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21화 (121/183)

64. 방문 (2)

“양상길?”

어떤 인간인지는 알고 있지만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그는 사무실의 사람이고 나는 필드의 사람이니까.

“글쎄. 딱히 별 생각은 없는데?”

딱히 그 사람에게 피해를 본 것도 없고 다툰 적도 없다.

실제로 본 것도 지나가면서 얼핏 본 게 고작이다.

이야기를 몇 번 나누긴 했는데 피상적인 겉치레 정도가 고작이었으리라.

이야기했었다는 사실조차 나 스스로 의문을 가질 정도면 말이다.

미지근한 답변을 한 후 우민희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는 게 보인다.

“양상길씨는 이번 겨울에 죽을 예정이야.”

“예정이라는 건 이미 결정 난 거야?”

“응. 이번 피난 선단 사건 때 작은 문제가 발생했거든.”

“작은 문제?”

“응. 인터넷 위성 장비를 실은 사람이 거기에 타고 있었다지 뭐야?”

우민희가 활짝 웃었다.

동탄맘, 백승현의 이야기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피난 선단이 추방 선단이라는 걸 알아차렸지.”

“추방 선단이라.”

“언론엔 추첨식으로 사람을 뽑는 것처럼 선전하는데 실은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있더라도 검정으로 판명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태웠어. 그 사람들한텐 안 된 이야기지만 별 필요 없는 사람들이거든.”

그녀가 자신의 의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갈고리처럼 생긴 의수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의 손가락처럼 부드럽게 구부러졌다 원래대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지.”

“그래서 양상길이 여기에 온 거냐?”

“응. 본인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죽으러 온 거야. 가족이랑 같이.”

우민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걷더니 갑자기 중앙 단상 위에 올라가더니 그 위 변기 커버를 덮고 그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아니, 그건 내 변긴데······.”

“잠깐 앉는 거야.”

“더럽지 않냐?”

“중국에 있을 땐 더 이상한 것 위에도 앉아 봤는데. 왜, 시커멓게 탄 나무라고 생각해 앉았다가 물컹해서 보니 그게 네이팜에 타버린 사람 시체였던 지라 깜짝 놀란 일도 있었잖아?”

우민희가 꿈꾸는 듯한 흐리멍덩한 눈으로 내 방공호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선배 집은 이런 풍경이구나.”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더니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녀가 내 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날 빤히 쳐다봤다.

“가끔은 말이야. 선배.”

“응.”

“선배가 나보다 마음이 더 아픈 사람처럼 보여.”

“내가?”

조금은 반감을 담아 그녀에게 말했다.

우민희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붙여 놓은 나와 스우의 검은색 시트지를 보고 있었다.

“왜 선배 같은 사람이 어웨이큰이 되지 못한 걸까?”

“왜냐니······.”

“정신병자들이 어웨이큰 될 확률 높다는 보고가 있더라고. 실제로도 그런 경향이 있는 거 같고.”

“내가 정상인이라서 그런 것이겠지.”

우민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웨이큰이 된다는 게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말은 나로서는 그냥은 넘길 수 없는 말이다.

일종의 기만 아닌가.

된 자가, 되지 못한 자에게 하는.

그런데 공허한 얼굴엔 흔한 악의의 한점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옆에서 눈치를 보는 젊은 여성을 힐끗 쳐다봤다.

“유진씨 같은 저레벨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아, 아하하······.”

“나와 비슷한 급 중에서 괴물로 변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우민희가 자신의 갈고리 손가락을 응시하며 그것들을 가지런히 오므렸다 폈다.

“괴물? 설마 몬스터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

“역시 박 선배. 비슷하게 짚었네.”

“······진짜냐?”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고. 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지.”

순간 그녀 중심으로 세상이 반전된듯한 빛과 어둠이 함께 터져 나오며 심장을 터뜨릴 것 같은 파동을 사방에 퍼뜨렸다.

쿵!

반전된 세상 안에서 그녀가 날 향해 희게 웃었다.

“사실 우리가 힘쓰는 거, 몬스터와 조금도 다를 바 없잖아?”

“······.”

무시무시한 압박이다.

단지 대치하는 것만으로 말단 세포 단위에서부터 찌그러질 정도의 압력이 느껴진다.

이것이 12레벨 어웨이큰의 이능.

그 출력은 대형종과 동격이다.

“마음만 먹으면 괴물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어쩌면 괴물이 우리를 집어삼킬 수도 있는 거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보여.”

그녀의 몸에 서렸던 반전된 색채가 느닷없이 빨려들듯 그녀의 몸에 빨려들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시에 내 방공호 전체를 터질 듯이 채우던 압력도 씻은 듯이 소멸했다.

“······아무튼, 내 용건을 이야기할게.”

그녀가 힘을 드러낸 건, 어쩌면 이야기의 흐름상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목적성이 있다는 건 그녀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그녀의 부탁은 좀처럼 들어주기 어려운 것이었다.

“동물원을 만들 거야. 저기 공군 기지에.”

잔혹한 미소를 머금은 우민희를 보면서 그녀의 본성에 대해 돌이켜보았다.

늘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중국 시절, 그녀를 포함한 팀원과 중국 상해의 화려한 거리에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는 동안 그녀가 홀로 밖에 나와 벽에 등을 기대고 상해의 화려하기 그지 없는 스카이라인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날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질문을 던져왔다.

“선배는 가족 없죠?”

“알잖아. 나랑 김다람 고아팸인거.”

“저도 마찬가지예요.”

“야, 너도?”

“아니오.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부모님요. 그냥 없는 사람들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지?”

“뭘 해도 반응이 없어요. 상을 타도 백 점을 받아도 밖에서 싸우고 와도 울고 와도 늘 무덤덤, 무덤덤. 마트의 죽은 생선 같은 눈으로 절 보기만 하는 느낌? 그래서 학교에 가고 헌터가 되었는데도 변하는 게 없더라고요?”

지금보다는 훨씬 앳되고 다리와 손도 온전했고 흉터도 없던 우민희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한숨을 내쉬고는 날 보았다.

“왜 그런 줄 알아요?”

“글쎄.”

“제가 스무 살이 넘으면 이혼을 하겠다고 미리 정했나 봐요. 제가 이미 초등학교 때.”

“그러면?”

“네, 이혼했죠. 그것도 고모한테 연락받고 알았어요.”

아무렇지 않게 어두운 가정사를 이야기를 하던 그녀의 눈은 똑바로 날 향하고 있었다.

마치 내 안에서 뭔가를 찾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당시엔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치열한 눈빛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공감을 얻기보다, 타인의 반응을 끌어내고 그걸 감상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그녀에겐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양상길씨 가족을 저 미군 기지로 옮길 생각이야.”

“뭐?”

“거기서 살게 하는 거지. 안락하고 편안한 따뜻한 섬에서 누릴 거 다 누리며 사시던 분에게 평범한, 자신이 버린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게 하는 거야.”

“죽을 수도 있다.”

그 말에 그녀는 입을 가리고 살짝 소리내어 웃었다.

“그 죽는 과정이 보고 싶어. 여기선 잘 보이겠네?”

“골프장이 더 잘 보이긴 하는데.”

“응. 거기에 버려야겠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으로 한 사람이 변화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그 원인은 아마 어릴 때 가족에게 받은 무관심이겠지만 상당 부분은 그녀의 고유한 본성에 기인하고 있으리라.

“이번 겨울 춥다더라. 그래서 기름 좀 가지고 왔어. 고맙지?”

“어. 잘 쓸게.”

“그래서 선배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들 지켜보면서 관찰일기를 쓰는 거야. 간간이 방문해서 희망 고문도 좀 해주고.”

“······.”

타인의 파멸을 상상하며 미소짓는 우민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곧 다가올 겨울보다 차갑게 식는 느낌이다.

갖은 잔혹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우민희가 날 돌아보았다.

“아, 그리고 봄까지 살아 있으면 선배가 직접 죽여줘야겠어.”

“그건 좀 그렇지 않냐?”

“수백만 명을 죽인 인간이야. 선배가 아끼던 김다람이 그렇게 제주도로 가려고 난리를 쳤는데 매몰차게 내친 인간이기도 하고.”

“그래?”

“응. 거의 성사가 됐는데 양상길이 직권으로 김다람의 제주도행을 반려시켰어. 이상훈 선배 가족도 부산으로 보내버리고.”

“상훈이네 가족도?”

“응.”

“어떻게 됐지?”

“아마 죽지 않았겠어? 부산도 난리가 났으니.”

“······.”

“비 어웨이큰은 한 명도 제주도에 있으면 안 된다고 난리를 치던 게 그 사람이었거든. 정작 자신과 가족은 어웨이큰은커녕 헌터 경력 한 줄 조차 없는 주제에 말이야.”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으면.”

“역시 선배. 판단이 빠르네.”

그녀가 변기 위에서 일어났다.

모양새를 보니 여기를 떠날 생각인 모양이다.

“김다람 소식 아냐?”

그녀에게 물었다.

“김다람?”

“응.”

“걔, 군단파 밑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어. 올드스쿨 헌터 대장을 한다더라.”

“그래······?”

“걔가 원래 자기 밥그릇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챙겼잖아?”

“김다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이건 갑작스러운 질문이다.

단순히 궁금해졌다.

지금 아니면 들은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에 우민희는 별 고민 없이 답했다.

“열등감 덩어리.”

아마 평소에 미리 생각을 해둔 게 아니었을까.

이렇게까지 즉각적으로 무게가 있는 촌평이 나오는 걸 보면.

“아니, 컴플렉스 덩어린가. 그게 그거지만. 걔는 좋은 걸 갖고 있으면서 거울을 안 보고 꼭 다른 사람 얼굴과 등만을 시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던 애였어. 항상 시선이 타인을 향해 있었지.”

“김다람이 그런 구석이 없잖아 있지.”

“그런 애하고는 친구가 될 수 없지.”

친구가 없기는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

그녀가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날 돌아보았다.

“선배한테 비바! 아포칼립스! 인터넷 장비 있다는 거 알려준 거 김다람이었어.”

“뭐?”

“김다람이 선배 집에 다녀와서 말하더라고. 선배 노트북에 오벨리스크용 번들 네트워크 케이블이 꽂혀 있다고.”

“오벨리스크? 그게 뭐지?”

“위성 장치. 멜론 마스크가 만든.”

“응? 무슨 소리지? 무슨 음해지? 김다람 이년.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축의금 100만 원이나 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건가? 이미 원수로 갚았지?”

“100만 원이나 줬어~?”

“응.”

“어쩐지 김다람 신랑이 선배보고 백만원이라고 부르더라고. 백만원이 선배 호칭이지.”

“······.”

마지막에 잠깐 평정을 잃은 기분이다.

하지만 큰 실수는 하지 않았으리라.

그나저나 김다람 녀석.

그 녀석 때문인가.

우민희가 박규 = 엄창이설에 지독하게 집착하던 게.

그나저나 김다람 녀석이 케이블을 알아봤다는 건 녀석도 나와 같은 게시판을 한 건가.

누구지?

종적이 묘연하다.

알 수가 없다.

댓글만 달거나 눈팅만 하는 사람인가.

내 혼란 속에서 우민희가 슬슬 떠날 채비를 했다.

“아무튼 오늘, 즐거웠어. 이만 가볼게.”

“아니, 커피나 한잔 하지.”

“오. 로스팅머신. 그런데 연구소 안에 더 좋은 거 있는데.”

“어, 그렇구나. 그래, 데려다줄게. 차고로 가자.”

“아니, 걸어갈 거야. 가끔은 운동도 하고 싶으니.”

그 다리로?!

그런데 표정을 보니 별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래.”

우민희는 금속으로 만든 의족을 끼고도 예전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걸으며 내 영역의 출구를 향해 미지의 여성을 거느리고 떠났다.

그녀를 따라 방공호 밖까지 배웅했다.

방공호 앞에서 그녀가 갑자기 날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선배 참, 잔인한 사람이다?”

그녀가 웃음기를 거두며 옆에 있던, 미지의 여성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말한 나의 잔인이 이 여성과 연결된 기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민희가 유진씨라고 내내 호칭된 여성의 어깨를 가볍게 의수로 쓰다듬으며 한마디 했다.

“사랑스러운 제자도 못 알아봐?”

“제자?”

“제자 있지 않았어?”

“뭔 제자? 스승이라면······ 아.”

있었다.

제자.

아니, 그런데 그걸 제자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정식 교관도 아니고 임시 교관 그것도 보름 만에 때려치운 녀석을.

유진씨라는 여성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름표를 보니 송유진.

한 번 이상은 들었을 흔한 이름.

얼굴도 딱히 기억에 있는 얼굴도 아니다.

“음?”

잠깐.

닮은 녀석이 있긴 했다.

지금보다 훨씬 앳되고 어린, 여중생밖에 안 됐던 꼬맹이가.

“샘은 헌터면서 능력도 없어요? 능력도 없으신 분이 왜 교관이에요? 네?”

당시의 나약했던 박규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샘! 오늘 어제랑 같은 팬티 입고 오셨죠?! 저한텐 다 보여요! 좀 갈아입으세요! 그러니까 능력이 없으시죠!”

아마 대단한 명성을 가진, 잘생긴 젊은 교관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치기에서 비롯된 행동이었겠지만 당시의 박규는 생애를 통틀어 가장 나약했기에 대꾸도 못하고 피해 다니다 결국 사표를 내고 말았다.

설마, 그때 그 꼬맹인가?

“······나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던 걔냐?”

당시의 짓궂었던 소녀는 그러나, 이제는 사회에 찌들대로 찌든 직장인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굽신거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세월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꼈다.

“유진씨. 먼저 출발하세요.”

우민희가 송유진을 먼저 보냈다.

둘만이 남은 황량한 영역에서 우민희는 한동안 고지대에서 내려보는 내 영역의 풍경을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을 응시했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걸까.

옆을 지키며 그녀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혹시 말이야.”

무표정한 얼굴에 먹물이 도화지에 번지듯이 특유의 잔혹하고 야릇한 미소가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응.”

“이건 가정인데. 뭐, 황당한 가정이지.”

그녀가 피식 실소를 머금고는 날 향해 똑바로 몸을 돌렸다.

“혹시 내가 괴물로 변한다면······.”

그녀의 눈을 보았다.

“날 죽여주겠어?”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니리라.

약간의 진심이 담겨 있다.

그녀와 전혀 관계없는 듯한 두려움이라는 속성마저도 희미하게 느껴진다.

저 우민희가 공포를 느낀다니.

쓴웃음을 참으며 그녀를 향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멀리 우민희와 송유진이 내 영역을 지나 골프장으로 향하는 게 보인다.

아마 좀 더 있다 갈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 사이의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이쪽을 향해 돌아보는 개미처럼 작은 그녀를 외면하며 방공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공호로 돌아온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한 장의 사진이었다.

검은 봉지 안에 싸인 채 방치되었다 우민희 접대용으로 꺼낸 중국 초창기 시절의 것으로 우리들이 보다 젊고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던 시절에 찍었던 단체 사진이다.

거기엔 산 자도 죽은 자도 떠난 자도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사진에 담긴 박규는 홀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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