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68. 로또
우리 멸망주의자의 생존 방식은 백인백색이다.
어느 쪽이 맞다고는 할 수 없다.
저마다 상황과 사정이 다르니까.
그래도 사람 산다는 게 멀리서 보면 비슷한 법이다.
수많은 차이 속에서도 배울 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내 이웃 레베카 같은 경우는 의외로 채취와 사냥에 능했다.
종일 건물 위에서 한국인이 오나 감시를 하지만 해가 지면 딸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니며 채집 활동을 한다고.
가끔은 계곡에서 배터리로 전류를 흘려보내 생선을 대량으로 낚아 올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본인 말로는 어릴 때 캐나다 삼림지대에서 살아서 어쩔 수 없이 몸에 익힌 기술이라고 하지만, 그 기술이 그들 모녀의 생존에 기여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그때의 행운에 의지하는 사냥만으로는 매일 필요로 하는 식량을 모두 얻을 순 없는 법이다.
그들의 이사는 곧 시작되겠지.
한편, 나의 또 다른 이웃 디펜더는 인터넷에선 살인자로 이름을 떨치지만 사실 내가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스케빈저로서의 능력이다.
진짜 뻔질나게 돌아다닌다.
수도권 전역은 물론이고 충청권, 강원도까지 뻔질나게 돌아다녔다고.
“전선 넘어 황해도 초입까지 간 적도 있지.”
언젠가 현실에서 만났을 때 디펜더가 커피를 마시며 한 말이다.
“황해도? 북한? 거기 침식지대 아니냐?”
“일부는 침식됐는데 또 일부는 괜찮더라고. 파주 주변 침식이 너무 강해서 북쪽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게이트에서 멀어지면 또 괜찮아. 그런다고 몬스터나 뮤테이션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에게 물었다.
그렇게 바깥에 자주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지 않냐고.
“위험하지.”
디펜더가 답했다.
“나도 위험하고.”
컴퓨터를 하던 디펜더 동생도 이쪽을 돌아보았고.
“하지만.”
“하지만.”
남매가 동시에 말했다.
디펜더 동생이 먼저 말하라는 표정을 짓지 디펜더가 날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쪽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안전할지도 몰라. 자원적인 문제라든지, 혹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다른 쉘터를 찾을 수도 있고. 우리가 여기 사는 것도 결국은 여기저기 돌아다닌 결과 아니겠어?”
당시에도 디펜더의 말이 그럴듯해 보였다.
작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다가올 큰 위험에 대비해 여기저기 줄을 대는 건 내가 최초에 방공호를 세울 때 서울과 연줄을 이어두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었으니까.
그 디펜더가 한 말이 최근 머릿속을 멤돌았다.
“외곽엔 의외로 물자가 많아. 정부가 빠르게 대피령을 내려서 죄다 대도시로 사람들을 몰아갔거든. 접근성이 좋은 곳은 이미 스케빈저가 싹 쓸어갔지만, 접근성이 안 좋은 곳도 있단 말이지? 그런 곳을 찾기만 한다면 쏠쏠할 이득을 건질 수 있을 거야.”
스케빈저의 삶.
내가 전쟁 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의외로 세상의 붕괴가 늦춰지고 또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보다 많은 자원의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겨울이 좋아.”
디펜더가 말했다.
“왜? 좋냐고? 이쪽이 춥다는 건 우리를 노릴 수도 있는 놈도 춥다는 이야기고,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 여간한 놈들은 전부 불을 피워. 안 피우면 얼어 죽거든. 연기만 봐도 어디쯤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있지. 그래서 나는 겨울을 선호하지.”
그 디펜더의 의견을 채택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스케빈저가 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 내가 잘 모르는 영역 정도는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날씨도 적당하다.
영하 2도.
핫팩 몇 개와 간이 연료, 존내논과 함께 미국에서 공동직구한 동계 활동복의 보온성이라면 봄날처럼 활동 가능한 온도다.
하얀 판초 우의를 겉옷 위에 걸치고 자전거 하나에 의지해 방공호를 나섰다.
내가 탐사하려는 영역은 미지의 땅, 남쪽이다.
골드 무리가 있을 때만 해도 놈들의 영역이라 굳이 탐사할 필요는 없었지만, 골드 무리가 떠난 현재 시점에서는 지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입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하얀 옷을 걸친 영역을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 영역은 전쟁 전에도 그다지 갈 일이 별로 없었다.
딱히 갈 필요가 없다고 할까.
맛있는 순두부집이 있다고 해서 트럭을 타고 가서 몇 번 들린 게 전부다.
도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 사정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경치도 빈말로 예쁘다고 하기 어려운 곳이었으니.
전형적인 농촌과 소규모 공장이 뒤섞인 번잡한 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반쯤 무너지고 기울어진 채 붉게 녹슬어가는 사료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총기를 들고 공장 안을 확인해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이미 사람들이 한 차례 뒤졌고 뒤이어 짐승들이 뒤진 흔적이 있지만 이제는 고철 말고는 건질 게 없는, 뼈만 남은 생선 같은 곳이다.
은신처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반경 수 킬로미터 이내에 유일하게 눈에 띄는 건물이고 평지에다 생활시설 하나 없는 곳이니.
사료 공장 너머엔 눈 덮인 들판과 드문드문 서 있는 가정집이 있었다.
가정집 하나하나를 뒤져 보았다.
“······.”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겠지.
전쟁 직후도 아니고 근 3년이 지난 후에야 뒤진다는 게.
뭔가 쓸만한 게 있었던 거 같지만 쓸 수가 없다.
통조림과 라면 몇 개를 찾았는데 모두 삭아버렸다.
통조림은 죽은 소처럼 불룩 부풀어 올랐고 라면은 봉지째 곰팡이에 먹혔다.
시체는 없었다.
이미 대피를 한 모양.
커다란 더덕을 넣은 담금주가 있었는데 누군가 이미 뚜껑을 따 더덕을 뺀 내용물을 모조리 빼간 것처럼 보였다.
대청마루에 앉아 보온병에 넣어 둔 달콤한 커피믹스를 마시며 체력과 기력을 보충했다.
띠링- 띠링-
대청마루에 묶어 둔 풍경이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풍경이라.”
잠깐 챙겨갈까 했지만, 방공호에 무슨 풍경.
잠시 앉아 소리를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휴식을 취한 후 도로를 따라 읍내 쪽으로 향했다.
남쪽 읍내는 골드가 살던 동쪽 읍내보다 더 낙후되고 사람이 없던 곳이었다.
그나마 옆에 유명한 절이 있어 절에 다녀온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큰 식당이 몇 개 영업했다.
내가 몇 번 갔던 멧돌 순두붓집도 그러한 가게 중 하나였다.
항시 사람으로 붐비던 순두붓집은 지붕이 반쯤 무너진 채 스러져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쓰레기와 잡풀로 가득 찬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 랜턴을 켜고 안을 살폈다.
“······.”
내가 너무 귀가 얇은가?
디펜더 말과 달리, 뭐 없는데?
진짜 폐가 탐험하는 것도 아니고.
허리를 숙인 채 순두붓집을 뒤진 결과 내가 찾아낸 건 뚝배기 하나다.
툭-
바구니에 넣었다.
순두부를 구할 방법도 없고 만들 방법도 없지만 이거라도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뚝배기를 챙긴 후 다른 가게도 돌아보았다.
민물매운탕집, 치킨집, 만두, 막국수, 닭갈비, 그리고 수타 짜장면집.
한 번은 가봐야지 생각하고 전쟁이 날 때까지 한 번도 들리지 않던 가게들이다.
그런 가게들을 뒤늦게나마 방문했다.
사람도 주방장도 점원도 없는 가게엔 당연히 음식의 향기 같은 건 나지 않았다.
챙길 물건도 없었고.
중국집 플라스틱 짬뽕 그릇을 챙길 것인지 말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다 뒤돌아섰을 때 재미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Lotto 1/47>
로또를 한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 박규도 로또를 한 적이 있다.
물론 날카롭던 프로페서 시절엔 어림도 없었지만 대충 빚이 감당이 안 될 시점엔 인생 역전을 노리고 인터넷으로 만 원 치를 정기적으로 구매했다.
꽤 많이 산 거 같은데 5천 원 이상 당첨된 적은 없다.
복권이란 게 그런 거 아닐까.
누군가는 되지만 나는 절대로 당첨되지 않는 무언가.
조만간 레베카네가 이사를 오면 스우에게 로또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가게로 들어갔다.
“오.”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을 내뱉었다.
난잡하게 어질러지고 망가져 버린 다른 곳과 달리 이 로또 가게는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잘 보전되었다.
이 동네에 스케빈저가 온 건 확실한데 로또 가게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것 같다.
대충 멸망한 세상에서 로또가 무슨 소용일까?
더 이상 추첨을 않을뿐더러 1등 당첨된 쪼가리 들고 바꿀 곳도 없다.
혹 돈으로 바꾼다고 해봐야 얼마나 쓸모 있겠냐만은.
가게엔 전쟁 전에 사람들이 선 채로 로또 번호를 마킹할 수 있는 책상이 벽면에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앞엔 로또 용지와 사인펜이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재미 삼아 먼지를 털어내고 로또 용지를 꺼내고 사인펜의 뚜껑을 열어 마킹을 해보았다.
마킹이 된다.
이 별거 아닌 일에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순식간에 여섯 개의 숫자를 마킹했다.
물론 마킹한 것만으로 당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재를 하고 마킹한 숫자를 스캔 돌려 로또 그 자체를 사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재 시점에 그런 기적은 일어나기 어려우리라.
대충 기계에 종이를 넣고 입으로 삐리리~ 하는 소리를 내며 기분만 냈다.
“······.”
사인펜을 원래 자리에 꽂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를 나서고도 한 차례 가게를 돌아보았다.
예전처럼 로또를 샀다고 일주일간 헛된 꿈속에 젖어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로또에 당첨된 기분은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한 가게가 있다는 게 어쩌면 우리 같은 사람에겐 당첨 그 자체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아무튼 오늘 나의 첫 스케빈저 활동의 수익품은 아래와 같다.
뚝배기, 소주잔 둘, 화분 아래가 살짝 깨진 분재 하나, 그리고 내가 직접 여섯 개의 숫자를 마킹한 로또 용지.
*
가는 길에 근황도 물을 겸 레베카 집에 들렀다.
겨울이 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레베카 녀석, 이사를 올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물을 때마다 가겠다고 대답은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해서 뭉그적거리고 대답을 흐리면 의심을 할 수밖에.
나야 레베카 모녀가 여기서 버텨준다면 오히려 환영이다.
오두막도 만들고 화장실도 만들었지만, 역시 내 영역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니까.
모녀가 숨어 사는 빌딩에 도착하자 경계를 서던 스우가 쪼르르 빌딩 아래로 내려와 날 맞이했다.
“스켈톤! 쥬시- 한 건?”
“오늘은 없어.”
그녀에게 소주잔을 선물로 주었다.
“이런 건 필요 없어.”
“······.”
“스켈톤 그건 뭐야?”
스우가 관심을 드러낸 뚝배기도 분재도 아닌 빛바랜 로또 용지였다.
“아? 이거. 로또라는 거야.”
“아. 로또? 복권 같은 거지? 그 숫자 일곱 개 맞추는?”
“한국은 여섯 개.”
스우가 로또 용지를 빤히 쳐다보다 손이 시린 듯 손에 입김을 불었다.
“스켈톤이 찍은 거야?”
“응.”
“왜?”
“왜냐니?”
“이제 이거 안 되잖아? 돈으로 못 바꾸잖아?”
“기분이지.”
“기분?”
스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엄마가 로또 같은 거 하는 사람은 분명 한심한 인생일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거든.”
“······네 엄마 지금 뭐하냐?”
“게임.”
스우가 나이에 맞지 않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 친구 죽었다고 울고 있어.”
“친구가 죽어?”
“묘가 됐다나?”
“아.”
몬스터 파크, 아직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한파는 미국과 유럽 쪽에 좀 더 빨리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그 희생자일지도.
아직 한국에는 본격적인 한파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곧 금방이다.
“스켈톤!”
레베카가 충혈된 눈을 한 채 계단을 내려왔다.
“나 어떻게 해. 내 친구 밥이 죽었어······.”
“······.”
“스켈톤?”
“언제 올 거냐?”
“아, 그게.”
레베카가 시선을 피한다.
확실히 그녀의 뜻을 알겠다.
그녀는 여전히 여기에 머물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이 변하는 자주 있는 일이다.
“다음에.”
“다음은 없을 수도 있어.”
“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
“그래?”
“요즘 살 만 해?”
“어, 응.”
레베카가 시선을 돌리자 스우가 레베카 옆으로 가서 허벅지를 꼬집었다.
“스우! 무슨 짓이야?”
“사실대로 말해!”
스우가 엄마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
레베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고는 날 보았다.
“사실 우리 2주 전에, 물자를 얻었어.”
“물자?”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스우에게 뭔가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곧 스우가 통조림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났다.
“이건?”
“마을 외곽에 쓰러진 트레일러가 하나 있었어. 쭉 거기 있었는데 이번에 스우랑 렌치와 용접기로 한 번 트레일러 문을 열었거든. 그랬더니.”
“로또 맞았다는 이야기네?”
“로또? 응!”
그녀의 말이 어디쯤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나보다 더 많은 물자를 얻을 수도 있고 단지 몇 주일을 버틸 물자를 얻은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가 원하지 않는 이상 이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진정한 이유는 곧 드러났다.
“······우리 미군 몇 명과 알게 됐어.”
레베카가 시선을 피한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군?”
“응. 비바! 아포칼립스!에서 활동하다 보니 나 말고도 한국에 미군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캠프를 이루고. 얼마 전에 그 사람들과 연락이 됐어! 날씨가 좋아지면 이쪽으로 사람을 보내겠대.”
“아, 그래?”
레베카가 조심스레 날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느새 쥬시- 한 무언가를 쪽쪽 빨아먹는 자신의 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거기에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어.”
“아이라.”
“스우에게도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
레베카가 내게 미안해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연료는 부족하지?”
레베카의 푸른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이윽고 그녀는 바지의 옷감을 미약하게 감싸 쥐며 고개를 떨구었다.
“······응.”
“연료는 남아도니 내일 당장 보내줄게. 총질 하지 마라.”
서운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귀찮은 감정이 더 크지만 내 오랜 이웃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에 조금은 기대감을 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정한 일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쪽이 더 이상적인 결과일수도 있고.
짐이 될 수도 있는 저격수 모녀가 안전한 형태로, 그러니까 내 마음에 짐을 안기지 않는 형태로 퇴장을 한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로또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서려 할 때였다.
“스켈톤.”
레베카가 갑자기 내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어깨에 실린 그녀의 무게는 보기보다는 가벼워 보였다.
느껴진 건 그녀의 무게만이 아니다.
그녀의 떨림이랄까, 생명의 고동이랄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그녀의 이마를 통해 내 몸에 고스란히 와닿았다.
“······스켈톤을 만난 건 우리의 축복이야.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할 지.”
그녀의 흐느낌이 느껴진다.
조금은 당황스럽다.
잠깐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그토록 적대하던 그녀가 이렇게까지 진심을 전해올 줄은.
“······.”
아주 잠깐, 텅 비어있던 무언가가 채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
스우가 우리를 보고 있다!
그것도 빤히!
“뭐, 당장 떠날 것처럼 말하냐? 따님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 고개 치우시고.”
레베카를 떠밀고 스우를 향해 엄지를 세워 보였다.
스우도 이내 피식 웃으며 내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떠나가는 날 향해 스우가 말했다.
“스켈톤. 그 로또 당첨되길 바랄게.”
“그랬으면 좋겠네.”
로또 용지가 붙은 곳은 당연하게도 스우와 나의 검은 시트지 옆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로또는 아직 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68.로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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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댓글>
(원투**) -추천87-
과연 같은 나라사람이라는 이유로 예쁜 여자 둘을 아무 문제 없이 받아줄 정상적인 사람일까?
(란말**) -추천64-
왠지 가면 ㅈ될거 같은데, 역클리세로 엄청 착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행복해야해...
(미고**) -추천51-
이런 글을 100원주고 읽는다는 게 작은 로또같다.
그나저나 우리 스켈톤 진짜 마지막까지 혼자로 니재다가 최후의 1인 될 것 같네
(별몽***) -추천29-
어린이날인데 스우 선물 가져가
(할젠**) -추천28-
TIP "외국에선 자국민을 제일 조심하라."
(반물질**) -추천19-
아포칼립스에...미군? 다 죽겠네...아포칼립스에 미군은 동네북이라고
(굽네**) -추천18-
아포칼립스에 여자 두명이 기존집단에 합류? 이건 과학인데
(왕관***) -추천11-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m9빼고 등장인물들이 다 죽을 플래그가 박혀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