면야, 대한민국은 호주 마냥 뮤테이션 손에 박살이 났겠지.

고양이 시체를 안 보이는 곳에 던져 놓고 문제의 주소지를 찾았다.

역시 원룸 건물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산적왕이 찍은 사진 속의 풍경은 최소한 중대형 이상의 아파트로 기억하는데.

못해도 50평은 훌쩍 넘어 보였다.

그래도 원룸 꼭대기 층엔 주인세대가 있으니 그쪽에서 찍은 것일수도 있겠지만 산적왕의 메시지 주소 말미에 적힌 숫자는 301이다. 아마 301호를 말하는 것이겠지.

원룸 건물은 5층으로 3층은 주인세대가 될 수 없다.

건물 쪽엔 구시대의 주소가 금속판이나 혹은 플라스틱판으로 박혀 있었다.

언제 버려진 지 알 수 없는 쓰레기와 버려진 차들 너머에서 반쯤 깨진 유리문 쪽에 산적왕이 남긴 주소와 같은 주소를 찾아냈다.

<벧엘 원룸>

스우를 돌아보았다.

"여기 와본 적 있어."

레베카와 다르게 스우는 머리 회전이 빨랐다.

"시체 냄새 나던 곳이야."

칼날처럼 차가운 공기지만 과연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자 오래된 묘지에서 날 법한 퀴퀴한 냄새가 코끝으로 파고들었다.

여간한 창문과 문은 레베카 모녀가 모조리 개봉한 상태.

창문은 깨져 있고 문은 빠루 같은 장비로 강제로 열려 있었다.

어떤 문은 총을 쐈는지 구멍이 뚫려있기도 했다.

쓰레기와 먼지, 창문을 타고 쌓인 눈을 밟으며 4층으로 올랐다.

한층에 원룸은 6개가 있었다.

모든 원룸 문은 열려 있었지만 하나가 닫혀 있다.

스우가 말했다.

"저기야. 시체 있던 곳."

"언제 이쪽을 돌아봤지?"

"2년도 더 됐을 거야."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의혹이 현실로 굳어가는 걸 느끼며 301호의 문을 열었다.

냉동고처럼 차가운 방.

침대 위엔 과연 반쯤 미라화된 시체가 매트리스를 검붉게 물들인 채 누워 있었다.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더하고 뺄 것도 없다.

여기가 산적왕이 공개한 자신의 아지트다.

증거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고 방안을 돌아보았다.

빈약한 방이다.

옷가지 몇 개, 약봉지, 반쯤 열린 냉장고 문 너머엔 망인이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 치킨이 죽은 곰팡이로 뒤덮인 채 망인과 비슷한 상태로 굳어 있었다.

치킨 주문한 포장지가 방안에 있었는데 그 시점은 전쟁이 일어나기 아마 2주 전일 것이다.

낙관론자와 전쟁론자가 치열한 논쟁을 펼치던 즈음.

망인의 시체 옆엔 수첩 하나가 있었다.

-면접 장소 : 거제 고현 삼풍빌딩 3층 11시까지

무궁화 노선 확인할 것!

-주유소 새벽 5시부터 2시까지 시급 10,000원.

-어머니 생신 11월 2일 안부전화라도 하자!

-병원비 대출 확인할 것

수첩엔 면접과 취업, 병원과 생계 같은 시시콜콜한 내용과 어설프게 그린 여자 그림이 중간중간 끼어 있었다.

몸이 불편하고 직장을 찾아 다니던 사람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수첩 구석, 시체에서 흘러나온 진물에 찌든 곳에 붙은 증명사진은 이 사람이 20대 초중반밖에 안 되는 나이라는 걸 알려주기도 했고, 아울러 입구에 있던 고양이의 주인도 밝혀졌다.

이 죽은 남자다.

수첩 속엔 고양이와 함께 안고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빛이 바랜 채 종이 사이에 끼어 있었다.

수첩에 기재된 망인의 행적은 치킨이 배달 온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점에 끊겨 있었다.

전쟁이 이 세상 모든 걸 파괴했다고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전쟁이 오기 전에 이미 파멸을 보았을 것이니.

"스켈톤. 그 사람, 왜 죽은거야? 자살?"

바깥에서 기다리던 스우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물었다.

"...자연사."

"아."

몇 장의 증거 사진을 확실히 찍고 자리를 떠났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산적왕의 보물은 없었다.

SKELTON : (스켈톤 르포) 엄동설한의 추위를 뚫고 산적왕의 보물을 탐사하다!

고생을 했으면 보답을 받아야 하는 건 인지상정.

아울러 혹시 산적왕의 보물을 탐내고 엄동설한을 뚫고 오다 얼어 죽을 수 있는 불행한 운명을 미리 구원하는 따뜻한 배려도 섞여 있었다. 산적왕이라는 게 몬스터파크에서 꽤나 유명했기에 곧 나의 글엔 평소답지 않게 많은 글이 달렸다.

ㅇㅇ: 역시 구라였네

ㅇㅇ: 이 추운데 바깥에 나가 헤매게 만들어 뒤지게 할 작정이었나 봐

ㅇㅇ: 저 새끼, 고독사 한 거냐?

ㅇㅇ: 주소부터 시발 이상하다더니. 301 이거 완전 원룸이잖아?

mmmmmmmmm: 흠.....

익명 458 : 추운데 욕봤다! 스켈톤!

gijayangban : 어. 거긴?

....

....

안타깝게도 내 회심의 르포는 인기글에 오르지 못했다.

정확히는 때마침 시작된 라이브! 아포칼립스! 때문에 내 글이 아예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묻혀버린 것이다.

라이브! 아포칼립스엔 최근 신비인 컨셉을 미는 동탄맘이 다시 냠냠쇼를 하며 압도적인 액션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결국 답은 라이브인가."

커피를 홀짝이며 라이브를 보고 있을 때였다.

띠링~

댓글 알람이 떴다.

스켈톤 르포에 달린 댓글인가.

라이브가 시작된 마당에 인기글 가는 건 의미가 없지만 어떤 댓글인지 확인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았다.

"음?"

ㅇㅇ: 지금 몬스터파크에 접속해 "프로푸치나매니아" 한테 대화 걸어줄 수 있어? 급해

몬스터파크? 지금?

라이브를 보았다.

어떤 유저가 개인 요트로 추정되는 배를 타고 바다를 종횡무진 헤집는 장면이 나온다.

상당히 짜릿하긴 한데, 익명의 유저의 요구에 약간의 이상함을 느끼고 다른 창 하나를 띄어놓고 몬스터파크에 접속했다

타닥타닥

/m 프로푸치나매니아 나 스켈톤인데 무슨 일이지?

몬스터파크식 명령어로 메시지를 보냈다.

곧 프로푸치나매니아가 내게 대화를 신청했다.

프로푸치나매니아 : 방금 네가 올린 글을 봤어. 그거 진짜야?

존내논의수제자(30cm):ㅇㅇ

프로푸치나매니아 : 그렇구나.

존내논의수제자(30cm): 네가 산적왕이냐?

느낌이 왔다.

산적왕이라는 적절한 반향을 일으킨 범인이 이 친구가 아닐까 하는.

프로푸치나매니아 : 음

프로푸치나매니아는 순순히 수긍했다.

이유를 물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왜 사람이 죽은 원룸 주소를 남겼는지.

안 그래도 투박한 몬스터파크의 세계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건 오직 상상에 맡겨야 한다.

상상력이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짧은 침묵 동안 나는 프로푸치나매니아의 한숨을 들은듯한 착각을 느꼈다.

프로푸치나매니아 : 내 동생이야. 오래전에 연락 끊긴

"......"

과연 그런 것이었다.

프로푸치나매니아 :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 걔가 어떻게 됐는지.

나는 그에게 망인의 상태에 관한 내 소견을 밝혔다.

그의 동생은 적어도 전쟁 전에 죽었다고.

시체의 부패가 워낙 심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똑바로 누운 채 양손을 모은 채 죽은 모습은 적어도 죽음을 맞이할 때 평온했을 것이라고.

생전에 남긴 곰팡이가 핀 치킨이나 취업 고민, 질병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프로푸치나매니아 : 고마워 줄 건 없지만, 정말로 고마워.

존내논의수제자(30cm) : 고마우면 추천이나 눌러줘. 그럼 라이브 봐야 해서.

몬스터파크를 종료하고 다시 라이브로 시선을 옮겼다.

라이브 영상 속에선 인형탈을 쓰고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간이풀장 안에서 천박하게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프로푸치나매니아의 묘지를 발견한 건 그로부터 10일이 채 지나기도 전이었다.

로비에 묘지가 너무 많아지자 폭스게임이 메모리얼파크라는 장소를 만들어 한꺼번에 묘지를 이장하면서 목록을 올렸는데 거기에 프로푸치나매니아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묘지를 보았다.

<프로푸치나매니아의 자기소개>

-

한 명의 유저가 그 흔한 유언도 없이 혹한 속에서 얼어 죽었다.

그날 몬스터파크엔 372개의 묘지가 추가됐다.

< 71. 유언 > 끝

<주요댓글>

(che**) - 추천92-

기자양바니 선배 방공호 인근인데, 스켈톤이 저렇게 빨리 탐사했다고 흠...

(**옥잠) -추천65-

기자양반: 아니 이 양반이 이젠 숨길 생각도 없나?

(반물질**) -추천55-

사람 400명 더 죽었다는 걸 무슨 후타바 공원 해골 3개처럼 애기하네... 이럴 때마다 진짜 망해가는 세계가 맞다는 걸 깨닫는다.

(무안***) -추천30-

죽기 직전의 상황에 도달하고 동생을 찾아본건가...

(inju**) -추천26-

산적왕이 누나였고 멸망 전에 동생 자취방에 먹을 거 채워졌던 건가 보네.

평범한 여자가 3년동안 어떻게 살아남았을지야 뻔하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바로 목숨을 끊었구만

(미고**) -추천23-

나도 이 글 보면 방공호 마렵더라...

가족과 여친 여친의 가족까지 딱 틀어박혀서 자급자족 가능할 정도의 방공호...

왠지 이 글을 읽다보면 그러더라고...

예전에 코로나 막 터졌을 때 중국 제약회사 쪽 파견간 사람 있었는데

코로나 막 터진날 '아 이건 ㅈ됐다' 하고 귀국해서 퇴사하고 모은돈+퇴직금으로 방공호 지은사람 생각나네

그때만 해도 심각했었는데 지금은 또 어찌저찌 이겨냈잖음

우리 스켈톤도 언젠가 집을 숨기지 않아도 될 날이 올려나?

(붉*) -추천19-

근데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아포칼립스 상황 터지면 재들처럼 묘지도 못 남기고 초창기 때 죽을 거 아니야... 생각해보면 갑자기 섬뜩하네

(g324**) -추천16-

글을 읽는 나까지 추워지는 느낌...

(**jonah) -추천15-

주인은 죽어도 고양이는 주인 지키다가 얼어죽다니 아집숨 동물들은 의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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