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119화 (119/183)

63. 두 자식 (2)

상처를 살펴보았다.

상처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구더기를 장갑을 낀 손으로 쓸어내고 안을 살폈다.

늦었다.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골드는 고개를 들 힘조차 없는지 머리를 바닥에 붙인 채 나를 보고 있었다.

“골드야······.”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녀석이 눈을 감았고 고개를 숙였다.

딱히 녀석이 내게 뭘 해준 건 없다.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녀석에겐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

애당초 서로 바랄 게 없던 사이라서 그런 것일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곧 죽을 녀석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아니, 하나가 있다.

“골드야.”

녀석을 불렀다.

녀석은 고개를 웅크린 채 눈동자만을 돌려 날 보았다.

“집으로 가자.”

녀석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죽어도 집에서 죽어야지.”

놈이 힘없이 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놈은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녀석의 털 아래엔 말라붙은 피와 더불어 구더기들이 고름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소리가 없어도 대화를 할 수 있다.

골드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내밀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트럭을 끌고 올게.”

녀석이 몸을 숙였다.

“걸을 수는 있냐?”

녀석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한다.

“괜찮아. 힘 빼지 마라. 바로 끌고 오마. 그때까지 죽지 마라.”

골드가 바람 새는 소리로 대답했다.

모터사이클에 올라타자 실버가 꼬리를 흔들며 날 물끄러미 쳐다봤다.

“넌, 여기에 있어라.”

말귀를 못 알아듣고 꼬리만 흔들어댄다.

골드 쪽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 아빠 옆에 있어.”

녀석은 엉뚱한 곳으로 갔다.

뭘 하려는가 봤더니 엉덩이를 내리고 응가를 하고 있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모터사이클을 움직였다.

골드가 현재 숨어 있는 곳과 내 영역 사이는 걸을 땐 한 세월이지만 차량으로는 순간이다.

물론 멸망기답게 일이 척척 되는 건 아니다.

펄럭!

차고 출구 앞에 덮어놓은 흙과 자갈을 깔아놓은 위장포를 걷어내고,

위이이이잉--

유압펌프로 작동되는, 힘은 강하지만 속도는 지랄 맞게 느린 경사형 입구를 열어야 하고,

깡! 깡!

전기 트럭의 상태를 간략하게나마 점검해야 한다.

물론 차를 꺼낸 다음엔 정비를 제외한 나머지 작업은 역순으로 다시 해야 한다.

내가 없는 동안 내 차고 안에 누군가 들어오면 모든 걸 잃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일진이 썩 좋지 않다.

배터리 상태가 이상하다.

그리 많이 쓴 것도 아닌데 전압이 오락가락하다.

일 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축전지들은 멀쩡한데 일 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트럭의 배터리가 말썽을 부리다니.

대한민국 좋소기업 사장님들은 틀리지 않았던 것인가? 자문해보며 배터리를 교체하는 귀찮은 작업을 해야 했다.

차체 아래 메인 배터리를 갈고 전압을 확인했다.

정상이다.

밤은 춥다지만 여름의 습기가 남은지라 이마와 등이 땀으로 흥건하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준비는 확실하게 하는 주의다.

확실하게 무기와 비상식량을 챙긴 후 트럭을 운행했다.

트럭 상태가 의심되기에 급경사를 주행하는 대신 완만한 등성이를 따라 예전 김노인이 살던 집터를 지나 도로로 진입했다.

헤드라이트는 켜지 않았다.

시야가 밤에 적응되기도 했거니와 이 일대는 눈을 감아도 떠오를 정도로 잘 아는 곳이니.

북쪽엔 불빛들이 몇 개 보이지만 남쪽엔 불빛이 거의 없다.

내 영역 정남쪽은 격전구였고 국가 단위에서 전략적인 철수 및 소개 명령이 떨어진 곳이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하위 지차체 인구는 인근 대도시에 흡수됐다.

인구의 압박은 있지만 당시엔 산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제3차 세계대전급의 전쟁을 온 국토로 받아내는 와중에 좀비 무리, 몬스터, 뮤테이션 등 소규모 군경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재앙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으니.

도시 하나가 좀비 소굴로 변하는 마당에 다른 수가 있었을까.

멀리 포효 소리가 들린다.

뮤테이션 개의 것인가.

아니다, 다른 알 수 없는 무언가의 포효다.

개만이 뮤테이션이 된 건 아니다.

지금도 간간이 들어가는 마야어 게시판에선 남부 지방에 멧돼지, 고라니, 까마귀, 심지어 삵으로 의심되는 뮤테이션 개체가 보고됐다.

특히 뮤테이션 삵은 실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전 쪽에 사는 게시판 유저가 시내 게시판에 내걸린 현상 공고까지 찍어서 올린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내가 모르는 영역이니만큼 이상한 녀석 한둘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진정으로 걱정해야 될 소리는 내가 골드가 있는 곳에 가까워졌을 때 터져 나왔다.

컹! 컹! 컹!

뮤테이션 개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의 것.

그 소리의 형태는 일전에 들은 바가 있는 패턴이다.

뮤테이션 개들이 서로 서열을 정할 때 즉, 놈들이 서로 다툴 때 내는 소리다.

설마 골드를 공격한 놈들이 다시 돌아온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뮤테이션은 인간을 증오하니.

골드가 나와 친하게 지내는 걸 본 놈이 있을 것이고 내가 골드를 찾아가는 걸 숨어서 본 놈도 있을지도 모른다.

철컥-

돌아갈 생각은 없다.

골드가 죽었든, 살았든 녀석을 보고 갈 것이다.

내겐 그렇게 해야 할 자격이 있다.

녀석을 낳은 부모는 아니지만 한 번의 생명을 주었으니.

총기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곧장 골드가 있는 폐가를 향해 차를 몰았다.

헤드라이트 불빛 너머로 커다란 그림자가 보인다.

뮤테이션 개들이다.

놈들은 갑작스러운 불빛에 눈이 부신지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그대로 굳었다.

숫자는 다섯 마리.

그중엔 일전에 본 녀석들도 있고 새로운 놈도 있다.

즉시 하차하며 놈들에게 총기를 겨누었다.

그런데,

“끼이이잉.”

녀석들이 날 보자 슬금슬금 날 피한다.

어떤 놈은 아예 꼬리를 내리기까지 했다.

싸울 의사가 없는 건가.

크르르릉!

아니, 한 놈 있다.

큰 개들이 물러서자 거기에 가려져 있던 작은 맹견 한 마리가.

실버다.

다른 놈들보다 곱절은 작은 자그만 한 놈이 은빛 털이 핏빛으로 변할 정도로 피투성이가 된 채 아직 자라지 않은 이빨을 드러내고 다른 개를 향해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실버!”

개들을 경계하며 실버 쪽을 보았다.

다행이다.

녀석은 살아 있다.

치명상도 아니다.

물러서는 개들을 보았다.

놈들은 날 경계하며 이빨을 드러내면서도 천천히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빛이 미치지 않는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

놈들에게 총격을 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놈들은 골드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실버의 목숨까진 빼앗으려 들지 않았다.

그랬다면 실버는 이미 고깃덩어리가 되고도 남았겠지.

단지 그 녀석들은 실버를 굴복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상황이 종료되고 천천히 실버에게 다가갔다.

털을 곤두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던 녀석을 날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빨을 감추고 혀를 내밀더미 꼬리를 흔들었다.

녀석의 졸리고 지친 눈을 보며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다. 넌 참 용감하구나.”

실버 너머에 폐가가 보인다.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폐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수많은 파리가 청각과 시각을 어지럽히며 불안감을 배가시켰지만 어둠 속, 버려진 집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거대한 개는 살아 있었다.

“골드.”

녀석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좋은 아들을 뒀구나.”

골드가 콧김을 내뿜었다.

자랑스러워 하는 모양.

나를 비웃는 것처럼 게슴츠레 뜬 눈도 신경이 쓰인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가자. 집으로.”

골드가 거구를 일으켜 세웠다.

그 아래 무언가 악취 나는 것들이 끈적거리며 혹은 우수수 떨어져 내렸지만 자세히 보진 않았다.

만연한 악취 속에서 골드가 걸어 나왔다.

수사슴을 방불케 하던 당당한 가슴을 지닌 녀석은 이제 앙상하게 마르고 골드라는 이름을 주었던 털 또한 군데군데 빠져 하얗게 변색됐지만 그날 따라 유독 밝은 달빛이 녀석의 더러운 털을 금색으로 보이게 했다.

골드는 힘겹게 트럭의 짐칸 위에 올랐다.

실버가 멀뚱거리자 녀석이 앞발을 휘저었다.

새끼를 부르려는 것일까.

곧 실버가 차에 올랐다.

아니, 오르려고 했다.

다른 개한테는 용감하지만 차는 무서운 지 타려는 걸 겁내하는 눈치.

내가 녀석의 뒤를 잡고 힘껏 들어 올렸다.

“잠깐!”

허리에 부하가 왔다.

허리만큼은 다쳐서는 안 된다.

이 시대에 디스크는 암 이상으로 무서운 질환이니까.

내 동기나 후배 중에 디스크로 고생하던 사람들을 몇이나 본지라 허리의 부하에 대한 나의 조심성은 다른 부위에 비해 좀 더 민감하다.

다행스럽게도 실버는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직접 폴짝 뛰어 트럭의 짐칸, 부친의 옆에 사이좋게 자리 잡았다.

부친의 몸에서 흘러나온 진물과 고름이 털을 더럽히지만 녀석은 오히려 부친의 상처를 혀로 핥았다.

“······.”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차례 더 경계한 후 운전석에 올랐다.

전기차 특유의 말을 타는 듯한 튕김을 느끼며 액셀을 밟았다.

*

중국 시절, 죽어가는 전우를 옮긴 적이 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내 등에 고개를 파묻은 채 흐느끼기만 했다.

등에 번지는 눈물과 입김의 열기가 1월의 한기 속에 좀 더 차갑게 와닿을 즈음 나는 그녀가 죽었다는걸 발견했다.

딱히 와 닿는 느낌은 없었다.

중국 시절 망령처럼 내 몸에 달라붙은 권태와 나른함이 또 다른 졸음을 느끼게 했을 뿐이다.

비슷한 경험을 조금은 기이한 형태로 반복하고 있다.

죽어가는 동료를 엎어서 옮기는 대신, 트럭을 쓰고 죽어가는 동료 대신 죽어가는 개를 태웠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그때와는 다르다.

뭐랄까,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의무감이 내 사고를 강하게 지배했다.

헤어진다거나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 같은 의외로 큰 지분을 차지하지 않았다.

모퉁이 너머 무너진 집이 우리 앞에 서 있다.

골드와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이 들어가려 한 곳이었다.

골드의 상태가 차에 오를 때보다 훨씬 나빠졌기에 녀석이 내릴 때 내가 옆에서 도와줘야 했다.

그래도 무게가 워낙 무겁고 마지막에 허리를 상하는 걸 염려한 내가 잽싸게 힘을 빼는 바람에 골드는 지면에 처박히듯 바닥에 떨어졌다.

“어이쿠!”

녀석의 뒷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골드는 앞발만으로 느릿하지만 필사적으로 기어 자신이 나고 자란 그 집으로 결국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이런 결과였다면, 차라리 그때 돕지 않은 것과 뭐가 다른 것일까? 하는 이른바 경제적인 의문을 말이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골드 옆엔 그가 남긴 보물이 있다.

그 보물이 죽어가는 아버지의 얼굴을 핥았다.

골드는 마치 졸린 것처럼 스르르 눈을 감더니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잠깐, 고맙다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나는 녀석이 눈을 감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

기이하게도 예전과 같은 졸음은 느껴지지 않는다.

기묘한 일이다.

하루에 수천 명이 죽어 나가는 치열한 전장에서 느꼈던 졸음이 이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에서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실버가 고개를 높이 쳐들고 하울링을 했다.

마치 떠나버린 부친를 애도를 하듯 두어 차례 하울링을 한 녀석이 내게 다가왔다.

피투성이가 된 실버의 상처를 살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제는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할 나의 개를 바라보았다.

“······네 아빠는 너처럼 용감했고 용맹했단다.”

골드는 묻지 않을 생각이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나고 자란 그 집에서 썩고 백골이 되고 결국 사라지고 마는 과거의 방식으로 보낼 것이다.

그들의 형제인 늑대처럼 말이다.

*

실버를 데리고 방공호로 데리고 왔다.

거기서 녀석의 상처를 치료하고 털을 가볍게 씻겨 주었다.

식사도 제공했다.

그런데 이 녀석, 입맛 한 번 까다롭다.

냉동 고기엔 입도 대지 않는다.

코를 킁킁대더니 앞발로 그릇째로 밀어버렸다.

대신 어제 잡은 신선한 고기는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역시 야생에서 자란 녀석인가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냥이라도 해야 하나.

골드 패거리가 살 정도로 그쪽엔 사냥감이 많았던 거 같으니.

이 큰 녀석을 키우려면 매일 사냥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 과연 내게 어울리는 것일까.

하지만 장기 생존을 위한다면 사냥꾼을 미리 경험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보였다.

일단 이 녀석을 키우려면 사냥은 필수불가결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기우에 그쳤다.

이튿날, 실버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버지와 다른 색깔의 털 몇 개를 남긴 채 녀석은 사람의 손길을 벗어나 자유를 선택했다.

그 녀석의 근황을 알려온 건 뜬금없는 디펜더 남매였다.

“스켈톤. 내가 보낸 사진 봤어? 뮤테이션 개도 새끼를 낳네? 귀엽지 않아?”

그녀가 보낸 항공 사진 속엔 아마도 나와 밤에 대치했을, 뮤테이션 개 무리와 더불어 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녀석이 당당하게 무리에 섞여 있었다.

조금은 멍청했지만 아버지만큼이나 용맹하고 자랑스러웠던 녀석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응. 귀엽네.”

인간의 시대는 멸망하더라도 이 녀석들의 시대는 끝나지 않겠지.

어쩌면 골드로부터 이어진 그 핏줄이 이 반도를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명1532 : 니들 아빠한테 고마워해야 해. 내가 니들 보면 하루에 몇 번이고 거리에 총질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아빠 얼굴 보고 간신히 참는 거니까.

우리 게시판에 활동하는 인간의 자식보다는 골드의 자식이 더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

“······.”

타닥타닥

SKELTON : 개만도 못한 새끼

“아.”

나도 모르게 평정을 잃고 말았다.

골드와 실버가 내게 정량 이상의 감정을 투입한 결과다.

그 반응은 뜨거웠다.

익명1532 : 뭐? 이 새끼가? 개만도 못한 새끼가 감히? 너 누구야? 어디 살아? 스케톤? 스켈톤? 이 버러지 새끼가! 상판 나이 지역 까봐! 당장!

“······.”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한마디 더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SKELTON : 느금마

익명1532 : 군대 푼다? 해커 풀어서 당장 위치 역추적하고 어웨이큰 보내서 조져버린다?

SKELTON : ㅗ

두 마디를 더하고 말았다.

나답지 않은 실수.

그런데 반응은 좋다.

무수한 칭찬의 물결이 메시지로 날아오고 있다.

Foxgames : 스켈톤! 차단 풀었어! 오픈하면 로얄 계정 줄게!

rokagg : 스켈톤햄 씨다씨

Defender : 스서방!

익명458 : ㅋㅋㅋㅋㅋㅋ 乃

mmmmmmmmm : 오우, 놀줄 아는 놈인가?

gijayangban : 흐음....

...

...

어쩌면 이 욕플을 달 용기가 골드가 내게 준 선물일지도?

그런데 호사다마라.

K-워키토키가 특이한 발신음을 냈다.

불길한 미래를 감지하고 무전기를 확인했다.

우민희다.

“······.”

이 박규는 위기에 강한 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다.

지금은 연락을 받는 게 맞다.

태연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락을 받았다.

“어, 민희. 무슨 일이야? 야! 완전 가을 날씨네~.”

“선배, 인터넷 하지?”

“아니, 안 하는데.”

“진짜?”

“응. 진짜 안 해.”

“선배 방공호 놀러 가도 돼?”

순간 내 손으로 입을 막았다.

내가 막은 말은 “몸도 불편한 데 어딜 오려고”라는 말이었다.

“가도 돼지? 그렇지?”

“집에 보여주기 껄끄러운 게 있어.”

“괜찮아. 괜찮아. 그냥 한 가지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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